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의 신부 4
토마 레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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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돌연 이세계로 날아간 아사히는 그곳에서 만난 마을 유력자의 아들 스바루의 도움을 받지만, 성격이 고약한 스바루의 어머니에 의해 수신의 산제물이 되어 호수의 밑으로 가라앉는다. 이대로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으나 눈을 뜬 곳에는 수신이 있었고, 어리석은 인간을 싫어하며 무자비하기로 소문난 수신은 뜻밖에도 아사히에게 흥미를 보이며 아내가 되라고 명한다. 


아사히는 수신의 아내가 될 것을 약속하고 마을로 생환한다. 이제 아사히는 수신에게 신비한 힘을 부여받은 무녀로 추앙받게 되고 전보다 훨씬 편안한 생활을 하게 되지만, 아사히의 힘을 둘러싸고 마을 간에 전쟁이 벌어지면서 아사히의 신변이 위험해진다. 자신 때문에 전쟁이 일어난 걸 슬퍼하는 아사히를 보다 못한 수신이 아사히에게 나타나고 전쟁을 끝낸다. 수신은 아사히를 지키기 위해 인간의 모습으로 인간계에서 살아가겠다고 결심하는데 과연 괜찮을까. 


코마 레이의 만화 <수신의 신부> 제4권은 인간계에서 살기로 결심한 수신과 아사히가 같이 생활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사히는 수신에게 먹이기 위해 아침부터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지만, 겉모습만 인간과 동일할 뿐 내면이나 감각은 신의 그것인 수신은 음식을 먹지도 못할뿐더러 먹는다 한들 맛조차 느끼지 못한다. 신과 통하는 무녀인 아사히는 수신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신과 통하지 않는 평범한 인간들은 수신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아사히를 이상하게 여긴다. 


나는 신을 믿지 않고 신과 통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믿지 않지만, 이 만화를 보면서 혹시라도 신이 있고 신과 진정으로 통하는 사람이 있다면 참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만화의 한 장면처럼, 불이 나면 불을 꺼달라고 신에게 애원해야 하고, 병자가 있으면 병을 고쳐달라고 신에게 간청해야 하고, 자신은 원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원하면 대신 부탁하고 기도해야 하니 얼마나 힘들까. 그 신이 잘생겼고, 자신과 사랑하는 사이면 괜찮을까. 그럼 됐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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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오지 형제에게 시달리는 것도 나쁘지 않아 1
하루미 히츠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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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고모와 단둘이 살고 있는 여고생 후카. 그러던 어느 날 고모가 거액의 빚을 남긴 채 도망가 버리고,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진 후카는 어렵게 일자리를 구하는데 하필 그 일자리가 반에서 가장 수업 태도가 좋지 않은 남학생 사이오지 카이리의 집의 입주 가정부일 줄이야...! 


정체를 숨기기 위해 변장을 하고 일하러 간 후카는 본의 아니게 사이오지 카이리의 복잡한 집안 사정을 알게 된다. 현재 사이오지 카이리의 가족은 카이리 자신을 포함한 4형제뿐. 엄마는 돌아가셨고 아빠는 실종된 상태이며, 부모님 대신 장남 츠카사와 차남 카이리가 일을 해서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4형제가 전혀 닮지 않은 걸 보면 친형제가 아닌 것 같다. 후카는 카이리가 지각을 밥 먹듯이 하고 교실에서 잠만 잤던 게 다 이런 사정 때문이었다는 걸 알고 크게 놀란다. 


며칠 후 빚쟁이들이 나타나 고모가 진 빚을 후카가 대신 갚으라고 성화를 부리는 통에 후카의 정체가 들통난다. 카이리는 남자만 사는 집에 어린 여자애가 있는 건 위험하다며 후카를 내쫓으려고 하고, 후카는 여기서 나가면 갈 곳이 없으니 계속 가정부로 고용해달라고 간청한다. 결국 보름 동안 임시 고용을 해보고 그동안 아무 일도 생기지 않으면 후카를 가정부로 고용하기로 하는데, 어쩐지 카이리가 후카를 바라보는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아무 일도 안 생기기 전에 스스로 아무 일이든 저지를 것 같은 눈빛이랄까... 


여고생이 남자만 넷이서 사는 집에 입주 가정부로 들어가는 거나, 미성년자인 형제 넷이 부모 없이 스스로 생계를 꾸리며 사는 거나, 현실에선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만화의 공급과 수요가 꾸준히 존재한다는 건, 그만큼 나이 어린 여성의 생활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취약하고 위태롭기 때문이 아닐까. 나이가 많든 적든 자신의 삶을 책임질 방법이 있고 국가가 지원하는 정책이 있다면 굳이 이런 '위험한' 선택을 해야 하지 않을 텐데(사이오지 4형제도 마찬가지). 가벼운 만화 읽고 굳이 이런 무거운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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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속엔 조그만 사랑이 반짝이누나
나태주 엮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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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 멀리서 남에게 들켜 반나절이 부끄러웠답니다.' 

