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중국 경제 - 슈퍼 차이나 거품 뒤에 가려진 위기들
랑셴핑.쑨진 지음, 이지은 옮김 / 책이있는풍경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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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탈냉전 이후 국제적으로 미국의 파워가 상대적으로 감소 추세이며, 그에 반해 중국의 파워가 증가하고 있다. '세계 패권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옮겨 간다', '앞으로는 중국이다' 등등 중국의 미래에 대한 낙관론이 우세한 것이 사실이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중국 낙관론에 근거하여 투자를 결정하거나 미래를 결정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가령 최근 몇 년 동안 큰 인기를 끌었던 차이나펀드. '결국 믿을 곳은 중국이다',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는 증권사의 말만 믿고 투자하는 분들 많았다. 대학에서도 중문과의 인기가 높아졌으며, 미국이 아닌 중국이나 홍콩 등으로 유학 또는 취업하는 분들도 많이 늘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았을 때 중국이 성장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몇 년 전과 비교했을 때 중국이 기대한 것만큼 성장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일단 차이나펀드는 기대와 달리 반의 반 토막이 났고, 중국이 자랑했던 저비용의 경쟁 우위마저 베트남 등 주변 국가들에 밀리고 있다. 대만처럼 독자적인 첨단 IT 기술을 보유한 것도 아니고, 정치 개혁마저 요원하다. 중국 외부에서만 이런 비관적인 시선을 던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내에서도 위기론,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량셴핑이 바로 중국 경제 위기론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경제학자다. 그는 펜실베리이나 대학교에서 금융학을 전공하고, 뉴욕대 부교수를 거쳐 시카고대에서 교수를 역임한 후 현재 홍콩 중문대학교 석좌교수로 있다. 2003년 '세계를 움직이는 경제학자', 2006년 '가장 영향력 있는 중국의 10대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힌 그는 명실상부한 중화권의 대표 경제학자로, 중국 출신 경제학자 중 노벨상에 가장 유력한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그의 저작으로는 <새로운 중국을 말하다>, <자본전쟁>, <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 <중미 전쟁> 등이 있다. 제목만 보아도 그가 중국의 거시 경제를 연구하고 있으며, 중국 경제의 병폐와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하는 학자라는 것을 알겠다. 이로 인해 중국 정부는 그를 경계 대상 1호로 지목할 정도지만, 국민들은 그를 '미스터 마우스'라고 부르며 열렬히 지지하고 있다고 한다.

 

 

량셴핑의 최신작 <벼랑 끝에 선 중국 경제>는 총 다섯 파트로 되어 있다. 먼저 중국 경제의 현재를 진단하고, 국유기업과 금융, 민영기업 순으로 세분화하여 위기의 원인을 밝힌 다음, 마지막으로 중국 경제에 대한 처방을 내리는 순서로 되어 있다.

 

