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말들 - 일상을 다시 발명하는 법 문장 시리즈
이다혜 지음 / 유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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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작가님을 좋아한다. ‘말들‘ 시리즈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만남은 당연히 좋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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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말들 - 일상을 다시 발명하는 법 문장 시리즈
이다혜 지음 / 유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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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작가님을 좋아한다. '말들' 시리즈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만남은 당연히 좋을 수밖에. 게다가 이들을 묶는 연결고리는 '여행'이다. 이것 참, 또 내가 좋아하는 거네... 


이 책은 저자가 책에서 고른 여행에 관한 문장들 100개와 그에 관한 짧은 에세이 100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행을 좋아해서 남부럽지 않게 여행을 해왔던 저자는, 팬데믹으로 인해 여행하기가 힘들어진 시기에 책으로 여행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단순하게는 여행에 관한 책들을 읽는 방법이 있고, 좀 더 공을 들인다면 과거에 여행지에서 읽었던 책을 다시 읽거나, 외국이 배경인 소설을 찾아 읽는 방법 등이 있다. 이렇게 책으로 여행하는 방식이 몸에 익으면, 그때부터는 어떤 책을 읽어도(혹은 읽지 않아도) 일상에서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유난히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 교토의 그 킷사텐이 떠오른다든가, 서점에서 좋은 향기를 맡으면 다이칸야마의 그 서점이 떠오른다든가... 


아아, 그래도 역시 여행은 '직접 경험'이 최고다... 언제 다시 여행 가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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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실루엣
미야모토 테루 지음, 이지수 옮김 / 봄날의책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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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테루의 소설을 처음 읽은 건, 짐작하건대 <이동진의 빨간 책방>이 인기리에 방송되던 시절에 진행자였던 이동진 작가님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만든 동명 영화의 원작이라며 미야모토 테루의 소설 <환상의 빛>을 소개해 주셨을 때가 아닌가 싶다. 좋은 소설이었지만,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 읽고 싶어질 만큼 좋다는 인상을 받지는 못했고, 그래서 이 책이 나왔을 때에도 부러 읽어볼 마음이 들지 않았는데, 연말에 임진아 작가님이 블로그에 올해의 책 중 하나로 이 책을 고르신 걸 보고 그제야 이 책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어젯밤. 퇴근하고 저녁 먹고 몇 시간을 들여 이 책을 읽은 나는 지금 인터넷 서점에서 열심히 미야모토 테루의 다른 책들을 찾는 중이다. 1977년에 데뷔해 적지 않은 수의 소설과 에세이를 발표했다고 책에 나오는데, 국내에 소개된 책은 소설과 에세이를 합쳐도 열 권이 안 된다(절판/품절 제외). 그중에 <환상의 빛>,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 <생의 실루엣>은 읽었으니, 구해야 할 책은 <금수>, <오천 번의 생사>, <반딧불 강>뿐인가. 이 책에 언급된 저자의 다른 작품들을 읽으려면 번역본이 출간되기를 기다리거나 원서로 읽을 수밖에 없는데, 내 일본어 독해 실력으로는 무리일 게 뻔하다. 


이러한 푸념을 계속 늘어놓고 있는 건, (눈치채셨겠지만) 이 책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지요... 자신의 가족사를 털어놓는 첫 번째 글부터 충격적인데, 그 후에 이어지는 글들도 충격 또 충격이다. 저자는 패전 직후인 1947년 일본 효고 현에서 태어나 오사카, 교토, 고베 등지에서 주로 살았는데, 이 시절 이야기가 특히 충격적이다. 비슷한 시기 비슷한 지역에서 태어나 비슷한 시기에 작가로 데뷔한 무라카미 하루키와 동시대 사람인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작가로 데뷔하고 안정을 찾은 후에는 외국의 험지로 여행을 많이 다닌 모양인데, 이런 걸 보면 천성적으로 쉬운 길보다 쉽지 않은 길에 끌리는 사람 같기도 하다(그에 비하면 하루키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여행하기 쉬운 지역만 골라 다닌 것 같기도.../ 하루키 싫어하는 사람 아닙니다). 


