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고양이와 살기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
가쿠타 미츠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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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종이달>의 작가 가쿠타 미츠요가 쓴 에세이집이다. 마침 이 책을 읽은 어제는 세계 고양이의 날이었는데, 그래서라고 하기는 뭣 하지만 고양이에 관한 책을 두 권이나 읽었다. 고양이를 키우는 것도 아닌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고양이의 매력에 홀린 걸까... 


이야기는 저자가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하면서 시작된다. 그전까지 "개가 좋아 고양이가 좋아?"라는 질문을 받으면 늘 고민 없이 "개!"라고 답했던 저자이기에, 반려동물이 생긴다면 무조건 개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일 때문에 만화가 사에바라 리에코를 만났고, 그로부터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는다. 그 고양이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 토토다. 이후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요약하면 '토토만큼 예쁘고 똑똑한 고양이는 없다!'일 자잘한 일상 스케치이다. 나는 그보다도 저자가 고양이를 키우면서 겪은 변화가 흥미로웠다. 


저자는 토토를 만난 후 전 세계의 고양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저자의 관찰에 따르면, 이건 다른 고양이 집사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개를 키우는 사람은 자기 집 개(와 그 견종)만 좋아해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은 온 세상 고양이를 좋아하죠." 백 퍼센트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개 사진집보다 고양이 사진집이 월등히 잘 팔린다는 걸 보면 근거가 아주 빈약한 주장은 아닌 것 같다. 


토토와 함께 살기 시작한 후로는 고양이가 고통스러워하는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하게 되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를 읽을 때에도 고양이가 고통스러운 일을 당하는 장면이 나올 때 문득 '하루키 씨, 당신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 않았나요?'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상 심사를 할 때도 고양이가 나오는 작품에는 주의를 더욱 기울인다. 이는 페미니즘을 만난 후 작품 속 여성에 대한 묘사에 더 예민해진 내 모습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여성이 고통스러워하는 이야기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쓰는 작가들은 여성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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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뉴욕 New York New York 애장판 세트 - 전2권 (일러스트 카드 + 컬러 케이스 포함)
라가와 마리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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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나>를 읽고 라가와 마리모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마침 동생 책장에 이 책이 있는 걸 보고 냉큼 빌려 읽었다. 라가와 마리모가 BL을 그렸다니? 애초에 BL과 게이 만화의 차이는 뭘까? 같은 생각을 하면서... 


<뉴욕뉴욕>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경찰인 케인 워커가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 멜 프레드릭스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케인은 어릴 때부터 자신이 동성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부모님이 독실한 기독교인이고 그 자신은 경찰이기도 해서 커밍아웃은 꿈도 못 꾸고 앞으로도 최대한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살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술집에서 만난 멜은 자신의 이상형에 너무나 부합하는 남자였고,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하고 싶고 그 사람과만 자고 싶다는 지고지순한 영혼의 소유자였다. 결국 케인은 멜과 함께 하기 위해 멜과 단둘이 살 집도 사고, 부모님과 직장에 커밍아웃도 하고, 종내는 아이를 입양해 그토록 꿈꿨던 단란한 가정을 이룬다. 이 사이에 멜이 괴한에게 납치되어 FBI까지 출동해 그를 찾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한다. 


오랫동안 명작으로 사랑받아온 작품답게 내용도 작화도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하다. 다만 현재는 미국에서 동성혼이 합법화된 상태라서, 동성혼이 합법화되기 이전의 상황을 그린 <뉴욕뉴욕>이 옛날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감이 없지 않다. 물론 아직도 이성애 외의 다른 사랑의 형태를 인정하지 않는 전근대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BL 또는 게이 만화의 클래식에 해당하는 이 만화의 내용조차 파격적이고 위험하게 느껴지겠지만... 


<뉴욕뉴욕>을 보면서 <퀴어 애즈 포크>를 자주 떠올렸는데, 확인해 보니 <뉴욕뉴욕>의 연재가 시작된 해가 1995년이고 <퀴어 애즈 포크>가 처음 방영된 해가 1999년이다. 라가와 마리모 대단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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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 흡혈마전
김나경 지음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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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경성, 여학교 기숙사, 흡혈귀의 조합이라니! 재미없을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꿀잼이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전주 출신으로 전라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구사하는 열네 살 소녀 희덕은 할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경성에 있는 진화여자고등보통학교에 진학한다. 학교생활에 적응하랴 친구 사귀랴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던 희덕은 어느 날 기이한 장면 하나를 목격한다. 기숙사에 새로 들어온 사감 선생 계월이 깊은 밤 사감실에서 누군가의 목을 물고 있었던 것이다. 설마 계월이 말로만 들었던 흡혈귀?? 