저자는 먼저 중국 경제가 이제까지 표면적인 성장에만 치중한 결과, 물가 상승률은 높은데 서민들의 실질적인 생활수준은 하락하는 기형적인 경제구조로,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에 빠질 염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구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빈부 격차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부자들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이자 수입, 임대 수익 증가로 인해 이익을 보는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실질 임금의 하락과 화폐 가치 인하로 인해 생계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게다가 임금 인상으로 인해 저비용의 경쟁 우위가 흔들리면서, 고부가가치 산업은 다시 미국으로 회귀하고, 제조업은 임금이 더 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로 이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앞으로 중국은 무엇을 기반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저자는 홍콩의 실패와 한국의 성공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저자는 한국이 80년대경 제조업에서 경쟁우위를 잃은 다음 발빠르게 IT 산업에 뛰어들어  현재 가공할만한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한국인으로서 매우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 또한 저자는 한국이 이제는 게임과 디지털 콘텐츠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중국 또한 외국 기업의 하청만 받을 것이 아니라, 산업동향을 먼저 예측하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는 적극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사람이다보니 국내 경제의 안좋은 점을 더 많이 보게 되는데, 중국이 보기에는 이렇게 많은 장점이 있나보다. 하지만 우리나라 또한 기술개발에서 밀릴 경우 하청 국가로 전락할 위험이 있고, 저자가 강조하는 디자인이나 콘텐츠 분야는 우리나라도 아직 세계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무한 경쟁 시대에는 현재 상황이 어떻든 그 어떤 나라도, 그 어떤 기업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하지만 경제와 산업 분야만이 국가 전체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다. 저자 또한 중국 경제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정부의 안일한 대응과 공무원들의 부조리, 세제의 미흡, 지적재산권 미보장, 뇌물 관행이 만연한 사회문화 등을 꼽았다.  이러한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중국의 정치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 점이 중국 정부로 하여금 그를 경계 대상 1호로 지목하게 만든 원인인 것 같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현재 2020년까지 등소평이 약속한 '소강사회' 건설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고, 마침 후진타오 국가주석 역시 향후 5년이 소강사회 진입을 위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결국 중국의 경제성장은 정치체제 안정을 위해서도 중요한 셈.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과 정권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할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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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Steve Jobs (Hardcover, 미국판)- A Biography
월터 아이작슨 지음 / Simon & Schuster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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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원서로 읽기에 어렵지 않았다. 다양한 인물들의 증언이 더해져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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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겐 일생에 한 번 냉정해야 할 순간이 온다
한상복 지음 / 예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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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촌 언니, 오빠나 선배로부터 결혼 소식을 들었는데, 얼마 전부터 친구가 결혼한다는 연락을 종종 받는다. 이제 결혼이 남의 일만은 아닌 셈인데, 웬일인지 아직도 결혼이 뭔지, 꼭 해야 하는지, 하고 싶은지조차 잘 모르겠다. 만나는 상대에 따라서 결혼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는 것이라면 아직 결혼을 하고 싶은 사람까지는 못 만난 게 확실하다.

 

만남이 거듭될수록 연애와 결혼에 대한 희망이 줄어드는 것은 어쩌면 상대보다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사그러들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처음엔 좋은 점만 보였던 그에게서 죽기보다 싫은 단점이 보일 때, 나는 그의 허물까지 안을 수 있는 여자가 못 된다는 것을 깨닫고 안타까웠던 밤이 얼마던가. 열정에서 냉정으로 마음이 돌아설 때, 겨우 붙들고 있던 사랑에 대한 환상은 처참히 부서진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 우리는 제각각의 '섬'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만다. 나는 이쪽 편에서, 그는 저쪽 편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데만 집중하다가, 그 사이에 심연의 바다가 놓여 있음을 까맣게 망각해버리는 것이다. ... 상대에만 집중하다 보면 그가 바로 눈앞에 있는 듯 느껴지므로, 두 섬의 어딘가가 서로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 사랑에 빠진 남녀의 눈에는 상대방 외에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 연인을 제외한 모든 나머지가 '흐린 배경'으로 취급된다. ... 그가 도드라져 보일수록 더욱 그렇다. (pp.4-5 [여자에겐 일생에 한 번 냉정해야 할 순간이 온다])

 

 

[여자에겐 일생에 한 번 냉정해야 할 순간이 온다]의 저자 한상복도 사랑을 하는 여자는 전보다 더 똑똑하고 지혜로워져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히 연애의 '밀당'이나 결혼과 동시에 입장하게 되는 '시월드' 같은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상대의 보이는 모습말고 보이지 않는 면까지 파악해서 더욱 깊고 진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다.
 
