먹고 기도하고 먹어라 - 미친 듯이 웃긴 인도 요리 탐방기
마이클 부스 지음, 김현수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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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읽는 마이클 부스의 신간이 나왔다. 제목은 <먹고 기도하고 먹어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자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된, 미국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에세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패러디한 제목으로 보인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책으로도 읽고 영화로도 본 사람으로서 장담하건대 <먹고 기도하고 먹어라>가 훨씬 웃기고 현실적이다.


중년의 저자는 언제부터인가 깊은 우울감을 느꼈다. 남들 눈에는 성공한 작가이자 음식 저널리스트로 보일지 몰라도, 저자 자신은 작가로서 그다지 성공했다고 느끼지 못하는 데다가 경기 악화의 여파로 수입이 크게 줄어들어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보다 못한 아내가 초등학생인 두 아들까지 데리고 인도로 여행을 가자고 제안한다. 아내 딴에는 남편이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배부른 소리 그만하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라고 마음을 고쳐먹을 거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저자의 머릿속에는 그저 좋아하는 카레를 배불리 먹고 그동안 맛보지 못한 인도의 향토 음식을 체험할 생각뿐이었다. 동상이몽을 품고 있던 부부는 결국 여행 도중에 크게 싸우고, 참다못한 아내가 '극단의 조치'를 취한다. 저자를 인도의 한 유명한 요가 선원에 집어넣은 것이다.


이 책의 전반부는 저자가 인도 곳곳을 누비며 먹고 마시는 이야기로 채워지고, 후반부는 아내 손에 이끌려 요가 선원에 들어간 저자가 요가를 배우는 이야기로 채워진다. 전반부도 재미있지만 후반부가 훨씬 흥미로운데, 그동안 요가는커녕 가벼운 운동조차 하지 싫어했던 저자가 요가의 매력에 조금씩 눈 떠가는 과정이 신기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저자는 간단한 요가 동작도 제대로 못하고 명상할 때도 잠들기 일쑤였다. 하지만 요가를 배우면서 엄청났던 식욕이 놀라울 정도로 줄어든 것을 깨닫고(하루에 네다섯 끼 먹었던 사람이 요거트만 먹고도 하루를 버틴다), 몸에 쌓여 있던 노폐물이 피부 바깥으로 배출되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요가를 시작한 지 며칠 만에 얼굴과 몸에 뾰루지가 엄청 많이 났다고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왔던 우울감과 무기력감, 짜증, 분노 같은 감정도 거짓말처럼 가라앉았다. 배 빵빵한 중년의 아저씨한테도 이 정도로 극적인 효과가 있다면 나한테는 어떨까. 다음 주부터라도 요가를 시작해볼까.


음식 애호가인 저자는 처음 인도 여행을 떠날 때만 해도 이 책이 자신의 주특기인 식도락 여행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나도 이 책이 흔하디 흔한 음식 에세이일 줄 알았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요가를 만나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체험을 했고, 그 과정과 결과를 이 책에 담았다. 이 책을 읽고 인도 음식과 요가에 호기심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멋진 이야기를 들려준 저자의 다음 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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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일 MAYBE - 너와 나의 암호말
양준일.아이스크림 지음 / 모비딕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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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 3>에 출연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양준일의 에세이집이다. TV를 안 봐서 양준일이 누구인지 잘 몰랐는데, 얼마 전 예스24 팟캐스트 <책읽아웃> '오은의 옹기종기 - 양준일 편'을 듣고 매력에 푹 빠졌다. 책도 읽고 유튜브도 구독했다는 ㅎㅎㅎ


책에는 양준일의 사진이 절반, 글이 절반쯤 실려 있다. 글밥이 많지 않은데 강하다. 글쓴이이자 글의 주인공인 양준일이라는 사람의 인생 자체가 워낙 기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양준일은 1969년 베트남에서 태어나 1979년에 미국 LA로 이주했다. 사업가인 아버지 덕분에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존 트라볼타, 마이클 잭슨 같은 이들을 동경해 춤을 배웠고, 학교 댄스팀 대표로 뽑혀서 두 번이나 대회에서 1위를 했다. 그러다 한국 배우 오순택과 인연이 닿아 한국에서 가수로 데뷔하게 되었다. 1990년에 1집을 발매하고 2년 후 2집을 냈다. 3집을 준비할 때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 음반을 낼 수 없게 되었다. 그 후 생계를 위해 옷 장사, 영어 학원 강사, 음식점 서빙, 청소 등 다양한 일을 했다.


