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거나 오해하거나 - 소심한 글쟁이의 세상탐구생활
김소민 지음 / 서울셀렉션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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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 10년 차. 갑자기 견딜 수 없는 허리 통증이 찾아온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이해하거나 오해하거나>의 저자 김소민은 휴직을 신청하고 산티아고로 떠났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가 생각난 사람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의 답장을 받고 독일로 가서 그와 결혼했다. 그를 따라 부탄에도 갔다. 허리가 아파서 휴직을 신청했을 때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다.


이 책은 저자가 9년에 걸쳐 스페인, 독일, 부탄 등지에서 타향살이를 하며 만나고, 생활하고, 경험하고, 배운 것들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독일에서 저자는 자신의 상식을 뛰어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베르트는 아침마다 계란 하나 삶아먹는 데 갖은 수고를 들인다. 계란 삶기 전용 기계에 계란을 삶아서 계란 전용 숟가락으로 파먹는다. 그냥 숟가락으로 파먹으면 맛이 다르단다. 홍보 회사에서 일하는 에른스트는 알몸주의자이다. 왜 벗고 싶냐고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생각해봐. 왜 어떤 부분은 가리게 됐는지. 성기나 무릎이나 다 몸인데 말이야. 교육이나 종교라는 이름으로 내 머릿속에 들어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게 싫어." 일견 수긍이 가는 대답이다.


한국에선 대학 나오고 일간지(한겨레신문) 기자로도 활동한 엘리트이지만 독일에선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 구하기 힘들었다. 문방구에서 바코드로 물건 찍으며 숫자만 찍으면 되는 단순한 아르바이트도 독일어를 못한다는 사실이 들통나자마자 바로 잘렸다. 고생 끝에 한국 분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는데 정식으로 일하기 전 테스트 기간에는 얼마를 주는지, 최저임금 이상을 줄 건지 물어보기가 너무 힘들었다. 일을 잘하면 당당하게 물어볼 수 있을 텐데, 일을 잘 못하니 - 캘리포니아롤은 왜 내가 썰 때만 아보카도가 튀어나올까 - 채용만 해도 감지덕지였다.


인종 차별도 수두룩하게 겪었다. 분식점에서 김밥을 말고 있는데 5,60대로 보이는 독일인이 들어와 "한국에도 겨울이 있어요?"라고 물었다. 이건 모를 수 있다고 쳐도, "한국도 프랑스 식민지였어요?"라고 물어볼 때에는 속이 부글거렸다.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니하오마"라고 인사하는 사람도 많이 만났다. 무지라면 몰라도 혐오라면 심각한 문제다. 극우정당 지지율이 10퍼센트를 넘는 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하면 낫지만, 독일도 최근에는 극우세력이 점점 득세하는 추세다. 이 외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다양하게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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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노미 제2의 이동 혁명 - 인간 없는 자동차가 가져올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
로렌스 번스.크리스토퍼 슐건 지음, 김현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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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사람이 차를 운전하는 것은 불법이 될 것이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머지않아 많은 사람들이 차량을 직접 소유하거나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도래한다.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안전하고 편안하게 자율주행차를 타고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자동차를 구매하거나, 자동차 구매를 위해 대출을 받거나, 자동차 보험에 가입할 필요도 없다. 교통 상황 때문에 골머리를 앓거나, 자동차를 세차, 유지, 충전하는 비용도 들지 않을 것이다.


로렌스 번스의 책 <오토노미 제2의 이동 혁명>은 그동안 자동차가 인류의 보편적인 이동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된 역사와 자율 주행차의 개발과 발전, 보급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저자는 30년 넘게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에 몸담으면서 커넥티드 카를 비롯해 연료전지, 바이오 연료 등을 기반으로 하는 대체 추진 시스템을 사용한 자동차, 자율주행 전기 콘셉트 카 개발 등 혁신적인 자동차 개발 프로젝트를 맡아 온 인물이다. 현재는 GM 연구 개발 및 전략 기획 부문 부사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미국 국립 공학 아카데미 회원이다.


저자가 자동차를 기반으로 하는 이동 시스템에 가장 큰 좌절감을 느낀 순간은 2001년 9.11 테러가 일어난 때였다. 테러가 발생한 이유를 설명하는 수많은 이론이 존재하지만 중동에서 수입된 석유에 대한 미국의 높은 의존도가 한 가지 원인이라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 저자는 자동차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꼈다. GM이 생산한 승용차와 트럭이 도로를 달리려면 석유가 필요했다. 9.11 테러는 휘발유를 사용하는 연소 기관이 지배하는 기존의 자동차 산업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음을 입증하는 사건이었다. 저자는 이를 계기로 기존 이동 시스템을 대체하는 새로운 이동 시스템 개발이 시급하다고 느꼈다.


