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토크 셀프트래블 - 2019-2020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정승원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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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꽂혀있는 여행지는 블라디보스토크다. 한 달 전 홋카이도에 다녀왔는데 자연 환경도 무척 좋고 날씨도 온화해서 다음에는 비슷한 위도에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에 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이라는 점, 나의 로망 중 하나인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출발지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마침 여행 전문 출판사 상상출판에서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롭스크, 이르쿠츠크의 여행 정보를 담고 있는 여행 가이드북 <블라디보스토크 셀프트래블> 2019~2020년 최신 개정판을 출간했다. 이 책을 쓴 정승원은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생활하는 여행 전문가로, <괌 셀프트래블>, <베트남 셀프트레블>, <필리핀 셀프트래블>, <홀리데이 파리> 등의 책을 집필한 바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인 러시아에서도 동쪽 끝에 위치한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의 샌프란시스코'를 표방하는 러시아 극동지역 최대의 무역 항구도시다. 블라디보스토크는 과거 구소련 태평양 함대의 최전선 기지였기 때문에 오랫동안 외국인의 출입이 금지되었다가 1992년에야 외국인의 출입을 허용했다. 덕분에 중세 유럽의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다른 유럽 도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남아 있는 편이다.​


하바롭스크는 블라디보스토크의 북쪽에 위치하는 유럽풍 도시다. '아시아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이라는 타이틀은 사실 블라디보스토크보다 하바롭스크에 걸맞다고 한다. 고풍스런 유럽식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시베리아의 파리'라고 불리는 이르쿠츠크는 바이칼 호수 서쪽에 위치한다. 바이칼 호수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호수이자 가장 깊고 깨끗한 호수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 비하면 러시아를 찾는 여행자가 크게 늘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러시아 하면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느끼는 여행자들을 위해 저자는 러시아 여행에 관해 자주 묻는 핵심 질문 9가지에 대한 답변을 소개한다. 


러시아는 안전한가. 저자의 답변은 '그렇다'이다. 구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러시아 백인 우월주의자에 대한 두려움으로 걱정을 표하는 여행자가 많지만 과거에 비하면 줄어드는 추세다. 그렇다고 관광지를 벗어나거나 으슥한 곳을 혼자 다니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위험한 일이니 삼가는 것이 좋다. 러시아는 추운가. 저자의 답변은 '그렇다'이다. 겨울에 추운 만큼 여름에는 상대적으로 시원하고 선선해서 여행하기에 훨씬 좋다.





러시아에서는 외국인이 많은 관광지에서도 영어가 안 통하는 경우가 많으니 구글 맵스, 구글 번역기 등을 전천후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이 책에는 구글 맵스, 구글 번역기를 비롯해 여행자에게 꼭 필요한 여행 애플리케이션에 관한 소개가 잘 되어 있다.


구글 맵스는 내 위치에서 목적지까지 도보안내 서비스는 물론 버스노선과 소요시간, 하차 정류장, 버스 요금까지 알려준다. 구글 번역기는 러시아어에서 한국어로 번역 설정만 해두고 사진기 모양의 버튼을 터치한 후 러시아어에 대고 사진 찍듯 하면 한국어로 자동 번역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밖에도 숙소, 교통 수단, 맛집 예약 등에 필요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미리 깔아두고 여행을 한다면 훨씬 편리할 것이다.





수많은 여행 마니아들의 로망 중 하나인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관한 소개도 자세히 나와 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모스크바까지 9,288km를 달리는 열차로 일주일 가량 소요된다. 최근 한국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다.


책에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종류와 객실 종류, 열차 예약 방법, 준비물 등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객실 내에는 뜨거운 물이 항상 비치돼 있으므로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컵밥, 컵라면 등을 미리 준비해가면 좋다. 화장실에서 머리 감기가 쉽지 않아 드라이 샴푸를 챙겨가면 좋다. 객차 안에서 환기가 잘 안 되기 때문에 김치처럼 냄새가 많이 나는 음식을 가져가면 현지인들에게 폐가 될 수 있다.





책에는 시베리아 극동지역에서 반드시 해봐야 할 것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러시아 하면 뭔가 무섭고 경직되어 있을 것 같다는 인상이 있지만, 러시아도 결국 사람 사는 곳이다. 놀거리도 많고 즐길거리도 많다. 러시아 사람들 또한 겉보기엔 무뚝뚝해 보여도 다들 순박하고 정이 많다. 


