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으로 협상하라 -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궁극의 하버드 협상 전략
디팩 맬호트라 지음, 오지연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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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통시장에서 물건 사는 걸 잘 못한다. 전통시장에서는 상인과 흥정해서 값을 깎을 수 있고 그게 재미라는데, 나는 값을 깎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부르는 값을 다 주고 사자니 비싸게 사는 것 같아서 찜찜하다. 이런 내게 필요한 것이 바로 '협상력'이다. 하버드 대학교 경영 대학원을 비롯해 세계 유수의 경영 대학원과 경영자 과정에서 협상학을 가르치는 디팩 맬호트라 책 <빈손으로 협상하라>를 보면 협상력은 누구에게나 있다. 심지어 돈 없고 힘이 없는 사람도 '세 가지 수단'만 갖추면 협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세 가지 수단'은 프레이밍, 프로세스, 공감이다. 프레이밍은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것이다. 협상자가 문제를 '승자독식'의 프레임으로 바라본다면 '윈-윈'의 프레임으로 바라볼 때보다 협상이 성사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상대가 당신의 제안에 '예'라고 말하면서도 승리를 선언할 수 있게끔 협상 전략을 짜면 협상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프로세스는 협상 과정을 바꾸는 것이다. 협상 과정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아무리 협상을 잘해도 협상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성사되기 어려울 수 있다. 공감은 협상 성사의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수조건이다. 상대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하면 나 또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 공감은 결과적으로 상대가 아닌 자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이다. 


꼬리표는 누군가를 설명하는 효율적 수단이지만, 어쩔 수 없이 불완전하고 한계가 있다. 자신이 상대하는 사람들을 경쟁자도, 동업자도, 적도, 친구도 아닌 그저 이해관계, 제약, 대안, 관점을 가진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좋다. 협상가로서 해야 할 일은 그런 요소들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것이다. 내 경우, 협상을 할 때 사람들이 '친구'처럼 행동하는 '적'처럼 행동하든 그들 모두에게 파트너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게 도움이 됐다. (277~278쪽) 


저자는 협상 상대와 공감하고 협력하기 위해 '상대를 적이 아닌 파트너로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협상 상대는 물리쳐야 할 '적'이 아니라 협상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필요한 '파트너'이다. 상대를 적으로 인식하면 상대의 입장에 공감하지 못해 협상을 질질 끌기 쉽지만, 상대를 파트너로 인식하면 상대가 원하는 것을 얻게 해주고 나도 원하는 것을 얻어서 궁극적으로 협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전통시장에서 값을 잘 깎는 사람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사람들은 상인에게 물건값을 깎아달라고 하면서 손님을 더 데려오겠다거나 다시 사러 오겠다는 약속을 한다. 손님을 더 데려오거나 다시 사러 오겠다고 약속함으로써 협상 상대인 상인에게 한 발 물러설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다. 아는 만큼 실천할 수 있을까. 다음번에 전통 시장에 가면 시도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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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사회주의 중국의 형성으로 일단락되는 중국 근대화투쟁의 사상적 기조는 서구문명의 '부정과 극복'이라는 것으로 두드러진다. (154쪽)


18세기까지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문명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그러나 아편전쟁을 계기로 중국이 서양 국가보다 군사적 측면에서 취약하다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났으며, 이후 열강이 중국 대륙으로 들어와 각종 이권을 침탈하고 국정을 유린하는 과정을 통해 정치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측면에서도 중국의 상황이 열악하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저자는 중국 근대화의 특징을 서구 문명의 부정과 극복이라는 관점으로 본다. 부정과 극복. 일견 모순되는 것 같지만 이는 중국 문화의 특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 문화는 수천 년 역사 동안 여러 이민족으로부터 각종 공격과 침략을 받았다. 표면상 패배를 당한 적도 있고 이민족에게 국권을 빼앗긴 적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중국은 이민족 문화를 자국 문화로 동화함으로써 이를 극복했고, 이념보다는 현실을 중시하는 태도로 위기를 넘겼다.


서구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서구 문명을 무조건 배척하지 않고 태평천국 운동, 신해 혁명 등의 사상적 기조로 활용하는 등 긍정적으로 수용했다. 하지만 서구 문명에 완전히 동화되지는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도로만 차용했다. 마르크스 사상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은 근대화라는 현실적인 목표와 反유럽주의라는 정치적 노선을 달성하기 위한 사상으로서 마르크스 사상을 포용했다. 


동학반란의 '창의문'과 '상소'는 어디까지나 현 체제를 시인하고 그 테두리 안에서의 탐관오리의 숙청에 중점을 두고 있다. 태평란은 사회제도 그 자체의 부정과 평등, 무계급 사회 건설이라는 분명한 이념을 가지고 있었다. (161쪽)


중국 근대화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 중에는 비슷한 시기 조선에서 일어난 사건과 유사한 것이 매우 많다. 저자는 그 중에서도 태평천국 운동과 동학혁명을 예로 든다. 한중일 역사가 서로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막상 구체적인 사건과 사건을 연결할 생각은 좀처럼 하지 못했다. 한국의 역사만 배울 것이 아니라 가깝게는 한중일, 최종적으로는 세계의 역사를 통합적으로 배워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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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에게서 버림받은 '영웅'처럼 가련한 신세는 없다. (중략) 영웅은 민중이 만드는 것이며, 민중에게서 버림을 받게 되었다는 것은 그에 앞서서 그가 민중을 배반했다는 엄연한 인과응보의 논리이다. (117쪽)


저자는 이 장에서 한때 중국민중의 영웅이었던 장개석과 중국 공산당의 영웅인 모택동에 대해 제3자적 관찰과 공식문서를 근거로 비교한다. 장개석이 대표하는 중국은 중국 근대사에서 제2혁명이라고 불리는 1926~27년부터 국민당정권이 1949년 5월 중국 본토에서 쫓겨나 대만으로 낙향하는 20여 년을 일컫는다. 장개석은 진시황 이래 처음으로 한족에 의한 중국통일을 달성했다. 


