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키가 작아 1
후유노 케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나츠키는 외모도 성적도 평범 수준인 여학생이다. 그런 나츠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오빠가 생긴다. 아내를 잃고 나츠키와 단둘이 살던 아빠가 출장을 간 곳에서 한 여자와 사랑에 빠졌는데, 그 여자에게 나츠키보다 나이가 많은 아들이 있었던 것이다. 오빠와 처음 만나는 날. 나츠키는 웬일로 예쁜 옷까지 차려 입고 잘 보일 생각을 한다. 그때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나서 현관문을 열어보니 택배 기사가 있다. 택배를 받고 풀어보니 그 안에는 인형, 아니 인형 사이즈의 인간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피가 섞이지 않은 오빠와 여동생의 로맨스인가 싶어 불안했는데, 오빠가 겨우 햄스터 크기만 한 걸 알고 안심(!) 했다. 작아도 너무 작은 오빠와 살게 된 나츠키는 오빠의 사이즈에 맞는 인형 옷을 구하거나 인형 컵을 사다 주는 등 때아닌 인형 놀이(?)에 빠져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소재가 많지 않을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나츠키가 짝사랑하는 같은 반 남학생과 오빠를 자신의 옛 연인으로 착각하는 할머니의 등장으로 이야기가 복잡해질 것 같다. 모처럼 귀여운 만화를 만난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빡빡머리 앤 특서 청소년문학 10
고정욱 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등학교, 중학교 때를 돌아보면 학교 운동장에는 늘 남학생들이 있었다. 남학생들이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축구를 하거나 농구를 하면, 여학생들은 운동장 구석에서 수다를 떨거나 학교 안에만 머물렀다. 여고에 진학한 후에는 달랐다. 점심시간이 되면 전교의 여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나와서 놀거나 산책했다. 여대에서도 운동장에는 늘 운동을 하거나 동아리 활동을 하는 여학생들이 있었다. 적어도 나의 경험으로는 남자들은 바깥에서 움직이길 좋아하고 여자들은 그렇지 않다는 건 편견에 불과하다.


<빡빡머리 앤>은 교과서 수록 작가 6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이다. 각각의 소설은 한국 사회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편견을 반영하고 있다. 고정욱의 소설 <빡빡머리 앤>에는 축구를 좋아하는 여자 중학생 조앤이 나온다. 어려서부터 축구 선수로 활동했던 조앤은 "여자애는 조신하게 요리나 미용 같은 걸 배우라"는 아버지의 말에 따라 축구를 그만두었다. 그러다 같은 반 남학생들이 자꾸만 축구 시합에서 지는 모습을 보니 자기가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같은 반 남학생들을 설득해 마침내 축구 시합에 선수로 나간다. "여자가 무슨 축구를 하느냐"는 남학생들의 말에 열받아 머리까지 빡빡 밀고 온 조앤은 어떻게 될까. 당당하고 호쾌한 조앤처럼 유쾌 상쾌 통쾌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으니 끝까지 읽어보시길.


이어지는 <언니가 죽었다>는 죽은 언니가 어릴 때 성폭행을 당했던 기억 때문에 자신의 딸을 과잉보호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그린다. <파예할리>는 오빠처럼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에 들어가라는 부모의 말을 거역하고 요리를 배우고 싶은 해미의 이야기를 그린다. <분장>은 상담을 받으러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에게 성희롱을 당한 여학생의 이야기를 그린다. <마카롱 굽는 시간>은 남아 선호 사상이 있는 집안에서 딸 둘을 낳았다는 이유로 고통받는 엄마와, 그런 엄마 때문에 고통받는 딸의 이야기를 그린다. <넌 괜찮니?>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중에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은 <마카롱 굽는 시간>이다. 나 역시 남아 선호 사상이 지배적인 집안에서 딸로 태어나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 한 번 받지 못했다. 엄마는 딸 둘만 낳고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이유로 할머니에게 '씨받이'를 붙여주겠다는 모욕을 당했다. 나와 내 동생 이름이 남자 이름인 것도 겉으로는 집안의 돌림자를 따랐다고 하지만 내심 딸이 아니라 아들을 낳고 싶었던 부모의 소망이 반영되어 있을 것이다. 딸이 아들 노릇하길 바라는 마음은 과연 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일까. 삼십몇 년 동안 나를 괴롭혔던 문제를 이 소설에서 보고 놀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일랜드에서 멈추다 - 초록빛 힐링의 섬
이현구 지음 / 모요사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외국에 살면서 그곳을 고향처럼 느끼는 일은 가능할까. 작가 이현구가 쓴 <초록빛 힐링의 섬 아일랜드에서 멈추다>를 보면 그런 일이 가능할 것도 같다.


