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할아버지 11
네코마키 지음, 오경화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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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할아버지>는 정년퇴직 후 고향인 섬마을에 살면서 고양이를 키우는 다이키치 할아버지와 고양이 타마의 사랑스러운 일상을 담은 만화다. 이 만화의 1권을 본 게 2016년이니 올해로 이 만화를 본 지 10년이 되었다. 처음 이 만화를 봤을 때는 몇 년 전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서 생활하는 다이키치 할아버지가 안쓰러운 마음이 없지 않았는데, 10년 동안 이 만화를 꾸준히 보면서 사랑하는 아내를 여읜 슬픔을 가슴 한구석에 간직한 채로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가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많은 위로와 감동을 받았다. 할아버지의 곁을 묵묵히(?) 지켜주는 타마에게도 고맙다.


11권은 다이키치 할아버지와 고양이 타마가 보낸 일 년 사계절의 풍경을 보여준다. 할아버지와 타마는 봄에는 쑥을 캐서 떡을 만들고, 여름에는 빙수를 사 먹으며 아내와의 추억을 회상한다. 가을에는 공민관에서 마을 노인들과 생일을 축하하고, 겨울에는 대파죽을 먹으며 감기를 이긴다. 에피소드마다 나오는 맛있는 음식들이 입맛을 자극하고, 다이키치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가 푸근하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범람하는 이런 시대에도 이런 만화를 그리는 작가가 있고 이런 만화를 찾아 읽는 독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하다. 오래오래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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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의 고베 - 보석처럼 빛나는 항구 도시에서의 홈스테이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8
한예리 지음 / 세나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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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도시들 중에 고베를 매우 좋아한다. 보통 한국인들이 간사이 지역을 여행하면 오사카나 교토를 찾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그 두 도시가 관광하기에는 더 낫지만, 나처럼 오사카나 교토는 여러 번 가봤고 관광보다는 현지인들의 생활을 체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여행자라면 고베도 괜찮다. 오사카에 비해 도시 경관이 훨씬 깔끔하고 사람들 분위기도 편안하고, 교토보다 숙소 비용이 저렴하고 관광객이 덜 붐비는 것도 장점이다. 바다도 있고 산도 있어서 일본의 자연을 즐기고 싶어 하는 여행자에게도 적합하다. 


<한 달의 고베>는 일본어 번역가인 저자 한예리가 고베에서 한 달 살기를 한 경험을 담은 책이다. 대학에서 일본 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4학년 여름방학 때 고베에서 일주일 간 홈스테이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인연을 맺은 일본인 가정과 이후에도 계속해서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한 달 살기의 숙소로 다시 한번 그 집에서 지내면서 일본과 일본인, 일본 문화를 더욱 깊이 체험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고베를 대표하는 명소들과 음식, 체험 활동 외에도 고베가 속한 효고현의 관광지, 고베 인근에 위치한 교토, 시가, 오카야마의 명소들도 소개한다. 일본 문학 전공자이자 일본어 번역가가 쓴 책답게 일본 문학과 관련된 장소를 알차게 소개하고 있는 점도 좋았다. 


무엇보다도 저자가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 같은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가 아닌 실제 일본인 가족이 사는 집에서 그들과 함께 생활한 기록을 담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밤마다 '일본 엄마'와 텔레비전 앞에 앉아 일본 드라마를 보고, 언니가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과 다른 일본의 자녀 양육 방식을 배우고,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보았던 타코야키 파티, 데마키스시 파티 등을 직접 해보는 모습은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의 다른 책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재미다. 일본에 아는 사람이 없는 나는 이런 기회를 가지기도 어렵겠지만, 기회가 있다면 경험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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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26-02-06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잘 나온 책이라고 느낍니다.
온몸과 온마음으로 마주한 이웃나라 이웃고을 삶자락을
차분히 풀어낸 붓끝과
이 글결을 담아낸 작은펴냄터가
일군 알뜰한 땀방울이지 싶습니다.
 
무정형의 삶 (양장) - 김민철 파리 산문집
김민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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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상을 몹시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설령 나 자신은 그 때까지 그 대상에 큰 관심이 없었어도 그 대상을 다시 보게 되고 좋은 점이 뭔지 찾아보게 된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도 그렇다. 사실 나는 파리에 가본 적도 없고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안 해 봤는데, 김민철 작가님이 쓴 <무정형의 삶>을 읽고 대체 파리의 어떤 점이 작가님을 홀렸는지 궁금해졌다.


저자의 '파리 사랑'이 시작된 건 스무 살 때의 일이다. 대학 시절 파리로 여행을 갔던 저자는 학자가 되어 파리에 돌아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대학 졸업 후 학자의 길이 아닌 광고 회사 직장인의 길을 택했고, 학자로서 파리에서 공부하겠다는 꿈은 직장 생활 틈틈이 떠난 파리 휴가로 대체 되었다. 나라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이 정도면 꿈이 이루어진 셈 치자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 저자는 달랐다. 오히려 직장 생활이 길어질수록, 파리에 간 횟수가 늘수록 파리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 그러다 어느 날 20년 다닌 직장에 퇴사하겠다고 알리고 파리행 티켓을 끊었다. 이 정도면 참을 만큼 참았다, 파리에서 두 달만 살아보자는 결심을 품고.


