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의 형제 교육법 - 엘리트 삼형제를 키워 낸 자녀교육 리얼 스토리
에제키엘 이매뉴얼 지음, 김정희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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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를 통틀어 정치, 경제, 예술, 학문 등 각 분야의 최상위층에는 유대인들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들이 유대인의 문화와 전통, 그 중에서도 교육법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여기 세 아들을 각각 의학, 정치, 연예 세 분야의 엘리트로 키워낸 유대인 부모가 있다. 이 책 <유대인의 형제교육법>의 저자이자 장남인 에제키엘 이매뉴얼은 의학 분야의 석학으로 오바마 행정부 보건의료정책 특별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펜실베이니아 부총장,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차남인 람은 첫 유대인 출신 시카고 시장과 오바마 행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삼남인 아리는 할리우드 대형 에이전시 대표이며 인기드라마 <안투라지>에 나오는 아리 골드의 실제 모델이다. 이들 부모의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는 아버지의 지극한 사랑이다. 아버지 베냐민은 개업의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매일같이 아들들에게 포옹과 키스 세례를 퍼부으며 애정을 쏟았다. 대화를 할 때는 어린 아이라고 무시하거나 윽박지르지 않고 어른을 대할 때와 똑같이 관심을 보이고 존중해 주었다. '파우와우'라고 불리는 가족회의 때도 마찬가지. 이따금 회의가 토론으로, 토론이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지만 아버지 베냐민은 너그럽게 이해해 주었다. 저자는 그런 아버지의 가르침이 경쟁심 높은 세 형제의 자존감을 높였으며, 어떤 시련과 고난이 와도 자기 주장은 똑바로 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회고한다. 


둘째는 어머니의 자제심이다. 자식이 한둘도 아닌 셋, 그것도 전부 아들인데, 어머니 마샤는 자식이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혼내거나 때리거나 벌주지 않고 대화로 해결했다. 엄청난 자제심의 소유자다. 그런 어머니도 할 말은 했다. 때는 흑인과 소수 민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극심했던 1960년대. 어머니는 마틴 루터 킹이 이끈 시카고 평화 행진을 비롯한 수많은 정치 집회에 아들들을 데리고 참가했다. 아들들이 학교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을 참지 않았고,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라고 가르쳤다. 자제심과 의협심 사이에서 훌륭하게 균형을 잡는 어머니를 보며 세 형제는 사회에 대한 관심과 책임 의식을 높였다.


유전과 양육 중 어떤 것이 더 큰 영향을 준 것 같냐는 질문에 저자는 유전의 영향을 인정하면서도 양육의 결과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힘주어 말했다. 의학자인 저자는 세 형제 모두 어린 시절에 오늘날 난독증과 ADHD로 불리는 주의력 결핍 장애를 겪었으며, 이는 아버지의 과잉 행동 성향과 어머니의 난독증을 물려받은 것 같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당시 이런 장애가 있는 줄도 몰랐던 부모는 자식들의 특이한 성격과 행동을 개성으로 받아들였다. 공부든 장사든 발레든 관심을 보이는 분야가 있으면 지원해 주었고, 넉넉치 않은 살림에도 불구하고 여행과 문화 생활 같은 지적 자극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흔한 가족사 같지만 가난하고 평범한 가정에서 뛰어난 인물이 나오는 기적이 담긴 이 책. 유대인이라서가 아니라 부모의 정성과 사랑, 그리고 가정 환경이 이들 세 형제를 엘리트로 만들었다고 하니 어쩐지 안심이 되고 꿈꾸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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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녀들 - 수상한 남자의 인도차이나 표류기
서영진 지음, 변영근 그림 / 소모(SOMO)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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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지독히 추운 요즘, 따뜻한 남쪽 나라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그곳에는 작열하는 태양이 있고, 시원스레 뻗은 나무가 있고, 보기만 해도 마음이 탁 트이는 해변이 있고, 다부진 근육을 자랑하는 미남들이 있겠지? (흐흐) 남쪽 나라 여행지로 인도차이나는 어떨까? 생활을 여행처럼, 여행을 생활처럼 여기는 여행생활자 서진영의 인도차이나 여행기 <그리고 그녀들>이 훌륭한 가이드북이 되줄 성싶다. 


