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다 군 2
요시노 사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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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바라카몬>의 주인공인 츤데레 서예가 한다 세이의 고등학교 시절을 그린 스핀오프작 <한다 군> 2권이 나왔다. 나오자마자 읽어보니 역시나 포복절도할 만큼 재미있다. 이 책을 지하철 안에서 읽었는데, 참으려고 해도 웃음이 피식 피식 새어 나와 사람들한테 티 안 내느라 혼났다(어쩌면 티가 좀 났을지도 모르겠다;;;).


<한다 군>은 한다 세이가 고등학교 시절 '서예 천재'로 이름을 날리며 학생인 동시에 직업 서예가를 겸하던 이야기를 그린다. 서예만 잘 하는 게 아니라 외모면 외모, 두뇌면 두뇌, 빠지는 게 없는 한다는 정작 주변 학생들이 모두 자기를 미워한다는 착각에 빠져 살고 있다. 그런 한다를 시기하고 질투하다가 되려 흠모하고 동경하게 된 학생들이 있었는데, 그 수만 해도 한 손으로 꼽고도 남을 정도! <한다 군 2>에서는 여기에 한다를 흠모하다 못해 외모와 행동까지 똑같이 따라하는 녀석, 짝사랑을 하다 못해 한다의 어머니까지 질투하는 녀석, 한다가 자신을 경쟁자로 여긴다는 착각 속에 사는 녀석까지 등장해 코믹함이 배가 되었다.


2권의 하이라이트는 사회성 제로인 한다가 자신의 사회성 없음을 극복하기 위해 기를 써서 이야깃거리를 생각하고 억지로 웃음을 지으는 대목! 반 친구한테 말 한 마디 걸은 걸 가지고 하루종일 행복해하다 못해 어머니한테 자랑까지 하는 한다가 어찌나 귀엽던지 ^^ 올해 내가 읽은 출판 만화 중에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바라카몬>과 <한다 군>의 다음 권을 얼른 보고 싶은데 언제쯤 새로운 이야기를 볼 수 있을까. 만화는 읽는 시간은 짧은데 기다리는 시간은 하염 없이 긴 게 슬프다.




대원씨아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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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펀맨 One Punch Man 5 - 만신창이로 빛나다
ONE 지음, 무라타 유스케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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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원펀맨>을 읽다가 동생이 보이길래 그림이 아이실드 같다고 하자 동생 왈, "그거 아이실드 작화가가 그린 거야." 덧붙이길 아이실드 작화가 무라타 유스케는 생동감 있는 연출과 탄탄한 작화실력을 갖추어 팬들 사이에서 '무라갓(god)'으로 불리는 작화의 신이란다. 아이실드를 전부 본 것도 아니고 동생이 보는 걸 옆에서 몇 번 들여다본 적 있을 뿐인 내가 <원펀맨>을 보자마자 아이실드 작화가가 그린 작품이라는 걸 알아채다니. 나에게 이런 눈썰미가 있었을 줄이야!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덕력(!) 높은 동생을 둔 덕분에 나까지 만화보는 눈이 높아졌나 보다 ^^



무라타 유스케가 작화에 참여해 큰 화제를 모으며 일본에서만 단행본 누계 판매 부수 600만부를 돌파한 <원펀맨>은 그림도 그림이지만 스토리도 재미있다. 히어로물이나 액션물을 즐겨 보는 편이 아닌 나도 <원펀맨>은 계속 보게 되는 매력이 있다. 일단 주인공인 히어로 사이타마가 대머리라는 것! 울끈불끈한 근육과 화려한 기술을 지닌 적들을 앞에 두고 민머리를 반짝이며 맹한 표정으로 서 있는 사이타마를 볼 때마다 피식 피식 웃음이 났다. 그런 사이타마가 펀치 한 방으로 모든 적을 날려버리는 최강의 '원펀맨(one punch man)'이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으랴. 