저자는 이후 전기 구동 방식 및 컴퓨터 제어 기법을 토대로 자동차 설계 DNA를 재정의하고, GN의 콘셉트 카 오토노미(Autonomy)를 통해 가능성을 분명하게 제시했다. 그뿐만 아니라 수소 연료전지와 한층 발전된 배터리, 바이오 연료 등을 기반으로 하는 대체 추진 시스템들로 이뤄진 포트폴리오를 발전시켰다. 저자와 비슷한 인식을 공유하는 사람 또는 기업도 크게 늘었다. 구글은 쇼퍼라는 이름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자체적으로 시작했다. 테슬라는 2008년에 리튬이온배터리를 장착한 고성능 전기차라는 특징을 전면에 내세운 로드스터 첫 모델을 출시했다. 우버와 리프트는 엄청난 규모의 자동차 공유 시장을 형성하는 중이다.


인류는 새로운 이동 수단이 발명될 때마다 엄청난 변화와 성장을 경험했다. 수천 년 전 중국에서 처음 바퀴가 발명되었을 때도 그랬고, 수레와 배, 기차와 비행기가 발명되었을 때에도 어마어마한 변화가 생겨났다. 현재의 자동차가 자율주행차로 전부 바뀔 때, 과연 인류는 어떤 변화와 성장을 경험하게 될까. 어떤 산업이 새롭게 각광받고, 어떤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까. 두렵기도 하고 두근거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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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외출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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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나보다 먼저 인생을 경험하고 담담하게 알려주는 마스다 미리.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큰사건을 겪어내며 경험한 일들은 유용했고, 생각한 것들은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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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외출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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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가고 나이가 들수록 마스다 미리의 작품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7년 전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를 처음 읽었을 때만 해도 마스다 미리는 내게 가까워지고 싶어도 가까워지기 힘든 작가였다. 그때만 해도 이십 대였기에 마스다 미리가 이야기하는 비혼 여성의 일과 연애, 건강 관리, 노후 준비, 부모 봉양 같은 문제들이 내 일처럼 생생하게 다가오지 않았고, 이야기의 주제나 교훈보다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간결한 문체나 담담한 그림 같은 것에 눈길이 갔다. 서른 중반이 가까운 지금은 다르다. 수짱(마스다 미리의 대표 캐릭터)을 나로 바꾸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이야기 하나하나에 공감이 가고 절절한 감동을 느낀다.


마스다 미리의 신작 <영원한 외출>을 읽을 때에도 그랬다. 딸 둘에 장녀인 나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미리 알아보기도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보기도 하는데 마스다 미리도 딸 둘에 장녀라 귀감이 되었다. 이 책은 저자의 아버지가 암 선고를 받고 세상을 떠나기까지의 일들을 그린다. 아버지가 임종하기 직전에 보낸 마지막 날들과 임종 직후에 벌어진 일들, 장례 준비, 장례, 유품 정리, 홀로 남은 어머니를 돌보는 이야기 등 상황별로 구체적인 이야기가 제시되어 큰 도움이 되었다(임종 당일 오래된 앨범을 꺼내 아버지의 사진을 고르면 장례식에서 틀어주는 서비스는 나도 이용해보고 싶다).


여명이 6개월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저자는 "아, 생각보다 기네."라고 말했다. 솔직한 심정이었다. 암 3기인 아버지의 상태는 누가 봐도 안 좋았다.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매일 아버지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준비해드리는 일뿐이었다. 그마저도 몇 입 먹지 못하고 남길 때는 마음이 아팠다. 전에는 비싸서 좀처럼 사 먹지 못했던 장어덮밥을 이제는 기력이 없어서 먹지 못한다는 사실이 애달팠다. 건축 현장 감독으로 일본 전역을 누볐던 아버지가 집 앞 편의점에도 자유롭게 가지 못한다는 사실도 짠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아버지를 곁에서 지켜보는 나의 감상일 뿐이다. 당장 죽음을 눈앞에 둔 아버지가 이런 변화를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지는 감히 상상할 수 없다.


저자는 아버지와 무척 친한 딸은 아니었다. 아버지에게 대든 적도 많고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싸운 적도 있다. 하지만 아버지가 평소에 어떤 간식을 즐겨먹고 어떤 농담을 즐겨 하는지 시시콜콜 알았다. 자식이기에, 아버지가 남들에게 함부로 보여주지 않는 다정한 얼굴과 엄한 얼굴도 알고 있었다. 자식이 없는 저자의 인생은 누가 기억해줄지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졌다. 저자는 타인의 죽음에 깊이 공감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상중 엽서가 와도 지금까지는 '얼마나 쓸쓸할까'라고 생각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는 "그렇구나, 그랬구나, 요전에 잠깐 얘기할 때는 그렇게 밝았는데..."라고 감정이입하면서 엽서를 보았다.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고 길러준 아버지는 죽어서까지 나를 가르쳐주고 성숙하게 해준다.


