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감각 기르기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거침없는 대화 지식여행자 15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옥희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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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클론 기술을 응용하는 것에 대해 모두들 걱정하고 있지만, 클론 기술 같은 걸 사용하지 않더라도, 다들 유니클로를 입고, 같은 TV 프로그램을 보고, 편의점 음식을 먹고 하니까, 말투도 비슷해지고, 그러다보면 머릿속도 서로 닮아가지 않을까? (p.56)



그러고 싶지 않은데, 내 생각이나 가치관이 자꾸 미국이나 일본 스타일에 경도되는 걸 느낄 때가 있다. 그야 자본주의를 다루는 경제학과 세계 패권이나 제국주의 등을 배우는 정치외교학을 전공했으니 미국과 일본 스타일에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안경제학이라는 것도 배웠고 세력균형이나 복지국가에 대해서도 배웠으니 생각의 균형이 잡혀야 하지 않을까?



요네하라 마리의 책을 읽을 때면 유난히 이런 반성을 자주 하게 된다. 아홉살 때부터 5년 동안 체코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에서 다녔으며, 도쿄 외국어대에서 러시아어를 전공, 훗날 러시아어 통역가이자 작가로 성공한 요네하라 마리. 그녀는 소련 붕괴 전후 일본 최고의 러시아통(通) 중 한 명으로 손꼽히며 일본 내에 러시아의 언어와 문화, 예술 등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러시아 통신>을 비롯해 그녀가 쓴 책들을 보면 내가 그동안 러시아를 비롯해 과거 공산주의 국가들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하고 무지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비록 이들의 이상은 실패로 끝났지만, 이들이 전통적으로 지키고 가꿔온 문화와 예술 중에는 얼마나 대단하고 멋진 것이 많은가. 볼쇼이 발레단이라든가, 톨스토이라든가, 보드카라든가......^^ 



<언어 감각 기르기>는 요네하라 마리가 러시아에 대해 다룬 책은 아니고, 그녀의 전공인 언어와 통역, 문화 등에 대해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요네하라 마리가 요로 다케시, 하야시 마리코, 이토이 시게사토, 다마루 구미코 등 모두 11명의 명사들과 여러 매체에서 나눈 대화를 모은 대담집이다. 과학자, 문학 교수, 정치가, 카피라이터, 작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과 대담을 한다는 것 자체도 대단한 일인데, 생전에 매일 일곱 권씩 책을 읽었다는 그녀답게 화제마다 맹렬하게 달려들어 이야기하는 모습이 어찌나 멋있었는지 모른다. 러시아어 통역사는 러시아 사람처럼 대개 이상주의적이고 수수하다는 것이 그녀의 평인데, 그 안에는 보드카처럼 뜨겁고 화끈한 열정이 담겨 있는 것까지도 닮았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역시 언어는 문화를, 문화는 언어를 닮는 것일까. 



요네하라 마리는 러시아의 언어와 문화를 알리는 데에는 앞장섰지만, 모든 나라들이 천편일률적으로 미국화되는 것에는 반대했다. 아니, 세계 패권을 미국이 쥐고 있기에 미국화되는 것을 반대할 뿐, 지구촌의 수많은 나라의 다양성이 무시되고 오로지 한 나라를 기준으로 획일화되는 것에 반대했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이는 실용성이나 편리함을 앞세운 제국주의, 파시즘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나. 일상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똑같은 브랜드의 옷을 입고, 똑같은 기업에서 만들어진 똑같은 음식을 먹고, 똑같은 문화 상품을 소비하는 것은 당장 쉽고 편한 일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수많은 대안들을 제거하고 모든 것을 균질한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끔찍한 일이다. 



