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주목 경제경영/자기계발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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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클래스 승객은 펜을 빌리지 않는다- 비행기 1등석 담당 스튜어디스가 발견한 3%의 성공 습관
미즈키 아키코 지음, 윤은혜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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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를 점령하라- 99%의 화폐는 왜 그들만 가져가는가
마르그리트 케네디 지음, 황윤희 옮김 / 생각의길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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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씽 The One Thing- 복잡한 세상을 이기는 단순함의 힘
게리 켈러 & 제이 파파산 지음, 구세희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3년 8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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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의 힘- 단순하고 강력한 삶의 기술
김용길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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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야, 이제 만나서 - 희망의 길을 걸었다. 여덟 번의 기적을 만났다
안성기.배종옥.송일국.고수.양동근.한혜진.윤은혜.보아.KBS 희망로드 대장정 제작팀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KBS 희망로드 대장정 제작팀이 만든 <다행이야, 이제 만나서>. 이 책에서 나는 먼저 윤은혜의 마다가스카르 방문기를 읽었다. 전쟁과 기아, 빈곤에 시달리는 섬, 마다가스카르의 아이들은 쓰레기 더미에서 음식을 주워 먹는다. 그마저도 인근 농장에 가축 사료로 팔면 못 먹는다. 조금 더 나이를 먹은 아이들은 채석장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여자아이들은 매춘을 한다. 이들은 고작 아홉 살, 열 살이다. 윤은혜는 아이들이 잠시라도 팍팍한 현실을 잊고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밥을 사주고, 같이 노래하고,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서로 머리를 땋아주며 놀았다. 아픈 아이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학교도 지었다. 아이들이 지고 있는 삶의 짐을 모두 덜어주기에는 역부족일지 몰라도 짧은 시간 동안 그녀는 최선을 다했다. 누구라도 박수를 보낼 만큼 잘한 일이지만, 나는 어쩐지 가슴 한쪽이 저릿했다. 만약 그녀처럼 도와주는 사람이 계속 나타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다시 굶을 것이고, 병원에서 쫓겨날 것이고, 학교에도 다닐 수 없게될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그녀와의 일을 그저 빛바랜 추억으로 기억하게 되겠지? 곁에서 계속 도와줄 수 없어서, 혼자 힘으로는 이 가엾은 아이들을 모두 도와줄 수 없어서 윤은혜는 너무나도 안타까웠을 것이다. 책을 통해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   



밤이 다 되었을 때에야 나는 겨우 작별 인사를 했다. 그런데 쉼터 바깥에 서서 안녕, 하고 인사하니 아이들은 안녕, 하고 쉼터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안아주지도 않고 그렇게 가버려서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일부러 담담하게 구는 건지...... 혹시 내일 또 올 거라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어, 제대로 인사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들어갔다. 아이들은 저마다 응접실 구석구석에서 울고 있었다. 기약 없는 이별은 이 아이들에게는 익숙하면서도 슬픈 일이었다. 아이들은 내게 '또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마음을 주었지만 우리가 다시는 만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토록 담담하게 굴어 놓고는 나와 헤어지는 게 슬퍼서 그렇게 울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는 것이었다. 마음이 짠해져 도저히 그곳을 떠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윤은혜 pp.46-8)  