책을 읽는 동안 작년에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와 전립선암 선고를 받고 투병 중인 큰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나에게는 할아버지이고 큰아버지이지만, 아버지에게는 아버지이고 바로 위 형이다. 임종도 보지 못한 채 아버지와 영영 헤어지고 가장 가까운 형까지 큰 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는 지금 얼마나 마음이 안 좋으실까. 괜찮으시냐고 걱정하는 말을 건네면 늘 허허 웃으며 괜찮다고 답하는 아버지. 이 딸이 여전히 미덥지 않아서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시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올해를 끝으로 정년 퇴직을 하시고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이 딸에게도 마음을 열어주시려나.


이제 <영원한 외출>을 다 읽었으니 그동안 미처 읽지 못했던 <평균 60세 사와무라 씨 댁> 시리즈를 읽어볼 생각이다. 이제까지는 비혼 결심이 굳지 않았고 부모님 연세가 많다는 생각도 들지 않아서 읽어볼 마음이 들지 않았는데, 이제는 비혼 결심이 굳어졌고 정신을 차려보니 부모님 모두 올해로 60이 넘으셨으니 읽을 때가 되었다. 앞으로 부모님과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면 막막한데, 늘 나보다 10년 정도 먼저 인생을 살아보고 가르침을 주는 마스다 미리 작가님에게 조언을 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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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크니의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 - 일러스트레이터미네이터 키크니의 주문제작 만화
키크니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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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주문을 받으면 무엇이든 그려주는 만화가가 있다. 이름은 키크니.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것이 즐거워 아예 댓글로 신청을 받아 그림을 그린 게 화제가 되어 시작한 지 반년 만에 20만 명이 넘는 팔로워가 생겼고, 10만 건 이상의 댓글을 받았다.


그렇게 탄생된 책이 바로 이 책 <키크니의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이다. 한국 최초(아마도 세계에서도 최초일 듯?)의 '댓글 주문형' 개그 만화인 이 책은 저자가 SNS를 통해 팔로워들과 소통하며 일상 속 크고 작은 바람과 상상들을 한 컷의 만화로 유쾌하게 그려낸 결과물이다. 앞장에서 댓글을 확인한 후 페이지를 넘기면 허를 찌르는 반전 개그가 나오는데, 때로는 배를 끌어안을 만큼 웃기고 때로는 찔끔 눈물이 나올 만큼 슬프다. 뼈 때리고 어루만지는 느낌이랄까?






저자 키크니의 이력은 이렇다. 9년 차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하루 평균 10시간씩 일한 저자는 어느 순간 번아웃(정신적 소진)을 맞았다. 열 살 때부터 그려온 그림인데 한 장도 그릴 수가 없었다. 그때 뭐라도 해보려고 시작한 게 SNS였다. SNS 팔로워들에게 댓글로 신청을 받아 그림을 그린 게 예상외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럴 거면 아예 본격적으로 연재를 해보자' 싶어서 <키크니의 무엇이든 그려드립니닷!>을 시작했다. 때로는 황당한 주문도 있었고 감당이 안 되는 주문도 있었지만 어찌어찌 해냈다. 잘 그리는 것도 좋지만 그리는 사람도 즐겁고 보는 사람도 즐거운 그림을 그리고 싶다. 


책에는 저자가 약 7개월 동안 구독자들에게 주문을 받아 그린 수십여 편의 만화가 실려 있다. 저자가 받은 주문은 다양하다. '이런 걸 부탁하는 사람이 있어?' 싶은 주문이 있는가 하면, '나도 이런 생각 해본 적 있는데' 싶은 주문도 있다. 유치원 차량 가는 중인데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주세요. 비 내리는 제 시험지가 무슨 생각 하는지 그려주세요. 옛날 사진 보면서 젊었던 나의 모습을 회상하는 거 그려주세요. 카페 알바생인데요, 진상 손님들은 무슨 생각 하고 사는지 그려주세요. 강아지가 혼자서 집 보고 있는 모습 그려주세요 등등. ​ 






이 중에서 2030 청년 세대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직장에 다니면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고충을 토로할 때에는 마치 내 이야기인 것처럼 감정이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육아맘, 워킹맘, 멍집사, 냥집사들의 이야기도 경험은 없지만 마음이 뭉클했다(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출근하는 워킹맘의 심정이란 ㅠㅠ). 웃음이 빵 터지는 만화가 있는가 하면 눈시울이 촉촉해지는 만화도 있다. 지친 하루 끝에 이 책을 읽는다면 마음이 따뜻해질 듯하다.


저자의 만화가 마음에 들었다면 저자를 따라서 직접 '주문 제작형 개그 만화'를 그려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제 침대가 시험기간에 저한테 하고 싶은 말 그려주세요."라는 주문에 "일루왕 시험시험 해에~~" 급의 유머를 구사하려면 많은 수련이 필요하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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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19-03-28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인스타로 매일 보고 있는데, 정말 재미있더라구요.^^

키치 2019-03-28 13:00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보고 홀딱 반해서 인스타 구독 시작했어요. 진짜 잼나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