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베 얀손, 일과 사랑
툴라 카르얄라이넨 지음, 허형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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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베 얀손이 무민 원작자라는 사실 외에 아무 정보도 없이 무심코 이 책을 읽었다가 어젯밤 내내 가슴이 떨려서 혼났다. 당대의 가치관과 싸우며 경제적 고난을 딛고 성공한 예술가에 관한 서사는 차고 넘치지만, 토베 얀손은 그에 더해 순수 미술과 상업 미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 무법자이자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하다', '이성애 외의 사랑은 죄악이다'라는 당대의 가치관에 당당하게 대항한 혁명가였다. 


토베 얀손은 1914년 조각가인 아버지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우표 디자이너인 어머니 슬하에서 장녀로 태어났다.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난 토베는 어려서부터 미술 교육을 받았고, 자유분방한 집안 분위기에 익숙했던 탓인지 학교생활에는 잘 적응하지 못했다. 토베는 순수 미술을 공부했으나 생계를 위해 일러스트, 벽화 작업을 꾸준히 했고, 1945년 <무민 가족과 대홍수>를 발표하면서 동화 작가로 발을 넓혔고, 몇 년 후엔 영국 '이브닝 뉴스'에 만화를 연재하고 성인 대상의 동화, 에세이 등을 발표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일과 사랑은 일생 동안 토베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일이 우선, 그다음이 사랑 순- 이었다. 토베의 인생과 예술은 단단히 엮여 있었다. 토베는 자신의 인생을 글로 쓰고 그림으로 그렸고, 친구들, 그녀가 살았던 섬들과 여행지들, 개인적인 경험들 같은 가까운 존재들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9쪽) 


토베 얀손의 생애는 크게 일과 사랑으로 나눌 수 있고, 그 둘은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 토베는 평생 한 번도 결혼하지 않았지만 토베의 곁에는 항상 연인이 있었고 그중엔 남성도 있었고 여성도 있었다. 토베는 가족과 연인을 포함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작품에 적극적으로 반영했으며, 토베 얀손의 대표작 무민 동화는 토베 얀손의 생애와 심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작가의 개인사와 관련이 깊다(무민 동화에 나오는 스너프킨과 투티키는 각각 토베가 평생 동안 가장 사랑했던 남성 파트너와 여성 파트너를 모델로 만든 캐릭터이다). 


토베 얀손은 끝내 일과 사랑을 모두 쟁취했지만 시련도 수없이 겪었다. 토베는 아버지와 오랫동안 불화했으며, 무민으로 성공하기 전까지 생계가 불안정한 시기도 길었다. 토베가 무민으로 큰 성공을 거둔 후에도 핀란드에선 오랫동안 무민 동화가 출간되지 않았고 신문에는 토베를 비하하는 글이 공공연히 실렸다. 토베는 순수 화가로서 인정받고 싶었지만 핀란드 미술계는 토베가 미술계의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자기 색채가 분명하지 않다며 토베를 인정하지 않았다. 


토베 얀손은 왜 마땅한 평가를 받지 못했을까. 어린애들이나 보는 동화를 그려서? 신성한 미술을 돈벌이에 이용해서? 현실 도피적이고 문제의식이 낮은 작품을 남겨서? 


명분이 무엇이든 진짜 이유는 토베 얀손이 여성이고 동성애자라는 사실이었다. 남성 작가들은 토베가 무민으로 큰 성공을 거두기 전부터 토베가 자신들의 일감을 빼앗는다고 대놓고 비난하고 연줄이 있다고 모함했다. 토베는 동성애는 범죄다, 죄악이다 라고 외치는 익명의 전화도 수없이 받았다. 토베는 오랫동안 핀란드를 떠나고 싶어 했고 여러 차례 이민 갈 계획도 세웠지만 끝내 핀란드를 떠나지 못했다. 그렇게 토베를 박해했던 핀란드가 무민으로 어마어마한 관광 수입을 올리고 있으니 이 얼마나 모순인가. 


이 책에는 토베 얀손이 남긴 그림의 도판이 150여 점이나 실려 있어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무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도 이 책을 읽으면 토베 얀손의 매력에 빠지고 무민 월드를 궁금해하지 않을까. 나는 이 책을 읽자마자 12월 3일까지 열리는 무민 원화전 티켓을 예매했다. 전시가 끝나기 전에 이 책을 만나서 천만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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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열걸 3
미야기 아야코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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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필력이 대단하다. 여러 솜씨를 재미나게 엮는 솜씨가 탁월하다. 결말도 산뜻해서 마음에 쏙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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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열걸 2
미야기 아야코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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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로 주는 미니 스카프가 탐나서 샀는데 예상보다 책이 재미있어서 전권 다 구매해 읽었습니다 . 넘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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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열걸 2
미야기 아야코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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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열걸>은 2016년 인기리에 방영된 이시하라 사토미 주연의 일본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의 원작 소설이다. 패션 잡지 편집자가 되고 싶어서 출판사에 입사했지만 웬일인지 교열부에 배치되어 매일 같이 글씨가 빽빽하게 들어찬 원고와 씨름하고 있는 고노 에츠코의 일과 사랑을 유쾌하게 그린 작품이다. 


