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 이슬아 서평집
이슬아 지음 / 헤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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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이슬아 작가의 책이 세 권이나 한꺼번에 나왔다. <일간 이슬아 수필집> 이후 이슬아 작가의 글을 흠모하며 책이 나오길 이제나저제나 기다렸던 나로서는 참으로 반가운 연말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는 이슬아 작가가 쓴 서평을 모은 책이다. 두께는 얇은데 서평 한 편 한 편의 깊이와 만듦새는 결코 덜하지 않다. 저자가 읽은 책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유진목 <식물원>, 사노 요코 <100만 번 산 고양이>, <태어난 아이>, <박완서의 말>, 백상현 <속지 않는 자들이 방황한다>, 유진목 <미경에게>, 정혜윤 <인생의 일요일들>, 조영래 <전태일 평전>, 윌리엄 맥스웰 <안녕, 내일 또 만나>, 나카노 노부코 <바람난 유전자>, 양다솔 <간지럼 태우기>, 조나단 사프란 포어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정혜윤 <사생활의 천재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 년의 고독>, 아룬다티 로이 <작은 것들의 신>, 최진영 <해가 지는 곳으로>, 금정연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 제임스 설터 <소설을 쓰고 싶다면>.


이 책은 이슬아의 산문집 <심신 단련>을 먼저 읽고 나서 읽으면 좋다. 이슬아의 개인사나 주변 지인들에 관한 이야기가 심심찮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서평이 누군가에게 말을 걸거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쓰인 점도 눈에 띈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생각, 나의 가난한 마음, 다시 읽는 책' 이 세 가지가 만나는 날에 서평을 쓰기 때문일까. 그래서인지 서평 하나하나가 칼날 같은 문장으로 저자의 마음을 후벼파는 평가의 글이라기보다는 책에 대한 애정과 흠모의 마음을 듬뿍 실어 보내는 러브레터 같다. 덕분에 내 마음도 남의 러브레터를 훔쳐본 양 설레고 벅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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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떡볶이 - '이건 맛있는 떡볶이다'라는 확신이 왔다 아무튼 시리즈 25
요조 (Yozoh) 지음 / 위고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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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의 글은 잘 읽힌다. 쉽게 읽히기에 쉽게 쓰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작가는 몇 번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어렵게 쓴다고 한다. 아마 이 책도 후루룩 읽히지만 결코 후루룩 쓰지는 않았으리라.


나는 이 책을 다사다난했던 지난 연말 일터에서 읽었다. 하기 싫은 주말 근무를 하는 날,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읽으려고 가져갔는데 오전에 한 번 읽고 오후에 한 번 더 읽었다. <책, 이게 뭐라고>에서 이 책에 대해 '떡볶이 책인데 떡볶이 이야기가 많지 않다'고 해서 떡볶이 이야기가 많지 않은가 보다 했는데 생각보다는 많았다. 오며 가며 간판은 많이 봤던 미미네 떡볶이도 먹어보고 싶고, 요조님 단골이라는 영스넥 떡볶이도 먹어보고 싶다. 부산 깡통시장 떡볶이 맛도 궁금하고, 세검정에 있다는 떡볶이 카페라는 곳도 궁금하다. 이대 근처에서 판다는 베지터리안 떡볶이도, 어느 여름 요조님이 한 달 내내 먹었다는 자이언트 떡볶이도 먹어보고 싶다.