이후 희덕은 계월의 정체가 무엇인지, 대체 어떤 목적으로 이 학교에 들어온 건지 추적하기 시작한다. 알고 보니 계월은 과거에 자신을 위험에 빠뜨린 인물을 찾아 복수하기 위해 경성에 들어온 인물(?)로, 궁극적으로는 과거의 자신처럼 아버지에 의해 원하지 않는 인생을 살게 될 위기에 놓인 희덕을 구하며 자신의 미래도 바꾼다. 여성들이 연대를 통해 사회의 구속과 통제로부터 벗어난다는 점이 오늘날의 (여성) 독자들에게도 좋은 자극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이들의 모험을 계속 지켜보고 싶은 건 나뿐일까. 부디 후속편이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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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중국사 - 한 상 가득 펼쳐진 오천 년 미식의 역사
장징 지음, 장은주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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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순으로 중국 음식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는 책이다. 저자 장징은 중국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활동하는 학자다. 그래서인지 중국 음식을 일본 음식과 비교하거나, 중국 음식과 함께 일본 음식의 역사나 특징을 소개하는 대목이 자주 보인다. 한국 음식에 대한 언급도 종종 나온다. 한국에서는 밥과 국을 먹을 때 숟가락을 사용하지만 중국, 일본에서는 젓가락만 사용한다. 이에 관한 추론도 흥미롭다. 


중화요리는 수많은 이민족의 요리 문화가 융합된 이른바 잡종의 식문화다. 주식은 옥수수에서 밀로 변화했는데, 이는 밀의 생산력 향상과 분식 가공 기술 발달 덕분이다. 최근에는 주식이 밀에서 쌀로 대체되면서 해마다 쌀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 밖에도 서역과의 교류, 이민족의 지배, 새로운 조미료의 탄생 등을 계기로 식문화가 크게 바뀌었다. 사천요리가 매운맛으로 유명해진 건 고작 백 년 전부터다. 중화요리가 미식으로 각광받게 된 것도 홍콩요리가 대륙으로 침투한 이후의 일이다. 


중국인들이 개고기를 먹지 않게 된 건 기마 민족인 선비족 덕분이다. 오랫동안 중원의 주인이었던 한족은 개고기를 소고기만큼 귀하게 여기고 즐겨 먹었다. 반면 남북조 시대에 북위 정권을 세운 선비족은 개를 친구로 여겨 개고기를 먹지 않았다. 이들은 한족의 개를 먹는 풍습을 멸시했고, 한족 문화권으로 이주하면서 개를 좋아하는 풍습을 함께 들여왔다. 한민족도 기마 민족인데 왜 한국에는 아직도 개고기를 먹는 문화가 남아있는 걸까. 하루 빨리 사라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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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거 봤어? - TV 속 여자들 다시 보기
이자연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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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한국의 TV 프로그램을 챙겨본 일이 없다. 그래서 이 책에 거론된 대부분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는데, 첫째는 한국의 TV 프로그램 속 여성의 역할이나 여성에 대한 묘사가 예전에 비해 많이 발전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그러나 여전히 한계가 있으며 발전 가능성 또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챙겨보고 싶은 작품도 생겼다. 신세경, 차은우 주연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에는 조선 시대 여성들이 과거 시험을 보는 장면이 나온다. 그전까지 사극 드라마에서 여성이 궁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궁녀가 되거나 남장을 하는 두 가지 선택지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의 주인공 구해령은 스스로 과거 시험을 봐서 합격해 최초의 여성 사관으로서 궁에 들어간다. 이것만 해도 충분히 기발하고 통쾌한 상상인데, 이 드라마는 구해령을 포함해 여성 사관이 된 사총사가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남성 사관들은 당하지 않는 고초를 당하는 모습을 그림으로써, 여성에 대한 차별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어져 왔으며 지금도 존재하는지를 보여준다고. 결말도 만족스럽다고 하니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TV로는 안 보고 OTT 서비스로 본 작품이 있어서 반가웠다. 바로 <여고추리반>이다. <여고추리반>은 기존의 추리 예능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출연자가 전원 여성이며(박지윤, 장도연, 재재, 최예나, 비비), 여성들 간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범인을 맞히는 과정을 재미있으면서도 스릴 있게 보여주었다. 만약 출연자가 전원 남성이었다면 이런 식의 전개가 가능했을까. 보나 마나 기싸움, 편 가르기, 약한 사람 갈구기 등으로 재미없고 허풍만 가득한 전개가 이어졌을까. 여자 출연자가 한두 명 정도 있었다고 해도 분명 예쁘면 꽃, 안 예쁘면 병풍 취급하면서 성희롱이나 했겠지. 아아, <여고추리반> 시즌2 너무 기대된다. 얼른 방영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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