과연 그리워 눈물 나는 대상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더불어 쉬이 재회하기 어려운 상대를 품고 있다는 것은 복인가, 화인가? (p.15)


인도는 다녀왔고 차이나도 다녀왔기 때문에 '인도차이나'를 여행지로 택했다는 저자는 태국을 시작으로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를 찍고 다시 태국으로 돌아오는 루트로 여행을 했다. 숙소든 음식이든 물가가 싸기로 유명한 나라에서도 최저가만을 고를 수 밖에 없는 가난한 신세. 비록 값싼 도미토리를 전전해야 했지만 어떤 곳들은 그에게 서글픈 현실이 아닌 선물같은 축복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온 미녀들과 한방을 쓸 수 있는 절호의 찬스, 그 이름도 찬란한 남녀 혼용, 믹스드 룸(mixed room)이 있었던 것이다!


미녀들과 밤낮 없이 마주치고 운좋으면 말도 트고 잠까지 같이 잘 수 있는 그곳은 그에게 천국이었다. 게다가 그는 미녀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금방 사랑에 빠지는 '금사빠'에다, 예쁘다, 사랑한다 같은 낯뜨거운 말을 잘도 날리는 현대판 카사노바. 도미토리 안팎에서 인종, 국적 불문하고, 심지어는 평양랭면관에서 일하는 북한 미녀들에게까지 구애하는 그는 진정 인도차이나의 태양보다 뜨거웠다.


글은 또 어찌나 맛난지. 여행지에서 만난 그녀들과의 추억을 중심으로 각 나라의 유적지, 관광지, 역사, 문화 등이 적절히 뒤섞여 나오는 데다가, 저자 자신의 농밀한 고백까지 배어 있어 여행기로서도, 에세이로서도 훌륭했다. 여행을 마치고 방구석에 쳐박혀 있자니 온몸이 근질근질해 다시 한번 긴 여로에 오른다는 그의 다음 이야기가, 더 깊어지고 담백해질 문장이 궁금하다.


알고도 모르는 척, 냉가슴으로 살기엔 내 뼈마디는 지나치게 실하다. 이쯤이면 애써 삭히며 다독이고 살아온 암묵적인 생에 대한 화려한 반란과 찬란한 복수를 꿈꿔도 좋을 타이밍, 나는 즐기겠다. (p.119)
 

여성들에게 한정되다시피 한, 이 못 말리는 휴머니스트의 로맨틱한 여행기를 읽는 내내 유쾌하고 즐거웠다. 지극히 남성 위주인 점은 아쉽지만, 뭐 여자라고 작가처럼 '사심 가득한' 여행을 못 할 이유가 무엇인가. 부럽다면, 이 책을 철저히 마스터해서 실전 경험(?)을 쌓은 뒤 귀국해 <그리고 그들>을 쓰는 정도의 센스를 발휘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적어도 나는 언젠가 한번 도전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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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요 하숙집의 선물
오누마 노리코 지음, 김윤수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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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서 그런가.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따뜻한 이야기가 유난히 그립다. 그래서 찾은 소설이 오누마 노리코의 <다마요 하숙집의 선물>이다. 오누마 노리코는 2011년에 발표한 소설 <한밤중의 베이커리>가 크게 히트하며 인기를 얻었다. 몇 달 전 일본 드라마 <한밤중의 베이커리>를 보고 원작 소설을 찾다가 이 작가를 알게 되었는데 마침 신작이 나와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한밤중의 베이커리>도 일본에서는 현재 3권까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국내에서도 어서 속편이 나오기를 기원해본다.