가장 궁금한 건 역시 파주 코펜하겐 떡볶이려나. "어떻게 사람이 변하니?"라는 말이 턱밑까지 차오르게 만드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 제하를 만날 순 없겠지만(있을까?), 전골에 밀떡과 당면, 오뎅, 콩나물, 대파 등등을 넣고 보글보글 끓인 즉석 떡볶이가 참 맛있을 것 같고, 입이 매울 때마다 콘치즈와 맥주로 얼얼한 혀를 달래는 것도 너무 좋을 것 같다. 요조 님이 중학 시절 '미친 듯이' 다녔다는 '환상의 떡볶이집'을 알고 있는 독자가 나타났는지도 궁금하다. 1990년대 중반 무렵 서울 도봉동 북서울중학교 인근에서 간판도 없이 떡볶이를 팔았던 그 가게를 아는 독자분은 부디 요조 님께 연락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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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걸 안전가옥 오리지널 2
김민혜 지음 / 안전가옥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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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 트위터와 달리 텍스트보다 이미지가 부각되는 매체다. 그러다 보니 아름다운 외모와 화려한 패션, 기발한 메이크업 등을 남들에게 뽐내고 싶어 하는 사용자들이 많이 찾는다. 또 그런 이미지에 자극받은 사람들이 자신도 인스타그램 상의 셀럽처럼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지고 싶고 남들이 동경할 만한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김민혜의 소설 <인스타 걸>은 지방 출신의 평범한 스무 살 여성 '조가비'가 인스타그램 상의 셀럽 '유진주'를 동경하다 그와 실제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무작정 상경한 가비는 꾸미기 좋아하고 예쁜 데 관심 많은 적성을 살려 네일숍에 취직한다. 강남 한구석에 있는 네일숍에서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가비는 어느 날 자신이 동경하던 인스타그램 셀럽 진주가 손님으로 찾아와 크게 놀란다. 스물셋인 진주는 명문 D 외고를 졸업하고 Y대 법학과에 다니는 엘리트에, 미인 대회 수상 경력도 있다. 가비는 진주의 손톱을 매만지면서 처음으로 진주와 말을 트게 되고, 상냥하고 우아한 진주의 태도에 전보다 더 큰 호감을 가지게 된다.


문제는 진주를 추종하는 여자들이 가비가 일하는 네일숍에 우르르 몰려오면서 발생한다. 평일 이른 시각부터 네일숍을 찾아온 영지와 수정, 세린은 진주가 받은 네일 케어를 똑같이 해달라며 가비를 보챈다. 그러고는 진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험담을 늘어놓는데, 어쩌다 보니 가비가 그들의 말에 끼어들게 되고 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가비는 홧김에 자신이 이 네일숍의 원장이며 부모님이 건물주라는 거짓말까지 하게 된다. 그러자 이제까지 가비를 무시했던 여자들의 눈빛이 바뀌면서 가비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 하고 그들의 무리에도 끼워준다. 이때부터 가비는 강남의 네일숍 원장인 척하면서 진주와도 초고속으로 가까워진다.


소설의 표면만 보면 외모 꾸미기에 여념이 없고 남성 편력을 자랑하는 데 급급한 여성들의 모습이 어리석고 한심해 보이지만, 소설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들을 이렇게 만든 부모 세대의 그릇된 욕망과 '여성은 이래야 한다'는 식의 사회적 편견이 얼마나 그들을 좀먹었는지가 보인다. 만약 그들이 남성으로 태어나 보다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면 기껏해야 누군가의 여자, 누군가의 아내가 되기 위해 자기들끼리 경쟁했을까. 저런 노력, 저런 열정을 사업이나 정치, 예술, 학문 같은 활동에 썼다면 대단한 성취를 이루지 않았을까. "평범한 게 행복까진 아니어도, 적어도 불행할 확률은 더 낮을지도 몰라요."라고 한 진주의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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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기억이 그곳에 있었다 - 추억이 오늘의 나를 지켜줍니다
김용일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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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기억은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좋은 밑거름이 된다." <행복한 기억이 그곳에 있었다>의 저자 김용일의 말이다. 저자는 제11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했고, 2018년 KIAF(한국국제아트페어)에서 '신작로_쌍쌍식당' 작품이 대표작으로 추천되어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기도 한 화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오늘날을 만든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감동적인 글과 아름다운 그림으로 소개한다.


책에는 저자의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들어 있는 장소들의 그림이 연이어 나온다. 창기네 식육식당, 제창이네 집, 신작로 서부정류장, 숭산댁네, 숙이네 뒤안 같은 이름들이 정겹다. 그림 옆에는 해당 장소에 얽힌 추억 이야기가 짤막하게 적혀 있다. 5일장이 열리면 낮부터 식당에서 술을 마시던 어른들, 그 옆에서 고기 안주를 얻어먹던 동네 아이들, 어린이날 용인자연농원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렸던 정류장, 어느 집 담벼락 밑에서 차가운 겨울바람을 피해 가며 놀았던 기억, 친구 아버지가 외국 다녀오는 길에 사온 외제 필통을 한없이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던 기억 등 정겨운 이야기들이 마음을 훈훈하게 덥힌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는 '그때 그 시절'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123층이나 되는 롯데월드타워가 생기기 전, 서울을 대표하는 초고층 빌딩은 단연 여의도 63빌딩이었다. 1985년 63빌딩이 완공되던 해에 서울 사는 이모 덕에 63빌딩을 보러 왔던 이야기, 그때 처음으로 백화점에도 가보고 에스컬레이터도 타봤다는 이야기. 원하는 게 있으면 사주겠다는 이모의 말에 운동화를 사달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나 차마 말하지 못했다는 이야기. 백화점도 흔하고 운동화도 흔한 세상에 사는 요즘 아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 ('라테는 말이야~~' ㅎㅎㅎ)