이 책에는 윤은혜 말고도 안성기, 배종옥, 송일국, 고수, 양동근, 한혜진, 보아 등 8명의 스타들이 세계 각지에서 전쟁, 기아, 빈곤 속에 사는 아이들을 만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양동근은 어떤 사람을 만나든 소탈하게 잘 어울렸고, 아이들과 친해지려고 한국에서 마술까지 배워갈 만큼 열정적이었던 고수는 밤낮없이 노예처럼 일하는 소년을 만나고 안타까워했다. 배종옥은 조혼 풍습으로 인해 여덟 살, 아홉 살 나이에 시집을 가야했고, 이른 성관계로 병까지 난 아이들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고, 탄자니아 땅을 처음 밟은 한혜진은 깨끗한 물이 없어서 각종 희귀한 병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보다못해 분개했다. 그런가 하면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해온 베테랑 안성기는 내가 잘 먹어야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다며 씩씩한 모습을 보였고, 송일국은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부르키나파소에 다녀온 이후에도 그곳의 아이들을 잊지 못해 커피 한 잔 값을 저금통에 모으고 있다. 연예인이 이미지 관리하는 거라고, 방송국에서 시키니까 하는 거라고 안좋게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연예인이고 아니고를 떠나, 같은 사람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일부러 시간을 내 먼 외국땅까지 가서 온갖 불편함을 감수하며 나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이들을 돕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라도 동의할 것이다. 보아의 경우 <K팝스타> 촬영을 마치자마자 지친 몸을 이끌고 인도의 빈민촌을 찾았다. 악취와 더위에 시달리는 것도 괴로웠을텐데, 보아는 평생을 그런 환경 속에서 노동을 하며 살아온 아이들을 보며 더욱 가슴 아파했다.



직접 부르키나파소에 가본다면 이해할 것이다. 내가 왜 한국에서도 부르키나파소의 아이들을 생각하는지. 왜 커피 한 잔에 마음이 무거워지는지.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먹는 밥, 버리는 음식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래서 나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질 때마다 한 잔 가격을 그대로 저금통에 저금하기로 했다. 내 아들들 대한이, 민국이, 만세의 사진을 붙인 저금통을 마련해서 아내와 함께 수시로 어려운 환경에 사는 아이들을 돕기로 한 것이다. 이처럼 저금통만 한 아주 작은 정성만 있으면 아이 하나가 생명을 얻고, 그만한 관심이 꺼지면 아이들의 목숨도 쉽게 꺼진다. 부르키나파소는 사람이 참 많이도, 쉽게도 죽는 나라다. (송일국 p.163)


"저기 미안해요." "뭐가요?" "그냥 미안해요...... 원래 우리는 모르는 사람들과 함부로 말해선 안 돼요." "천민이라서요? "네. 우린 세상에서 가장 낮은 사람들이에요." "아냐 아냐, 마시마가 낮은 만큼 나도 낮아요." "그럴 리가요...... 이렇게 피부가 하얗고 좋은 냄새도 나는데." (보아 pp.284-5)



책을 읽으면서 요즘처럼 찌는 듯이 무더웠던 몇 년 전의 여름날을 떠올렸다. 이들처럼 외국까지 간 것은 아니고, 우리나라의 어느 지방 도시에서 결손 가정의 어린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한 적이 있다. 여러 아이들 중에 유난히 나를 잘 따르는 아이가 있었는데, 하루 일과가 끝나고 같이 길을 걷고 있을 때였다. 아이가 내 티셔츠를 잡아당기며 물었다. "언니, '봉사'가 뭐야?" 갑자기 왜 그런 걸 묻느냐는 내 질문에 아이는 내가 입고 있던 티셔츠의 뒷면에 인쇄된 글자를 가리켰다. 00봉사단. 봉사라는 단어의 뜻을 몰라서 물어본 것일 수도 있지만, 내게는 아이의 말이 꼭 '하루 종일 같이 공부하고 논 게 언니한테는 봉사였어?', '우리가 불쌍해서 동정하는 거야?'라고 묻는 것 같아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봉사단체에서 나눠준 티셔츠라서 그냥 입고 온 거라고 대충 얼버무렸지만, 아이는 어렴풋이 알았을 것이다. 봉사가 무슨 뜻인지, 우리가 왜 그곳에 갔는지. 그 날 이후로 나는 직접 참여하는 봉사활동은 가급적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잘못하면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한다, 착한 일 한다고 생색낸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고, 내가 '봉사'라는 이름으로 하는 일이 상대방에게는 상처나 열등감을 주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고쳤다. 좋은 일은,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내가 한 그 작은 일이 어떤 이에게는 기적과도 같은 행운이 될 수도 있고, 삶을 이어가는 유일한 희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해를 살까봐, 상처를 줄까봐 남을 돕는 일을 포기하거나 주저한다면 그 어떤 기적도 일어나지 않고 희망도 생기지 않는다. 나 하나의 힘으로 부족하다면 오랫동안 계속 돕자. 사람을 모아 힘을 합치자. 그것이 이런 귀한 책을 만든 사람들과 이 대장정에 참여한 사람들, 그리고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묵묵히 세상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생각이나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답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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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의 사회학 - 콩트에서 푸코까지, 정말 알고 싶은 사회학 이야기
랠프 페브르 외 지음, 이가람 옮김 / 민음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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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라는 이름의 여학생이 있다. 나이는 스무살. 이제 갓 대학교에 입학했다. 전공은 사회학. 고등학교 때 성적이 잘 나온 과목이라서 선택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 '밀라'라는 이름. 본명이 아니다. 사실 그녀에게는 가족 외에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하나 있다. 대학에 입학하기 얼마 전, 그녀의 아버지가 가난한 사람들의 돈을 훔치는 죄를 저질러 온 국민의 비난을 받으며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고, 하필이면 언론에 딸인 그녀의 사진이 공개가 된 것이다. 자신의 정체가 알려지면 학교 생활을 편히 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이름을 바꾸고 변장을 하고 학교에 다녔다. 룸메이트 친구들도, 좋아하는 남학생도 모르게 말이다.



