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자이언트 익스플로러 6
이시즈카 신이치 지음, 장지연 옮김, Number 8 스토리 디렉터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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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걸어도 아깝지 않은 것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복 받은 삶이라고 생각한다. <블루 자이언트 익스플로러>의 주인공 미야모토 다이에게 있어서 인생을 걸어도 아깝지 않은 것이란 아주 높은 확률로 '재즈'일 것이다. 세계 최고의 재즈 뮤지션이 되겠다는 꿈 하나만 가지고 무일푼으로 일본, 유럽을 거쳐서 미국으로 온 열정만 보아도 알 수 있다. ​ 


서부에서 동부로 향하는 여정. 생활비가 떨어진 다이는 앨버커키에서 재즈 레슨 아르바이트를 한다. 덕분에 돈도 벌고, 다양한 이유로 재즈를 사랑하는 사람들과도 만난다. 그 모습을 보고 감명 받은 안토니오는 다이의 새로운 밴드 멤버로 합류하기로 한다. 다이와 안토니오는 재즈 대학이 있을 만큼 재즈의 인기가 높은 텍사스로 향한다. 하지만 다이는 일본인, 안토니오는 멕시코인이라는 이유로 연주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미국 남부의 인종 차별이란...) ​ ​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한 재즈 클럽에서 연주할 기회를 얻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조드라는 드러머를 만난다. 뉴욕 음대 출신의 실력자인 조드는 학력도 없고 빛나는 경력도 가지지 못한 다이와 안토니오를 낮잡아 본다. 실력을 보여줘도 조드의 태도에는 변화가 없다. 실망하는 안토니오와는 달리, 더욱 연습에 매진하는 다이의 근성이랄지 열정이 대단하다. 과연 조드는 새로운 밴드 멤버로 합류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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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개의 힘 1~2 - 전2권
돈 윈슬로 지음, 김경숙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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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의 각본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가 한 방송에서 '인생 책'으로 소개했다고 해서 구입한 책이다. 구입하고 보니 1,2권으로 되어 있는 데다가 주요 인물 및 단체 목록이 인쇄된 종이가 따로 제공되어서 완독하는 데 시간이 한참 걸릴 줄 알았는데 다행히도 그렇지 않았다.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의 캐릭터가 강렬하고 매력적이며, 이야기 전개가 빠르고 예측을 불허해서 예상보다 훨씬 빨리 읽었다(과연 김은희 작가님이 추천하실 만하다). 


소설은 미국 법무부 마약 수사 전담반 요원인 아트 켈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샌디에이고의 난민촌에서 자란 아트는 어려서부터 마약 중독자들이 어떤 식으로 자기 삶을 망치고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지를 똑똑히 봐왔다. 그래서 아트는 CIA를 거쳐서 마약 수사 전담반에 들어갔을 때 더 이상 미국 땅에서 마약이 거래되는 일은 없게 할 거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업무를 시작하고 보니 현실은 그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알고 보니 미국의 정치인들은 중남미 공산화를 견제한다는 명목으로 마약 조직들의 뒤를 봐주고 있었고, 그들이 보기에 아트는 현실을 전혀 모르고 날뛰는 하룻강아지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 놓인 아트가 어떤 식으로 마약 단속반에서 자신의 야망을 이뤄가는지를 그리는 한편, 멕시코의 마약 조직 보스 아단, 뉴욕 출신의 킬러 칼란, 고급 매춘부 노라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각의 서사도 재미있지만, 각자 다른 출신과 배경을 지닌 인물들이 교차되는 장면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역사에서 정치와 마약, 마피아가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고, 이것이 중남미의 역사 및 정치와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드라마로 매끄럽게 풀어낸 솜씨가 훌륭하다.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된다면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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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p the sunshine. 햇살을 간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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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네이드 할머니
현이랑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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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추리 소설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가 창조한 탐정 '미스 마플(제인 마플)'은 평범한 할머니의 모습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않으면서 사건 현장을 조사하고 용의자들을 심문하며 범인을 찾아낸다. 현이랑 작가의 소설 <레모네이드 할머니>의 주인공도 바로 그런 할머니 탐정이다. 소설의 배경은 거액의 돈을 낸 노인들만 입소할 수 있는 최고급 치매 노인 요양병원이다. 주인공 레모네이드 할머니는 요양병원의 땅 주인이라는 소문이 파다한, 괴팍한 성격의 초기 치매 환자다. 