문제는 장개석을 비롯한 국민당 정권의 출신성분이다. 국민당 정권은 지주, 상인, 은행가, 공장주 등 도시 자본가 계급과 화교가 중심이었다. 정권이 자신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것은 당연한데, 이 이익이 농민 또는 노동자 계급의 이익과 배치되니 갈등은 처음부터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뿐만 아니라 국민당 정권은 일본의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서 영국, 미국, 프랑스 등의 지지가 필요했다. 영국, 미국, 프랑스는 자신들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선 공산당을 타도하고 국민당과 손잡을 필요성이 있었다. 아시아에서 사회주의를 몰아내는 것은 일본의 목표이기도 했기에 국민당은 자연히 일본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고, 이는 자신들의 실패를 예비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시책에 비판적인 세력이나 지성인, 자유주의자는 처음에는 경원되다가 전쟁 후기에 가서는 투옥되었다. 언론통제, 비밀경찰에 의한 통치, 대학에 대한 당의 통제, 그밖에 일인, 일당 독재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그리고 불가피한 온갖 추악한 현상이 표면화했다. 그것은 일견 정권의 강력함을 뜻하는 듯했지만 실제로는 가장 약한 권력의 특징임을 우리는 차차 알게 된다. (134쪽)


1937년 노구교 사건을 계기로 중일 전쟁이 발발한다. 이때 장개석의 인기는 전보다 더 상승한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질수록 전쟁은 전 인민적 성격을 상실하고 점점 개인적 목적을 위한 전쟁으로 바뀌었다. 위에 인용한 바와 같이 정부에 비판적인 세력은 투옥되었고, 정부는 혼란을 틈타 재벌 및 은행과 손을 잡고 권력을 독점 및 농단했다. 


그 사이 공산당군은 민중의 마음을 얻고 있었다. 이들은 일본군이나 국민당군대에서 빼앗은 무기로 농민을 무장시켰고, 농민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 곧 나라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며 나라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 곧 농민의 이익을 지키는 것임을 말로만 하지 않고 실천으로 ㄹ보였다. 결국 1945년 항일전이 끝났을 때 중국 민중이 원하는 것은 국민당이 아니라 공산당임이 확실해졌다. 이는 공산당이 당시 중국 민중이 원하던 전략을 펼쳤기 때문만이 아니라, 국민당이 애초부터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스스로 노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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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나폴리 4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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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이 행복해지면 다른 한쪽이 불행해지는 사이.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의 주인공 레누와 릴라의 관계가 바로 그렇다. 제1권 <나의 눈부신 친구>에서 릴라의 결혼식을 막 마친 두 사람은 제2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아버지와 오빠의 사업을 돕는 대가로 식료품점 주인 스테파노와 결혼한 릴라는 결혼식 당일 스테파노가 자신을 속인 걸 알고 분노한다.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릴라는 곧장 스테파노에게 따지지만, 돌아온 것은 심한 구타와 원치 않은 성관계뿐이다. 


한편 레누는 릴라가 결혼한 것이 부러운 나머지 학교에도 안 가고 남자친구인 안토니오에게 성관계마저 허락한다. 보다 못한 릴라가 내기를 제안해 레누는 학교로 돌아가고 성적을 회복한다. 갈리아니 선생님의 파티에서 레누는 전부터 짝사랑한 니노와 다시 만나고, 급기야 니노와 함께 여름 방학을 보낼 기회를 만든다. 그 여름 해변에서 니노가 레누 아닌 릴라와 사랑에 빠질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레누와 릴라의 관계는 자꾸만 꼬인다. 레누는 아름다운 릴라의 외모와 화끈한 성격을 부러워하지만 정작 릴라는 미모와 성격 때문에 자기 인생을 점점 망친다. 릴라는 레누보다 공부를 더 잘했지만 릴라는 초등학교를 겨우 마친 반면 레누는 대학에도 진학한다. 니노와 릴라가 사랑에 빠졌을 때 두 사람의 관계는 최악이었다. 레누는 오랫동안 니노를 짝사랑했고 니노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했지만, 니노는 릴라만 바라볼 뿐 레누는 안중에도 없다. 결국 니노와 릴라는 헤어지지만, 니노에게 선택받지 못하고 릴라에게 배신당한 충격은 레누의 오랜 열등감을 더욱 심하게 만들 뿐이다. 


릴라에 대한 열등감은 레누 자신의 성취도 바로 보지 못하게 만든다. 레누는 마을에서 처음으로 피사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학위를 받고 소설도 출간한다. 하지만 레누는 그녀가 한 모든 일이 릴라에 대한 열등감에서 비롯되었으며, 그 모든 영광을 사실은 릴라가 누렸어야 한다고 믿는다. 릴라가 어떻게 살든 그것은 레누의 책임이 아니며, 레누의 삶 또한 릴라에게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레누와 릴라는 언제쯤 같이 행복해지고 같이 웃을 수 있을까. 어서 3권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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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나폴리 4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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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페이지 터너. 600페이지가 넘는데 밤부터 새벽에 걸쳐 다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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