이 책에는 저자가 파리에서 보낸 두 달의 시간이 촘촘하게 기록되어 있다. 공항에서 숙소를 찾아가는 과정부터 숙소 주변의 풍경과 달라진 일상, 즐겨 먹은 음식과 자주 찾은 공간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마치 내가 파리에서 두 달 살기를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휴가를 받아서 파리에 왔을 때는 시간 제약 때문에 좋아하는 미술관이나 전시회를 마음껏 보지 못했지만, 회사를 관두고 파리에서 두 달 살기로 하고 온 지금은 한 미술관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머무르기도 하고 같은 전시를 여러 번 보기도 하는 '사치'를 누릴 수 있어 기뻤다. 한국에선 비싼 치즈나 와인도 파리에선 저렴하게 양껏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산책하기, 빵 사먹기 같은 평범한 일상 활동도 파리에서 하니 그 자체로 '로망 실현'이 되었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하는 시간이었지만, 매일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이따금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불안이 들기도 했고, 오랫동안 파리에 대해 가졌던 환상에 금이 가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걸 감안해도 여전히 파리를 좋아하기에 이런 책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 나에게도 좋아하는 외국 도시가 있고 살아보고 싶은 외국 도시가 있는데 더 늦기 전에 로망을 실현하고 싶다. 물론 파리에도 가보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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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봄의 불확실성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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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별일 없이 지나가는 것 같아도 팬데믹 시기와 비교하면 별스러운 일뿐이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누가 재채기라도 하면 팬데믹 시기에는 괜히 불안하고 걱정이 되었는데 이제는 그런 감정이 덜하다. 집 밖으로 나가 공원을 산책하거나 마트에서 쇼핑하는 일도 자유롭고 편안하다. 마스크를 챙기지 않아서 집으로 돌아가는 일도 없고, 휴대폰에 감염병 위기 경보가 뜨는 일도 없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영원히 보낼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소중히, 진심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팬데믹 시기에 배웠다.


미국 작가 시그리드 누네즈의 소설 <그해 봄의 불확실성>은 팬데믹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뉴욕에 사는 노년의 여성인 '나'는 지인 소유의 아파트에서 앵무새를 돌보는 일을 맡게 된다. 그 지인은 팬데믹 직전에 뉴욕 밖으로 나갔다가 팬데믹이 퍼져 뉴욕이 봉쇄되면서 뉴욕으로 돌아올 수 없게 되었다. 그전에 앵무새를 돌보는 일을 했던 청년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을 그만두었다가, '나'가 앵무새를 돌보게 된 후에 아파트로 돌아와 '나'와 살게 된다. 베치라는 이름의 이 청년은 성별, 나이는 물론이고 계급, 관심사, 정치적 입장 면에서도 '나'와 공통점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보내며 둘 사이에는 성적 관심과는 또 다른 연결감, 유대감이 생긴다.


소설 초반에 '나'는 안 그래도 혼자 사는 노인이라 평소에 만나는 사람도 적은데 팬데믹 이후로는 사람을 마주칠 일도 없고 말할 기회도 줄어서 답답함을 느낀다. 그러다 '말하는 새'인 앵무새와 살고 '나 아닌 다른 인간'인 청년과도 함께 지내며 오히려 팬데믹 이전보다 밀도 높은 관계를 경험한다. 하지만 앵무새는 '나'의 것이 아니고 청년도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떠난다. 결말만 보면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 같지만 '나'는 분명 그 기간 동안 어떤 일을 경험했고 내면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다. 매년 봄이 다시 오는 것 같지만 어떤 봄도 같지 않고, 그러므로 매 순간을 감사하며 음미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소설로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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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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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회사원으로 일하며 남자친구와 결혼을 준비 중인 '마요'는 어느 날 경찰로부터 아버지가 살해당했다는 연락을 받는다. 급하게 고향으로 간 마요는 오랫동안 교사로 일하며 마을 사람들 모두의 존경을 받았던 아버지가 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살해를 당했는지 짐작 가는 곳조차 없다. 졸업 후 소식이 끊겼던 동창들도 마요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마요를 찾아와 마요로서는 당황스러운 상황. 그런 마요 앞에 아버지와 똑같이 생긴 남자가 나타난다. 그의 정체는 아버지의 남동생인 다케시. 오래전 집을 나가 세계적인 마술사가 되었다는 그가 자신의 형이 살해당한 이 판국에 갑자기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2020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은 한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세계적인 마술사인 삼촌 다케시와 평범한 직장인인 조카 마요가 서로 협력해 알아내는 과정을 그린다. 다케시와 마요는 서로에 대해 잘 모르고 각자가 살아온 세계도 너무나 다르지만, 혈연이라는 공통분모와 각자가 알고 있는 지식(다케시는 마술에서 사용되는 트릭, 마요는 용의자들의 신상 정보)을 활용해 경찰도 알아내지 못한 진범의 정체를 밝히는 데 성공한다.


이 소설은 2026년 1월 현재 총 3권까지 이어진 '블랙 쇼맨'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기도 하다.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을 재미있게 읽어서 나중에 나온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 <블랙 쇼맨과 운명의 바퀴>도 전부 읽었는데,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과 달리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 <블랙 쇼맨과 운명의 바퀴>은 단편집이고 내용의 깊이도 깊지 않아 아쉬웠다.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은 후쿠야마 마사하루, 아리무라 카스미 주연 영화 <블랙 쇼맨>(2025)의 원작이기도 하다. 영화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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