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우노메 인형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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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소설 한 권을 앉은 자리에서 뚝딱 읽어버린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그만큼 흡인력 있고 후반부로 갈수록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도입부는 다소 평범하다. 잡지사 편집부에서 계약직 사원으로 근무하는 후지마 요스케는 아르바이트생 이와다와 함께 마감 직전 연락이 두절된 작가 유미즈를 찾으러 간다. 유미즈의 작업실 겸 집으로 찾아간 후지마는 유미즈가 숨겨둔 열쇠를 찾아서 집 안으로 들어가는데, 캄캄한 집 안에서 그가 발견한 건 다름 아닌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있는 유미즈였다. 


얼마 후 이와다가 후지마에게 종이 다발을 건넨다. 그것은 유미즈의 집에 남아 있던 육필 원고였다. 아무래도 유미즈의 사망 원인이 이 원고에 있는 것 같다는 이와다의 말에 후지마는 설마 하며 원고를 읽기 시작한다. 원고 속 이야기의 주인공은 기스기 리호라는 여자 중학생. 호러 소설 마니아인 리호는 도서관에 마련된 교류 노트를 통해 '즈우노메 인형'이라는 도시전설을 알게 된다. 이 전설을 듣고 며칠 만에 붉은 실과 함께 검은색 예복 차림의 단발머리 인형을 보면 사망한다는 괴이한 이야기다. 


중요한 건 이다음부터다. '즈우노메 인형' 전설을 알기가 무섭게, 리호의 주변에서 이상한 일들이 연이어 벌어진다. 두려움을 느낀 리호는 '즈우노메 인형' 전설을 알려준 유카리라는 아이와 만나려 하지만 찾기가 쉽지 않다. 원고를 읽은 후지마도 처음에는 '이야기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얼마 후 후지마에게 원고를 건네준 이와다가 행방불명이 되는 등 예사롭지 않은 일들이 연달아 생긴다. 대체 '즈우노메 인형' 전설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작품은 전형적인 액자 형태로, 액자 속 이야기가 특히 재미있다. 리호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액자 속 이야기의 시간적 배경은 일본에서 영화 <링>이 개봉되기 전후인 1997년부터 1998년이다. 호러 소설을 좋아하는 리호는 베스트셀러 소설 <링>의 열렬한 팬으로, 영화 <링>도 개봉되자마자 바로 관람한다. 이 밖에도 '분신사바' 놀이 등 1990년대 말에 유행한 호러 소재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90년대 말에 학창 시절을 보낸 '90년대 키드'라면 분명 이 소설에 나오는 소재나 장면들이 반가울 것이다. 


부모의 불화, 집단 따돌림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리호의 모습과, 계약직 사원이라는 불안한 신분 때문에 상사의 폭언이나 초과 근무도 군말 없이 감당해야 하는 후지마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했다. 그런 두 사람이 유일하게 몰두하는 장르가 (죽고 죽이는 장면이 허다하게 나오는) '호러'인 건 과연 우연일까. 사와무라 이치의 전작 <보기왕이 온다>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번 소설도 기대 이상이라서 앞으로 나올 신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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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곤란한 감정 - 어느 내향적인 사회학도의 섬세한 감정 읽기
김신식 지음 / 프시케의숲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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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정글에 버려져 동물들의 손에 자란 모글리와 같은 처지가 아닌 한, 대부분의 인간은 크고 작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며 성장하고 살아간다. 사회학자 김신식의 <다소 곤란한 감정>은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감정을 사회학의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다. 저자가 연구하는 감정사회학은 이름 그대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 마음, 심리 등을 사회학의 관점에서 채집하고 분석하는 학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울과 행복, 차별과 혐오, 사랑, 공감 등의 감정을 나타낼 때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단어나 표현들을 사회학적으로 고찰한다. 상대가 우울감을 드러낼 때 "한때 나도 말이야"라는 말로 운을 떼며 자신도 "앓아봤다"라고 '위로'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당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우울한 사람에게 이런 말은 위로가 아니라 우울감에 대한 '평가'로 들린다. 때로는 너보다 먼저 마음을 앓은 나는 너보다 훨씬 성숙한 상태임을 공표하는, 우월감의 발로로도 여겨진다. 