- 허난설헌, <연밥 따기 노래> 중에서 


이병헌, 김태리 주연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등장인물 유진과 애신이 나눈 시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애신이 유진을 향해 일렁이는 마음을 담아 보낸 시 <연밥 따기 노래>를 비롯해 김용택, 김춘수, 김영랑, 정호승, 나희덕, 안도현, 이해인 등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들의 시 106편을 '풀꽃 시인' 나태주가 엄선해 엮은 책 <가슴속엔 조그만 사랑이 반짝이누나>가 출간되었다. 나태주 시인의 시로는 기존의 시뿐 만 아니라 신작 시 10편이 실려 있다. 





이 책은 시 한 편을 읽을 때마다 독자가 손글씨로 필사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왼쪽 페이지에 실려 있는 시를 읽고 오른쪽 페이지에 자기 글씨로 적다 보면 어느새 시 한 편이 마음속 깊숙이 새겨진 걸 느낄 수 있다. 시 전체를 필사해서 암송해도 좋고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해도 좋고, 시쓰기보다 글쓰기가 편하다면 시를 읽고 나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나 마음속에 일렁이는 감정을 자신의 문장으로 써보는 것도 좋겠다. 책의 판형이 일반적인 책에 비해 크고 두툼해서 오래 보관하기에 좋겠고, 각 장의 일러스트가 저마다 달라서 질리지 않고 써나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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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 - 허난설헌 시선집
나태주 옮김, 혜강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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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보지는 않지만, <미스터 션샤인> 덕분에 좋은 시인 한 사람과 좋은 시집 한 권을 얻었다. 시집의 제목은 <그대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 조선을 빛낸 여성 시인 중 한 사람인 허난설헌이 짧은 생애 동안 남긴 시들을 풀꽃 시인 나태주가 고르고 매만져 책으로 엮었다. <미스터 션샤인>의 여주인공 애신이 남주인공 유진을 향해 물결처럼 일렁이는 마음을 담아 노래한 시 <연밥 따기 노래>를 비롯해 40여 편의 시가 실려 있다. 




가을날 깨끗한 긴 호수는 

푸른 옥이 흐르는 듯 흘러 

연꽃 수북한 곳에 

작은 배를 매두었지요. 


그대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 

멀리서 남에게 들켜 

반나절이 부끄러웠답니다.


-<연밥 따기 노래> 


허난설헌은 문재(文材)를 여럿 배출한 가문에서도 특히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태어났으며, 서출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불행한 결혼 생활과 가족들에게 잇따른 불행으로 인해 평탄한 삶을 살지 못하고 38세의 이른 나이로 요절하고 말았다. 허난설헌의 시는 조선보다도 중국에서 먼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생전에 고국에서 인정받지 못한 건 너무나도 아쉬운 일이지만, 하마터면 영원히 사라질 뻔했던 그의 시를 외국에서 먼저 알아보고 보전한 일은 천만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옷과 편지를 봉해놓고 뜨락을 거니노라니 

반짝이는 은하수에 새벽 별이 밝아요. 

찬 이불 뒤척이며 잠 못 이루는데 

지는 달만 다정해서 병풍 속을 엿보네요. 

-<가을의 노래> 중에서


이 책은 담겨 있는 시의 내용과 정서도 아름답지만, 시와 어우러진 꽃그림과 풀그림 또한 매력적이다. 비록 짧은 순간 피었다가 사라지는 꽃이지만, 피어있는 동안에는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찬란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꽃의 자태가 마치 허난설헌의 시 같다. 그림과 시를 함께 보다 보면 허난설헌의 짧지만 불꽃같았던 삶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하다. 사랑에 빠진 마음을 수줍게 고백하는 여인이 보이는가 하면, 내 몸 같은 자식을 잃고 비통해 하는 여인이 보이기도 한다. 당신의 눈앞에는 어떤 여인의 모습이 떠오를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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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북서로 구름과 함께 가라 1
이리에 아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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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청학사>, <란과 잿빛의 세계> 등을 그린 이리에 아키의 최신작 <북북서로 구름과 함께 가라> 제1권이 출간되었다. 무대는 극북의 대지 아이슬란드. 주인공 미야마 케이는 프랑스인의 피가 섞인 일본인으로, 열일곱 살이며 부모님은 없고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다. 학교는 그만둔 지 오래. 할아버지가 물려준 오래된 차 한 대를 몰고 이곳저곳 누비는 것이 유일한 삶의 낙인 케이에게는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세 가지 비밀이 있다. 첫째는 차(車)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둘째는 미녀에 약하다는 것. 셋째는 직업이 탐정이라는 것. 여행자 또는 탐정. 두 얼굴을 지닌 소년 케이는 어느 날 일본에 살고 있는 동생이 행방불명인 걸 알게 되고 서둘러 일본으로 떠난다. 


개인적으로 몇 달 전부터 읽고 있는 <란과 잿빛의 세계>보다 <북북서로 구름과 함께 가라>가 훨씬 마음에 든다. 주인공 미야마 케이가 사회와 원활하게 조응하지 못하는 안티 히어로 캐릭터라는 점도 끌리고, 케이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사건들을 하나씩 해결해가는 과정이 추리 소설의 플롯을 연상케 한다는 점도 추리 소설 팬인 나를 잡아끄는 요소였다(배경이 북유럽이라는 점도 좋다.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를 닮은 듯...). 여기에 이리에 아키 하면 떠오르는 환상적인 작화와 판타지적인 요소가 작품에 색다른 재미를 더한다. 어서 2권이 나왔으면 좋겠고 부디 장기 연재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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