세상 모든 남자가 똑같을 수 없다. 말 없는 남자가 있으면 말 많은 남자도 있고. 야외 활동을 좋아하는 남자가 있으면 실내를 선호하는 남자도 있고, 이벤트를 잘하는 남자가 있으면 그렇지 않은 남자도 있다. 연애든 결혼이든 관계를 슬기롭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대가 어떤 사람이든 간에 눈에 보이는 면만 보지 말고 보이지 않는 면까지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말수가 적은 이유가 가정환경에서 비롯된 것인지, 실내를 선호하면 혹시 운동을 잘 못해서 콤플렉스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이벤트를 잘하면 혹시 경험이 많은 건지 등등. 그것을 읽을 수 있으면 연인과의 관계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그 사람의 어떤 점이 좋은지는 확실히 알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스러운' 핑계를 곧 찾아낸 것, 그것이 그녀가 그를 사랑해온 방법이었다. 그러므로 이번에도, 매우 힘겹게, 사랑은 앞으로 조금씩 나아갈 것이다. 실망과 좌절을 혹처럼 주렁주렁 달고서 말이다. 그것은 언제나 사랑을 따라다니니까. (pp.69-70 [여자에겐 일생에 한 번 냉정해야 할 순간이 온다])

 

 

얼마 전 라디오에서 수능시험과 취업과 사람 마음은 '들어가기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디제이가 말 끝에 '들어가기도 어렵지만 들어가서 잘 하기는 더 어렵다'는 말을 덧붙였는데, 나는 이 말에 매우 공감했다. 대학도, 직장도, 사람 마음도 처음에 들어가기가 물론 어렵지만, 막상 들어가면 또 다른 문제와 고난이 이어진다. 특히 사람 마음은, 내 마음에 들어 내가 선택한 사람인데도 나날이 더 사랑하기는커녕, 언제나 처음처럼, 한결같이 사랑하기도 어려운 것 같다. 이 책은 첫 만남, 첫 마음을 계속 이어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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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인문학 - 넓게 읽고 깊이 생각하기
장석주 지음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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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서재 말고 외부에서 서평 블로그를 운영한지 이제 3년이 조금 넘었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학교 3학년 때 어떤 일로 인해 만들었던 블로그가 내 첫번째 블로그다. 처음에는 일기나 사진, 최근에 본 영화나 드라마 이야기 같은 잡담을 주로 올렸다. 그러다가 점점 서평의 비중이 늘어서 3년 전에 아예 서평 위주의 블로그를 따로 만들었다. 그 블로그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다.

 

서평 블로그라고 해도, 읽은 책에 대해 쓴 글을 보통 서평이라고 해서 서평 블로그지, 엄밀히 말해 내가 쓰는 글은 서평이 아니다. 사전에서 서평의 정확한 뜻을 찾아보니 '서적에 대한 비평과 평가, 주로 해당 서적의 내용에 관계된 전문가가 집필한다'고 나오는데, 내가 쓴 글은 비평도, 평가도 아니요, 더군다나 나는 어느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다. 그러니 지극히 비전문적인 사람의 시선에서 보고 느낀 감상을 적은 글이라고 할 수 밖에. 학교 다닐 때 쓰던 독후감의 연장이라고 하면 되려나.

 

그러면서 굳이 서평 블로거이고자 하는 이유는 그나마 내가 세상과 소통하고 싶고, 할 수 있는 방식이 책이고 글이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고 속도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아날로그 매체인 책과 느림의 예술인 글을 좋아하면 아웃사이더 취급 받기 딱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책을 읽고 글에서 위안을 찾는 사람들을 나는 사랑한다. 그 사람들에게 내가 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떤 책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았는데 주변에는 그 책을 읽은 사람이 없어서 답답한 사람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인터넷 창에 책 제목을 검색했을 때 우연히 내 블로그가 눈에 띄어 내 글을 읽게 되고, 이로 인해 아주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 공감에 대한 갈증이 해소된다면 나는 더 바랄 것이 없다.

