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무리씨의 시계공방 1
히와타리 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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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시계점을 운영하는 칸무리 아야코의 성실하고 평온한 일상을 담은 만화.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이나 드라마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소설 <츠바키 문구점> 등이 떠오르는 온화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마음에 쏙 든다. 시계 수리에 관한 전문 지식이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작가가 시계 수리에 관심이 많거나 작품을 위해 준비를 많이 한 듯하다. 


젊은 여자 혼자서 운영하는 조용한 가게이지만, 매일 다양한 사연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와 아야코 씨의 일상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남긴 손목시계를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남자아이, 여자친구의 생일을 맞아 여자친구의 마음에 쏙 드는 선물을 주고 싶은 청년, 엄마 몰래 차고 나왔다가 갑자기 내린 비에 홀딱 젖은 시계를 고치고 싶은 여성 등 훈훈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한가득이다. 


인터넷 서점에 따라 성인 콘텐츠로 분류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 아마도 책의 마지막 부분에 실린 아야코의 00 장면 때문인 것 같다. 이런 장면을 좋아하는 독자도 있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작품 전체의 품격을 해친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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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창조 디자인부 5
헤비-조 외 원작, 타라코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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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물주)을 클라이언트로 둔 천계 소속 디자인부의 치열한 일상을 그린 코믹 만화. 내가 아는 동물이 몇 안 되다 보니 과연 이 작품이 얼마나 오래 연재될까 궁금했는데 벌써 단행본만 5권째다(심지어 2021년 애니메이션 방영 예정!). 5권에도 '채식주의자인 피라니아', '알을 낳지 않는 새', '악몽 같은 생물', '잉여 동물' 등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동물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현웃' 터졌던 동물은 '합성 동물'을 만들어 보라는 주문을 받은 디자인팀이 반은 인간, 반은 말인 '반인반마'를 만든 장면이다. 과연 반인반마는 어떻게 옷을 입을까. 반인반마인 경우 바지는 어떻게 입혀야 제대로 입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애초에 반인반마가 왜 바지를 입을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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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수 도마뱀 2
후쿠치 카미오 지음, 야마모토 소이치로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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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자매가 공원에서 커다란 알 하나를 줍는데 그 안에서 도마뱀 비슷한 괴물이 나오면서 생겨나는 일을 그린 코믹 만화. 말이 도마뱀이지 생김새가 평범한 여자아이 같다 보니 아무리 자기가 도마뱀이라고 우겨도 믿어주지 않는 자매 때문에 괴로워하는 도마뱀(자칭 괴수)의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웃프다. 


2권에선 도마뱀과 '동족'인 거북이가 나타난다. 도마뱀은 거북이의 출현으로 이제까지 도마뱀이 괴물이라는 사실을 믿어주지 않았던 자매가 자신을 두려워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예상과 달리 자매는 처음 도마뱀을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크게 동요하지 않는 반응을 보인다. 오히려 자매는 도마뱀에게 집을 맡기고 외출을 하지 않나, 친구들을 데려와 소개하지 않나, 도마뱀으로서는 '괴수로서' 체면이 손상되는 행동을 일삼는다. 과연 이 자매의 미래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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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차니스트 남자가 아침에 일어나니 여자가 되어 있었던 이야기 2
코바야시 키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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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귀차니스트인 남자 고등학생이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니 여자가 되었다는 설정의 만화다. 남자였던 주인공이 여자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여성의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겪게 되는데, 변화 자체를 진지하게 다루는 만화는 아니지만 아주 모르고 그린 만화 같지는 않다. 가령 여름에 치마를 입으면 시원할 것 같지만, 속옷 위에 속바지 입고 치마까지 입었기 때문에 그냥 바지만 입는 것보다 훨씬 더 덥다는 거... 

