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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지에서 생긴 일
마거릿 케네디 지음, 박경희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7월
평점 :

1947년 여름 해변으로 유명한 영국의 휴가지에서 절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일어난다. 이 사고로 절벽 아래에 있던 호텔이 매몰되고 호텔 안에 있던 사람들은 다치거나 죽는다. 누가 봐도 천재지변으로 일어난 사고 같지만, 생존자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매몰된 호텔은 몰락 귀족인 딕 시달의 소유로, 그의 부인이 경제적으로 무능한 남편을 대신해 경영하고 있다. 시달 부인은 성수기인 여름 휴가철에 열심히 돈을 벌고 싶은데, 도착하는 손님들의 행색을 보아하니 돈을 많이 쓸 것 같지 않고, 그나마 여유가 있어 보이는 손님들은 직원들을 괴롭혀 직원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이 와중에 다른 호텔에서 쫓겨난 손님들이 흘러 들어와 호텔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된다.
영국 작가 마거릿 케네디의 소설 <휴가지에서 생긴 일>은 제목이나 설정만 보면 애거사 크리스티 풍의 미스터리 소설 같다. 아름다운 휴양지에 위치한 외딴 호텔, 그곳에 머무는 다양한 계층의 손님들, 그들 각자의 숨겨진 사연... 그런 것들이 펼쳐질 것 같고 실제로도 그렇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은 시체를 보여주면서 시작하는 반면, 이 소설은 시체의 존재는 알려주지만 누구의 시체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독자는 소설을 읽는 내내 스스로 탐정이 되어 이 중에 누가 시체가 되는지(또는 누가 누구를 시체로 만드는지)를 끊임없이 추리하며 읽을 수밖에 없다. 미리 알리건대 등장인물이 상당히 많으니 인물 관계도를 그리면서 읽으시라...
등장인물이 많다는 건 이점일 수도 있다. 이 소설의 경우에는 등장인물이 많은 만큼 인물들 간의 드라마도 많다. 로맨스, 미스터리, 스릴러 등. 무엇보다 이 소설은 결말이 인상적이다. (스포일러 주의) 소설의 후반부에 이르면 가난한 살림과 매정한 어머니 때문에 그동안 한 번도 파티를 해본 적이 없는 코브 부인의 세 딸을 위해 호텔 직원 낸시벨이 파티를 열어준다. 파티를 열어도 파티에 올 사람이 없다고 걱정하는 소녀들을 위해 낸시벨이 호텔 손님들과 직원들, 시달 가족까지 초대하는데, 결과적으로 이 초대에 응했는지 안 했는지가 문자 그대로 그들의 명운(命運)을 가른다. 지나치게 극적이고 교훈적인 결말이라고 안 좋아할 독자도 있겠지만, 남에게 작게라도 선행을 하면 나에게도 좋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말이라서 나는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