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포 투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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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출간된 에이모 토울스의 책은 모두 네 권이고 전부 읽었다. <모스크바의 신사>, <우아한 연인>, <링컨 하이웨이> 그리고 가장 최근에 출간된 <테이블 포 투>까지 하나 같이 벽돌책 두께인데 하나 같이 재미있다. 앞서 출간된 세 권이 모두 장편소설인데 반해 <테이블 포 투>는 작가가 쓴 짧은 이야기들을 모은 소설집이다. <테이블 포 투>에는 단편소설 여섯 편과 중편소설 한 편이 실려 있고, 단편 여섯은 뉴욕을, 중편 하나는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한다. 단편은 다소 고전적인 느낌이 들면서도 유머와 반전이 있는 작품들이고, 중편은 여성이 활약하는 추리 모험 활극이다.


이 책에 실린 단편은 20세기 초 러시아의 농민 부부가 모스크바를 거쳐 뉴욕으로 오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줄 서기>소설 쓸 거리가 없어서 고민인 소설가 지망생이 유명 작가들의 서명을 위조하는 일을 맡게 되면서 벌어진 일을 그린 <티모시 투쳇의 발라드>, 알코올 중독 치료 중인 남자와 호텔에서 보낸 하룻밤을 담은 <아스타 루에고>, 엄마로부터 새아버지를 몰래 미행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여자의 모험을 그린 <나는 살아남으리라>, 음악회에서 연주를 불법 녹음하는 노인과의 일화를 담은 <밀조업자>, 르네상스 작품의 마지막 조각을 찾고 있는 전직 경매사의 이야기를 그린 <디도메니코 조각> 등이다.


읽으면서 작가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대와 역사에 대한 관심이 깊은 점, 인간 심리의 다양성, 복잡성에 주목하는 점이 그렇다. 특히 두 작가 모두 겉보기에는 평범하고 대체적으로는 선한 사람들이 자기 자신만은 잘못된 걸 모르거나 스스로도 잘못된 걸 알면서 결코 버리지 못하는 어떤 부정적인 특성(욕망, 집착, 중독, 수치심 등) 때문에 어떻게 자기 인생을 망치고 남들에게도 피해를 주는지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읽다 보면 '성격이 운명이다'라는 말이 자동적으로 떠오른다. 


로스앤젤레스가 배경인 중편소설 <할리우드의 이브>는 작가의 첫 장편소설 <우아한 연인>의 후일담이다. 1938년 뉴욕을 떠난 '이블린 로스(이브)'는 할리우드가 있는 로스앤젤레스로 향한다. 호텔 화장실에서 우연히 배우 올리비아 드 하빌런드를 만나 친구가 된 이브는 '나쁜 남자들이 만든 함정'에 빠져 배우 생활이 끝날 위기에 놓인 올리비아를 도와주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할리우드에서(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많이 벌어질 거라는 생각은 했는데 공교롭게도 앱스타인 문건이 추가 공개된 시점에 이 소설을 읽어서 기분이 매우 더러웠다. 30년대에 이 정도의 일이 벌어졌다면 그 후에는 얼마나 더 많은 추악한 일들이 일어났을까. 그러고도 가해자들은 처벌 받지 않고 오히려 승승장구하고 피해자들만 고통 받았겠지. 생각할수록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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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두고 왔나 봐
전성진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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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진 작가, a.k.a 굉여님을 직접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의 애청자이자 굉여님의 팬으로서, 2023년 5월 굉여 님이 볼더링을 하다가 추락해 큰 부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SNS로 접하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몇 주 후 방송된 '영혼의 노숙자 265화 부상당한 우리 굉여의 인권은 바겐세일중! 그래도 웃어~~~(feat. 굉여)' 편의 재생 버튼을 처음 누를 때는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그래도 웃어~~~'라고 쓰여 있지만, 정말 웃을 수 있을까?... 라는 의심이 무색하게도,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빵빵 터지는 '잼얘'에 정신 없이 웃었다. 그래 뭐 '웃으라고 하는 이야기'이니까 웃어도 되겠지...?