줄거리만 봐서는 소설같은 책 <스무 살의 사회학>은 어엿한 사회학 개론서다. <소피의 세계>가 소피라는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철학이라는 학문을 개괄하듯, 이 책은 밀라라는 여학생을 통해 사회학이라는 학문을 소개한다. 사회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기는 했지만, 배우면 무슨 도움이 되는지, 계속 공부를 해도 좋을지 몰라 혼란스러운 밀라. 그런 그녀의 속도 모르고 학교 수업은 계속 진행된다. 사회학의 창시자인 콩트부터 뒤르켐의 도덕적 개인주의, 미드의 상징적 상호 작용론, 고프먼의 낙인 이론, 푸코의 권력 이론, 부르디외의 아비투스, 베버의 관료제, 마르크스 주의, 페미니즘 등 외울 것도 많고, 이해할 것도 많았다. 수업 따라가기에도 벅찬 밀라에게 학교 안팎에서 만나는 친구들과 선배들, 어머니와 오빠, 친척들은 사회학을 배우는 것이 재미있냐, 그거 배워서 취직이 되겠냐고 물어댄다. 속으로는 그만두고 싶다, 하나도 모르겠다고 외치면서도, 막상 그런 질문을 받으면 밀라는 그들에게 사회학이 얼마나 재미있고 유용하며 위대한 학문인지를 설명하게 되어버린다. 전시회에서, 택시 안에서, 심지어는 좋아하는 남학생과의 대화 속에서도 그녀는 수없이 사회학 이론들을 떠올리며 사회학자처럼 생각하고 대답하는 연습을 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연스럽게 사회학을 배워서 어디에 쓰는지, 계속 공부를 해도 될지 답을 얻는다.  



"사회학은 개인이 그 자신보다 더 큰, 사회라고 불리는 것에 의해 형성된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해요. 어떤 사람이 처음으로 '사회학'이라는 말을 쓴 이래로 계속 이어져 내려온 개념이죠. 그는 바로 지금으로부터 200년도 더 전에 태어난 오귀스트 콩트라는 프랑스 사람이에요." (p.73)


"달리나는 사회학과 상식은 독특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상식은 사회학의 시작점이자 남겨 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사회학에서는 종종 상식, 즉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 틀렸음을 보여 준다. 상식이 틀렸다는 건 전체를 포괄하는 사고 체계로서나 객관적 사실로서 틀렸다는 뜻이지만, 일상적 수준에서 상식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틀릴' 수 없다. 사회학이 철학, 경제학 등과 다른 것은 이와 같은 상식을 출발점으로 삼기 때문이다." (p.294)