 

 

"서평 쓰기는 메마른 작업이다. 공력은 많이 들지만 청고한 인격을 만드는 데도, 지식의 성채를 짓는 데도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 그건 사랑 없는 섹스는 아닐지언정 출산이 배제된 섹스와 닮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p.107 서평, 그 사소한 정치, [일상의 인문학])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문장노동자인 장석주의 서평집 [일상의 인문학]을 읽으면서 나에게 서평이란 어떤 의미인지 되짚어 보았다. 장석주는 1955년생으로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및 <동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입상하면서 시인 겸 비평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출판사 대표 겸 편집자로 일했으며 현재는 여러 신문과 잡지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일상의 인문학]은 저자가 2010년 3월부터 세계일보에 [장석주 시인의 인문학 산책]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원고를 모아서 만든 책이다.

 

일단 본격적인 인문학 서적이 아니라 저자가 읽은 인문학 서적에 대한 서평 칼럼이라서 읽기에 쉬웠다. 저자의 글도 수려하고, 롤랑 바르트, 발터 벤야민 등 유명한 학자부터 알랭 드 보통, 김훈, 한강 등 최근 작가까지 다양한 저자들의 책이 망라된 점도 좋았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던 저자의 책을 읽어볼 마음이 생겼다는 것이다. 대학교 1학년 인문교양 시간에 배운 롤랑 바르트, 20세기 사회과학을 설명하는 데 있어 빼놓아서는 안 되는 인물인 미셸 푸코, 자크 아탈리, 발터 벤야민, 지그문트 바우만 등 평소 이름과 주요 사상만 알았지, 정작 그들이 쓴 책을 읽어볼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장석주 저자의 평을 먼저 읽으니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고 이해하면 좋을지도 알겠다. 가장 좋은 서평은 책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서평이라는데, 그런 점에서 보면 장석주 저자의 서평은 더 말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먹고사는 것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인문학은 사람이 개별자에서 벗어나 나와 세계를 총체적으로 보는 것, 즉 사람과 문화, 그것을 둘러싼 우주와 생명 세계, 그 현상과 본질을 깊이 보게 한다. 필요와 욕망은 가깝고 근원은 멀다. 통찰이란 목전의 필요와 욕망을 넘어서서 근원을 꿰어 봄을 뜻한다. 무엇보다도 인문학의 큰 미덕은 창의성, 통찰력, 소통의 힘을 키워 준다는 점이다. 현실이 던적스럽고 갈 길이 흐릿할 때 인문학은 필요하다. (p.5 일상을 떠난 인문학은 없다, [일상의 인문학])

 

 

내친 김에 이 책에 소개된 책 몇 권을 구입했다. 저자의 말대로 '서평 쓰기는 메마른 작업'이지만, '현실이 던적스럽고 갈 길이 흐릿할 때' 책만한 등대가 또 없다. 그의 서평이 나에게 그동안 몰랐던 책으로의 길을 터준 것처럼, 나의 서평도 누군가에게 불빛 같은 존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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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청소법 - 걸레 한 장으로 삶을 닦는
마스노 슌묘 지음, 장은주 옮김 / 예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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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집안일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빨래, 그 다음이 청소다. 빨래는 너무 쉽다. 세탁기가 알아서 다 해주는 데다가, 잘 빨아진 세탁물을 탁탁 털어 널고, 마르면 잘 접어서 서랍에 넣으면 끝이다. 그에 비하면 청소는 먼지 털기, 쓸기, 닦기, 유리창이나 거울 닦기, 걸레 빨기 등등 거쳐야 하는 단계도 많고, 요즘 나오는 로봇 청소기는 알아서 청소를 한다지만 우리집 청소기는 구형이라 사람 손을 꼭 타야 된다. 하지만 청소를 마쳤을 때의 기분은 빨래를 마쳤을 때 느끼는 보람에 비하면 몇 배는 더 되는 것 같다. 오래 산 집도 마치 새 집처럼 깨끗하고 상쾌하게 느껴지고, 반짝반짝 빛나는 바닥과 물건들을 보면 행복하기까지 하다. 청소라는 것이 단순히 물건을 정리하고 공간을 쓸고 닦는 것만이 아니라 마음을 비우고 단정히 하는 효과까지 있다는 걸, 제 손으로 청소를 해 본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아름답게 정돈된 공간은 그곳에 머무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아름답게 합니다.

