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2 : 서울편 4 - 한양도성 밖 역사의 체취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2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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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 4권은 크게 강북편과 강남편으로 나뉜다. 강북편의 메인은 성북동이다. 성북동 하면 강북의 부자들이 많이 사는 동네로도 유명하지만 간송미술관, 수연산방, 길상사 같은 고즈넉한 장소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책에는 후자에 관한 이야기가 주로 나온다. 장소들과 함께 이태준, 김용준, 김환기, 김향안, 김자야, 백석, 조지훈, 최순우, 박태원, 한용운, 김광섭 등 한국의 근대 문화와 예술을 논함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강남편은 선정릉과 봉은사를 다루고, 강서구 가양동에 위치한 겸재정선미술관과 허준박물관, 중랑구에 위치해 있으며 오세창, 유관순, 박인환, 이중섭, 조봉암, 한용운, 문일평, 방정환, 지석영, 김상용 등이 묻힌 망우리 역사문화공원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 모두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위인들인데, 그동안 이들의 묘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이나 파리의 페르 라셰즈 비슷한 공간이 서울에도 있고, 그곳이 '망우리 공동묘지'라는 옛 이름으로 오랫동안 알았던 곳이라는 사실을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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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1 : 서울편 3 - 사대문 안동네 : 내 고향 서울 이야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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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선생님의 모든 저작을 좋아하지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국내편 중에서는 서울편을 가장 좋아한다. 아무래도 내가 태어난 도시이자 이제까지 가장 오래 산 지역이기 때문에 편애하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서울편은 조선왕조의 궁궐과 한양도성을 소개하는 1,2편도 좋았지만, 3,4편은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서울의 외곽 지역을 소개해 줘서 특히 좋았다. 


서울편 3권에 해당하는 11권은 서촌, 북촌, 인사동 등 서울 사대문 안의 오래된 동네와 북한산의 문화유산을 답사한다. 서촌은 가족, 친구들과 종종 놀러 가는 곳이고, 북촌은 옛 직장이 있었던 동네라서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전혀 아니었다. 인사동은 그렇게 많이 가봤는데도 그곳의 진정한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는 고서점이나 골동품점에 한 번도 안 가봤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다음에 가면 화랑도 구경하고 유서 깊은 찻집도 가보고 싶다. 


저자 자신도 이 동네가 자신의 고향인 만큼 고향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추억과 나눌 수 있는 애정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유년 시절 어느 골목에서 누구와 무엇을 하고 놀았고, 학창 시절 어느 고서점과 골동품점을 드나들며 미술사학자가 될 꿈을 키웠는지 등등 유홍준 선생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와서 흥미로웠다. 이 시리즈가 부디 오래오래 이어졌으면 좋겠는데 조만간 완결이 날 것 같아서 벌써부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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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사랑 나쁜 사랑 3부작 3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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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4부작'으로 유명한 엘레나 페란테의 또 다른 시리즈 '나쁜 사랑 3부작' 중 하나다.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을 무척 좋아하지만 소설의 내용이 워낙 지독해서 정신적으로 감당할 여력이 있을 때만 읽는 편인데, '나쁜 사랑 3부작'은 제목도 그렇고 지독한 내용일 것 같은 느낌이 심하게 나서 읽기를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몇 달 전 <잃어버린 사랑>이 원작인 올리비아 콜먼 주연의 영화 <로스트 도터>를 보고 원작이 궁금해져서 읽게 되었다. 


소설의 내용은 영화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비교문학 교수인 레다는 여름을 맞아 그리스의 해변으로 혼자서 휴가를 떠난다. 그곳에서 레다는 유난히 시끄러운 대가족을 마주치게 되고, 그중 어린 며느리로 보이는 니나라는 젊은 여인에게 눈길을 빼앗긴다. 니나에게는 어린 딸 엘레나가 있는데, 미아가 된 엘레나를 레다가 찾아주면서 니나 역시 레다에게 호감을 가진다. 하지만 니나는 미아가 된 동안 잃어버린 인형을 찾아달라고 보채는 엘레나 때문에 정신이 없는데, 그 인형은 사실 레다가 가지고 있다... 


레다가 엘레나의 인형을 숨긴 이유를 영화에서도 소설에서도 정확히 밝히지는 않는다. 다만 일찍 결혼해 두 딸의 엄마가 되었고 그로 인해 학업을 중단하고 독박 육아를 해야 했던 레다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통해 레다의 심정을 짐작하게 할 뿐이다. 두 딸의 엄마로 살기보다 자기 자신으로 살고 싶었던 여자는 죄인일까. 결국 두 딸의 곁으로 돌아왔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훌륭히 엄마 '역할'을 해냈지만 스스로 좋은 엄마라고 생각하지 않는 여자는 정말 모성애가 없는 사람일까. 어쩌면 자식에 대해 한없는 사랑을 주는 것이 모성애가 아니라, 그러지 못하는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 모성애의 본질 또는 원형이 아닐까. 