저자는 대학 졸업 후 잡지사 기자, 사보편집사 기획자, 광고기획사 카피라이터 등으로 일했다. 일하면서 틈틈이 해외여행을 다니다가 삼십 대 중후반의 나이에 아일랜드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낯선 곳에서 잠깐 지내면서 영어도 배우고 글도 쓰겠다는 생각으로 결정한 일이었는데, 아일랜드 사람인 현재의 남편을 만나 벌써 10년째 정착해 살고 있다. 현재는 '마야 리'라는 필명으로 아일랜드에 관한 글을 카카오 브런치에 연재하고, 동시대 아일랜드 연극을 한국어로 번역해 한국에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여행이 삶이 되고, 사랑까지 찾아줬다고나 할까.


10년 가까이 아일랜드에서 거주한 사람이 쓴 책답게, 일반적인 여행 에세이나 가이드북과는 정보의 양이나 질이 다르다. 저자의 남편 존은 아일랜드 하면 떠오르는 아이리시 펍의 주인이다. 직접 경영하는 것은 아니고 어릴 때부터 함께 산 릴리 이모에게 물려받았다. 남편이 펍에서 자란 펍의 주인이다 보니 저자 역시 펍에 대해 잘 안다. 존의 직업이 요리사인 만큼 아일랜드 요리에 대해서도 잘 안다. 아일랜드의 명물인 감자 요리는 물론, 스콘, 카버리 같은 요리도 소개한다. 저자와 존이 틈날 때마다 여행한 아일랜드의 크고 작은 도시에 관한 소개도 나온다. 더블린의 대표적인 대중교통수단인 '다트'를 타고 더블린 근교 여행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자동차를 타고 북아일랜드 벨파스트까지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일랜드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아일랜드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은 헨리 스트리트와 그래프턴 스트리트다. 저자는 인디 예술가의 핸드메이드 제품과 빈티지 물건을 파는 플리 마켓을 더 좋아한다.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아일랜드는 알면 알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이는 나라다. 아이리시 남편과 사는 저자가 아일랜드의 역사와 문화, 전통을 이해하기 위해 읽은 책과 본 영화 등도 종종 소개된다. 이제는 한국보다 아일랜드가 더 고향 같다는 저자의 말에서 아일랜드에 대한 깊은 관심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은 알고 있다 - 꽃가루로 진실을 밝히는 여성 식물학자의 사건 일지
퍼트리샤 윌트셔 지음, 김아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어떤 이의 삶은 소설보다 극적이다. <꽃은 알고 있다>의 저자 퍼트리샤 월트셔의 삶이 그렇다. 퍼트리샤 월트셔는 지난 25년간 300건 이상의 까다로운 범죄 사건을 해결했다. 퍼트리샤 월트셔의 직업은 형사일까? 아니면 법의학자? 놀랍게도 퍼트리샤 월트셔의 직업은 식물학자다. 그것도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꽃가루를 연구하는. 대체 어떻게 식물학자가 범죄 사건 해결에 투입된 걸까. 꽃가루로 시체를 찾거나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되는 증거를 찾는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궁금하다면 이 책 <꽃은 알고 있다>를 읽어보길 권한다.


책은 저자가 범죄 현장에 투입되어 강력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와 저자의 지난 생애에 관한 이야기가 교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시절 웨일스의 광산촌에서 젊은 부부의 딸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기관지염을 앓은 저자는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식물도감을 읽은 적이 많았다. 의대에 진학했지만 동물 실험이 꺼려져 연구원의 길을 포기했다. 이후 '여자다운' 일을 하라는 남자친구의 말에 따라 비서 수업을 받고 유명 기업에 들어갔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결국 저자는 20대 후반에 킹스칼리지 대학에 진학해 식물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식물도감을 닳도록 읽었던 기억이 마침내 저자를 식물학의 세계로 이끈 것이다.


