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노 1
나리타 료우고 원작, 후지모토 신타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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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의 게임>, <나츠메 우인장>에 이어 <충사>까지 섭렵하고 나서 적적했는데, 드디어 올겨울에 볼 만화를 정했다(짝짝짝짝). 안 그래도 전부터 <듀라라라!!>가 재미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좋아하는 성우가 출연해 한 번은 보려고 했는데, 최근 대원씨아이에서 출간된 <바카노!>가 <듀라라라!!>의 원점이라는 사실을 알고 <바카노!>를 먼저 읽고 <듀라라라!!>를 읽기로 마음먹었다. 세계관이 워낙 장대해 겨울 안에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이랬는데 만화에 애니메이션에 라이트노벨까지 끝내면 ㄷㄷㄷㄷ). 


만화 <바카노!>는 2000년대 초반 출간된 나리타 료우고의 인기 라이트 노벨 <바카노!>를 후지모토 신타의 그림으로 코미컬라이즈한 작품이다. 나리타 료우고의 대표작은 <듀라라라!!>이며, <듀라라라!!>의 원점이 <바카노!>라는 말이 있을 만큼 두 작품의 세계관이 여러모로 연결된다. 나리타 료우고의 작품 세계의 특징은 시간축이 일정하지 않고 여러 시간대를 오가며,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군중극 중심이라는 것이다. <바카노!>라는 제목 또한 일본어로 바보, 멍청이를 뜻하는 '바카'에서 딴 게 아니라 이탈리아어로 대소동을 뜻하는 말에서 땄다고.





배경은 1927년 미국 뉴욕의 리틀 이탈리아.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이곳에는 이탈리아계 범죄 조직이 창궐해 있는데, 시칠리아 섬 출신의 이탈리아계 범죄 조직을 가리켜 '마피아'라고 부르고, 나폴리 출신의 이탈리아계 범죄 조직을 가리켜 '카모라'라고 부른다.





주인공 필로 플로센초는 카모라의 말단 조직원으로, 겉보기에는 얼굴도 앳되고 힘도 약해 보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누구보다 잔인하고 자기 몸 하나는 잘 지킨다. 필로의 지인으로는 클레어와 간돌 삼 형제가 있는데, 간돌 삼 형제는 마피아의 간부인 아버지의 뒤를 이어 현재 마피아로 활동하고 있다.





필로는 자신이 속한 조직인 카모라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조직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러던 어느 날 간돌의 보스가 어떤 자에게 당한 것 같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필로는 자신에게 친형제나 다름없는 간돌을 구하러 가고 싶다고 카모라의 보스에게 간청하고, 카모라의 보스 야구루마는 '너는 이미 이쪽의 인간'이라며 필로를 질책한다.





보스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필로는 간돌을 구하러 가는데, 그러다 어느 골목에서 '세 가지 선행을 하면 사탕을 세 개 주고 악행을 세 가지 하면 철심을 세 개 준다'고 말하는 '팬텀 파더(괴인 신부)'를 마주친다. 필로는 신부가 간돌의 실종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 신부를 공격하는데, 신부는 필로의 공격을 받고도 상처 하나 입지 않고 멀쩡히 살아나는 기묘한 모습을 보인다. 대체 이 신부의 정체는 무엇일까. 


전체 줄거리가 궁금해서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바카노!> 1권은 전체 줄거리의 10분의 1, 아니 100분의 1에도 못 미칠 만큼 작은 내용인 것 같다. 1927년이 배경인 이야기로 시작해 1700년대로 시간축이 바뀌었다가 나중엔 2000년대로도 바뀐다고. 필로 플로센초도 꽤 귀여운데, 필로 플로센초보다 훨씬 멋있고 강렬한 캐릭터도 많이 등장한다고 하니 기대된다. 어서 다음 권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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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디 + 메리 5
사마미야 아카자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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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디 메리>는 죽고 싶어도 죽지 않는 불사의 흡혈귀 '메리'와 메리를 죽일 수 있는 힘을 지닌 유일한 엑소시스트 '마리아'의 콤비 플레이를 그린 미스터리 판타지 만화다. 이번 5권에서는 원래 흡혈귀는 검거나 하얀 머리색을 갖고 있으며 수명이 유한하지만, 메리는 특이하게도 붉은 머리색을 갖고 있고 죽지 않는 존재라는 사실이 밝혀져 미스터리함이 더해진다. 


지난 4권에서 마리아는 마리아의 어머니 유키 시온의 오빠, 즉 마리아의 외삼촌이라고 주장하는 유키 시노부를 만나게 된다. 시노부는 마리아의 아버지 유세이가 그의 아버지 이자크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그러한 숙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시노부, 시온 남매를 만났으나 결국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고 전해준다.





