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아래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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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밤하늘 아래>는 수짱 시리즈 등 여성의 삶과 고민을 주로 그려온 마스다 미리의 기존 작품 세계와는 조금 다르다.

'거대한 우주 속의 작디작은 존재지만 우리에겐 각자의 소중한 이야기가 있습니다'라는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운석, 로켓, 별똥별, 은하수 등 보이든 보이지 않든 우리 머리 위에 언제나 펼쳐져 있는 우주와, 그 아래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엮어냈다.

전형적인 문과생인 나는 이과 대부분의 수업을 좋아하지 않았고, 특히 지구과학은 지금도 잘 이해가 안 된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우주에 흥미를 느낀 건 대학교 1학년 때. 교양 과학 시간에, 그 옛날 우주를 관찰하고 연구한 과학자들에 대해 배우면서 생애 최초로 관심이 생겼다.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도시에서만 쭉 살았던 나는 별은커녕 밤하늘을 떠다니는 구름도 어쩌다 한 번 보는데, 그 옛날 과학자들은, 마치 현대인들이 영화나 드라마를 보듯 밤하늘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찾아냈겠지.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신기하고 가슴이 뭉클하다.

"야근하고서 우연히 전철역까지 같이 걸어간 적이 있었어요.
초승달이 뜬 밤이었는데 별이 너무 예뻤어요. 그때 불쑥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밤하늘 위에 있는 우주에 대해 알아보려고 했던 사람들이 있었구나, 하고요." (p.50)

그러나 그것도 한 때, 수업이 끝난 후로는 우주에 대해 생각할 일도, 시간도 없었는데,

몇 년 전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 갔다가 영화 <우주 형제>를 보고 다시 한번 우주와 만났다. 밤하늘을 보며 우주 비행사가 되는 꿈을 꾸던 두 형제가 실제로 우주 비행사가 되는 과정이 얼마나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이던지. 언젠가는 나도 우주에 갈 수 있을까?


"근데 화성에는 언제 갈 수 있다는데?"
"2030년이었던가?"
"아직도 멀었네."

"그나저나 그땐 우리 몇 살이지?"
"에휴~ 그게 더 무섭다!" (p.131)

책에는 사쓰마센다이 시 센다이 우주관에 근무하는 안도 카즈마의 해설과
저자 마스다 미리가 직접 다네가시마 로켓 발사를 견학한 이야기도 실려 있다.

로켓 발사 견학이라니! <우주 형제>에도 로켓 발사 견학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게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도 가능하다니 신기하다.
내가 우주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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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1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등
독신 여성의 삶과 고민을 다룬 작품을 주로 그리는 일본의 만화가 마스다 미리.
얼마 전 마스다 미리의 책 세 권이 국내에 출간되었다.

그 중 두 권이 지금 소개할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1,2>.



그런데 이 책, 반칙이다.

주인공 치에코 씨는 수짱같은 싱글여성이 아닌 결혼 11년째 유부녀.
남편 사쿠짱과는 아직도 신혼부부처럼 하하호호 단란한 사이다.

마스다 미리 하면 떠오르는 싱글여성은 어디 가고 유부녀란 말인가요?
게다가 '사랑따위, 결혼따위 필요없다'고 외치던 전작들과 달리
알콩달콩 훈훈한 결혼 생활 스토리로 저같은 싱글녀의 마음을 뒤집으시다뇨ㅠㅠ

무엇보다도 치에코의 남편 사쿠짱이 참 좋은 사람이다.

구두 수선 가게를 운영하는 사쿠짱은 회사에서 비서로 일하는 치에코를 밤마다 마중나오고,
화이트데이 선물을 사놓고 기대하게 만들고, 외식도 치에코가 먹고 싶은 것에 맞춰준다.
어쩌다 밖에서 술마시고 돌아오는 길에는 치에코를 위해 선물도 사올 줄 안다.
이런 따뜻하고 착한 남자는 대체 어디서 만날 수 있나요? +_+

물론 아내인 치에코 씨도 좋은 사람이다.

벚꽃이나 밤하늘처럼 아름다운 걸 보는 걸 좋아하고, 맛있는 것, 좋은 것을 보면 남편 사쿠짱을 제일 먼저 떠올린다.
남편 사쿠짱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는 일도 있을 만큼 울보지만
잘 우는 만큼 웃기도 잘하는 매력적인 여성이다.