<다마요 하숙집의 선물>은 <한밤중의 베이커리>와 배경도, 인물도 다르지만 묘하게 닮은 구석이 많다. 배경은 도쿄의 여성 전용 하숙집 '다마요 하우스'. 주인이자 관리인인 다마요 씨와 데코, 슈코, 료코 이렇게 세 하숙생이 부대끼며 생활하던 이곳에 낯선 남자가 들어온다. 그의 이름은 니시오 도모미. 다마요 씨가 애인의 병수발을 위해 하숙집을 비우게 되면서 대신 온 것이다. 겉모습은 트렌치 코트에 중절모가 잘 어울리는 비즈니스 중역 내지는 은퇴한 신사같지만, 실상은 살림 9단의 프로 주부(!). 오지랖은 또 얼마나 넓은지 하숙생 중 나이가 가장 많은 데코의 결혼 문제부터 취업준비생 슈코, 사법고시 재수생 료코의 가족 문제에까지 끼어든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네 사람이 부모와 자식처럼, 자매처럼 살아가는 모습이 마치 '블랑제리 쿠레바야시(<한밤중의 베이커리>에 나오는 빵집)'의 풍경과 비슷했다.


일본의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중에는 이렇게 가족 아닌 사람들이 가족처럼 사는 모습을 그린 것이 많다. 요즘 보고 있는 일본드라마 <사람에게 상냥하게>도 형제도 친구도 아닌 성인 남자 셋과 남자아이 하나가 같이 사는 내용인데, 이런 작품들을 보다 보면 역설적으로 가족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존재인지를 느낀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지금 당장 가족과 함께 살고 있지 않거나 가족이 남보다 못한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조차도 동거인이나 연인, 친구, 동료 같은 남에게서 가족의 조각을 찾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사랑하는 가족이 곁에 있다는 것, 또는 가족처럼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축복이고 선물임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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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와 구글에서 내가 배운 것
이시즈미 토모에 지음, 이부형 옮김 / 인사이트앤뷰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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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발하게 블로그를 운영하는 고등학생, 대학생 블로거들을 볼 때마다 나도 학교 수업이나 대외활동 경험, 아르바이트 정보 등을 기록으로 남겨둘 걸 그랬다 싶다. 어떤 수업이 좋았는지, 어떤 대외활동에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어떤 요령이 필요한지 등을 기록해두었다면 나도 나중에 그걸 보고 과거를 회상할 수 있어서 좋고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줄 수 있어서 좋았을텐데, 그 기회를 놓친 게 너무나도 아쉽다.


이런 생각은 <하버드와 구글에서 내가 배운 것>을 읽으며 더욱 강해졌다. 저자 이시즈미 토모에는 고등학생이던 열여섯살 때 혼자 미국으로 유학, 오바마 대통령의 모교인 옥시텐탈 칼리지 졸업 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진학해 MBA를 취득했다. 그 후에는 구글 본사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실리콘밸리에 미국 고용시장의 문제 해결을 위한 사이트 JobArrive를 창업하여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 책은 저자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과 구글에서 배운 것을 담은 일종의 '졸업 후기', '퇴사 후기'다. 재학 당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교육 환경과 수업 분위기 등은 어땠는지, 재직 당시 구글의 업무 환경과 회사 분위기 등은 어땠는지 등이 진솔하게 쓰여 있어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진학과 구글 취업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이곳은 진지한 사람들을 위한 진지한 장소다" (p.17)


먼저 저자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 대해 "'인생을 좋으면서도 행복한 것'으로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을 가르쳐 준" 곳이라고 회상한다. (p.9)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은 수업 방식부터 한국, 일본과는 다르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교수가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수업이 대부분인데 반해,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학생들과 의견을 교환하는 토론식 수업이 전부다. '교수는 거들 뿐'이라고나 할까? 이런 방식의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정해진 답'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자기만의 정답을 찾아 인생을 움직여가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뿐만 아니라 타인을 이기는 공부가 아닌, 타인에게 맡기는 능력을 배우는 공부를 한다. 우리나라 대학에서도 이제는 소위 '팀플'이라고 불리는 팀 과제가 많지만,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는 수업과 과제 모두 개인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타인과 협력해서 해야 하는 것이 많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남에게 맡기는 방법, 여러 사람과 조화롭게 일하는 방법을 배운다. 등수, 서열, 경쟁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교육과는 사뭇 먼 모습이다.