저자는 극동 러시아의 하이라이트로 세계 최고의 청정지역인 바이칼 호수, 러시아판 올레길이 있는 루스키 섬, 맛좋은 러시아 음식, 풍부한 해산물, 러시아의 자랑인 국립 마린스키 극장 공연, 러시아 전통 서커스 등을 소개한다. 이뿐만 아니라 극동 러시아에서는 한민족의 역사와 흔적을 살펴볼 수 있고, 구소련의 문화유산도 볼 수 있다. 겨울에는 시베리아의 혹한을 체험할 수도 있다.





한국에선 맛보기 힘든 러시아 음식을 맛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경험이다. 러시아는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나라인 만큼 유럽, 중앙아시아, 동아시아의 전통 음식이 혼합된 독특한 음식 문화를 가지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항구 도시인 만큼 일년 내내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저자는 러시아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들로 일종의 연어구이인 오물, 곰새우, 치킨 키예프, 나폴레옹 케이크, 보르시, 펠메니, 피로그 등을 소개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한국의 3분의 1정도 가격으로 킹크랩, 곰새우, 왕새우 등의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차가버섯, 캐비어, 보드카, 벨루가, 초콜릿, 치즈, 견과류 등도 유명해 기념품 또는 선물용으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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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백 대신 배낭을 메고 - 소설가의 활력 갱생 에세이
유이카와 케이 지음, 신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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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어깨너머의 연인>으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 유이카와 케이의 산문집. 동네 뒷산에 오르는 것도 무리일 만큼 저질체력이었던 저자가 별안간 등산의 매력에 빠져 에베레스트 등정에 도전하기까지의 일들을 그린다.


저자가 등산에 빠진 계기를 이야기하려면 저자의 첫 반려견 '루이'에 대해 말해야 한다. 어린 시절 저자는 애니메이션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 나오는 요제프를 무척 좋아했다. 요제프와 같은 세인트버나드 대형견을 키우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다. 2000년 10월 마침내 저자는 세인트버나드를 반려견으로 맞았다. 루이라는 이름도 지어줬다. 문제는 혹한의 스위스 산악 지역 출신인 세인트버나드가 도쿄의 더위를 버틸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름이 오자 루이의 상태가 이상해졌다. 씩씩거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침까지 흘리면서 온종일 누워 있었다.


고민 끝에 저자는 루이를 위해 가루이자와로 이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여름철에도 시원해서 피서지로 유명한 가루이자와라면 루이도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 예상했다. 예상대로 루이는 가루이자와에서 건강하게 잘 살았다. 세인트버나드치고는 천수를 누렸다고 할 수 있는, 9년 5개월을 살고 2010년 3월에 세상을 떠났다. 루이가 세상을 떠난 후 저자는 하루하루를 맥없이 멍하니 보냈다. 루이와 함께 걸었던 산책로, 루이가 뛰놀던 산과 들을 볼 때마다 깊은 상실감을 느꼈다. 보다 못한 남편이 집 근처에 있는 아사마 산에 가보자고 제안했다. 저자가 너무 저질체력이라서, 근처에 있는데도 차마 오를 생각을 못 했던 산이었다.


등산이라면 끔찍할 정도로 싫었지만 이상하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행의 고통이 루이를 잃은 상실감을 잊게 해줄 거라고 내심 기대했던 것도 같다. 그렇게 오른 아사마 산이 의외로 좋았다. 물론 몸은 엄청 힘들었다. 숨이 가쁘고 한 발짝 한 발짝이 고행이었다. 하산할 때는 구르듯이 내려왔다. 이튿날부터 근육통에 시달렸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시 오를 거야.' 그렇게 저자는 등산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었다. 이후 저자는 후지산을 비롯한 일본의 유명한 산들을 차례로 정복한다. 2015년 9월에는 에베레스트 등정에 도전하기도 했다.


