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숲 - 내 사랑은 그곳에서 피고 또 진다
이애경 지음, 이수진 사진 / 허밍버드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다른 건 몰라도 사랑은, 기나긴 산문보다 짤막한 시가 읽는 이의 마음을 울리는 경우가 많다. 

베스트셀러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의 저자 이애경의 신간 <너라는 숲>도 그렇다. 이 책에는 사랑과 이별을 숲에 빗대 표현한 글이 141편 실려 있다. 나는 이 책에서 긴 글도 좋지만 짧은 시가 더 좋다. 얼마 안 되는 단어가 사랑에 빠지기 직전 연인들의 설렘이나 사랑 한가운데에 있는 행복감을 여실히 드러낸다.




"모두 다른 말이지만 모두 똑같은 말. 결국 사랑한다는 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인들이(특히 여자들이) "사랑한다."라는 고백을 자주 듣길 원한다. 너무 욕심을 부리는 걸까 눈치가 없는 걸까, 아니면 상대가 정말 "모두 다른 말이지만 모두 똑같은" 그 말들을 자주 해주지 않은 걸까. 

진실은 두 사람만이 안다.




"혼잡한 도시 소음 속에 앉아 있는데 이상하게 편안해지는 마음. 불안하지 않은 그런 마음.

그리고 그 끝에 드는 생각. "아, 보고 싶다." "




"지는 것이 두려워 애초에 피지도 않으려 하는 것은 사람이 유일한 것 같다. 사랑이 유일한 것 같다.

사람은, 사랑으로 활짝 피어났던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것인데 의미 있는 일인데"




이 밖에도 아름다운 글이 제주도 등지에서 꾸준히 작업해 온 포토그래퍼 이수진의 사진과 어우러져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환상적인 기분을 연출한다. 잔잔한 음악을 들으면서 찬찬히 책을 읽으면 사랑하는 연인과, 혹은 한때는 사랑했던 사람을 생각하면서 아름다운 숲을 천천히 거닐다 나온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너라는 숲> 출간을 기념해 온라인 서점에서 도서를 구입하면 책 속 사진들을 엮어 제작한 <엽서북>을 사은품으로 준다. 소중한 사람에게 메시지를 적어 보내도 좋을 것 같고, 책 속에 나온 글귀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적어 나 자신을 위한 선물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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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22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보다 엽서가 더 좋아 보입니다. ^^;;
 
빨강의 자서전 - 시로 쓴 소설 빨강의 자서전
앤 카슨 지음, 민승남 옮김 / 한겨레출판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시로 된 소설. 형식은 새롭고 내용은 강렬하고도 애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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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의 자서전 - 시로 쓴 소설 빨강의 자서전
앤 카슨 지음, 민승남 옮김 / 한겨레출판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게리온은 괴물이었네 그의 모든 것이 빨강이었네 

아침에 이불 밖으로 코를 내밀었네 빨강 코였네 

그의 소떼가 빨강 바람 속에서 

족쇄를 끌고 다니는 빨강 풍경은 얼마나 거친지

빨강 새벽에 파고들었네 젤리 같은 게리온의 

꿈 (13쪽)


캐나다 출신의 시인, 에세이스트, 번역가, 고전학자 앤 카슨의 <빨강의 자서전>은 여러모로 특별하다. 첫째는 '시로 된 소설'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 최초의 서정시인 스테시코로스의 <게리오네이스>를 읽고 유실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시로 된 소설'이라는 형태를 고안했다. 그 결과 시처럼 보이지만 소설처럼 읽히는 독특한 작품이 탄생했다. 


둘째는 그리스 고전을 현대의 시어로 재창조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대학에서 고대 그리스어를 전공했고 이후 여러 대학에서 고전문학을 가르쳤다. <빨강의 자서전>은 그리스 신화 중에서도 헤라클레스의 12과업 중 열 번째 노역의 에피소드를 배경으로 한다. 특이한 점은 주인공이 헤라클레스가 아니라 헤라클레스가 화살로 쏘아 죽인 빨강 괴물 게리온이라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헤라클레스의 영웅 신화를 게리온의 러브 스토리 내지는 성장담으로 바꾼다. 


게리온은 어깨에 작은 빨강 날개를 달고 태어난 소년이다. 어머니를 포함해 주변의 그 누구와도 속내를 털어놓고 말하지 못하는 게리온은 오로지 '자서전'에만 자신의 내면을 기록한다. 어느 날 게리온은 헤라클레스라는 소년을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이내 게리온을 떠나고, 게리온만이 남아 헤라클레스에 대한 사랑을 지킨다. 시간이 흘러 대학을 졸업한 게리온은 외국에서 우연히 헤라클레스를 만나지만 그의 곁에는 새로운 연인이 있다. 


한때는 열렬히 사랑했던 사이지만 한 사람은 떠나고 한 사람은 남는다. 흔한 연애담이다. 저자는 '떠난 사람' 헤라클레스를 영웅, '남은 사람' 게리온을 괴물에 빗댄다. 당연하다. 떠난 사람은 내가 안중에도 없는데 남은 나만이 그 사람을 생각하고 심지어는 여전히 사랑하기까지 하니 미련스러운 괴물 맞다. 게다가 헤라클레스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멋지고 아름답다. 헤라클레스가 빛날수록 게리온은 자신이 더 깊은 어둠 속에 있다고 느낀다. 