사이타마가 생활력 만점의 서민 히어로라는 설정도 웃음을 자아낸다. 애초에 히어로가 된 것부터 지구를 지키겠다든가 정의를 구현하겠다든가 하는 거대한 목표가 있어서가 아니라, 백수 시절 취업 면접에서 떨어져 기운 없이 길을 걷던 중에 괴물을 만나서였다. 그 후 피나는 노력 끝에 히어로가 된 후에도 적과의 대결을 앞에 두고 오늘이 쓰레기 분리 배출하는 날이라는 걸 떠올리지 않나, 마트에서 슈퍼 세일하는 날을 챙기지 않나 온갖 친숙한(혹은 찌질한 ^^) 모습을 선보이는 장면이 너무 웃겼다.



무엇보다 이 만화는 겉보기엔 히어로가 세상에 난무하는 적들을 해치워나가는 전형적인 액션물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회 풍자적인 요소가 적지 않다. 경쟁을 강요하다 못해 학생의 자유로운 생각마저 억압하는 학교 교육이나 아무리 일해도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뱅이는 더 가난해지는 자본주의 사회의 폐해에 대한 풍자가 특히 눈에 띄었다. 신이 내린 작화에 유머와 풍자가 어우러진 스토리! 이러니 인기 있을 만하지.



이번에 나온 5권과 6권부터는 사이타마가 히어로 협회의 C급에서 B급으로 승급하며 순식간에 등장인물이 확 늘었다. 그만큼 이야깃거리도 풍부해질 것 같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대원씨아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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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와 메모광
정민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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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나 지금이나 친구가 곁에 없어 외로운 적은 없었다. 보통 전학을 하면 친구를 사귀기 어렵다고 하는데, 나는 초등학교 4학년 2학기 때 전학을 한 번 했지만 첫날부터 여러 명의 친구를 사귀었고 이듬해엔 반의 부반장이 되기도 했다. 중고등학교 때는 반장이며 동아리 부장을 도맡아 해서 주변에 친구들이 없는 날이 드물었다. 그 때에 비하면 성인이 된 후에 사귄 친구들의 숫자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대학 수업을 들을 때나 동아리 활동을 할 때도 사람을 쉽게 사귀는 편이었고, 사회에 나온 후에도 그랬다. 



한데 책을 좋아하고부터는 외롭다는 생각을 부쩍 한다. 회사에서 책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리 만무하고, 친구들을 만나도 내가 좋아하는 책 이야기를 할 수 없어 외롭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볼까 싶기도 하지만, 일하면서 틈틈이 책 읽고 서평 쓰는 것도 벅찬데 다른 사람들까지 만날 여유가 없다. 그러니 블로그나 인터넷 서점에서 책 이야기를 나누는 곳에 끼어들거나, 책 관련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남이 하는 책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하는 것이 책 때문에 생긴 외로움을 해소할 유일한 수단일밖에.



정민의 <책벌레와 메모광>을 읽으면서 이런건 핑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미쳐 손에서 책을 놓지 못 했던 책벌레들, 숨 쉬듯 읽고 밥 먹듯 메모한 메모광들의 이야기를 엮은 이 책에서, 나는 외로운 데다가 배까지 고픈 데도 읽고 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이들의 열의와 정성에 감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배지에 있는 몸이면서도 제자들에게 학문을 권하다 못해 독촉했던 독한(!) 선생 정약용이며, 추운 겨울 마당에 눈 쌓이는 것도 모르고 글 읽기에 심취했던 이덕무, 그리고 그 먼 열하에 다녀오는 길에도 좋은 생각이 날 때마다 말을 멈추고 붓과 벼루를 꺼내 메모를 했다는 박지원 등의 삶에는 외로움이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덕무는 열여덟 살 때 자신의 거처에 구서재란 이름을 붙였다. 책과 관련된 아홉 가지 활동이 이루어지는 집이라는 뜻이다. 그 아홉 가지 활동은 바로 독서, 간서, 초서, 교서, 평서, 저서, 장서, 차서, 포서였다. (p.112)