까맣게 있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나도 밀라처럼 대학교 1학년 때 사회학 수업을 들었다. 정식 수업은 아니고 세미나 수업이었는데, 마침 그 세미나를 담당하던 교수님이 사회학과 교수님이라서 본의 아니게 한 학기 동안 '사회학 개론'을 들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 때 교수님께서 (이 책에 소개되기도 한) 밀스의 <사회학적 상상력>이라는 책을 추천하시며, 사회학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사회학의 기본 개념과 주요 이론들을 이해해두는 것이 좋을 거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난다. 그 때는 그저 사회학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자신이 담당하는 학문을 더 알리고 홍보하려고 하시는 말씀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니 그 때 한 학기 동안 사회학을 배웠던 것이 나중에 전공인 정치외교학과 경제학을 공부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각각 학문의 성격이나 이론, 방법론 같은 것은 달라도, 결국 사회과학이라는 큰 틀 안에서 비슷한 인식틀을 공유하고, 무엇보다도 인간도, 자연도 아닌 '사회'라는 대상을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우연이기는 해도 한 학기 동안 사회학을 배운 덕에 대학 4년 동안 남들보다 더욱 편하게 공부할 수 있었던 것처럼, 계속 사회과학을 공부해나갈 사람으로서 이번 기회에 사회학을 좀 더 열심히 공부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된 학자와 이론들이 참으로 많다. 푸코가 그렇다. 대학교 때 벤담의 파놉티콘에 관한 소논문을 쓰면서 푸코에 대해서도 잠시 공부한 적이 있기는 했지만, 푸코의 이론이 감시와 처벌 같은 사회적 감시, 형벌 시스템에서 성과 몸의 권력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앞으로 자세히 공부해보고 싶다. 이런 식으로 페미니즘, 감성 사회학, 문화 사회학 같은 것도 다시 공부해보면 좋겠다. 공부라는 것이 대학교 때 반짝 하고 그만둘 게 아니라 평생 동안 해야할 '업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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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ebs북카페에 황현산 선생님께서 나오셨습니다. 방송내용이 좋아서 인터뷰도 찾아보고 책도 주문했는데 글쓰기에 대한 태도나 삶의 철학 등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제 자신에 대해서도 돌아볼 수 있었고요. 여름이 다 가기전에 읽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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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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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는 재주를 타고난 나는 많이 쓰는 데다가 잘쓰기까지 하는, 문학적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을 보면 마냥 부럽다. 우리나라 작가 중에는 김애란이 그런 작가다. 몇 달 전 <두근두근 내 인생>을 읽고 무척 놀랐다. 우리나라 작가 중에도 이렇게 맑고 깨끗한 문체를 지닌 작가가 있었다니! 나의 고정관념 내지는 편견이겠지만, 우리나라 소설 중에는 역사적, 정치적 색채가 짙거나, 특정 계층 또는 세대를 옹호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 적지 않은데(그런 작품들을 안 좋아하는 것은, 그런 작품 일색인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김애란의 소설은 그런 의도가 보이지 않고, 글이 그 자체로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문학 그대로의 문학을 한다. 그래서 그녀의 소설을 읽다보면 내가 평소에 얼마나 한정적이고 안일한 단어 선택을 하는지, 남들의 문장을 따라서 쓰는지, 글을 허투루 쓰고 있는지를 여실히 느끼게 된다. 나아가 새로운 글, 나만의 글을 쓰고 싶게 만들기도 하고, 반대로 글을 쓰기를 두렵게 만들기도 한다.  


