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
요 네스뵈 지음, 구세희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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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역시 같은 미스터리 소설이라도 범죄자의 심리를 그린 것보다는 형사나 탐정 등 범죄자를 잡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걸 좋아하나 보다. 같은 요 네스뵈가 쓴 소설인 <스노우 맨>은 퍽 재미있게 읽었는데(주인공은 '해리 홀레'라는 형사다), <헤드헌터>는 썩 재밌지 않았다.

 
도입부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처>를 떠올리게 할 만큼 흥미진진했다. 업계 최고의 헤드헌터 로게르 브론. 그에게는 사랑하는 아내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그가 밤이 되면 미술품 절도를 일삼는 범죄자라는 사실(천사소녀 네티?). 그런 그에게 비밀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생애 최고의 기회가 찾아온다. 자신에게 채용을 의뢰한 회사의 CEO 후보가 유명 화가의 사라진 명작을 소장하고 있음을 우연히 알게 된 것! 이는 헤드헌터로서도, 미술품 절도꾼으로서도 대박을 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기회를 잡으려는 순간, 그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풍요로운 삶을 누리던 중년 남성이 갑자기 삶의 전환을 맞이한다는 설정까지도 <빅 픽처>와 비슷하다.


그런데 반전이 드러나면서부터 이야기는 급격히 지루해졌다. 일단 범죄자였던 주인공이 왜 갑자기 범죄의 표적이 된 것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고, 불리한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이 안이하고 너무 쉽게 해결되는 감이 없지 않았다. 미스터리 소설이라기 보다는 그냥 소설이라는 느낌? 범죄자가 범죄의 표적으로 입장이 바뀌었다가 다시 완전범죄를 만든다는 설정 자체는 특이하지만, 그러한 내용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후반부가 전반부에 비해 덜 재미있었다는 점이 아쉽다. 그러고보니 작년에 읽은 <심플 플랜>도 비슷한 내용인데 재미가 없었다. 내가 이런 내용이나 구성을 별로 안 좋아하나보다. '해리 홀레 시리즈'나 계속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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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책상 - 꿈꾸는 청춘을 위한 젊은 시인들의 몽상법
김경주 외 지음, 허남준 사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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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열심히 읽다보니 책 쓰는 사람들, 책 만드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도 자연히 궁금해진다. 소설가, 편집자에 이어 이번에 내 눈길을 끌어당긴 이들은 바로 시인. 계기는 <시인의 책상>이라는 책이다. 이 책에 참여한 시인은 자그마치 열 명. 김경주, 김승일, 박성준, 박진성, 서효인, 오은, 유희경, 이이체, 최정진, 황인찬 등 현재 한국 문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시인들이라고 한다. 


시를 쓰는 시인이라는 것 말고 이들을 연결하는 모티프는 바로 '책상'. 왜 하필 책상일까 생각해 봤더니, 시를 쓰는 행위는 흰 종이와 연필, 그리고 그것들을 대고 쓸 책상만 있으면 되는 일이다(그마저도 필요 없다고 이불 위에 드러누워 쓰거나 밥상으로 대신하는 이들도 몇 명 있기는 했다).


설명할 수 없는 적요와 무수한 이미지의 제국으로 만들어진 
글쓰기의 영토 안에서 자신의 글을 써나가는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다가오는 특별한 탄생을 글쓰기의 경험 안에서 만들어간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런 경우 책상이란 존재는 마치 처음 흔들려본 요람처럼 자신의 숨소리를 듣는 
고요하고 무구한 경험의 장소라고 믿을 수밖에. (p.73)


시를 써본 적도 없거니와 시인을 실제로 만나본 적도 없지만, 한글을 겨우 뗀 꼬꼬마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책상 위에서 꿈을 꾸고 꿈을 쓰던 그들의 이야기가 무척 공감되었다. 책상과 흰 종이, 연필만 있으면 그 어떤 친구나 장난감도 부럽지 않았던 내 유년 시절과, 그 때의 연장선상에 있는 지금의 모습이 그네들의 그것과 퍽 다르지 않기 때문일까.


그들의 책상보다도 나는 책장이 부러웠다. 빽빽하게 꽂힌 엄청난 양의 장서들이라니. 장서의 양이 다르다는 점 말고도 차이점은 그네들의 책장에는 시집이 많이 꽂혀있는 반면 내 책장엔 단 한 권도 없다는 것. 내가 그동안 얼마나 시를 멀리 했는지, 시심(詩心)없는 메마른 삶을 살았는지를 여실히 느꼈다. 그래서 내 책상은 이렇게 썰렁하고 황량한 걸까. 그들의 따뜻하고 풍요로운 책상이 부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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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력 - 숫자에 약해도 숫자사고력이 비약적으로 생기는 비결
고미야 가즈요시 지음, 김경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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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팁은 부족하지만, 적어도 숫자만 보면 무조건 겁을 먹는 나같은 사람이 숫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도와준다는 점에서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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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력 - 숫자에 약해도 숫자사고력이 비약적으로 생기는 비결
고미야 가즈요시 지음, 김경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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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생이라는 핑계로 숫자를 멀리 한 게 후회되는 때가 종종 있다. 가령 신문이나 뉴스에서 수치나 통계, 도표나 그래프를 볼 때 대충 보고 넘기는 안좋은 습관이 싫고, 재테크 책을 읽거나 은행에서 일을 볼 때 빠릿빠릿하게 계산하지 못하는 게 싫다. 그런 주제에 학부 때 복수전공으로 경제학을 했는데, '경제학의 꽃'인 경제수학이나 통계 과목은 대충 하고, 경제사 또는 이론 과목에서 점수를 땄다는 건 비밀 아닌 비밀이다.
 

