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기담집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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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 도시전설 특유의 재미도 있고, 곳곳에 숨어있는 `하루키 월드`의 특색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해서 좋았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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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 나는 라말라를 보았다.


"점령이 만들어 낸 세대들, 그들에게는 기억해야 할 빛깔과 냄새와 소리를 지닌 장소가 없다. 다른 누구에게보다 그들에게 속한 장소, 누덕누덕 기운 망명지의 기억을 떠나 되돌아갈 장소가 없다. 기억 속에 간직할 유년 시절의 침대, 폭신한 인형을 놓아두고 일어날 침대, 어른이 되면 더는 쓰지 않을 흰 베개를 무기처럼 들고 새된 소리를 내지르며 우당탕 몸싸움을 벌일 침대가 없다. 바로 이것이다. 점령은 공포와 핵미사일과 장벽과 경비병들로 둘러싸인, 이해하지 못할 머나먼 대상을 사랑해야 하는 세대를 우리에게 남겼다."


전공이었던 정치외교학은 공부 자체는 재미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무력감 때문에 힘들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국제 뉴스를 들을 때마다 가슴 한 구석이 뜨끈하게 끓어오르면서 동시에 좌절감을 느낀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세상에서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까를 궁리하고 더 나은 세상따위를 논한다는 게 옳은 일일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런 책 한 권을 읽는 게 고작이라는 게 너무 미안하고 슬프다.





2. 장서의 괴로움


"언제부터인가 아무렇지 않게 책을 밟고 다닌다. 벌을 받는 건지 발이 미끄러지면서 밟은 책 표지가 찢어져서 “윽!”, 본체를 빼낸 책갑이 밟혀 뭉개져서 “으악!”, 펼쳐진 책장이 휙 접히고 구겨져서 “어이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요사이 찾는 책을 발견할 확률이 점점 낮아져 분명 집에 있는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오거나 서점에서 다시 사오는 일이 심심찮게 있다."


음... 이거 내 이야기인가? 약한 정도지만 정리벽이 있어 심심찮게 책을 중고샵에 팔거나 처분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읽는 책이 많고 사는 책도 많다보니(오늘도 십여 권을 질렀다...;;;;) 나름대로 '장서의 괴로움'이 있다. 읽은 책, 읽을 책, 안 읽은 책, 안 읽을 책, 못 읽는 책 등등을 다 끌어안고 사니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아무래도 이 책 읽으면서 무한 공감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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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 - 중년의 물리학자가 고리타분한 일상을 스릴 넘치게 사는 비결
이기진 지음 / 웅진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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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우리 삶은, 세상과 다른 차이를 발견하고 실천하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타인과 다른 옷을 입고, 타인의 생각을 살짝 비틀어 다른 생각을 하고, 타인이 했던 방법을 발판으로 삼아 다른 필드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내고, 타인이 접근했던 길을 피해 다른 쪽으로 가면서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타인과 다른 방법으로 특별한 사랑에 접근하고, 결국 차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살아가는 것. 아닌가요? 아니면 말고." (p.52)


딴짓이야말로 한 사람의 취향이나 성격을 제대로 표현하는지도 모른다. 모 요리 평론가의 유명한 말을 빌자면 "나에게 네가 하는 딴짓을 말해보아라. 네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주겠다"랄까? '2NE1 CL 아빠'로 유명한 서강대 물리학과 이기진 교수가 쓴 <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를 읽은 사람이라면 저자에 대해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물리학 교수이면서 여러 권의 책을 쓴 작가이며 화가, 만화가, 공예가인 재주꾼이자, 일본과 프랑스, 아르메니아 등을 넘나들며 생활하는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차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살아가는' 삶을 중요시하는 저자는 '딴짓'도 남다르다. 장안동 고미술상가에서 이빨 나간 도자기를 모아 자신만의 '컬렉션'을 만들고, 외국에 나가서도 명품 쇼핑 대신 벼룩시장에서 골동품을 사며, 직접 디자인한 깡통 로봇을 철공소의 도움을 받아 제작하고, 전문적인 미술 교육 한 번 받지 않고 동화책에 만화책까지 냈다. 딴짓이라고는 일하는 틈틈이 인터넷 쇼핑몰을 들락거리거나 휴일에 술 마시며 노는 게 전부인 나로서는 말그대로 '깜놀'(과연 내가 하는 딴짓은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말할까?). 이렇게 근사하면서도 생산적으로(!) 할 수 있는 딴짓이 있었을 줄이야. 배우고 싶다.

   
여기에 더해진 물리학적인 식견은 또 어찌나 멋지던지. 전형적인 문과생인 나는 물리학은커녕 이과 전반과 친하지 않은데, 저자의 "깡통&병따개는 작용점에 대한 회전 모멘트의 원리를 이용한 물건"이라느니, "팬티는 물리학에서 열역학 분야에 해당된다"느니 하는 설명을 읽으면서 아주 드물게 과학이 재미있다고 느꼈다. 다름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만 했지, 사실 나는 이런 관점의 차이, 취향의 차이에 대해 (비하하거나 무시하지는 않아도) 무관심하지는 않았던가 하는 반성도 하며...  저자의 남다른 취미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다름' 자체를 체화해 실천하는 그의 인생이 멋져 읽는 내내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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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앨런 베넷 지음, 조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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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뭐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보다는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았다. 공부, 취업, 연애, 결혼, 하다 못해 아침에 뭘 입고 점심에 뭘 먹을지 결정하는 일마저도. 내 나이 스물아홉. 지금 내가 그나마 온전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을 세어보니 어떤 책을 읽을지 고르고 서평을 쓰는 일뿐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책 읽고 글 쓰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좋다. 비록 돈도 명예도 생기지 않지만, 누가 하라고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자발적인 활동이기에.