2005년에 나온 김애란의 소설집 <달려라 아비>를 읽으면서 작가로 타고난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느꼈다. 이 책에 실린 소설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밝은' 소설이다. 작가 특유의 가족(특히 부모)에 대한 정겹고 긍정적인 묘사와 재기 넘치는 장면들이 독자로 하여금 절로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만드는 소설이 여기에 속한다. <두근두근 내 인생>을 읽으면서 좋다, 예쁘다, 아름답다고 느꼈던 장점들의 모태가 된 단편들로 짐작된다. 다른 하나는 '어두운' 소설이다. 어둡다고 해서, 어떤 음모나 범죄를 다룬다거나, 엄청난 비극이 등장하는 그런 류의 소설은 아니다. 김애란의 '어두움'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친숙하게 여기는 일들에서 비롯된다. 가령 <나는 편의점에 간다>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날락 거리는 편의점이라는 공간을 통해 인간이 어떤 식으로 편리한 시스템과 인간성을 교환하는지를 보여주고, <영원한 화자>는 고교 동창이라며 다가온 타인을 통해 내가 특별하게 간직하고 있는 '나만의' 추억이라는 것이 얼마나 보편적이고 평범한지를 보여준다. 특히 나는 마지막에 실린 <노크하지 않는 집>이라는 작품을 잊을 수가 없다. 주인공은 다른 네 명의 여성과 함께 하숙을 하고 있다. 말이 '함께'지, 실은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이다. 비좁은 방에서 주인공은 같은 지붕 아래 살고 있는 다른 여성들을 상상한다. 그들은 남이니까 분명 나와 다르겠지, 라는 전제를 깔고. 그러나 주인공은 어느날 추악한 진실을 맞닥뜨리게 된다. (입이 간질간질하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나는 나, 유일한 존재'라는 당연한 생각이 흔들린다면, 나의 일상과 생활은 더 이상 그동안의 친숙하고 편안했던 모습이 아닐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 속에 나타난 작가의 어두움이다.


김애란이 쓴 책 중에서 이 책을 (<두근두근 내 인생>에 이어) 두번째로 읽은 건 라디오 광고 덕분이다. EBS 라디오는 특이하게 시보를 아나운서가 아닌 일반인 청취자들이 하는데, 그것도 그냥 시보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책에 대한 이야기를 짤막하게 같이 한다. 짧아서 대부분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언젠가 내 또래의 여성이 불면증을 고쳐준 책이라며 <달려라 아비>를 추천한 것만은 계속 기억에 남았다. 나도 가끔 불면증에 시달릴 때가 있는데, 읽으면 졸음이 쏟아져서가 아니라 잠이 오지 않는 이유를 알려주며 불면증을 치료했다(!)고 하니 어찌나 솔깃하던지. 읽어본 결과, 효과는 반반이었다. 그녀의 말대로 잠이 오지 않는 이유는 알게 되었다. (궁금하다면 이 책에 실린 <그녀가 잠 못 드는 이유가 있다>라는 소설을 읽어보시길!)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이 잠이 오지는 않는다. 생각건대 첫번째 이유는 이 책에 실린 몇 개의 작품, 특히 <노크하지 않는 집>의 결말이 (적어도 내게는) 충격적이었던 탓이다. 나의 취향, 나의 기호, 나의 가치관 등등 모든 것이 통째로 뒤집혔달까? '나'라는 개체는 대체 무엇일까? 나는 과연 무엇으로 남과 구별되고 존재의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것일까? 생각할수록 머리가 텅 비는 듯하다. 두번째 이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이런 '타고난' 작가처럼은 쓸 수 없을 것이라는 자괴감 때문이다. <두근두근 내 인생>만 해도 참 좋았는데, <달려라 아비>를 보니 그 작품은 작가가 품고 있는 세계의 극히 일부분만을 보여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세계를 가지고, 이렇게 좋은 글을 쓰는 작가가 있는데, 나같은 범인이 글이 좋다고 마냥 써대서 무엇하리. 그래도 이런 소설을 읽고 좋아할 수 있는 마음이 있으니 이런 재능이라도 타고났다고 좋아해도 될까? 이래저래 오랜만에 참 마음에 드는 소설집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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