조선의 르네상스인 정조 시대에 자타가 공인하는 책벌레였던 이덕무는 책을 그저 읽기만 한 게 아니었다. 그는 '구서재'라고 이름 붙인 자신의 거처에서 책을 낭독하고, 눈으로 묵독하고, 베껴 쓰고, 교정 보고, 비평하고, 집필하고, 소장하고, 대여하고, 진짜 '책벌레'에 상하지 않게 잘 관리했다. 이 중에 내가 하는 활동이라고는 눈으로 묵독하는 간서와 베껴 쓰는 초서(그것도 책 전체를 베껴 쓰는 게 아니라 인상 깊은 구절만 짧게 베껴 쓰는 정도다), 읽고 난 감상을 적는 것도 넓게 봐서 비평이라면 평서, 소장하는 장서, 빌려 읽는 차서 정도. 책벌레 때문에 책이 상한 적은 없지만 종이가 누렇게 바래지 않도록 천이나 신문지로 덮어놓는 것도 포서에 속할까.



글을 쓸 때 자리 옆에 늘 궤 하나를 놓아두고, 책을 읽다가 의혹이 생기거나 떠오르는 생각이 있으면 붓으로 적어 그 안에 던져두곤 했다. 쌓아둔 지 오래되니 없어질까 걱정되어 베껴써서 <독기>라 하고, 질문을 기다린다. (<독기> 중에서 저자가 인용한 글, p.145)



메모를 하는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선조들이 추천하고 저자가 직접 경험한 바 있는 메모법은 '독기'다. 독기란 떠오르는 생각이 있으면 적어서 상자나 옹기 같은 데에 넣어두었다가 어느 정도 모이면 주제별로 분류해 책으로 묶는 것이다. 저자는 이 방법을 활용해 <마음을 비우는 지혜 - 명청청언소품>이라는 책을 집필한 바 있고,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메모를 정리할 때 유난히 <유몽영>이라는 책의 내용이 많은 것을 깨닫고 이 책도 찾아 번역했다. 머릿속에 떠올랐을 때는 영원히 기억할 것 같지만 금방 잊어버리고 마는 생각들을 붙잡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리해 책으로 만들 수도 있다니 일석이조다.



한 권의 책을 다 읽을 만큼 길게 한가한 때를 기다린 뒤에야 책을 편다면 평생 가도 책을 읽을 만한 날은 없다. 비록 아주 바쁜 중에도 한 글자를 읽을 만한 틈이 생기면 한 글자라도 읽는 것이 옳다. (홍석주의 말을 저자가 인용, p.214)



오늘의 청와대 비서관에 해당하는 승지에 오른 인물이자 평생 읽은 책을 목록으로 만들고 각 책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한 책 <홍씨독서록>을 남기기도 한 홍석주의 글은 책벌레와 메모광에 관한 글 모두를 통틀어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나중에 읽어야지, 시간 나면 읽어야지, 휴가 때 읽어야지, 회사 그만두면 읽어야지, 은퇴하면 읽어야지...... 그런 결심을 실제로 실행한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있다 해도 나는 그런 사람보다, 읽고 싶을 때 읽는 사람, 지금 당장 책을 읽는 사람이 되고 싶다. 책이란 게 언제나 거기 그대로 있을 듯한 사물 같지만, 시간과 공간, 무엇보다 인간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책이 살아있는 생물이라면, 나는 왜 내 곁에 늘 책이 있는데도 외로워했던 것일까. 그동안 내 안에도 책을 그저 평범한 사물로 여기는 마음이 있었던 것일까. 책 읽는 시간을 애인과 정을 나누는 순간처럼 소중히 여기고, 기록하는 일을 사랑하는 이의 고백을 받아 적는 것처럼 황홀하게 여겼던 이들에 비하면 난 아직 멀어도 한참 멀었다. 삶에서 책을 빼면 아무것도 없다고 여긴 책벌레와 메모광의 길을 나도 따라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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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1-08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을 읽으며 외로웠던 마음들을 키치님의 글 속에서 만나게되 내심 반가운(?)마음이 들었어요. 저도 이 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빨리 읽어봐야겠습니다. 꿀밤되세요 키치님^~^
 