자신만만하고 재능까지 있었던 청년이 꿈을 이루지 못하고 생계 전선에 뛰어들 때,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을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만약 부모님의 뜻대로 대학에 진학했다면, 남들처럼 평범한 직업을 가지길 원했다면,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지금보다 덜 고생시켰을 거라는 생각을 얼마나 자주 했을지도 알 것 같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양준일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열광하는 이유는, 꿈과 현실의 간극 사이에서 분투한 그의 삶이 남의 일 같지 않아서가 아닌가 싶다.


다행인 것은, 그가 몸과 마음이 괴로울 때조차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단련했다는 것이다. 자신을 알아봐 준 팬들을 소중히 여겨 꾸준히 연락을 했기에 <슈가맨 3> 출연이라는 기적 같은 기회를 얻었고, 철학과 영적 지도자들의 가르침을 공부하며 마음을 다스리고 인생을 이해하려 노력한 덕분에 그를 잘 몰랐던 사람들에게까지 가닿는 말을 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제목에 들어있는 'maybe'는 그가 예전에는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좋아하게 된 단어다. 힘든 나날을 보내며 현실에 무릎 꿇기도 했지만 '아마도(maybe) 이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삶을 받아들였다고. 가수 양준일, 인간 양준일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다들 고난을 피할 수 있기를, 자유로울 수 있기를, 진실한 사랑을 하기를, 행복하기를 원하지만

그 의미를 모른다면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29쪽)


"가서 배워라. 너 자신이 무시당하지 않게. 그러고 나서 더 배워라. 네가 남을 무시하지 않게." (113쪽)


"지금 내가 생각하는 인생이란 헤엄치고, 방향을 잡고, 속도를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방향도 속도도 조절이 안 되는 방주에 몸을 싣고 떠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상황도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매일 연습한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을 때 불안해하고 남을 탓하면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 (171쪽)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평화를 원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평화가 아닌 행복을 잡으려는 사람에겐 오히려 불행이 더 많이 잡힌다. 

행복을 잡기 전에 불행을 놓을 수 있어야 한다. 불행을 놓으면 평화가 먼저 온다." (2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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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혼령 : 조선혼인금지령 1
천지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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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이성애 소설은 잘 안 읽는데, <금혼령 - 조선혼인금지령>은 홀린 듯이 읽었고 배꼽 잡으며 덮었다. 곧 죽어도 할 말은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당찬 주인공 예소랑(예현선)이 너무 재미있고 통쾌하다.


소랑이 원래부터 이렇게 시원시원한 성격이었던 건 아닌 것 같다. 소랑은 원래 이조판서의 장녀 예현선이었다. 얼굴 곱고 머리도 명민해 여러 남정네들이 신붓감으로 탐냈고, 그중에서 영의정의 장남 이신원과 연이 닿아 혼인을 치를 예정이었다. 그런데 혼인을 치르기 전날, 장터를 걷다가 신통하기로 소문난 점쟁이 '개이'로부터 혼인을 치르지 못할 거라는 말을 듣는다. 게다가 앞으로 7년간 조선 팔도에 젊은 남녀의 혼인을 금하는 '금혼령'이 내려질 거라고.


현선(소랑)은 개이의 말을 애써 무시하지만, 개이의 말대로 새어머니와 이복동생의 꾐에 빠져 혼인을 치르지 못하고 도망치는 신세가 된다. 바로 그날, 궁에선 세자빈이 정적들에 의해 살해당하는 끔찍한 일이 발생한다. 상심한 세자 헌은 세자빈의 자리가 비었다는 핑계로 금혼령을 내리고 그렇게 7년의 세월이 흐른다. 그동안 현선은 소랑으로 이름을 바꾸고 개이를 따라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금혼령 때문에 혼인을 치르지 못하는 연인들을 도와주는 일종의 커플 메이커로 일한다. 그러다 잡혀서 왕 앞으로 끌려가는데,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세자빈의 혼에 빙의할 수 있다는 '뻥'을 쳤다가 그대로 궁에 눌러앉게 되고 왕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간다...