근데 아니었다. 또 다시 몇 주 후 방송된 '영혼의 노숙자 279화 굉여의 문제적 인권회복기' 편에서 굉여님은 265화 방송 직후 청취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기쁨과 보람을 느끼면서도, 자신이 다친 이야기를 남들이 재미로 소비하는 것에 불편한 기분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사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이것도 굉여님 특유의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굉여님의 두 번째 산문집 <몸을 두고 왔나 봐>를 읽고 나서야 농담이 아니었다는 걸 알고 미안했다. 남의 아픈 이야기를 내가 너무 웃으면서 들었구나. 세상에는 아픈 이야기를 웃기게 할 수 밖에 없는 사람도 있는데 내가 미처 몰랐구나. '눈물 닦으면 다 에피소드'라지만, 에피소드가 되고 눈물이 마른 후에도 상처나 통증은 남아 있을 수도 있는데 웃느라 못 봤구나. 근데 웃으라고 한 이야기를 듣고 안 웃는 것도 실례 아닌가..? 혼란을 느낀 건 나만이 아니었다. 굉여님 자신도 자기가 왜 이러는지 이상했다. 


"'웃기다'는 칭찬이 쌓을수록 마음이 탁해졌다. (중략) 웃으라고 농담을 해놓고는 막상 웃으니 와락 심술이 나는 꼴이었다."(8쪽) 


자기가 먼저 아픈 이야기를 웃기게 해 놓고 사람들이 웃어도 화가 나고 안 웃어도 화가 나는 자신이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해서, 저자는 이유를 생각해 봤다. 생각해 보니 그동안 자신이 몸과 맺은 관계가 별로였다. 가장 큰 원인은 성장 환경이다.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면 안 되는 환경에서 자란 저자는 어른이 되어서도 몸이 아프든 마음이 아프든 아프다는 말을 잘 못했다. 그래도 표현은 해야 하니까 아픈 걸 아프다고 바로 말하지 않고 웃기게 말했다. 그런 식으로 다른 감정들도 웃음으로 위장했다. 슬픔, 분노, 죄책감, 수치심, 불안, 절망 등등 온갖 부정적인 감정을 웃음으로 위장했다. 그러면 사람들도 웃고 자기도 덜 괴로운 것 같았다. 근데 아니었다. 몸 구석구석에 그것들이 계속 쌓이고 있었고, 부상 사건을 계기로 통증이 폭발했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저자가 일하는 카페에서 우연히 자신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부상을 입은 손님 '안네'를 발견하고 친구가 되는 과정이다. 사람들에게 아무리 많은 위로와 응원의 말을 들어도 마음에 와 닿았지 않았던 저자는 안네와 부상 부위의 통증이나 회복 과정의 어려움 등에 관한 대화를 나누면서 비로소 온전히 이해 받고 공감 받는 기분을 느꼈다. 이 경험을 통해 저자는 고통을 외면하거나 피하는 것보다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고통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회복과 치유에 더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릴 때는 고통을 피하는 방법을 잘 몰랐어.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거든. 그래서 너를 두고 갈 수밖에 없었어. 괴로움을 온전히 느끼기엔 어렸었나 봐. 맞설 수도 없고 미워할 수도 없으니까. 그저 너에게서 빠져나오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었어. 지금의 나라면 같은 일이 생겼을 때 도망치지 않고 너와 함께했을 거야. 이제 나는 비로소 어른이라 뭐가 맞고 틀린지 알거든." (63쪽)


저자는 '이제 나는 비로소 어른이라 뭐가 맞고 틀린지 알거든'이라고 썼지만, 솔직히 나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특히 몸에 관해서는 뭐가 맞고 틀린지 잘 모르겠다. 몸이 괜찮은 것 같은데 안 괜찮고 반대로 안 괜찮은 것 같은데 괜찮은 식으로, 나의 생각이나 감정을 배신(?)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다. 어쩌면 이것도 내가 그동안 몸과의 관계를 잘못 맺어왔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나는 언제 어디에 몸을 두고 온 걸까. 저자의 첫 번째 책에 이어 두 번째 책도 너무 좋아서 벌써부터 세 번째 책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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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에몽 3 : 50주년 기념 스페셜판
후지코 F. 후지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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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에몽> 발간 50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도라에몽 : 50주년 기념 스페셜판>의 책갈피에는 원작자 후지코 F. 후지오의 어록이 실려 있다. 3권에 실린 어록에는 "이른바 '진구'적인 요소라는 건 누구나 가지고 있답니다. 그게 진한 '순수 진구'냐, '반쪽 진구'냐, 희미한 '진구틱'이냐.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지니고 있는 요소인 거죠."라는 문장이 있다. 읽으면서 정말 그렇다고 생각했다. 진구와 나는 태어난 시대도 나라도 성별도 모든 것이 다르지만, 만화에서 진구가 느끼는 감정은 결코 낯설지가 않다. 나는 왜 이렇게 바보 같을까 반성하면서 같은 바보짓을 되풀이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니 묘하게 위로가 된다. 