학생들의 성향과 분위기 또한 다르다. 세계 최고의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인 만큼 경쟁심이 강하고 남을 이기고 지배하는 것을 좋아할 줄 알았는데, '자신이 상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취지향형 인간이 더 많다고 한다. 실패를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내면의 소리를 따르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하버드 출신 중에 남의 밑에서 일하는 직장인, 회사원보다 사업가, 경영자가 많은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일을 즐기지 않으면 평가받지 못한다" (p.217)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졸업 후 100여 개 회사에 구직활동을 한 끝에 구글 본사 취업에 성공한 저자에게 구글에서의 생활은 무척 만족스러웠다. 먼저 구글에서 저자는 "몰라요!"라고 말해도 부끄럽거나 창피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다. 구글은 '사용자의 편의성'을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직원 모두가 사용자의 마음이 되어 사용자가 뭘 필요로 하는지, 뭘 모르는지, 뭘 어려워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 있으면 숨기거나 아는 척 하지 말고 당당하게 밝히는 것이 스스로를 위해서도, 회사를 위해서도 좋다.
  

공과 사를 구별할 필요 또한 없었다. 한국과 일본에서 직원은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는 것은 물론, 공을 위해서는 사를 버리는 것도 개의치 말 것을 강요받는다. 구글에서는 다르다. 자신의 사적인 모습과 생활을 가감없이 밝혀도 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오히려 장려된다. 회사에서 여직원들끼리 집안일 이야기를 해도 안좋게 보는 사람 하나 없다. 이 점은 참 미국적이다.


올바른 선택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며 일단 한 번 해볼 것을 권유하는 분위기도 좋았다. 해 본 적 없다, 전공이 아니다, 잘 모른다는 이유로 거절하거나 기피하면 배움과 성장의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저자는 구글에서 낯선 분야에 도전해 보기도 하고, 스스로 스터디를 조직하기도 하면서 새롭게 시도하는 재미를 배웠다. 도전을 장려하는 분위기야말로 구글이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된 비결이 아닐까 싶다.
 

"자기가 성취하지 않으면 자신의 파이도 사회의 파이도 커지지 않습니다." (p.157)


저자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했다고 해서, 구글 출신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이런 가르침과 배움을 실천하면서 사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지와 능력이며, 그것을 갖춘 사람이 하버드에서 교육을 받고 구글에서 일하는 기회를 얻었을 때 비로소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충고한다. 만약 나라면 하버드의 토론식 수업과 구글의 자유로운 업무 환경을 견뎌낼 수 있을까? 대답이 No라면 명문대라고, 유명 기업이라고 우러러보기 전에 자기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어떻게 공부하고 일하며, 어떻게 자기계발을 하는지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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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경호 교수의 동양 고전 강의 : 논어 세트 - 전3권 - 옛글을 읽으며 새로이 태어난다 심경호 교수의 동양 고전 강의
심경호 지음 / 민음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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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관이 명관이다'라는 옛말을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옛 것이 새로운 것보다 나은 예는 수없이 많다. 3D, 4D 등 영화 기술이 날이 갈수록 발전해도 <로마의 휴일>, <티파니에서의 아침을> 등 흑백 영화의 감동을 이기기 어렵고, 힙합, 테크노, 일렉트로닉 등 새로운 음악 장르가 연이어 출현해도 클래식이나 판소리 같은 옛 음악의 오리지널리티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책도 마찬가지다. 새로 나오는 책을 읽기에도 시간이 빠듯한데 고전을 읽을 정신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고전의 명성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바로 동양사상의 정수인 <논어>다. <논어>가 만들어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2500년 전인 기원전 500년 경. 유학의 사대 경전 중 하나로 손꼽히며 중국, 한국 등 동양 문화권 지식인의 필독서로 읽혔다. 심지어는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 미국의 3대 대통령 제퍼슨, 독일의 문호 헤르만 헤세 등도 즐겨 읽었다고 하니 <논어>야말로 동서고금 사랑받은 최고의 책이 아닌가 싶다.