이 책의 모든 것이 좋고, 역자 후기도 좋다. 좋은 책, 좋은 작가, 좋은 번역가를 알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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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지 않은 것들 데버라 리비 자전적 에세이 3부작
데버라 리비 지음, 이예원 옮김, 박민정 후기 / 플레이타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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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상 최종심에 여러 번 오른 영국 작가 데버라 리비의 산문집이다. 문학동네 강윤정 편집자 님의 유튜브 '편집자K'에서 이 책(또는 이 작가)을 알게 되어 구입한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은 데버라 리비의 자전적 에세이 시리즈인 '생활 자서전' 3부작의 첫 번째 책이다. 두 번째 책 <살림 비용>은 2018년에 출간되었고, 세 번째 책 <부동산>은 출간 예정이라고 한다. 1988년부터 다수의 장편소설과 소설집을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내에는 단 한 권도 소개되어 있지 않으니 안타깝다. (부디 소개되기를!!) 


이야기는 출근길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릴 만큼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였던 저자가 스페인 마요르카로 혼자서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그곳에서 초콜릿을 사려고 들어간 상점에서 한 중국인 남자와 알게 된 저자는, 그날 밤 한 식당에서 우연히 그 남자와 다시 만나게 되고, 식당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던 자신을 구해준 보답으로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 분리 정책)가 존재하던 시절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백인 여자아이로서 유년기를 보낸 이야기를. 


저자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살았던 기간은 겨우 9년 정도지만, 그동안 저자는 갖가지 차별과 억압을 목도하고 경험했다. 흑인 보모인 마리아는 저자의 가족을 살뜰하게 보살피지만 정작 자신의 딸을 돌볼 시간은 없다. 학교에선 백인과 흑인이 따로 수업을 받고, 말이라도 섞었다가는 큰 곤욕을 치르게 된다. 백인 대모의 딸 멀리사 언니는 피부색이 다른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부모에게 숨긴다. 멀리사 언니네 집 하인인 조지프 아저씨는 백인 경찰에 의해 두 손가락을 잃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만 있는 줄 알았던 차별과 억압은 영국으로 건너온 이후에도 이어졌다. 이번에는 외국에서 왔다는 것, 억양이 다르다는 것, 어리다는 것, 여성이라는 것 등등이 이유였다. 외국에서 와서 억양이 다른 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아졌고, 어리다는 것도 나이가 들면서 차별의 이유에서 배제되었지만, 여성이라는 사실은 성전환을 하지 않는 한 바뀌지 않기에 계속해서 저자의 발목을 잡았다. 여성성, 모성이 남성 중심 사회가 만들어낸 제도인 걸 머리로는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를 버리지 못하고 기꺼이 엄마 역할을 하며, 자신을 부정하느니 자신과 다른 선택을 한 여자들을 깎아내리는 편을 택하는 자기 모순에 괴로워했다.


책에는 소설가 박민정의 긴 추천사와 한강, 김숨, 한유주의 짧은 추천사도 실려 있다. 박민정의 추천사는 본문만큼 좋으니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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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파티 드레스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창실 옮김 / 1984Books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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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크리스티앙 보뱅의 산문집이다. 황정은의 <일기>를 읽다가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궁금해서 주문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책에는 서문을 포함해 총 열 편의 글이 실려 있다. 저자가 시인이라서 그런지, 에세이 형식의 글인데도 시처럼 읽힌다. 본문의 글도 좋았지만 서문의 글이 압도적으로 좋았는데, "책이라면 손도 대지 않는 부자들이 있는가 하면 독서에 송두리째 마음을 빼앗긴 가난한 사람들도 있다. 누가 가난한 사람이고 누가 부자일까." (16쪽) 같은 문장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독서가가 있을까.


"글쓰기는 (중략) 계급 체제에 등을 돌림으로써 건드릴 수 없는 것들을 건드리기 위한 것이다. 그 사람들은 결코 읽지 않을 한 권의 책을 바로 그들에게 바치기 위해서이다."(17쪽) 같은 문장을 읽을 때는,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이유를 저자가 먼저 깨닫고 일러주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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