또한 청소를 하는 행위, 그 자체가 사람의 마음을 빛나게 합니다." [스님의 청소법] p.16 

 

 

 

마스노 슌묘의 [스님의 청소법]은 몸의 편안을 좇느라 마음의 안식을 얻지 못하는 현대인들이 '청소'를 통해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불가의 가르침을 얻어 참된 행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쓰여진 책이다. 저자는 일본 겐코지의 주지스님이자 선 사상과 일본 전통 문화를 바탕으로 한 '선의 정원'으로 유명한 정원 디자이너이며, 다마미술대학 환경디자인과 교수,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특별교수로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는 인물이다. 스님이 디자이너라...... 언뜻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일본에서는 정원을 가꾸는 것이 전통 문화이자 불가의 수행법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고 하니 생각만큼 생경한 일은 아닌가보다.

 

 

 

"집 밖에서 우리는 많든 적든 격식을 차리게 되는데, 말하자면 '임전태세'입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누구나 밖에서 몸을 감싸고 있던 갑옷을 벗고 한숨 돌리겠지요.

공(公)의 얼굴에서 사(私)의 얼굴로 되돌아오는 공간, 그곳이 자신의 집입니다.

절이나 신사에서는 정역(淨域)이라고 합니다. '신불(神佛)이 계신 청정한 공간'이라는 의미입니다.

신불을 섬기는 자는 고귀한 신불에 어울리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그 장소를 철저히 쓸고 깨끗이 닦아 청결하게 합니다.

소중한 자신과 가족이 사는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늘 청결하고 신성한 장소가 되어야만 합니다."

[스님의 청소법] p.22 

 

 

 

내 방의 모습은 마음의 모습이다. 방이 지저분하고 복잡하면 내 마음도 지저분하고 복잡하다는 뜻이고, 청결하고 단정하게 정리가 되어 있다면 마음도 단정하고 청결하다는 뜻이다. 쌓여있는 옷, 쌓여있는 책, 떨어져 있는 머리카락과 휴지, 방구석의 먼지... 이런 것들이 내 방만 더럽히는 것이 아니다.그걸 보는 내 마음도 괴롭고, 그걸 치워야 한다는 생각에 또 괴롭고... 이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면 부담이 되고 피로가 된다. 하루에 몇 분이라도 청소를 하는 시간을 내어보면 어떨까? 불가에서는 오전 중과 점심 후, 최소한 하루 세 번은 청소를 한다고 한다. 각자 방을 정리하고 마당을 쓸고 마루를 닦는 과정이 수행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일과 중 일부러 청소하는 시간을 따로 둔 것이다. 속세에서 사는 사람도, 불교를 믿지 않는 사람도 청소를 할 때마다 나름의 '수행'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생각해보면 청소를 할 때마다 얼마나 마음공부가 되는지 모른다. 청소하기가 싫고 귀찮지만 마음을 다잡고 빗자루를 들고 걸레를 빨 때 마음공부 한 번, 놓치기 쉬운 곳까지 구석구석 집중해서 쓸고 닦을 때 마음공부 두 번, 더러워진 걸레를 헹굼물이 맑아질 때까지 빨고 또 빨 때 마음공부 세 번, 그리고 깨끗해진 집 안을 다닐 때, 반짝반짝 빛나는 물건을 대할 때의 기쁨이 또한 마음공부다. 불경 공부를 하고 말씀을 듣는 것만큼 귀한 깨달음을 얻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열심히 무심한 듯 청소를 할 때, 누구나 시원하고 개운해짐을 느낍니다.

그 감각이 이미 깨달음의 길을 걷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스님의 청소법]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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