대중의 '같음'에 휩쓸리지 않고 나의 '다름'을 지키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의 다른 언어를 배우고 다른 문화를 알아가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요네하라 마리가 비록 몸은 일본에 살고 있지만 마음은 러시아의 언어와 역사, 문화 등을 연구하며 끝까지 남과 다르게 살았던 것처럼 말이다. 아직도 그녀에게 배우고 싶고 그녀를 닮고 싶은 것이 많은데, 출간된 책은 거의 다 읽고 이제 세 권 정도만을 남겨두고 있다. 아쉽다. 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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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A123617795 함께 나이 들어가는 작가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인 것 같아요. 마스다 미리의 책을 읽으면 한살 한살 먹으면서 제가 느끼는 불안이나 괴로움, 외로움, 후회 같은 것이 비단 저만의 일이 아니라 남들도 다 느끼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차분해 집니다. 외롭지 않달까요... 아직도 속은 단발머리 여중생 시절과 별로 다르지 않은데 애써 어른인 척 아등바등 살고 있는 제 자신을 위로해주고 싶을 때마다 그녀의 책을 읽습니다. 이번 주말에도 또 한 권 주문해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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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패키지 - 성공의 세 가지 유전자
에이미 추아.제드 러벤펠드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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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교 공부와 높은 성적을 최우선시하며 자녀를 엄격하게 양육하는 이른바 '타이거맘' 양육법으로 몇 년 전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열띤 토론과 논쟁을 야기했던 에이미 추아. 그녀의 저서 <타이거 마더>를 읽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자식은 부모가 경제적, 사회적 성공을 거두기 위한 도구도, 이를 확인하기 위한 수단도 아니며, 부모 마음에 들 때만 예뻐하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내다버릴 수 있는 '애완'동물('반려'동물과 다르다) 같은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식을 훈육이나 양육의 대상이 아닌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며 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만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교육이자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트리플 패키지>를 읽는 내내 마음 한 켠이 불편했다. 에이미 추아와 그녀의 남편 제드 러벤펠드(두 사람 모두 예일대 로스쿨 교수이며, 제드 러벤펠드는 베스트셀러 <살인의 해석>의 저자로도 유명하다)가 공저한 이 책은 미국 내에서 최근 몇십 년 간 인도계 미국인, 동아시아계, 유대인, 모르몬교도 등 소수의 특정 민족, 특정 집단이 사회 각 분야에서 눈부신 성공을 거두고 있는데 주목한다. 저자들은 이 집단들의 공통점을 우월 콤플렉스, 불안감, 충동조절- 이 세 가지로 요약해 '트리플 패키지'라고 명명했다. 충동조절은 그렇다 쳐도 남보다 우월하다는 생각과 불안감이 어떻게 성공으로 연결되는 것일까? 언뜻 보기에는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 같은데. 읽는 내내 회의적인 생각이 고개를 쳐들었지만 저자들의 설명에 수긍이 가는 대목도 없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역시 이들의 주장에 백 퍼센트 동의하기는 힘들 것 같다. 아니, 이들의 설명을 머리로는 이해할 수는 있어도 가슴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그야 소수민족, 이민자 출신으로 어렵게 명문대에 입학하고 사회적인 성공을 거두는 게 좋은 일일 수는 있다. 이들의 성공을 가족이나 가문, 민족 집단 전체의 성취로 받아들이고 기뻐하는 마음도 이해한다. 하지만 오로지 이로 인해 희생되는 아이들의 인격과 인권, 인생은 누가 보상할까? 아이 자신이 원해서 힘들게 공부하고 사회적 평판이 높은 직업을 얻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만약 부모가 자녀의 개인적인 의견이나 주장을 묵살하고 자신들의 희망대로 아이들을 조종한다면, 이는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노동자의 인권을 무시해도 좋다고 여기는 개발시대의 독재자나 기업가의 모습과 다를 게 없다(타이거 맘의 수혜자이자 피해자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는 하버드 로스쿨 석지영 교수 역시 저서에서 부모님의 양육 방식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다).