이번 5권에서 메리와 마리아는 시노부의 제안으로 시노부의 사부가 있는 영국으로 가게 된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삼촌과 한 방에서 묵게 된 마리아는 잠든 메리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상념에 잠긴다. 오래전 흡혈귀를 퇴치할 수 있는 아버지를 죽인 메리. 한동안 그 기억을 잊었다가 이제야 그 기억을 떠올린 메리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내심 걱정이 되는 듯하다('어느 쪽이건 아무렴 어때? 어차피 마지막엔 죽일 건데.' 이 대사, 좀 섬뜩했다 ㄷㄷㄷㄷ).





시노부의 사부가 있는 성에서 간 메리와 마리아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시노부의 사부... 가 아니라 빨간 눈의 마녀 스칼렛 하이드라. 깜찍한 외모와 달리 하이드라의 정체는 흡혈귀인데, 마리아의 피를 빨아 힘을 키우고 싶어 하는 대부분의 흡혈귀와 달리 하이드라는 마리아의 피에 일절 관심이 없다. 하이드라 왈, '그런 거(피)에 의지하지 않아도 충분히 강하니까!' ㅎㅎㅎㅎ


하지만 흡혈귀의 본성을 발휘하면 순식간에 피 냄새를 풍길만큼 강하다. 그런 하이드라가 시선을 빼앗기는 존재는 다름 아닌 메리. 하이드라와 메리의 관계도 흥미롭다.





날이 밝자마자 시노부의 사부를 만나러 간 메리와 마리아는 시노부의 사부가 여행 중이며 백의의 미녀 릴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릴리는 메리를 보더니 흡혈귀는 원래 검거나 하얀 머리색을 갖고 있으며 수명이 유한하다며, 붉은 머리의 흡혈귀가 자연히 태어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알려준다. 


시노부의 사부가 말하길, 만일 붉은 머리 흡혈귀를 만난다면 그 자는 원래 인간이었을 것이라고. 인간을 사랑한 흡혈귀는 붉은 머리 흡혈귀가 된다는데, 그렇다면 원래 인간이었던 메리에게는 사랑하는 흡혈귀가 있었고 그 결과 메리마저 흡혈귀가 된 걸까. 아직 드러나지 않은 메리의 과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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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파이터 타베루 3
우스타 쿄스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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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다 마사루>로 유명한 일본 만화가 우스타 쿄스케의 최신 연재만화 <푸드파이터 타베루>는 제목 그대로 푸드파이터로 활동하는 타베루의 코믹한 일상을 그린다. <멋지다 마사루>와 마찬가지로 아무 생각 없이, 그야말로 정신을 바닥에 내려놓고 보면 딱 좋은 만화다.


지난 2권에서 타베루는 푸드파이터들의 성지인 'TV 도쿄'로 향한다. 전국의 푸드파이터들이 모여 기량을 겨루는 <망했다... 전국 빌어먹을 대식 자랑!!> (가제)에 출연하기 위해서다. 우여곡절 끝에 지역 1차 예선을 통과한 타베루는 이어지는 2차 예선에 임한다.





2차 예선에서 타베루와 같은 팀인 야오토메 카모메는 여려 보이는 인상과 달리 엄청난 식욕을 자랑하며 중견전을 1위로 돌파한다. 덕분에 타베루 팀은 한 번에 5000포인트를 득점하며 1위가 되고, 2위인 짓초쿠 일문 팀과 5100포인트 차이라는 어마어마한 간격을 벌린다. 


야오토메 카모메의 '두 얼굴'은 지난 2권에 자세히 나오니 궁금한 분은 한 번 보시길. 처음엔 카모메가 얼굴도 예쁘장하고 성격도 사근사근해서 우마미치 또는 타베루와 썸이라도 탈 줄 알았는데, 얼마 못 가 본색을 드러내더니 지금은 타베루보다 훨씬 잘 먹는 대식가의 본성을 마구 발휘하고 있다(이럴 줄은 몰랐네) ㅋㅋㅋㅋ





이대로 푸드파이터들의 대결을 보여주며 이야기가 진행되는가 싶었으나, 독자가 예상하는 대로 이야기를 전개할 작가가 아니다. 작가는 여기서 갑자기 아무도 예상치 못했을 드립을 날린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승부라는 것이다. 만화가의 스케줄 조정과 마찬가지다...!" 이게 웬 뜬금포 ㅋㅋㅋㅋ





이 때부터 시작되는 만화가 드립이 어찌나 웃기던지. 그리기 귀찮다고 컷 하나를 비우지 않나. 인물들을 전부 졸라맨으로 그리지 않나. 어시스턴트한테 넘길 부분이라며 일부러 어려운 그림을 그리도록 지시하지 않나. 만화가들이 작업하는 방식을 잘 아는 독자라면 분명 숨이 넘어가도록 웃게 될 것이다 ㅋㅋㅋㅋ 


