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 밀레니엄 (뿔)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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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스웨덴 여성의 46퍼센트는 남성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스웨덴 여성의 18퍼센트는 살아오면서 한 번 이상 남성의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

스웨덴 여성의 13퍼센트는 심각한 성푹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

스웨덴에서 성폭행을 당한 여성 중 92퍼센트는 고소하지 않았다. (본문 중에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밀레니엄> 시리즈는 언론인 출신 작가 스티그 라르손의 데뷔작이자 유작이다. <밀레니엄>은 1983년 저널리스트로 활동을 시작해 2004년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사망하기까지 평생을 인종차별과 극우파, 스웨덴의 여러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대표적인 반파시스트로 산 작가의 이력이 그대로 녹아있는, 스티그 라르손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잡지 <밀레니엄>의 창간인이자 강한 신념을 가진 언론인인 주인공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작가 자신의 분신이며, 기존의 히로인들과 달리 과격하고 거친 캐릭터를 가진 또다른 주인공 리즈베트 살란데르는 작가가 열렬한 팬임을 자처했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동화 <말괄량이 삐삐>의 삐삐를 닮았다. 소설 곳곳에서 여성, 동성애자, 이민자, 극빈자 등 소수자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정부와 기업, 마초, 호모포비아, 인종주의자 등을 강하게 비난한 점은 작가의 반파시즘 성향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이러니하게도 작가의 마지막 운명 또한 소설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의 등장인물 다그 스벤손이 작품 탈고를 앞두고 갑자기 사망한 것처럼 저자 역시 원래 10부작으로 구상했던 <밀레니엄>을 3부작까지 밖에 쓰지 못한 채 사망했다. 이런 다재다능하고 건전한 사회의식을 가진 작가가 원래 구상한 시리즈의 절반도 못 쓰고 세상을 떠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밀레니엄> 시리즈의 제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주인공 미카엘 블롬크비스트가 스웨덴 금융계의 거물 베네르스트룀으로부터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당하고 유죄를 선고받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평생 언론이라는 한 길만 걸어온 저널리스트 미카엘은 이 일로 큰 충격을 받은 상태이며, 설상가상으로 그가 창간한 잡지 <밀레니엄>도 오랜 적자로 폐간될 위기에 봉착한다. 이 때 마침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기업 방예르의 헨리크 방예르 회장이 그에게 수십 년 전에 실종된 손녀 하리에트의 사건을 해결하면 거액의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해온다. 언론인으로서의 신뢰도 잃었겠다, 돈도 없겠다, 별다른 대안이 없던 그는 회장의 제안을 수락한다. 한편 스물다섯의 여성 리즈베트 살란데르는 정신병원 신세를 진 전력이 있고 사회적 보호 대상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무시하고 홀대하는 사람들을 강하게 증오하며, 그 증오를 얼굴의 피어싱과 온 몸의 문신으로 온 세상에 내보인다. 그녀는 사실 비상한 두뇌의 소유자이자 세계에서 손꼽히는 실력을 지닌 해커인데 이를 아는 사람은 몇 안 된다. 우연히 이를 알게된 블롬크비스트가 그녀에게 하리에트 실종 사건을 수사하는 데 있어 도움을 요청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소설의 중심인 하리에트 실종 사건에는 여성을 인간이 아닌 성적인 도구, 착취의 수단으로 여기는 남성우월주의와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 잠재된 반유대주의, 인종차별주의, 나치즘이 얽혀있다. 이 가문은 부부 사이가 아무리 안좋아도 절대 이혼을 하면 안된다.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도망쳐온 딸을 위로는 못할 망정 몸을 더럽혔다고 비난한다. 방예르 기업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수물자를 납품하면서 대기업으로 성장했고, 가문의 주요 인물들이 나치를 추종하다가 죽었거나 여전히 추종하고 있다. 방예르 회장 자신은 유대인의 피가 섞인 여자와 결혼을 했다가 형제들로부터 심한 비난과 모욕을 받은 전적이 있다. 미카엘과 리즈베트는 겉보기엔 부유하고 화려한 대기업 가문의 내부에 이런 흉악한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알고 경악한다. 게다가 가문의 더러운 역사와 추악한 면모가 하리에트 실종 사건으로 귀결되고, 여기서 끝이 아니라 더 많은 사건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보면서 나는 미카엘, 리즈베트와 함께 분노했다. 스웨덴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사회복지국가이고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 인권을 보호하고 우대하기로 이름이 높은데, 이런 나라에서조차 이 같은 소설이 쓰일만큼 사회적인 문제, 병폐가 심각하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마음이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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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주목 경제경영/자기계발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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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삶의 권유- 타인이라는 감옥으로부터의 탈출
게리 콕스 지음, 강경이 옮김 / 토네이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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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적게 써도 행복해지는 소비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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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차이나- 중국 소비DNA와 소비트렌드 집중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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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대공황- 앞으로 20년, 저성장 시대에서 살아남기
시바야마 게이타 지음, 전형배 옮김 / 동아시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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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을 읽다 - 고전을 원전으로 읽기 위한 첫걸음 유유 고전강의 1
양자오 지음, 류방승 옮김 / 유유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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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한번도 제대로 읽어본 적 없고, 읽을 엄두도 못냈는데, 이 책이 입문하는 데 도움이 되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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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글쓰기의 모든 것 - 이메일, 기획서, 소셜 미디어까지 문서작성의 49가지 법칙
내털리 커내버 & 클레어 메이로위츠 지음, 박정준 옮김 / 다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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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회사업무를 좀 더 스마트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글쓰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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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 하나로 세상을 희롱한 조선의 책 읽어주는 남자
이화경 지음 / 뿔(웅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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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임금은 눈썹 끝에 맺히는 번뇌와, 가슴에 깃든 정감과 슬픔을 토로한 선생의 글을 그토록 싫어하신단 말인가? 임금은 그저 백성들 배곯지 않게, 오랑캐에게서 나라를 빼앗기지 않게, 조정이 붕당으로 난리법석이 되지 않게, 그렇게 큰 하늘로 살면 되는 존재가 아니던가? 김흑은 도대체 그깟 멱물 몇 점 튄 글을 가지고 예민하게 구는 임금의 신경질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좋아해서 좀 썼다기로서니 뭐가 그리 문제라고 임금이 체통없이 야단법석이란 말인가. (중략) 임금의 뜻을 따르면 마음에도 없는 가짜 글을 써야만 하는 저주를 받는 셈이고, 임금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변방의 누추한 점사나 떠돌다 생을 마치는 저주를 받게 되는 셈인 운명. 쉽게 화해할 수 없는 글쟁이의 운명이 선생의 운명이었을 것이다. 어떻게 이 운명을 뚫고 나갈 것인가를 고민했을 것이다. 가짜 글을 쓰고 자신을 죽일 것인가, 쓰고 싶은 글을 쓰다 죽을 것인가. 어떻게 하든 선생의 절반을 죽이는 짓이었으리라. (p.140)