봄에는 공원으로 피크닉을 가고, 여름에는 차가운 맥주를 마시고,
가을에는 맛있는 디저트를 먹고, 겨울에는 이불 안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정도의
소소한 일상이지만, 그 소소함이, 일상스러움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부러웠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마스다 미리 님,
추운 겨울을 홀로 보내는 싱글녀에게 이건 반칙이에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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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배속 살림법
조윤경 지음 / 스타일북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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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정리, 청소, 수납, 인테리어 등등을 매우 좋아한다.

비록 결혼도, 독립도 안 한 처지라
시도해볼 수 있는 영역은 한정되어 있지만 (고작해야 내 방과 화장실 정도?)
책이나 TV에서 배운 정보를 하나씩 시도해보고 응용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수납의 여왕'으로 유명한 파워 블로거
털팽이 님의 <3배속 살림법>도 그렇게 만나게 된 책이다.
웬만한 정리, 청소 책은 다 읽어본 나에게도 이 책은 무척 유용하고 신선했다.

게다가 인터넷서점에서는 반값할인으로 7천원 정도밖에 안 된다는 사실!
결혼을 앞둔 친구들, 이미 결혼한 언니, 선배들에게 한 권씩 챙겨주고 싶을 정도다.

남이 보기에 좋은 정리, 그림처럼 예쁜 수납에 급급하면,
정작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불편을 느끼고,
결국에는 원래의 어지러운 상태로 돌아가기 쉽다.

'3배속 살림법'은 다르다.
털팽이 님이 소개하는 '3배속 살림'의 핵심은
1+1+1배속으로 시간과 동선이 단축되고 아이디어가 번뜩인다는 점!

어떤 요리법, 정리법, 청소법도 최대 15분을 넘기지 않는다.
비슷한 일을 묶어서 처리하기 때문에 시간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고,
유지하기도 쉽다.

쉽고 빠르고,
시간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돈과 공간까지 절약해준다.

더 큰 가구, 더 많은 수납공간, 더 넓은 평수, 더 큰 집을 원하게 되는 건
정말 그게 필요해서가 아니라 '짐이 많아서'다.

짐을 줄이면 가구나 수납공간이 필요없고, 평수를 늘리기 위해 돈을 쓸 필요도 없다.
그 비용과 노력으로 여행이나 독서, 자기계발 등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면 어떨까?

3배속 살림법은 크게 요리와 정리, 청소 파트로 나누어진다.

요리는 당장 내 관심 분야가 아니라서 대강 훑어볼 생각이었는데,
예상외로 나처럼 요리를 못하는 사람을 위한 팁이 많아서 유용했다.

냉장고, 냉동실 정리, 재료 구입, 다듬기, 칼질, 요리, 식단짜기, 설거지 등등...
이 정도면 시집갈 때 친정엄마한테 따로 살림을 안 배워도 되겠다 싶었다.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신경쓰일 법한 책장 정리법도 나와 있다.

화이트톤의 서재, 나의 로망♡ 멀지 않았다!

마지막 청소 파트에서는 거실, 부엌, 방, 화장실 등 장소별 청소법뿐 아니라
비싼 화학 세제 대신 소다, 구연산 등 천연 세제로 청소하는 방법이 나와 있다.

부엌 청소를 할 때 소다를 써볼까 싶어서 마트에서 샀더니 고작 600원.
청소뿐 아니라 설거지, 양치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니 참으로 유용하다.
다음에는 구연산을 이용한 청소에 도전해봐야지!