참고로 이번 3권에는 작가 우스타 쿄스케에게 지적질을 하는 담당 편집자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작가 VS 편집자 만화 대결이 실려 있다. 만화가 드립도 그렇고, 편집자와의 대결도 그렇고, 평소에 작가님이 쌓인 게 많았나 보다 ㅋㅋㅋㅋ





만화가 드립이 끝나고 이제는 이야기가 제대로 진행되려나 했더니 '첫걸음! 푸드파이트를 해보자'라는 새로운 드립 시작 ㅋㅋㅋㅋ 푸드파이터들만이 공유하는 뜨거운 것을 먹을 때의 대처법, 딱딱한 것을 먹을 때의 대처법 등을 알려준다고. 


안 그래도 유튜브에서 많이 먹기 영상을 볼 때마다 뜨거운 것을 어떻게 먹는지, 많이 씹으면 이나 턱이 아프지는 않은지 궁금했기에 큰 기대를 가졌으나 애초부터 그런 걸 진지하게 알려줄 만화가 아닌 걸 잊었네? ㅋㅋㅋㅋ 


이 밖에도 다양한 드립이 펼쳐져 읽는 내내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작가님은 대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런 드립을 생각하시는 걸까? 다음 4권에선 어떤 기발한 드립이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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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세컨드 8
미쯔다 타쿠야 지음, 오경화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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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세컨드>는 전설의 야구 만화 <메이저>의 후속편에 해당한다. <메이저>의 주인공 시게노 고로가 일본 야구를 평정하고 미국 메이저 리그에서도 승승장구했으니 더 나올 이야기가 없을 것 같은데, 작가는 여기서 다른 수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바로 시게노 고로의 아들 시게노 다이고의 성장을 그리는 것이다 ㅎㅎㅎㅎ


일본 야구를 넘어 미국 메이저 리그까지 평정한 최고의 야구 선수 시게노 고로의 아들 시게노 다이고. 조건만 보면 다이고는 시게노 고로를 뛰어넘는 선수가 되어야 마땅하다. 맨땅에 헤딩하듯 야구를 시작한 아버지와 달리 다이고는 아버지의 후광과 전폭적인 지원 아래 야구를 시작했으니 고충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다이고는 나름대로 고충이 있다. 운동선수는 선천적으로 운동에 타고난 체격과 천부적인 운동 신경을 갖춰야 하는데, 다이고는 체격이 아버지만큼 뛰어나지도 않고 천부적인 운동 신경도 아직 발현되지 않았다. 여기에 유명인 2세라는 낙인까지 더해져 뭘 해도 남들보다 더 큰 기대를 받고 더 큰 실망을 하니 다이고는 죽을 지경이다.





그런 다이고에게 용기와 위안을 준 존재가 사토 히카루다. 히카루는 시게노 고로의 라이벌이자 절친인 사토 토시야의 아들, 즉 다이고와 마찬가지로 유명인 2세다. 다이고는 야구를 피하다가 히카루의 제안으로 야구를 다시 시작하게 되고, 히카루와 함께 열심히 연습하여 리틀 야구 대회에 출전한다. 


이번 8권은 지난 7권에 이어 리틀 야구 대회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리틀 야구 대회에는 시게노 고로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마유무라 켄'의 아들 '마유무라 와타루'와 딸 '마유무라 미치루' 남매도 출전한 상태다. 이 중에서 미치루는 초등학생인데도 시속 120km 강속구를 던질 정도로 실력이 대단하다.





지난 7권에서 안경이 망가지는 바람에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선취점을 허용한 히카루는 기적처럼 다른 안경을 구해 쓰고 컨디션을 회복한다. 하지만 상대 팀은 이미 히카루의 피칭을 속속들이 분석한 상태이고, 히카루 또한 상대 팀의 페이스에 말려 원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상대 팀의 4번 타자 마유무라 와타루를 맞이한 히카루와 다이고 - 배터리인 두 사람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까.


히카루의 피칭을 간파하려는 미츠루와 자신의 전략을 간파당하고 싶지 않은 히카루의 심리 대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히카루는 감독에게 자신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다른 선수를 올리라고 부탁한다. 언제나 자신감 넘치고 긍정적인 모습만 보였던 히카루가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처음이라서 낯설었다. 히카루도 위기에 몰리면 약해지는구나. 





사실 이 만화를 볼 때마다 초등학생 선수들이 이 정도의 경기를 펼치는 건 만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이 정도의 경기를 펼치는 초등학생 선수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의 마음 자세로 야구를 대하는 초등학생 선수들은 충분히 있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아버지와 자신의 명예가 걸린 일이라면. 