<금혼령>은 뭐니 뭐니 해도 코믹한 장면들과 통통 튀는 대사가 일품이다. 하룻밤 사이에 양반집 규수에서 떠돌이 점쟁이로 신분이 낮아진 현선이 상심하기는커녕 이참에 '어둠의 시장'에서 '큰손'이 되어보겠다고 떵떵거리는 모습은 통쾌했고, 왕 앞에 끌려간 소랑이 세자빈의 혼에 빙의할 수 있다고 큰소리친 다음 온몸의 관절을 꺾으며 빙의한 척하는 장면은 언젠가 이 소설이 드라마화 또는 영화화된다면 영상으로 꼭 보고 싶다. 왕의 지밀 나인이 된 소랑이 왕과 티격태격할 때 던지는 대사들도 너무 재미있으니 책으로 꼭 보시길.


혼인을 금지하는 명을 내린 왕 자신이 사랑에 빠지는 모순적인 상황도 흥미를 돋운다. 여기에 소랑의 원래 약혼자인 신원까지 가세하며 삼각관계를 형성하니 재미가 없을 수가 있나. 웹소설 연재 당시에도 대박, 웹툰 연재 당시에도 별점 9.9를 기록하며 인기 행진을 이어간 이유를 알겠다. 기존에 출간된 종이책 역시 높은 인기로 인해 품절 사태를 빚었다고. 올봄, 기분 좋게 웃으며 읽을 수 있는 달달한 로맨스 소설을 찾는 독자에게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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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의무 - 정의당 이정미 정치산문집
이정미 지음 / 북노마드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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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이정미 의원님 응원합니다. 좋은 이야기가 많아서 읽는 내내 가슴이 벅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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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의무 - 정의당 이정미 정치산문집
이정미 지음 / 북노마드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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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출연할 때마다 어떤 분일까 궁금했다. 그래서 출간되자마자 구입했는데, 다른 책들 읽는다고 어영부영 미루다 이제야 읽었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저자가 노동 운동에 투신하고 정당정치에 입문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간략하게 서술되어 있고, 故 노회찬 의원에 대한 회고, 현재 정의당이 직면한 숙제, 저자의 목표와 비전 등이 실려 있다.


인상적인 대목이 여럿 있었는데, 첫째는 저자가 정치를 시작한 계기다. 저자는 2003년 민주노동자 당직자 생활을 계기로 정당정치에 입문했다. 당시만 해도 저자는 당원이었을 뿐 직접 정치를 해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 당직 제안이 왔을 때, 여성학을 공부하고 여성할당 제도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정작 당직은 거절한다는 게 어불성설이고 "자존심이 상하"는 일로 여겨졌다. 그래서 당직을 받아들였다. 더 많은 여성 리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하면서 스스로 리더가 되는 일은 두려워하는 여성(나 포함)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대목이다.


둘째는 저자의 언니 이야기다. 저자의 언니는 2003년 남편을 여의고 혼자서 중증 발달장애를 지닌 아들을 키우고 있다. 그런 언니가 2011년 저자에게 보자고 했다. 발달장애 아이의 엄마는 60세 이상 살기 어렵다고들 하는데, 마침 60세 이전에 사망하면 큰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상품이 나왔다면서 나중에 자기가 죽고 보험금이 나오면 그 돈으로 아이를 돌봐달라고 했다. 저자는 그때 언니 손을 잡고 "이런 보험에 들 필요가 없게, 국가가 이 아이를 책임지는 사회를 10년 만에 만들겠다."라고 다짐했다.


셋째는 뮤지션이자 작가인 요조와의 만남이다. 몇 해 전 저자와 요조는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치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대화를 하면서 두 사람은 각자에게 중요한 현대사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다. 저자에게는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과 1987년 6월 민주항쟁이 중요하게 인식된 반면, 요조에게는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직접적인 계기였던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과거에는 인정조차 못 받았던 '노동자'라는 단어가 지금은 널리 사용되는 것처럼, 앞으로는 여성이라는 단어가 지닌 함의가 더욱 다채롭게 이해되는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했다.


이 밖에도 이정미의 몰랐던 면, 새로운 면을 볼 수 있는 여러 편의 글이 실려 있다. 책이 두껍지 않고 글밥도 많은 편이 아니라서 금방 읽을 수 있고 술술 읽힌다. 정치인 이정미, 인간 이정미가 궁금한 분이라면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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