사랑은 나를 기쁘게도 만들지만 비참하게도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이 귀하고 소중하게 느껴질수록 나란 존재는 초라하고 보잘것없이 느껴지곤 한다. 영웅을 숭배하다 못해 스스로 괴물이 되길 자처하고 영웅의 칼에 스러지길 바라는 마음은 의외로 멀지 않다. 나로부터 멀다고만 여겼던 웅장한 영웅 신화가 저자의 손을 거치니 친근하다 못해 꼭 내 이야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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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총 6부로 구성된다. 2부는 중국의 외교와 정치에 관한 내용이다. 이 책이 출간된 1974년만 해도 지금의 중국은 '중공', 대만은 '국부'라고 불렸다. 저자는 이 '명칭'에 관해 언급하며 중국 외교론, 중국 정치론의 포문을 연다.


옛날 공부자(孔夫子)는 그가 만약 제왕이 되면 맨 처음에 무엇을 하겠느냐는 제자의 물음에 대해서 "세상 사물의 이름을 정확하게 쓰도록 가르치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중략)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해서 중공문제를 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초적인 것은 용어의 문제이다. 이 글에서 자주 쓰이게 될 중공(中共)이라는 낱말과 중화(中華)인민공화국이 라는 말은 하나의 존재와 대상을 지칭한다. 그러나 중공이라는 표현과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개념은 아주 다르다. 그 내용이 어떻게 다르냐는 것은 개개인의 교육, 의식 수준 등 여러 가지 요소로 차이가 생기게 마련이다. (51~52쪽) 

70년대 중국(중공) 하면 문화대혁명이 떠오르는데, 대내적으로는 혼란스러웠어도 대외적으로는 많은 시도가 이루어졌고 대체적으로 성공했다. 대표적인 것이 1970년 4월 24일 최초의 인공내성 발사 성공이다. 이로써 중공이 경제, 과학, 군사 및 정치면에서 착실하게 '강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 중공은 유엔에 가입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1971년 마침내 유엔에 가입한다. 


중국(중공)의 부상은 대만(국부)에는 위기다. 1971년 중국이 유엔에 가입함과 동시에 대만은 유엔에서 축출되었으며, 많은 나라들이 대만과의 국교를 끊었다. 한국은 중국과 수교하지 않고 대만과 국교 관계를 유지하다가 1992년 8월 노태우 정부 때 중국과 수교를 맺고 대만과 단교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내실을 다지며 때를 보는 중국의 외교술은 지금과 거의 다르지 않다. 국제사회의 주역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제3세계 국가들에 대한 대외원조를 멈추지 않고, 정치적 마찰이 있어도 경제적 관계는 지속하지만 대만과의 관계에 있어서만큼은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오늘날과 같다. 


저자는 중국에 대해 "전형적인 수정주의라고 규탄하는 유고슬라비아와도 통상협정을 갱신할 만큼, 중공에 대한 적대적 행위를 일삼지 않는 국가와는 이데올로기와 사회체제의 차에 구애됨이 없이 적극적으로 무역의 확대에 힘쓰는 신축성 있는 자세이다." 라고 평가한다. 저자가 살아계셨다면 현재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를 두고 무역 보복을 하는 것을 두고 어떤 평을 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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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는 검은 접시에 담아라 - 상위 1% 고수의 장사 감각
우지케 슈타 지음, 전경아 옮김 / 라이스메이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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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자꾸만 가고 싶은 음식점이 있는가 하면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음식점이 있다. 자꾸만 가고 싶은 음식점의 비결은 뭘까? 음식의 맛? 저렴한 가격? 친절한 서비스? 편안한 분위기? '음식문화의 배후조종자'로 불리는 일본의 음식점 전문 비즈니스 컨설턴트 우지케 슈타가 쓴 <파스타는 검은 접시에 담아라>에는 손님이 자꾸만 찾고 싶게 만드는 음식점을 만드는 비결이 담겨 있다. 


돈을 버는 음식점은 손님의 심리를 잘 이용한다. 특히 여성 손님은 식당을 고를 때 화장실을 중요하게 평가한다. 여성에게 화장실은 단순히 용변을 보는 곳이 아니라, 화장을 고치고, 스타킹을 갈아 신고, 옷을 갈아입고, 휴식을 취하는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검은 접시에 파스타를 담는 것 역시 색채 심리학을 이용한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하얀 파스타를 검은 접시에 담을 때보다 하얀 접시에 담을 때 대략 22퍼센트를 더 담는다. 음식과 접시의 색이 대비가 약할수록 인간은 먹는 양을 의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손님이 먹는 양을 줄이면 뷔페식당 주인은 웃는다. 


메뉴를 구성하고,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하는 일련의 서비스 과정에도 심리학이 작용한다. 식당 주인이 팔고 싶은 상품은 '잘 팔리는 포지션'에 두도록 한다. '잘 팔리는 포지션'은 인간의 심층 심리를 생각하면 알 수 있다. 인간의 시선은 Z형으로 이동한다. 이 때문에 CM이나 포스터, 길가의 자판기마저도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주력 상품은 왼쪽 상단에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일본에선 매뉴얼에만 의존하고 임기응변에는 약한 '매뉴얼 신앙'에 대한 반성이 높아지면서 '탈 매뉴얼화' 바람이 불고 있다. 음식점 또한 기존의 매뉴얼을 버리고 새로운 문화,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이 좋다. 한국의 음식점 문화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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