'내 취향이다.' '취향 존중' 같은 말은 어떨까. 저명한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취향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취향은 무엇보다도 먼저 혐오감, 다른 사람의 취향에 대한 공포감 또는 본능적인 짜증('구역질 난다')에 의해 촉발되는 불쾌감이다." (130쪽) 즉, 취향이란 본질적으로 타인의 취향에 대한 혐오감, 불쾌감을 내재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취향에 대한 지나친 고집이나 집착은 '취향 아닌 것', '취향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배척 또는 차별로 이어질 수 있음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기만하다'라는 말은 어떨까. 기만은 위선과 위악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속성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느 연예인이 기부를 하거나 선행을 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다 자신을 홍보하려는 속셈이라고 비난하면서,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이 방송에 복귀해 경제적 어려움이나 가족들의 고통을 호소하면 불쌍하다며 넘어간다. 이렇게 위선보다 위악에 관대함을 베푸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는 위선의 결과가 선, 위악의 결과가 악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글이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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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경주 여행 - 개정증보판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2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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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조차 하기 힘든 시기인데 이 책을 읽으니 신나게 경주 여행도 하고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지식도 얻게 되어 아주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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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여년 : 오래된 신세계 - 상1 - 시간을 넘어온 손님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이연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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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드라마 <장야>를 보기 전에 작품에 관해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장야>의 원작 소설을 쓴 작가가 <경여년>의 작가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경여년>이라면 중국에서 대박을 치고 한국에서도 화제가 된 인기 중국 드라마 <진정령>의 주인공 '샤오잔(초전)'이 나오는 그 드라마? 때마침 한국에 <경여년> 한국어 번역판이 최초로 출간되었기에 드라마를 보기 전에 소설부터 읽어 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거이거 드라마까지 무조건 봐야겠다 ^^ 


주인공 '판션(범신)'은 원래 근육에서 무서운 속도로 힘이 빠지는 '중증근무력증'이라는 병을 앓는 환자였다. 현대 의학으로도 치료법을 찾지 못해 속절없이 병상에 누워 지루한 나날을 보내던 판션은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세계에 새로운 신체를 가지고 태어나게 된다. 현대에서 성인 남성으로 살았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고대 경국의 스난 백작 판씨 대인의 사생아 '판시엔'으로 다시 태어난 판션. 평범한 성인이라면 이 상황을 답답하고 황당하게 여겼을지 모르지만, 오랫동안 병상에서 시간을 보낸 판션은 '하늘이 내려준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낸다. 


문제는 판시엔이 처한 상황이 여간 복잡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판시엔의 아버지 '판지엔'은 호부시랑이자 스난 백작 지위를 가지고 있다. 판지엔에게는 부인이 둘 있는데, 정실부인의 딸이 '판뤄뤄'(판시엔의 이복 여동생)이고 둘째부인의 아들이 '판스져'(판시엔의 이복 남동생)이다. 판시엔의 친모는 '예칭메이(엽경미)'로, 어린 나이에 장사에 뛰어들어 나중에는 경국 전체에서 그 이름을 알 정도로 부와 권력을 쌓았으나 태평별원 사건 때 암살당한 비운의 여인이다. 판시엔은 자신의 출생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 채 학업에 정진하고 무술 수련을 하며 딴저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 16세가 되던 해에 경국의 수도인 징두로 떠난다. 


소설 <경여년>은 상, 중, 하 각각 1,2권으로 구성되어 전체 6권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현대에서 고대 경국으로 타임슬립한 주인공이 차기 황권을 둘러싼 갈등에 휘말리고 자신의 출생을 둘러싼 음모에 대해 알게 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질 것이다. 현대의 기억을 가진 인물이 다른 시공간으로 타임슬립한다는 설정 자체는 일본의 만화나 라이트노벨에서 자주 봐서 새롭지 않은데, 이 설정을 중국의 무협 역사 소설이라는 장르에 도입하니 독특하고 기발하게 느껴진다.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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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들어도 스타일나게 살고 싶다
쇼콜라 지음, 이진원 옮김 / 올댓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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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만 보고 패션 스타일에 관한 책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러나 실망하지 않은 건, 42세에 별거를 계기로 혼자 살기를 시작한 저자가 스스로 돈을 벌고 집을 사고 자기만의 삶을 꾸려나가는 과정이 진솔하게 담겨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조언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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