등산의 등 자도 몰랐던 저자가 등산 전문가 못지않은 등산 마니아로 거듭나는 과정도 재미있지만, 저자가 마치 도장 깨기 하듯 도전하는 일본의 산 이야기도 흥미롭다. 저자의 집 근처에 있는 아사마 산은 2004년 9월에 분화한 적도 있는 활화산이다. 분화 후 화산재가 심하게 날리는 바람에 숨쉬기가 힘들어 한동안 방진 마스크와 보안경을 쓰고 다녀야 했다. 가루이자와에 있는 또 다른 산인 하나레 산에는 야생 멧돼지를 비롯해 곰, 원숭이, 양 등 온갖 동물들이 살고 있다. 산에서 멧돼지나 곰을 만나는 건 한국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쳐도 원숭이와 양이라니! 언제 한 번 나도 일본에서 등산을 해보고 싶다.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 등산가의 이름도 알게 되었다. 그 이름은 바로 다베이 준코. 1975년 여성 산악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반에 성공한 다베이 준코는 남성 일색이었던 산악계에 큰 공적을 남겼다. 등반팀이 여성으로만 이루어졌다는 점도 놀랍다. 이후 다베이 준코는 여성 최초 7대륙 최고봉 등정을 비롯해 첫 등정, 첫 등반의 기록을 무수히 남겼으며, 국내외 훈장, 영예상, 공로상 등을 수없이 받았다. 네팔에 쓰레기 소각로 건설, 사과나무 심기 등 세계 산악 환경 보호 운동에도 앞장섰다. 저자가 쓴, 다베이 준코의 삶을 그린 소설 <준코의 정상>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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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의 혼잣말 1 - 마오마오의 후궁 수수께끼 풀이수첩
쿠라타 미노지 지음, 시노 토우코 그림, 유유리 옮김, 휴우가 나츠 원작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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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동생이 샀길래 읽어보니 재미있어서 다음 권부터는 내가 사기로 했다. 휴우가 나츠의 대히트 라이트 노벨이 원작이며, 만화보다 라이트노벨이 더 재미있다는 의견도 많아서 라이트노벨도 읽어볼 예정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마오마오' 원래는 유곽의 약사였는데 유괴되어 후궁에 팔려왔다. 몸값을 다 갚을 때까지 얌전하게 지내자고 다짐하지만, 황제의 자식들이 연달아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는 걸 알게 되면서 호기심이 동한다. 마오마오는 주변 궁녀들의 도움을 받아 후궁을 감독하는 환관 '진시'의 눈에 드는 데 성공하고, 호기심과 정의감, 약사의 지식을 살려 몇 건의 사건을 해결하는 공을 세운다. 이로 인해 마오마오의 신분은 허드렛일을 하는 말단 궁녀에서 더 높은 지위로 상승하고, 점점 더 어렵고 중요한 사건을 맡게 된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미스터리물이라는 점이 좋고, 여성인 주인공이 자신의 외모나 성(性)을 이용하지 않고 순전히 지식과 기지를 발휘해 살아간다는 점이 좋다. 가장 비중이 높은 남성 캐릭터가 환관이라서 주인공과의 로맨스가 있을지 없을지 애매하다는 점도 매력 있다. 쿠라타 미노지의 깔끔한 작화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벌써 3권까지 국내에 정식 발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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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 2
쓰루타니 가오리 지음, 현승희 옮김 / 북폴리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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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읽고 홀딱 반했는데 2권 읽으니 역시 재미있다. 일 년 반에 한 권씩 나오는 속도로는 제 명에 다 못 본다는 유키 할머니 ㅠㅠㅠ 할머니 마음 저도 다 알아요 ㅠㅠㅠ 부디 이 만화도 쭉쭉 정발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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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 어느 페미니스트의 질병 관통기
조한진희(반다) 지음 / 동녘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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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병원 신세를 많이 졌다. 부모님도 나도 나이가 적지 않으니 앞으로 병원 신세 질 일이 더 많아지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여러 가지로 마음이 무겁다 못해 무섭다. 일단 병 걸리면 아플 테니 무섭고, 아픈 걸 고치려면 돈이 많이 들 테니 무섭고, 입원이라도 하게 되면 입원비에 간병인에 돈들 일이 많아질 테니 무섭다. 나도 동생도 비혼이고, 한 명은 밥벌이가 위태로운 비정규직이고 다른 한 명은 프리랜서인데 앞으로 어떡하나. 부모님이 떠나고 우리 둘만 남으면 그때는 또 어떡하나. 걱정이 태산이다.