다행히도 이 책의 저자들은 트리플 패키지로 인한 문제점을 서술하는 데에도 신경을 썼다. 어렵게 성공한 사람들이 끊임없이 타인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열등감에 시달린다든지, 부모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든지, 성공한 후에 우울감이나 허무감을 느끼고 괴로워 한다든지 등등의 정신적인 폐해가 대다수다. A를 받아도 A+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야단을 맞고, 대통령이 되어도 의사가 된 오빠만큼 성공한 건 아니라며 비난받고, 오로지 명문대에 진학하라는 의미로 아이의 이름을 '프린스턴', '예일 등으로 짓는 부모들(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베라 왕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도 그녀의 직업을 인정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인가!). 이들의 자녀들이 자라는 동안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을지 나로서는 상상조차 안된다.



기존의 성공 공식을 부정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점은 좋지만, 어디선가 이 책을 읽은 부모에게 또 다시 닦달당하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넌 왜 이 사람들처럼 못하니?) 마음이 쓰리다. 부디 부모가 보는 세상이 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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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수업 (양장) - 글 잘 쓰는 독창적인 작가가 되는 법
도러시아 브랜디 지음, 강미경 옮김 / 공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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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기술이나 기교를 설명하는 책일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글쓰는 습관이나 태도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필요한 대목만 발췌해서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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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수업 (양장) - 글 잘 쓰는 독창적인 작가가 되는 법
도러시아 브랜디 지음, 강미경 옮김 / 공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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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작가 수업>이라서 글쓰는 기술이나 기교를 설명하는 책일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글쓰는 습관이나 태도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얼마 전에 읽은 레이먼드 챈들러의 책에 "글쓰기에서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스타일이다." 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이 책에 따르면 작가의 스타일은 오래 남는 것일 뿐 아니라 작가의 시작점이며 모든 것이라고 보아도 되지 않을까.



"평소보다 30분이나 한 시간 일찍 일어나는 것이 가장 좋다. 일어나자마자 말을 하거나, 조간 신문을 읽거나, 전날 밤 치워두었던 책을 집어들지 말고 글을 쓰기 시작하라.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아무 내용이나 쓰라." (pp.79-80)



글쓰기의 최대 장애물은 무엇일까? 내 생각엔 게으름과 자기 검열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저자는 매일 규칙적으로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라고 조언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쓰는 것이 가장 좋다. 단 15분이라도 좋으니 규칙적으로 쓰다보면 자연스레 글쓰는 습관이 몸에 밸 것이다. 출근하느라 바빠서 글 쓸 시간이 없다면 기상 시간을 앞으로 당기면 된다. 작가가 되기 위해 그 정도도 못 한다면 작가가 될 자격이 없는 것이다. 자기 검열을 피하기 위해서도 아침에 글쓰는 것이 좋다. 다른 생각이나 타인의 생각, 미디어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오롯이 자기 생각에만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전날 밤 꿈까지 꿨다면 금상첨화다. 무의식의 영향으로 아주 좋은 작품을 쓰게 될 수도 있다.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글을 쓰지 않는 시간도 다음에 쓸 글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채워야 한다. 책을 읽을 때는 한 번 읽고 덮지 말고 무조건 두 번 읽는다. 일단 책을 한 번 읽고 노트에 개요와 책에 대한 인상이나 판단 등을 쓸 수 있는 한 많이 써본다. 그런 다음에 다시 책을 읽으면 처음 읽을 때 보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보게 될 것이다. 나는 아주 좋아하는 책이 아닌 이상 책을 한 번 이상 잘 안 읽는데 이제부터는 적어도 두 번은 읽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아주 좋은 책이나 좋았던 대목만이라도 말이다. 여가 시간에는 가능한 한 말을 아낀다. 자기 안에 생각이 많이 고여야 글로 쓸 말이 생긴다. 왕관을 쓰고 싶은 자는 그 무게를 버텨야 한다고 했던가? 작가가 되고 싶다면 혼자서 고독하게 지내는 시간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음... 이거라면 자신있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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