3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내가 나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이다. 진구에게 과외를 시키기 위해 생활비를 줄이겠다는 부모님의 대화를 들은 진구는 부모님이 자신을 걱정한다는 사실에 속이 상해 스스로 공부를 하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이제까지 스스로 공부를 한 적이 없는 진구가 갑자기 혼자서도 공부를 잘하게 될 리가 없다. 고민 끝에 진구는 '타임머신'으로 3년 후의 자기 자신을 데려와 과외 선생님 역할을 하게 하기로 한다. 만화적인 상상이지만, '미래의 나'가 '지금의 나'를 보면 어떨지 생각해 보는 건 분명 시야 확장 및 무기력 극복에 도움이 된다. 지금의 나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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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에몽 2 : 50주년 기념 스페셜판
후지코 F. 후지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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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에몽> 출간 50주년을 기념해 <도라에몽 50주년 기념 스페셜판>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도라에몽> 오리지널 단행본의 에피소드를 그대로 싣고 있으면서도 종이의 질이나 인쇄 퀄리티가 매우 좋아 소장하기에 적합하다. <도라에몽> 시리즈의 유명한 에피소드를 '원전'으로 다시 볼 수 있는 점도 좋다. 2권 첫 에피소드 '암기빵'이 대표적이다. 내일 시험인데 공부를 하나도 안 한 진구를 보다 못한 도라에몽이 암기빵을 건네준다. 노트에 갖다 대고 찍혀 나온 걸 먹으면 그 내용을 완벽하게 암기할 수 있는 암기빵. 이런 빵이 실제로 존재하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해 본 게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ㅎㅎ


'거짓말 거울' 에피소드도 재미있게 읽었다. 거짓말 거울은 이름 그대로 진실이 아닌 거짓을 보여주는 거울로, 이 거울을 보는 사람은 사실 그대로가 아니라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현실을 보게 된다. 거짓말 거울이 보여주는 자신의 모습에 혹한 사람들은 거짓말 거울이 시키는 대로 하다가 원래 모습보다 더욱 흉해지는데, 자신의 외모에 대한 관심이 지나친 나머지 원래의 매력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읽혔다. 책갈피에 실린 작가의 말에 담긴 "좋은 일은 언젠가 끝이 납니다. 신기한 도구를 사용하면 반드시 그 대가가 돌아오죠."라는 문장이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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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에몽 1 : 50주년 기념 스페셜판
후지코 F. 후지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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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만화 <도라에몽> 시리즈가 발간 50주년을 기념해 스페셜판으로 나왔다. 이제까지 나는 <도라에몽>을 '테마걸작선', '특별한 도라에몽' 등 주제별 에피소드 모음집만 읽고 1권부터 제대로 읽은 적은 없어서 스페셜판의 출간이 매우 반가웠다. 1권부터 3권까지 읽어보니 이미 아는 에피소드도 있지만 모르는 에피소드도 있고, 알고 있어도 다시 보니 새로운 에피소드도 있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단행본의 크기나 형태도 예전 만화책 느낌이 나면서도 종이 질이 개선되고 컬러 인쇄된 부분도 있어서 소장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꼈다.


1권은 '진구'와 도라에몽의 만남으로 시작한다. 별 볼일 없는 어른이 되는 진구의 미래를 막기 위해 진구의 손자의 손자 '장구'가 보낸 도라에몽은 에피소드마다 다양한 발명품을 만들어서 위험에 빠진 진구를 도와주기도 하고 어리숙한 진구에게 교훈을 주기도 한다. <특별한 도라에몽 : 오싹오싹 덜덜덜 호러 편>에서 가장 무서운 에피소드로 뽑았던 '그림자 빌리기'도 1권에 실려 있다. 진구가 아버지의 심부름을 도라에몽이 만들어준 그림자가 대신하게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데, 인간이 직접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게 되면서 점차 능력을 잃게 된다는 전개가 작금의 사회를 반영하고 있다고 느꼈다. 다시 봐도 오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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