그러다 보니 이 책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를 읽는 내내 마음이 안 좋았다. 저자 조한진희(반다)는 2000년 여성민우회를 시작으로 여러 사회단체에 몸담은 바 있는 사회단체 활동가이자, 페미니스트이자 비혼주의자이자 채식주의자이자 1인 가구다. 2009년 갑상선암을 진단받은 저자는 병 자체로도 고통받았지만 병에 대한 한국 사회의 태도 때문에 더 고통받았다. 저자는 아픈 몸이 되고서야 비로소 한국 사회가 '건강 중심 사회'임을 알게 되었다. 한국 사회가,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배제하듯이, 건강한 사람이 건강하지 않은 사람의 우위에 서는 사회, 아픈 사람을 실패자, 루저 취급하는 사회임을 알게 되었다.


일단 병원에선 병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바로 수술하자고 재촉했다. 의사든 간호사든 누구 하나 저자의 증세와 통증의 원인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지 않았다. 병이 있다고 주변에 털어놓자 너나 할 것 없이 간섭과 잔소리를 해댔다. 저자가 빈혈로 고생한다고 하자 어떤 사람이 날것의 소 지라(비장)와 생달걀을 매일 먹어보라고 조언했다. 저자에게는 맞지 않는 방법 같아서 거절하자, 그는 "아직 덜 아픈 거 아니냐"라고 했다. 어떤 사람은 저자가 약통을 책상 위에 꺼내놓은 것을 보고 아프다는 걸 전시해놓은 것이냐고 물었다. 병 때문에 일터에서 중요한 업무를 맡지 못하고 승진과 봉급 인상의 기회를 놓치는 건 의문의 여지가 없는 '당연한' 일이다.


저자는 한국 사회가 아픈 이들을 대하는 방식이 여성을 대하는 방식과 흡사하다고 말한다. '나는 알고 너는 모른다'는 전제 아래 시도 때도 없이 가르치려 드는 '맨스플레인'과 비슷하다. 문제 제기를 하면 성찰하거나 사과로 답하는 게 아니라 '네가 예민한 거'라고 충고하거나 근엄하게 공격하는 모습도 비슷하다. 몸이 아프다는 건 대체로 '여성성'에 가까운 속성으로 치부된다. 마르고 연약한 여성이 '보호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천생 여자'로 추켜세워지고, 반대로 넉넉하고 건장한 체격의 여성이 '여성답지 않다'고 '희화화'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저자가 만난 어떤 여성은 폐암이 '남성스러운 병'이라며, '여성스럽지 못한' 병에 걸린 자신을 비난했다.


누구도 아픈 것 때문에 아프지 않길 바란다. 거듭 말하지만, 질병의 개인화는 아픈 몸에게 질병의 책임을 전가시켜 죄책감으로 고통받게 만든다. 아울러 질병에 대한 관점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아픈 몸이 상처받는 일은 줄어들기 어렵다. 우리 사회가 지금처럼 질병을 몸에서 삭제해야 하는 배설물 같은 존재로만 본다면, 만성질환자를 포함해 질병과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 아픈 몸은 불행한 패배자로 살 수밖에 없다. (10~11쪽)


저자는 아픈 사람을 더 고통받게 만드는 한국 사회를 비판하는 한편,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한다. 그중 하나가 건강두레다. 건강두레는 가족이나 친구, 애인 등으로부터 돌봄 받길 기대하기 힘든 1인 가구나 비혼주의자들이 몸이 아플 때 서로를 보살펴주는 건강 돌봄 모임이다. 계절에 한 번 정도 건강두레 구성원에게 돌봄을 제공하고 나중에 필요할 때 돌봄을 받는 식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집', '보험', '엄마' 노릇을 해준다면, 대기업에 피 같은 돈을 내주거나 가부장제에 굴복하지 않고도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갈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다른 하나는 죽음에 대한 준비다. 저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죽음에 대해 삶처럼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연습을 하라고 충고한다. 저자는 직접 텃밭을 가꾸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경우가 많다.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은 후 흙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봄이 되면 싹을 틔우는 작물들을 볼 때, 인간의 삶과 죽음이 저와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낀다. 이 밖에도 생각할 거리를 무궁무진하게 던져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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