이사가 잦은 유년시절을 보낸 나로서는 추억할 고향이 있고 그리워할 사람들, 장소들이 있는 저자가 참 부러웠다. 어릴 적 함께 뛰놀았던 친구들과 지금도 연락하며 지내는 것도 부럽고, 그네들의 부모님도 알고 형제자매도 다 알아서 가족이나 다름없이 지내는 것도 부럽다. 무엇보다도 이 아름다운 풍경들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그림 실력! 한 권의 책을 읽었을 뿐인데 한 편의 영화를 본 듯 눈이 즐겁고 마음이 풍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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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때문에 마음이 시끄러운 나에게
김연희 지음 / 메이트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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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참 감정적이야."라고 하면 어떤 사람의 모습이 떠오르는가. 사소한 일에 화를 벌컥 내는 사람. 약간의 핀잔에도 금방 눈물을 보이는 사람. 쉽게 흥분하고 쉽게 우울해하는, 감정 기복이 큰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대체로 이런 사람들은 조직이나 사회에서 환영받는 존재가 아닌 경우가 많고, 스스로도 그런 성격을 고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렇다고 감정을 아예 없애는 건 안 될 일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연희의 책 <감정 때문에 마음이 시끄러운 나에게>를 읽고 든 생각이다.


우리는 흔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만으로 인생의 중요한 판단과 결정들을 내린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어려서부터 쌓인 감정이라는 데이터를 이용해 나에게 이로운 일과 해로운 일, 이로운 사람과 해로운 사람을 구분하고 가려낸다. 그러므로 감정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배제하거나 차단해선 안 된다. 오히려 자신이 평소에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예민하게 관찰하고,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세밀하게 느끼고 분별해내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책에는 감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고, 부정적인 감정을 바르게 이해하고, 마음속을 어지럽히는 다양한 감정들을 여유 있게 소화하는 방법이 자세히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슬픔, 분노, 불안, 시기심과 질투, 열등감, 외로움 같은 감정들에 부정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무조건 피하거나 지우려고 애쓴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들은 사실 긍정적인 면 또한 내포하고 있다. 슬픔은 누구와 이별하거나 무엇을 상실했을 때 애도, 회한 등을 느끼는 감정을 일컫는다. 슬픔을 통해 인간은 한층 더 성숙해지고 어른이 되어간다. 분노 역시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마땅히 느껴야 하는 감정이다. 마땅히 화내야 하는 상황인데 화내지 못했을 때 사람은 '화병'에 걸리게 되고 이는 신체상의 통증으로 나타난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다양한 감정들을 건강하고 여유롭게 소화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자기주장 훈련'을 제안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어떤 감정이나 생각이 떠올랐을 때 "나는 이렇다."라고 명확하게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구가 약속을 취소해서 서운하다면 "너는 어떻게 된 애가 약속 직전에 펑크를 내?"라고 비난하는 대신 그냥 "나는 네가 약속을 취소해서 서운해."라고 말한다. 애인이 항상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만 먹자고 해서 화가 난다면 "너는 맨날 네가 먹고 싶은 음식만 먹자고 하더라?"라고 비난하는 대신 그냥 "이번에는 내가 먹고 싶은 걸 먹었으면 좋겠어.", "나는 김치찌개 먹고 싶어." 이런 식으로 내 감정,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건강한 몸에 건강에 정신이 깃든다는 말도 있듯이, 마음이 편하려면 우선 몸이 편해야 한다. 저자는 매일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마음챙김 명상을 하라고 조언한다. 한국 사회는 개인의 감정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이 보편적이지 않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편안하게 털어놓지 못하고,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 자신의 감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마음의 병이 몸의 병으로 전이되어 두통, 속쓰림, 어지러움, 가슴 답답함 등의 증세로 나타나기도 한다. 혹시 이런 증세가 있다면 마음이 괜찮은 지부터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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