'TS물'에 흔히 나오는 설정들을 패러디한 장면들(이를테면 동성 친구가 이성이 되면서 호감을 느낀다거나, 반대로 이성 친구가 동성 친구가 되면서 호감을 느낀다거나)이 많이 나와서 이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공감하면서 볼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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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양품의 생각과 말
양품계획 지음, 민경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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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라이프를 동경하지만,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새로운 물건을 보면 가지고 싶은 마음이 들고, 기왕이면 더 세련되고 화려한 것을 찾게 되는 게 인간의 마음이라서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40년 가까이 '심플, 내추럴, 베이식'이라는 콘셉트를 일관되게 유지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상표 없는(無印) 좋은 물건(良品)'을 만드는 '무인양품'이

다. 


무인양품 전 상품군의 기획, 개발부터 제조, 유통,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수행하는 주식회사 양품계획이 직접 출간한 책 <MUJI 무인양품의 생각과 말>은 무인양품의 브랜드 스토리와 철학을 담고 있다. 이 책에는 1980년 주식회사 세이유의 자체브랜드(PB)로서 출범해 전 세계 30개국(2020년 2월 기준)에 점포를 가진 글로벌 인기 브랜드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이 자세히 나온다. 


무인양품은 인간의 끝을 모르는 욕심과 지나친 소비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출범했다. 무인양품이 탄생한 1980년대는 일본의 고도 경제성장기로, 과도한 사치와 향락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던 시기다. 무인양품의 초기 기획자와 디자이너들은 보다 더 큰 것, 많은 것, 화려한 것을 생산하는 기존 기업들의 전략과는 정반대로 더 작은 것, 적은 것, 단순한 것을 생산하는 브랜드를 만들 것을 제안했고, 이는 현재까지도 무인양품의 브랜드 철학으로서 유지되고 있다. 


"거리를 걷는 여성들 모두 화장을 하고 립스틱을 칠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러고 싶지 않은 여성도 그렇게 해야만 하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 고이케 가즈코 


"닭을 죽여 해체하는 일은 잔혹하고 더러운데, 포장된 닭고기를 슈퍼마켓에서 사서 가족이 다 함께 요리해 먹는 것은 따뜻하고 깨끗한 일일까." - 가와다 준조 <인류의 지평에서>


"문제는 '무엇이 우리를 이런 끝없는 소비로 달려가게 하는가'입니다. 철학자 이반 일리치라는 사람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가 학교를 다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중략) 학교라는 제도의 최대 콘셉트는 '인간이란 부족한 존재'라는 것을 철저하게 가르치는 것입니다. 그런 내용을 뼛속 깊이 새긴 인간이 소비사회로 나오면 자신은 부족한 인간이다, 집도 뭔가 부족하다, 차도 부족하다, 냉장고도 컴퓨터도 없다, 아이 교육도 부족하기 때문에 소비사회에 소비자로 완전히 둥지를 틀고, 기꺼이 강제 노동으로서 소비에 몰두합니다." - 이타미 주조 


책에는 벽걸이 CD 플레이어, 컵이 달린 캐미솔, 다음이 있는 목욕 타월, 직각 양말 등 무인양품의 인기 상품들이 탄생한 과정과 배경이 자세히 나온다. 무인양품의 스테디셀러 제품들은 하나같이 참신한 '발상'을 통해 탄생했다. 이때 기업 입장에서 효율이 좋은지, 생산성이 좋은지, 이익률이 높은지 등은 따지지 않는다. 시장 혹은 수많은 고객의 입장에서 이 제품이 정말 필요한지, 생활을 보다 편리하고 안락하게 개선할 수 있는지, 공동체와 환경에 해를 끼치지는 않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보고 판단한다. 


불필요한 소비 조장이나 과도한 포장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최근에야 나온 줄 알았는데, 1980년대에 이미 무인양품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깨닫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니 놀랍다. 샴푸나 린스 등을 담아서 파는 액체 용기는 모양과 색깔을 통일하는 편이 생산 비용도 낮출 수 있고 보기에도 깔끔한데 왜 기존 기업들은 이런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일까. 소비자를 위해 한 번 더, 지구 생태계를 위해 두 번 더 생각하는 배려야말로 무인양품의 성공 비결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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