이번 8권은 히카루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지만, 다음 9권에서는 주인공 다이고의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다이고는 언제쯤 아버지라는 벽을 넘고 자신만의 야구를 하게 될까. 다음 9권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그 과정을 계속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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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마니아 3
쿠제 가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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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마니아>를 처음 읽었을 때만 해도 이 만화의 매력을 잘 알지 못했다. 작가가 왜 하필 배경을 가상의 '토리마니아'로 설정했는지, 인물들이 날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날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니 재미가 없고, 재미가 없으니 매력도 못 느꼈다. 


그런데 2권을 읽고 3권을 읽으면서 점점 이 만화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이제는 다음 권이 나오길 목이 빠져라 기다릴 정도다!). 겉보기에는 판타지를 가미한 코믹 만화 같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이 만화는 만화의 형식을 빌린 고도의 풍자 내지는 비판이라는 생각이 든다. 굳이 비유하자면 <세인트 영멘>에서 웃음기를 살짝 덜고 진지함과 독함을 더했달까.


<토리마니아>는 일본인 소녀 아카리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날개를 가진 '새 인간'이 사는 나라 '토리마니아'로 유학을 가면서 겪게 되는 일을 그린다. 토리마니아 사람들은 날개를 가진 채 태어나고 날 수도 있지만 어릴 때 날개를 접는 법을 배우면서 점점 날지 않게 되고 나는 법을 잊게 된다.






날개를 접고 나서 나는 법만 잊는 게 아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그림 그리는 재주를 스스로 하찮게 여기고 구직 활동에 매달리고, 사랑에 빠진 사람은 사랑을 잃고 상처받는 게 두려워 고백하기도 전에 사랑을 포기한다. 그렇게 다들 자신의 본성과 개성을 숨기거나 포기한 채 평범하고 재미없는 삶을 택한다. 눈치챘겠지만 이는 개개인이 고유한 능력을 펼쳐보기도 전에 억압하는 현대 사회에 대한 비유다.


구직 활동 중인 미대생 '츠루모토 비앙코'가 대표적이다. 츠루모토는 미대 동기들은 물론 교수님도 인정할 만큼 대단한 실력의 소유자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믿지 못하고 장래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혀 구직 활동에 매달린다. 하지만 취업과 거리가 먼 미대 출신인 데다가 성격이 모나서 구직 활동은 번번이 실패한다. 


실패로 인한 상처 때문인지 츠루모토는 입만 열면 타인은 물론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도 염세적인 말만 늘어놓는다(=독설왕). 이번 3권에서 츠루모토가 남긴 명언은 "일하고 싶진 않지만 일하지 않는 건 절대 싫어요" ㅎㅎㅎㅎ 공감은 하는데 이런 말에 공감한다는 사실이 참 암담하다...






'오우노 세룰리아'는 뛰어난 외모로 뭇 여성들의 마음을 홀리는 연애의 고수이지만 정작 가장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은 얻지 못하는 사랑의 하수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좋다는 직업 다 마다하고 우편배달부가 될 만큼 순정파이면서, 사랑하는 여자에게 자신의 마음 한 번 고백하지 못하는 소심남이다. 


그런 오우노가 보기에 일부 남성들이 연애를 하고 싶어 하면서도 연애를 하지 못하는 건 연애 상대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자는 성가셔, 여자는 제멋대로야, 여자는 글러먹었어... 이런 식으로 평가를 내리고 잣대를 들이밀면 이 세상에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물론 남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작가의 성별이 여성인지 남성인지 모르겠지만 여성의 심리에 대해서도 제법 잘 아는 것 같다. 아카리와 우즈하시, 스즈메도와 친구 2인의 고기 파티 장면을 보면 만화나 게임 속 2차원 남성 캐릭터에 빠지는 여성의 심리가 잘 드러나 있다. 현실 남성에 대한 실망과 환멸이 2차원 남성에 대한 열광으로 이어지고, 2차원 남성에게 몰입할수록 현실 남성은 더욱 좋아할 수 없게 되는 무한 루프(남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에서 요즘 인기 있는 여자 아이돌 대부분이 '우리 반에 있었다면 2번째 레벨이었을' 용모 레벨이라는 지적도 재미있다. 그림의 떡 수준의 외모를 아이돌보다는 손이 닿을 듯한 외모가 좋지만, 그렇다고 아주 평범한 외모는 안 되고 학급에서 2번째 수준은 되어야 한다니. 어렵다 어려워 ㅎㅎㅎㅎ 


인물들 간에 교차하는 연애 감정과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야기 전개도 매력적이다. 내가 이 만화에 이렇게 푹 빠질 줄이야! 어서 다음 권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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