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책 (도시 풀꽃 에디션) - 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의 도시식물 이야기
이소영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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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팟캐스트를 즐겨 듣는다. 처음에는 누가 추천하길래 호기심에 들었는데,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가 좋기도 하고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 열정을 가지고 정성을 쏟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기도 해서 계속 듣게 되었다. 


어제는 즐겨 듣는 식물 팟캐스트 중 하나인 <이소영의 식물 라디오>의 진행자 이소영이 쓴 <식물의 책>을 읽었다. 저자 이소영은 대학원에서 원예학으로 석사를 수료하고 국립수목원을 거쳐 현재는 식물세밀화가로 활동 중이다. 책의 내용은 <식물 라디오>의 내용과 대체로 일치하는데, 귀로 들은 이야기를 눈으로 읽으니 더욱 이해가 잘 되는 면이 없지 않다. 이를테면 팟캐스트로 들을 때는 나의 지식이 짧아서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던 종, 속, 과 구분에 관한 이야기라든가 학명 이야기라든가. 


시간이 흘러 다시 접하니 더욱 의미 있게 느껴지는 이야기도 있었다. 토종 민들레와 서양민들레의 이야기가 그렇다. 사람들은 마치 토종 민들레가 서양민들레 때문에 사라지고 있다는 듯 말하며 싸움을 붙이는데, 따지고 보면 토종 민들레를 밀어내는 건 서양민들레가 아니라 인간이다. 인간이 도시를 만들기 위해 산을 깎고 땅을 메워 공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토종 민들레가 사라졌기 때문에 그 자리에 서양 민들레가 자라난 것이다. 안 그래도 요즘 핑크뮬리가 생태계에 위해를 가한다는 이유로 뿌리째 뽑혀나간다는 말을 듣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터라 저자의 지적이 반가웠다. 


책에는 저자가 직접 그린 세밀화도 실려 있다. 예전에는 식물 사진이 있는데 식물 세밀화가 왜 필요한지 잘 몰랐는데, 저자가 그린 식물 세밀화를 보니 식물의 특징이 더욱 잘 이해가 되고, 사진으로는 담기 힘든 식물의 특징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식물 세밀화가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봐도 참 아름답고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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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 부는 여자들 - 여성 간의 생활·섹슈얼리티·친밀성
권사랑.서한나.이민경 지음 / BOSHU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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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습이나 통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상상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피리 부는 여자들>에도 그런 여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책은 대전에서 활동하는 페미니스트 문화기획자 그룹 BOSHU 팀의 권사랑, 서한나와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탈코르셋 : 도래한 상상> 등을 쓴 이민경이 공동 집필했다. 


권사랑은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을 나와 친구와 함께 투룸을 얻어 살게 된 과정을 소개한다. 머리가 크고부터 독립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한 달에 100만 원을 벌까 말까 한 활동가이다 보니 가족으로부터의 독립은 멀게만 느껴졌다. 그러다 자신처럼 비혼인 친구와 월세보다 저렴한 이자를 내면서 전세를 얻어 살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걱정과 달리 쉽게 부모님의 동의를 얻어 집을 나왔다. 김하나, 황선우 작가의 책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가 40대 돈 많은 선배들이 살림을 합치는 이야기라면, 권사랑의 글은 20대 돈 없는 후배들이 처음 둘이서 살림을 이야기라서 비슷한 듯 새롭게 다가오는 지점이 많았다. 


"페미니스트 가운데 남자친구를 둔 여자들은 여자끼리 사는 그림을 보여줄 때 백발백중 솔깃해했다. (중략) 여러 질문에 답한 끝에 그들에게 거꾸로 여자들과 살기로 할 때 얻을 수 있는 분업, 돌봄, 지성, 친밀감, 재미 가운데 남자친구가 무엇을 주느냐 물으면 한 번도 제대로 답을 듣지 못했다. 답하지 못한 스스로에게 화가 난 여자들은 남자친구와 싸우고 화해하거나 그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가 대체로 헤어졌다." (110-111쪽)


이민경은 여성들의 연대와 협력을 저지하는 '신화(myth)'에 관해 말한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든가, '결혼 안 한다고 말하는 여자가 제일 먼저 결혼한다' 같은 말을 들어본 여성들이 많을 것이다.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이 말은 여성들로 하여금 서로를 연대와 협력이 불가능한 적으로 인식하게끔 함으로써 남성 중심 사회 체제를 공고히 하는 슬로건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이민경은"내 삶에서 좋은 순간이란 여자들과 있을 때만 만들어졌"다며, 여자들이 흔히 남자와 함께 해야 한다고 여기는 일들을 여자들과, 여자들만이서 해볼 것을 권한다. 