영화를 먼저 보기도 했지만, 영화가 소설보다 레다의 기행이나 일탈을 더욱 길고 자세하게 묘사해서 훨씬 충격적이다(엘레나 페란테의 소설보다 더 지독한 영화를 만드는 메기 질렌할 당신은...!). 소설은 결말이 도입부와 연결되어 결말 이후의 상황을 추측할 수 있는 힌트를 남긴 반면, 영화는 그렇지 않은 점도 만든 이의 의도를 상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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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 2023-06-28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면서 너무 머리 아팠던 영화입니다
 
페퍼민트 창비청소년문학 112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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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온유 작가의 첫 번째 장편 소설 <유원>도 너무 좋았는데 두 번째 장편 소설 <페퍼민트>도 너무 좋았다. 세 번째 장편 소설 <경우 없는 세계>가 책장에 꽂혀 있는데, 읽고 있는 책이 많아서 당장은 못 읽지만 조만간 읽고 싶고, 읽게 될 날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페퍼민트>의 설정은 <유원>의 그것 못지 않게 지독하다. 주인공은 열아홉 살 고등학생 시안. 6년 전 쓰러져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는 엄마를 간병하느라 학교 생활도 제대로 못 한다. 그런 시안이 어느 날 우연히 해원의 오빠 해일과 마주친다. 6년 전까지 시안과 해일, 해원은 이웃 사이지만 친남매처럼 가깝게 지냈다. 그러다 어떤 사건으로 인해 시안의 가족과 해원의 가족이 피해자-가해자 사이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고, 해원은 이름까지 바꾸며 과거를 지웠다. 


6년 만에 다시 만난 시안과 해일, 해원은 예전처럼 잘 지내는 듯 보인다. 특히 동갑내기인 시안과 해원은 여느 평범한 여자 고등학생들처럼 학업 스트레스를 토로하고 남자친구의 험담을 하며 언제 떨어져 있었냐는 듯이 과거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 같다. 하지만 시안은 자신의 어머니가 6년째 식물인간 상태이며, 자신은 어머니를 돌보느라 대학 입시는커녕 학교 생활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좀처럼 털어놓지 못한다. 아니, 그럴 수가 없다. 유일한 친구인 해원마저 자신의 곁을 떠나면, 앞이 보이지 않는 자신의 삶이 더욱 어두워질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설의 중심 인물이 어떤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점에서 <페퍼민트>가 <유원>과 유사한데, <유원>은 피해자와 (가해자와는 화해하지 않고) 가해자 측 이해관계자와 화해하는 반면, <페퍼민트>는 피해자가 가해자는 물론이고 가해자 측 이해관계자와도 화해하는 데 실패한다는 점이 다르다. 정확히는 화해가 아니라 '용서'하는 일이 피해자의 과제일 텐데, 아무래도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고 간병이 워낙 힘든 일인 데다가 현재진행형이라서 용서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간병의 힘듦과 어려움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시안의 가족은 원래 풍족하지는 않아도 부족하지도 않은 중산층 가정이었는데, 엄마가 쓰러진 후로 간병 때문에 아빠는 직장을 잃고 시안은 학업을 거의 포기하고 집은 더 이상 집의 기능을 못 하게 되었다. 시안과 시안의 아빠를 돕는 사람은 전문 간병인 최선희 선생님이 유일한데, 이분이 등장하는 장면들이 참 좋았다. 간병인은 병자뿐 아니라 병자의 가족과 친구, 지인들도 돌보는 귀중한 직업임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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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있는 자부터 산화하라 1
아이다 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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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주인> 이후 오랜만에 읽는 본격 사무라이물이다. 배경은 메이지 7년. 보신전쟁으로 가족을 모두 잃고 천애 고아가 된 아이즈 현 출신 사무라이 하루야스는 복수를 다짐하며 에도(도쿄)로 온다. "사츠마의 사무라이를 베고 죽는다면 더는 바랄 게 없어."라고 읊조리던 그는 사츠마 출신으로 메이지 유신을 이끈 '유신 삼걸' 중 한 명이자 메이지 정부의 내무 대신으로 임명된 오쿠보 토시미치를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잠복한다. 


계획 실행 당일.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등장해 하루야스는 깜짝 놀란다. 며칠 전 도검 가게(검을 파는 가게)에서 만났던 예쁘장한 소녀가 어울리지 않는 검을 들고 나타난 것이다. 부상을 입은 하루야스는 바로 그 소녀의 간호를 받게 되는데, 소녀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심상치 않다. 시노라는 이름의 소녀는 불사(不死)의 능력을 지닌 '아다시노노타미' 일족의 일원인데, 이 때문에 고생하는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검을 들고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시노의 이야기를 들은 하루야스는 자신의 복수보다 시노를 돕는 것이 훨씬 중차대한 일이라고 생각해 시노의 권속이 되기로 한다. 그리하여 불사의 힘을 지닌 소녀와 복수심으로 불타는 사무라이가 힘을 합치게 되는데... 불사의 사무라이 만지의 이야기를 그린 <무한의 주인>과 비슷한 설정이지만, 불사의 힘을 여성 캐릭터가 지녔고 남성인 사무라이가 그를 위해 복무한다는 점이 다르다. 작화도 좋고, 역사 작가의 해설도 실려 있어 작품의 재미를 한층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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