이후 저자는 식물학자로서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킹스칼리지 대학에서 미생물과 일반생태학을 강의했고, 런던대학교에서 환경고고학자로 일했다. 그렇게 남은 생을 식물학자로 살아갈 줄로만 알았는데, 오십 대의 어느 날 한 통의 전화를 받으면서 인생이 확 바뀌었다. 전화를 건 사람은 형사였다. 형사는 중국 삼합회가 저지른 범죄를 뒤쫓고 있는데, 범인이 사체를 버리기 위해 차를 타고 도랑을 지나면서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될 만한 생태학적 증거를 남기지 않았는지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왠지 모르게 사건에 끌린 저자는 차 안팎을 샅샅이 뒤져 약간의 진흙 덩어리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덩어리에서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될 만한 옥수수 꽃가루를 발견했다.


이때부터 저자는 식물학 또는 생태학을 이용해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시체를 찾지 못할 때는 범인이 시체를 묻고 온 장소에서 자기도 모르게 묻히고 온 꽃가루, 먼지, 포자 등에서 시체를 묻고 온 장소의 특징을 밝혀냈다. 범인을 모를 때는 용의자의 몸이나 옷, 신발 등에 미세하게 남아 있는 흙이나 모래를 채집해 그가 범인인지 아닌지를 가려냈다. 이는 범인이 범죄 현장에 머리카락이나 혈액, 정액 같은 DNA 증거를 남기지 않은 경우에 더욱 용이하다. 목격자가 없고 범인이 자백하지 않는 상황에서 범죄의 구체적인 정황이나 과정을 밝혀낼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 일흔이 넘은 저자는 세계법의학협회, 영국왕립생물학협회, 린네협회 등의 회원으로 왕성한 연구와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자는 '여자다운' 일을 해야 한다고 했던) 전 남편과의 이혼 후 더 멋진 남자를 만나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좋았고, 무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해 지역 주민들을 위해 일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혼자, 천천히, 북유럽 - 손으로 그린 하얀 밤의 도시들
리모 김현길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언제쯤 북유럽에 가볼 수 있을까. 나처럼 북유럽 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당장 북유럽행 티켓을 끊을지도 모른다. 여행 드로잉 작가 '리모' 김현길의 책 <혼자, 천천히, 북유럽>이다.


저자는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 연구원에서 여행 드로잉 작가로 변신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피해 북유럽으로 떠나야겠다고 생각한 저자는 한 달 동안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를 여행하며 그림을 그릴 계획을 세웠다. 첫 여행지인 핀란드는 저자의 예상대로 때로는 약간의 추위가 느껴질 만큼 날씨가 선선했으며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한가했다. 그런 곳에서 저자는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마음에 드는 카페가 나오면 들어가서 커피를 마시고, 도시 곳곳에 있는 미술관을 구경하고 아무 공원에나 들어가 앉아 그림을 그리는 나날을 보냈다. 느릿느릿 흘러가는 저자의 일상을 보고 있노라니 나까지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듯했다.


얼마 후 저자는 배를 타고 스웨덴으로 넘어갔다. 스톡홀름과 웁살라에서 며칠을 보낸 후, 이번에는 기차를 타고 노르웨이로 넘어갔다. 노르웨이에서는 저자가 가장 고대했던 암벽과 피오르, 빙하를 맨눈으로 봤다. 예상보다 심한 추위 때문에 몸을 덜덜 떨면서도 감격에 찬 저자를 보니 나까지 마음이 벅찼다. 노르웨이에서 직접 피오르를 보는 건 나에게도 로망인데, 나는 언제쯤 나의 로망을 이룰 수 있을까(존버만이 살 길이다!). 덴마크까지는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다. 덴마크 최북단에 위치한 스카겐에서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둘러본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나라면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외국의 마을에서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여행할 수 있을까. 스카겐 화파의 그림들을 전시하는 스카겐 미술관에도 가보고 싶다.


어디에 가든, 누구를 만나든,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기록을 남긴 저자의 모습이 멋있다. 그림을 그리면 대상을 오랫동안 자세하게 관찰하게 되어 기억이 쉽게 휘발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저자의 손끝에서 탄생한 그림들이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데, 저자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풍경들과 추억들은 얼마나 더 멋지고 아름다울까. 언젠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