무척 마음에 든다. 별 다섯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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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링크로스 84번지
헬렌 한프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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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한프의 <채링크로스 84번지>는 영국 건지 섬 주민들과 작가 줄리엣이 편지로 우정을 쌓는 과정을 그린 소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과 매우 유사하다. 일단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이 똑같고,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전후의 1940년대 중후반이 배경이라는 점, 주인공이 무명이나 다를 바 없는 작가인 독신 여성이며, 편지로 교류를 나눈다는 점 등이 비슷하다. 이쯤 되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저자인 매리 앤 섀퍼가 헬렌 한프의 이야기를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섀퍼 여사의 변호를 위해(!) 두 작품의 차이점을 들자면, 첫째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 같은 영국 땅에서 벌어진 이야기인 반면, <채링크로스 84번지>는 무려 미국 뉴욕에서 영국 런던에 걸친, 대서양을 넘는 우정을 그렸다는 것이다. 기술이 발전한 지금도 머나먼 외국 땅에서 편지나 소포를 받으면 더 반가운데, 그 옛날에, 그것도 그 넓은 대서양을 건너 편지와 책을 주고받는 일이 얼마나 흥미진진했을까. 그게 불과 반세기 전 일이라는 것도 신기하다. 둘째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서는 주인공 줄리엣을 중심으로 한 편의 러브스토리가 펼쳐지는 반면, <채링크로스 84번지>에 나오는 미국에 사는 작가인 헬렌과 영국 헌책방 직원 프랭크 사이에는 그 흔한 '썸씽'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음... 이게 현실이라는 것일까? 셋째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 칠십 평생을 열정적인 독서광으로 살다 간 매리 앤 섀퍼가 쓴 픽션인 반면 <채링크로스 84번지>는 저자 헬렌 한프의 실제 경험담, 즉 논픽션이라는 것이다. 

 

 

허구와 실제의 간극탓인지,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해피엔딩인 반면 <채링크로스 84번지>는 허무할 정도로 새드엔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작품이 좋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도 좋지만, <채링크로스 84번지>가 훨씬 더 좋다. 이건 진짜니까. 이 사람들은 실제로 책을 사랑했으니까. 비록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서 줄리엣이 그랬듯 작가로 성공하고 좋은 배필까지 얻는 행복은 못 가졌을지라도, 그 모든 걸 포기하더라도 책이 주는 즐거움을 택한 헬렌의 삶이야말로 뼈와 살이 있는, 진짜 인간의 이야기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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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할 권리
김연수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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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좋은 책, 마음에 쏙 드는 책일수록 생각을 정리하고 감상을 남기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첫눈에 반한 이성의 매력 포인트를 한두 가지로 요약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유일까. 김연수의 <여행할 권리>가 내게는 바로 그런 첫눈에 반한 남자같은 책이다. 올해 2월 경에 읽은 이 책의 서평을 12월을 고작 4일 남짓 앞둔 오늘 부랴부랴 쓰는 것은 그런 이유다. 오랫동안 이 책이 좋은 이유를, 마음에 쏙 드는 이유를 고작 몇 줄의 남루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가 없었다. 

 

 

수평선 안쪽. 그 수평선 안쪽에서 우리는 태어났다. 잠잘 때도 우리 꿈의 배경은 그 수평선 안쪽을 넘어가지 못했다. 서태지도 나도. (p.13)

 

 

대륙에 연결된 반도에 태어났으나 북쪽이 휴전선으로 가로막혀 '섬 아닌 섬'에 살고 있는 한국인에게 여행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한국인에게 여행이란 감히 넘어갈 생각조차 못하는 '수평선 안쪽'으로 넘어가는 도전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일본, 중국, 러시아, 독일, 미국 등 여러 나라의 여행기가 실려있지만, 분단이 되지 않았더라면 비행기가 아닌 기차나 버스를 타고 갈 수 있었을, '수평선 너머'에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여행기가 특히 재미있었다("민우는 한국의 킹카입니다"를 외치는 신화 짱팬 미국 소녀의 이야기도 못지 않게 재밌었지만 ^^)운전기사가 길을 못 찾는 바람에 중성적인 목소리의 무명가수가 부르는 현숙의 노래를 다섯 시간 동안 듣다가 결국엔 외워버렸다는 '웃픈' 이야기부터, 연변에서 함부로 술 마시라고 손 잡아끌며 권해서는 안되며 깐두부 좋아한다는 말도 해선 안되는 슬픈 사연, 조선의용군의 자취를 찾아간 중국의 시골마을에서 일본군의 만행에 대해 말하다가 소년처럼 울음을 터트린 할아버지 이야기까지...... 여행지 구석구석에서, 보통의 여행자들의 눈에는 띄지 않는 이야깃거리를 찾아내는 것이 역시 소설가다웠다.

 

 

소설가가 쓴 여행기, 하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가 유명한데, 이 책은 하루키 에세이의 미덕인 여유와 위트에 김연수 특유의 진지한 성찰과 번득이는 관찰까지 더해져 훨씬 좋았다. 처음 사서 오늘까지 서너번은 다시 읽은 것 같은데 읽을 때마다 좋다. 언제쯤 나의 '여행할 권리'를 누릴 수 있을까.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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