 
<논어>를 읽지 않았거나 이미 읽었으나 다시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만났다. 바로 <심경호 교수의 동양고전 강의 : 논어>다. 저자 심경호는 서울대학교와 일본 교토대학에서 수학했으며 현재는 고려대학교 한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문학연구회 논문상, 성산학술상, 동양문자문화상 등을 비롯해 한국학술진흥재단 제 1회 인문사회과학분야 우수학자로도 뽑힌 바 있는 분이다. 이 책은 저자가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한자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며, <논어>의 한 장(章)마다 한 강의를 할당, 459강으로 되어 있다. 다소 벅찬 분량이지만 각 강의 길이는 짤막하니 틈틈이 읽으면 좋겠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위정 제5장 학이불사즉망, 1권 p.78)


나는 논어를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고 고등학교 한문 시간에 한문 쓰기 교재로 배운 적이 있다. 그 때는 한문 쓰는 것도 지겹고 귀찮거니와 입시 공부에 치여 문장의 의미가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기억나는 구절이 몇 개 있고 마음에 와닿는 구절은 더 많다. <논어>에는 정치와 학문, 효도 등 스케일이 큰 이야기들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벌써 이루어진 일은 말하지 않고, 다 된 일은 간하지 않으며, 이미 지나간 일은 탓하지 않는다.'(팔일 제21장 성사불설, 1권 p.112), '오직 어진 사람이어야 남을 제대로 좋아하고 남을 제대로 미워할 수 있다'(이인 제3장 유인자능호인, 1권 p.124), '싹이 났으나 꽃이 피지 못하는 것도 있고, 꽃이 피었으나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도 있구나!'(자한 제21장 묘이불수, 2권 p.46) 처럼 요즘 사람들이 읽는 자기계발서나 에세이에 나올 법한 문구들도 제법 보였다. 사람 사는 일이 예나 지금이나 비슷했고, 학문과 인간사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은 모양이다.


'내가 일찍이 종일토록 밥을 먹지 않고 밤새도록 잠을 자지 않고서 생각한 적이 있으나 유익함이 없었다. 배우는 것만 못했다.'(위령공 제30장 오상종일불식, 3권 p.80) 라는 문장도 재미있다. 공자가 학문을 워낙 강조하여 사색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예상과 달리 사색은 '유익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생각이 많아서 고민인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이다. 그런데 주희는 '공자는 사색만 하고 배우지 않는 자를 경계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한 것이라고 풀이하고, 정약용도 '공자가 학문을 더욱 중시하는 것처럼 말한 이유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문면에 드러나지 않는 모종의 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문장만 읽었더라면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였을 것을, 주희와 정약용의 주석을 함께 읽으니 다각도로 생각해보게 되고, 심오한 의미까지 알게 되어 좋다.


동양철학, 그 중에서도 동양고전의 정수인 <논어>를 읽게 되어 처음에는 너무 어렵지는 않을지 겁도 나고 두려웠다. 막상 읽기 시작하니 알던 문장은 다시 보는 재미가 있고, 몰랐던 문장은 새롭게 아는 즐거움이 있다. 무려 2500년을 견뎌낸 철학과 진리를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니, 참 좋은 세상이다. 공자님이 보시면 뭐라고 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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