이제라도 숫자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볼까 싶어 고미야 가즈요시의 <숫자력>을 읽었다. 숫자력이란 '숫자의 논리로 생각하는 힘'을 일컫는 말로, 예를 들면 빌딩이나 아파트를 볼 때 단순히 '높다', '낮다'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몇 층짜리 건물인지, 수용하는 인원은 몇 명인지, 주변 입지는 어떤지 등 다양한 발상으로 연결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숫자력은 '파악력', '구체화력', '목표달성력' 세 가지를 익히는 것으로 완성된다. '파악력'은 숫자에 대한 인식 능력을 일컫고, '구체화력'은 기업의 매출액이나 학교 성적 등을 말할 때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는 능력, '목표달성력'은 '파악력'과 '구체화력'을 통해 얻은 수치를 통해 무엇이 부족했고 다음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행동 방안을 제시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가령 일 년 동안 읽은 책이 어림잡아 수십 권 단위인지, 수백 권 단위인지 파악하는 능력은 '파악력', 일 년 동안 읽은 책을 구체적인 수치로 데이터화하는 능력은 '구체화력', 그것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몇 권을 읽을지, 어떤 책을 더 읽고 덜 읽을지 등 계획을 세우는 능력은 '목표달성력'이라고 할 수 있다.


숫자력을 키우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관심'이다. 여기서 관심이란 건물이나 거리 풍경, 간판, 하다못해 텔레비전 화면을 보면서도 어떻게 수치화할지 관심을 가지고 생각해 보는 자세를 말ㄹ한다. 저자는 주가가 언제 1만 엔을 넘을지 상사와 내기를 한 것을 계기로 주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덕분에 매일 주가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고, 금융뿐 아니라 국내경제, 세계경제에 대한 감각도 기를 수 있었다. TV시청률이나 음식의 열량을 따로 외우지 않고도 줄줄 꿰는 사람들이 있는데 같은 경우라고 볼 수 있겠다.


저자는 또한 숫자력을 바탕으로 잘못된 상식이나 통계자료의 함정을 간파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뉴스나 신문 등을 통해 경제성장률, 실업률 같은 수치나 통계 자료를 하루에도 몇 번씩 접하는데, 이를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해당 수치나 통계의 바탕이 된 데이터는 무엇인지, 오차범위는 어디인지, 다른 자료와 비교했을 때 어떻게 다른지 등을 통합적으로 보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구체적인 팁은 부족하지만, 적어도 숫자만 보면 무조건 겁을 먹는 나같은 사람이 숫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도와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읽어볼 만하다. 비슷한 주제의 책이 시중에 여러 권 나와 있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읽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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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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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달려라 아비>에 이어 세 번째로 읽은 김애란의 책이다. 소설집으로는 <달려라 아비>에 이어 두번째로 읽은 건데, 생각한 것보다 임팩트가 약했다. 아무래도 <달려라 아비>를 좋게 읽었는데, 2년 간격으로 나온 <침이 고인다>와 <달려라 아비>의 색채가 비슷한 탓이 아닌가 싶다(아니면 무딘 내 눈엔 그 차이가 보이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달려라 아비>를 읽으면서도 느낀 거지만, 김애란의 소설은 가족에 대한 묘사가 돋보인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한결같이 어린 나이에 결혼해 생활고에 시달리는데, 정은 깊지만 무능력한 아버지를 대신해 억척스럽게 일하는 어머니에 대한 묘사가 유난히 생생하다. 또한 여자 형제(주로 언니)에 대한 묘사도 굉장히 자세하다. 저자의 성장 배경 내지는 가족관계가 반영된 게 아닌가 싶은데, 나 역시 정깊고 억척스런 부모님 밑에 여동생과 단 둘이 자란 처지라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그렇다고 마냥 정겹고 밝은 것만은 아니다. 소설집 끝부분에서 평론가 이광호 님도 지적했듯이, 김애란의 소설에는 '방'이라는 모티프가 자주 등장한다. 그것도 서울에 갓 상경한 자매가 생활하는 비좁은 반지하 방, 비정규직 강사가 룸메이트와 함께 쓰는 방, 다 큰 오빠와 여동생이 같이 머무는 셋방, 재수생 여자애가 고시생 언니들과 함께 쓰는 고시원 방,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싸늘하게 식은 방 등 가난하고 삭막한 공간들 뿐이다. 국제도시 서울에 이런 곳들이 있다는 사실을 애써 잊으며 사는 이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먼 나라의 작가가 쓴 미스터리 소설이나, 국경을 넘나드는 장편소설에 지겨운 이들에게, 한편 한편이 슬프고 아픈데도 묘하게 사랑스러운 이 소설집을,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내 살처럼 가까운 이 소설집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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