책벌레와 메모광
정민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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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다섯 개, 아니 열 개를 주어도 아깝지 않을 것 같아요. 조선 시대의 책벌레, 메모광들의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수집하고 엮어낸 저자 정민 선생님의 정성에도 감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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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의 모험 - 당신이 사랑한 문구의 파란만장한 연대기
제임스 워드 지음, 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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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부터 꽤 오랫동안 어머니는 매일 아침 손수 깎은 연필을 내 필통에 채워주셨다. 그런 어머니 속을 알 턱이 없는 나는 그저 샤프펜슬을 쓰는 친구들을 부러워했고, 겨우 샤프펜슬을 손에 넣었을 때는 볼펜이며 알록달록한 색상의 잉크 펜을 몇 개씩 가진 친구들을 동경했다. 좀 더 머리가 크고 나서는 펜뿐만 아니라 필통, 노트, 수첩, 다이어리 등 온갖 문구류에 탐닉했고, 새 학기가 되거나 시험이 끝날 때마다 그 핑계로 새로운 문구를 사는 게 삶의 낙이자 기쁨이었다.



지금도 문구를 퍽 좋아해서 서점에 들를 때마다 근처에 있는 문구 코너를 빼놓지 않고 둘러보곤 한다. 이제는 샤프펜슬이며 노트를 꾸밀 때 쓰는 예쁜 색의 잉크 펜을 살 일도 없고, 노트며 수첩도 어디서 선물이나 증정품으로 받은 걸 쓰기 일쑤지만, 그래도 디자인이 예쁘거나 새로운 기능이 첨가된 문구를 보면 기분이 들뜨고, '나 학교 다닐 때 이런 게 나왔으면 얼마나 좋아' 하는 생각에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든다(마음만이다). 

 


영국의 오프라인 문구류 품평회 '런던 문구 클럽'의 창설자 제임스 워드가 쓴 <문구의 모험>은 볼펜, 스테이플러, 클립, 형광펜 등 이제는 삶의 일부처럼 친숙하고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물건으로 자리 잡은 문구의 역사와 그 속의 드라마를 소개한다. 클립이 오늘날의 형태로 자리 잡기 전에 얼마나 많은 디자인이 선보였는지, 가격도 저렴하고 기능도 좋은 빅 크리스털 볼펜(내 책상 서랍에도 몇 개나 있다)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기 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는지 등을 알 수 있었다. 에버 노트 등 노트 앱의 출현이 노트며 수첩에 미치는 영향, 이케아 매장에 비치한 연필을 고객들이 몇 개나 사용하는지(혹은 훔쳐 가는지) 같은 이야기도 실려 있어 흥미로웠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최신 기기의 잇단 출현으로 펜이며 노트 같은 기존의 문구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연말연시마다 불티나게 팔렸던 달력과 다이어리도 최근에는 매출이 급감해 생산량이 대폭 줄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문구는 죽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펜은 터널에 들어가더라도 작동이 중단되는 일이 없고, 노트는 배터리가 없어도 언제든지 보고 기록할 수 있다. 아이폰6 같은 최신 기기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캘리그라피, 북아트, 컬러링 같은 아날로그적 취미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을 봐도 문구는 죽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스마트 기기에는 어머니가 손수 연필을 깎아주었다거나, 용돈을 모아서 갖고 싶던 노트나 필통을 샀다거나 하는 추억이 없지 않은가. 아니, 요즘 학생들에게는 용돈을 모아서 갖고 싶던 스마트 기기를 샀다는 추억이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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