'모든 일이 매끄럽게 처리되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이곳에서 어느 날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상주하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노인인 이곳에서 갓 태어난 아기의 시체가 비닐에 싸여 버려진 상태로 발견된 것이다. 병원 측은 병원의 이미지가 훼손될 것을 염려해 사건을 은폐하려고 하는데, 우연히 그 현장을 목격한 레모네이드 할머니가 범인 찾기에 나선다. 때마침 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는 엄마를 보러 온 여섯 살 소년 '꼬마'가 할머니의 범인 찾기에 합세한다. 과연 할머니와 꼬마는 무사히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초기 치매 환자인 할머니와 어린 소년이 콤비를 이루어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 소설인 한편, 비단 요양병원뿐 아니라 한국 사회 곳곳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고발, 폭로하는 성격의 사회 소설이기도 하다. 같은 노인이라도 돈이 있어야 대접받고, 돈 있으면 돈만 믿고 사람들한테 갑질하고, 갑질 당해도 돈 때문에 항의 한 번 못하고, 항의하면 직장에서 쫓겨나고, 겉으로는 착한 척 깨끗한 척하는 사람이 뒤로는 아랫사람들에게 갑질하고 범죄와도 연결되어 있는 모습까지 한국 사회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서 오랫동안 뒷맛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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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섬 사비의 기묘한 탄도학 Untold Originals (언톨드 오리지널스)
배명훈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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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 작가의 <타워>를 읽었을 때 인상적이었던 것은 소설의 배경이 되는 국가가 647층의 초고층 빌딩이라는 것이었다. 국가의 형태가 수평이 아닌 수직일 때 벌어질 법한 일을 상상하다니. 발상이 기발하고 놀랍다는 생각을 하면서 소설을 읽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배명훈 작가의 신작 <우주섬 사비의 기묘한 탄도학>도 비슷하다. 


소설의 배경은 화성 인근의 스페이스 콜로니 '사비'다. 사비는 휴지심 모양을 닮은 원통형의 행성으로, 사람들은 휴지심 바깥쪽이 아니라 안쪽에서 산다. 당연히 지구와 다르게 중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총을 쏘면 총알이 포물선을 그리지 않고 휘어지며 떨어진다. 이런 사비에 '이초록'이 온다. 사비예술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친구 '김구름'의 꿈을 훔쳐서 사비에 온 초록은, (대구대학교가 대구에 없듯이) 사비예술대학은 사비에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좌절한다.


이후 이초록은 사비에서 '서운관'이라는 일종의 점집을 운영하는 고모가 '뒤를 봐줘서' 주소국장에 취임한다. 그 대가로 공직에서 얻는 정보를 고모에게 제공하기로 한 초록은, 일견 평화로운 신생 국가처럼 보이는 사비가 실은 국가 초기에 주인 없는 이권을 노리고 모여든 각종 세력들이 암약 중인 상태라는 걸 알게 된다. 그러다 거리 곳곳에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지는 기이한 과녁을 발견하는데, 전술했듯이 사비는 원통형 모양의 행성이기 때문에 표적을 정확히 조준해서 제대로 총을 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과감히 총을 겨누는 이 자(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휴지심 모양의 행성이라니. <타워>의 설정만큼이나 기발하고 강렬한 발상에 혹하지 않을 수 없었고, 혹한 만큼 빠른 속도로 즐겁게 읽어내려갔다. 무법 상태나 마찬가지인 신생 국가에서 군대, 경찰, 폭력 조직 등 다양한 세력들이 갈등을 빚고 충돌하는 이야기가 좀 더 구체적으로 전개되었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대부>의 스페이스 오페라 버전이랄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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