영국의 극작가 앨런 베넷이 쓴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의 주인공도 내 말에 공감할 것이다. 그녀의 직업은 영국 여왕(물론 진짜 영국 여왕이 아니라 가공의 인물이다. 픽션!).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그녀의 삶은 사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화려하고 안락하지만은 않다. 생각해 보라. 사생활은커녕 휴일도 쉬는 시간도 없고, 나이가 들어도 은퇴가 없는 종신직이다. 여왕은 뭐든 마음대로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취미 하나를 고르더라도 국민의 감정과 이해집단을 생각해야 하는 피곤한 자리인 줄은 몰랐다.



심지어는 책 읽기까지도. 이 책에서 주인공 여왕은 우연히 버킹엄 궁 안으로 들어온 이동도서관에 들렀다가​ 주방 보조로 일하는 청년 노먼이 추천한 책을 읽고 독서의 재미에 푹 빠진다. 하지만 대신들과 신하들은 여왕의 새로운 취미를 썩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일과 틈틈이 책을 읽는 데다가 심하게는 업무를 보면서도 책을 읽고, 그저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고 닦달하기까지 하니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모습,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나?)



그러고보면 독서란 한 나라의 왕 또는 여왕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 책이라는 '영토'에서 문장이라는 '국민'을 읽고 해석하는 '권리'를 온전히 자신만이 소유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래서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책을 읽는 사람들을 흠모하면서도 경계하고 때로는 혐오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맛본 적이 없는 혁명과 정복의 재미를 시시때때로 느끼는 이들이 두려울 테지. 하지만 진정한 독서가라면(왕 또는 여왕이라면) 이런 남들의 시기와 우려에는 아랑곳 않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줄도 알아야 할 것이다. 


 

언젠가는 남이 물려준 왕국을 통치하는 대신 직접 왕국을 만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책에서 여왕은 자기만의 왕국이라 할 수 있는 책을 직접 써보기로 결심한다. 심지어는 책을 완성하기 위해 엄청난 결단을 내리는데(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밝히지는 않겠다), 그 결단이 이제껏 그저 책을 읽고 감상을 끼적일 뿐이었던 나에게는 무척이나 멋지고 대단해 보였다. 그것은 어쩌면 여왕이 최초로 내린, 온전한 의미의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었을까. 그런 여왕이 쓴 책은 어떤 내용일지, 비록 실제로 읽을 수는 없겠지만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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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수업 - 희망은 눈물로 피는 꽃이다
서진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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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수업>은 1999년에 나온 베스트셀러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의 저자 서진규의 신작이다. 가발공장 직공에서 시작해 미 육군을 거쳐 하버드 박사로 거듭나기까지의 자전적인 경험을 그려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용기를 주었던 저자는 이 책에서 그동안 2,200여 회의 강연을 통해 50만 독자와 수백만 청중을 만나며 그들의 삶을 바꾼 이야기를 전한다. 

 


저자의 책을 읽거나 저자와의 만남을 통해 삶을 바꾼 사람은 수없이 많다. 그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인물은 국제회의 기획사로 활동 중인 윤희정 씨. 신문 배달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병든 아버지와 여동생을 부양하는 여고생이었던 희정 씨는 저자의 책을 읽고 열심히 돈을 모아 캐나다에 갔고, 귀국 후에는 다사다난한 과정을 거쳐 국제회의 기획사가 되었다. "선생님은 정말 희망의 증거이셨다"고 말하는 희정 씨의 글을 읽으며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까지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감동했지만, 한편으로는 미심쩍은 부분도 없지 않았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지, 저자처럼 미군에 입대하고 하버드 학위​를 받음으로써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는 것만이 성공인지 의문이 든 것이다. 저자 또한 이런 의문을 가졌던 모양이다. 자신이 여성에게 더 많은 자유를 주는 미국으로 가지 않았다면 지금의 성공은 없었을 것이며, 아들 성욱 씨와의 만남을 통해 이제는 신분 상승이나 부와 명예의 획득만이 아닌 다양한 방식의 성공이 있다는 것도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인생에 정답이 없는 것처럼 성공에도 정답은 없다. 저자의 책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군 입대나 미국 이민을 삶의 탈출구로 생각했지만, 저자는 그것만이 답은 아니라고 말한다. 지금 있는 곳에서, 작은 일이라도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면서 최고의 성과를 내다보면 어느새 지금과 다른 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가 나온 지 올해로 15년 째. 그동안 독자들이 저자의 삶을 따라 앞만 보며 달린 반면 저자는 여유와 이해심을 배운 것일까. 이제까지와는 다른 넉넉하고 편안한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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