소재로 보나 줄거리로 보나 전형적인 칙릿 소설이지만 여러 면에서 예상을 벗어나고 기대를 뛰어넘는다. 물론 좋은 쪽으로. 일단 고노 에쓰코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꾹 참고 남한테 폐 끼치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전형적인 일본 소설 여주인공 캐릭터와 거리가 멀다. 상대가 선배이건 상사이건 유명 작가이건 할 말이 있으면 해야 직성이 풀리고, 일도 사랑도 원하는 것이 있으면 기를 쓰고 얻어내는 성격이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교열부 소속인데도 패션모델 뺨치게 옷을 잘 차려 입고 다니는 것 역시 고노 에쓰코의 독립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을 잘 보여 준다. 


칙릿 소설의 핵심 테마인 젊은 여성의 일과 사랑 외에 다루는 소재가 풍부하다. 고노 에쓰코가 교열을 보는 매체가 바뀔 때마다 문학계, 잡지계, 패션계의 업계 특성 및 비화를 풍성하게 소개하고, 나아가 고노 에쓰코가 몸담고 있는 출판계의 풍토와 출판사 내의 권력관계 등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세히 설명한다. 픽션인 만큼 과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업계 종사자라면 고개가 끄덕여질 만한 대목이 제법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인가, 잘하는 일을 할 것인가. 전 3권에 달하는 긴 이야기가 궁극적으로 이 주제로 수렴되는 점도 흥미롭다. 패션 잡지 편집자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에쓰코는 3권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흥미와 적성이 별개라는 사실을 깨닫고 때늦은 진로 고민에 빠진다. 일이냐 사랑이냐 하는 고민은 의외로 깔끔하게 해결되는 점도 좋다. 다가오는 주말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신나게 읽을 만한 소설을 찾는다면 <교열걸>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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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책 읽기 - 대통령에게 권하고 시민이 함께 읽는 책 읽기 프로젝트
이진우.김상욱.김윤태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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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책 읽기>는 사회 각계의 명사 26인이 대통령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추천하는 책이다. 일단 이 책에 참여한 명사의 면면이 화려하다. 목수정, 서민, 안대회, 오찬호, 우정아, 이정모, 이진우, 정희진, 주경철, 하지현 등 그동안 글과 강연, 책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언하고 대중과 소통해온 학자와 작가들이 주로 참여했다. 


추천 도서도 하나같이 인상적이다. 기생충 박사로 유명한 단국대 교수 서민은 '남성의 성공 뒤에는 아내가 있지만, 아내를 가질 수 없는 여성은 성공하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하며 <아내 가뭄>을 추천하고, 사회학 연구자 오찬호는 일반 주택 거주자가 임대 주택 거주자를 비하하고 멸시하는 상황을 고발하며 <사당동 더하기 25>를 소개한다. 여성학자 정희진은 양성평등을 저해하는 가족과 이성애 제도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치와 권력의 속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정찬의 소설 <얼음의 집>과 <완전한 영혼>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갑질을 피하기 어려운 사회이지만, 사실 세상은 '갑을' 관계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 '갑을병정......' 매 순간 상황이 바뀐다. 언제 어떤 위치에 있게 될지 모른다. 권력 행위는 중단되지 않는다. 삶은 자신이 참여한 혹은 개입된 권력에 대한 사유여야 한다. (정희진, 123-124쪽)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하지현의 추천 도서 <광기의 리더십>도 흥미롭다. 이 책에 따르면 상식적인 판단을 하고, 정상적인 심리 상태를 유지하며, 타인과 잘 공감하면서 모두와 잘 지내는 소통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뛰어난 지도자가 되는 건 아니다. 위기 상황을 여러 차례 겪거나 불안이나 우울증,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은 정상성 안에서만 살아온 사람보다 창의성과 현실주의, 공감 능력, 회복력 등이 뛰어나 우수한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도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로봇의 부상>, <사피엔스>, <시민권과 복지국가>, <식품 정치> 등 현재 한국 사회가 당면해 있는 문제에 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은 물론, <군주론>, <유토피아>, <열하일기> <명상록>, <징비록> 등 예부터 동서양의 권력자들이 즐겨 읽었던 고전도 목록에 올랐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책을 가이드북 삼아 추천 도서를 부지런히 독파한다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대한민국이 더 나은 나라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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