돌이켜보면 나도 이민경처럼 삶에서 좋았던 순간들은 대체로 여자들과 함께 있을 때 만들어졌던 것 같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도,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도 괜찮다는 긍정도 여자들과 함께 있을 때 생겨났다. 일상에서 여성들과 어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더 많은 연대와 협력의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저자들이 참 멋지다.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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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2
에노모토 아카마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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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 회사의 경리부에서 근무하는 타테이시 마스구와 기획부에서 근무하는 미츠야 유이는 원래 성격이 정반대라서 마주칠 때마다 싸웠다. 주변 사람들은 당연히 둘 사이가 무척 안 좋은 줄 알고 있는데, 사실 두 사람은 언제부터인가 서로 좋아하게 되어 주위에 알리지 않고 은밀히 만나는 중이다. 이제 와서 둘이 사귄다고 말하기도 쑥스럽고, 사내 연애 사실을 알리면 일에 지장이 생길까 봐 말하지 못하는 둘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하다. 


연애 초반이라 그런지(?) 주인공 커플의 사이가 무척 좋아서 달달함이 흘러넘친다. 2권에선 타테이시와 미츠야가 야구장 데이트도 하고 온천 여행도 떠난다. 비록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 출발 직전까지 일하느라 녹초가 되거나 야근을 밥 먹듯이 하다가 몸이 견디지 못해 다운되는 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사랑의 힘'으로 극복한다. 사내 연애 하다가 안 좋게 끝나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이 만화를 보니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사내 연애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애초에 사랑을 막을 길이 있겠냐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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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방과 후 3
이치히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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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학년이 바뀌고 학교가 바뀌지만, 어른들의 생활은 1,2년 사이에 크게 바뀌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 소소한 재미를 찾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 평범한 직장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가방에 물총을 넣고 다니는 여자, 취직이 안 돼서 걱정하다 '이럴 때야말로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한낮에 공원에서 물풍선을 던지며 노는 남자와 여자 등 멀쩡해 보이는데 알고 보면 엉뚱하고 웃기는 인물들이 주로 등장해 시트콤을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어른의 방과 후>는 이성애에 기반한 로맨스 만화이기도 하다. 아직 커플이 성사된 케이스는 없고 한쪽이 일방적으로 좋아하거나 썸 타는 중인 관계가 대부분이다.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예비) 커플은 키리사키와 미하라다. 공원에서 백수 신세를 한탄하다 말을 트게 된 두 사람이 점점 친구로 발전해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언젠가는 두 사람이 연인으로 발전하기도 할까. 서로를 절친이라고 부르는 것도 부담스러워하는 현재로서는 먼 일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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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사랑하는 유카리짱 5
야마모토 소이치로 지음, 스즈 유우마 그림, 김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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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소이치로 인기 만화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양>의 스핀오프작.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양>의 주인공 타카기, 니시카타와 같은 반인 유카리가 타카기, 니시카타 커플을 관찰하면서 혼자 좋아하고 흥분(!)한다는 설정이다. 쉽게 말해 타카기, 니시카타 커플을 ‘알페스’하는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 당연히 알페스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짤이 많이 나오는데, 그동안 알페스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왜 화제가 안 되었나 모르겠다. ("안 되겠어, 이 커플... 너무 뜨거워!" ㅋㅋㅋ) 


작가 후기를 보고 알게 된 건데,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양>의 스핀오프작이 벌써 8작품이나 된다고 한다(대체 야마모토 소이치로는 저작권료 수입이 얼마나 될까 ㄷㄷㄷ). <사랑을 사랑하는 유카리짱>은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양>외에 <내일은 토요일>과도 세계관이 연결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내일은 토요일>에 등장하는 여자 중학생 삼총사 중에 유카리가 있었던 것 같기도... (확인해보니 맞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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