  

 

소설가 이화경의 2010년 작 <꾼>을 읽었다. 이화경은 삶을 뜨겁게 살다간 여성 작가들을 주로 소개한 <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새다>라는 제목의 에세이집을 통해 알게 된 작가로, 이 소설에서도 작가의 문학과 이야기, 그리고 그것을 업으로 살아가는 작가와 이야기꾼에 대한 관심과 애정,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소설은 조선의 이야기 왕이 되고자 했던 전기수 김흑, 이야기를 싫어하다 못해 문체반정으로까지 엄금했던 정조, 문필가로서의 자존심과 임금에 대한 충성 사이에서 고뇌하는 선비 이결을 중심으로 이어진다. 전기수는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책 읽어주는 남자, 이야기꾼, 나레이터 같은 직업인데, 김흑은 원래 성균관 유생들의 시중을 들던 종이었다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종살이를 그만두게 되고, 도성 내의 아녀자들을 매혹시키는 이야기꾼으로 이름을 날린다. 한편 당시 왕이었던 정조는 관료와 선비들의 문체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문체반정을 시행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마저 패관소품으로 규정되어 불에 타 없어질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천민 출신의 김흑과 대왕 정조. 둘 사이를 잇는 사람이 바로 선비 이결이다. 이결은 김흑이 성균관에서 종살이할 때 모시던 선비로, 성품은 온화하다 못해 유약한 면도 없지 않지만 자신이 쓰는 글에 대한 자긍심만은 높았다. 정조는 이결의 글을 못마땅하게 여겼고, 신하로서 왕인 자신의 말을 따라 전통적인 문체로 글을 쓸 것을 강요했다. 왕의 말을 따를 것인지를 두고 고뇌하는 이결, 곁에서 그를 보다못해 이야기꾼으로 나선 김흑, 그리고 개인적인 아픔을 뒤로 하고 혹독하게 문체반정을 한 정조 - 이 세 사람의 삼각구도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쉬운 점은 뒤로 갈수록 '이야기'라는 원래의 주제보다도 김흑과 유리라는 여인의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 되면서 흔한 애정소설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김흑, 이결, 정조 - 세 사람의 복잡한 관계와 치열한 대립 구도가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고 볼거리였는데, 김흑이 유리를 만나고 난 뒤로는 세 사람이 좀처럼 치닫지 않고 둘의 사랑 이야기만 나와서 이야기가 갈피를 잃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조의 문체반정을 도운 신하인 유리의 아버지로 인해 두 사람의 사랑이 안타깝게 끝난다는 점은 정조가 대표하는 권력과 김흑이 대표하는 이야기의 대결이 어떻게 승부가 나는지를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지만, 소설에 담긴 여러 개의 매혹적인 작은 이야기들이 후반부의 사랑 이야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꽃핀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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