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독서 - 그들은 무엇을 어떻게 읽는가
김학렬.김로사.김익수 지음 / 리더스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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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해마다 50여 권의 책을 읽는 다독가로 유명하다. 빌 게이츠처럼 돈도 많고 유명한 사람이 책을 읽는 이유는 뭘까.


빌 게이츠 말고도 책에 탐닉하는 다독가가 또 있을까. 팟캐스트 '다독다독'팀의 대표 김학렬은 투자 전문가로 일하면서 수많은 슈퍼리치들을 만났다. 그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엄청난 다독가라는 것이다. 그때부터 저자는 책을 열심히 읽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독서와 부의 상관관계를 깨달았다. 부자라고 해서 모두 책을 많이 읽는 건 아니다. 책을 읽는다고 바로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시장의 흐름을 읽어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은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독서를 통해 수많은 정보 속에서 무엇이 나에게 필요한 정보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능력을 키웠다. 투자의 성과는 결국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부자의 독서>는 팟캐스트 '다독다독'팀이 그간 200여 회 방송에서 다룬 100권의 책 중에서 가장 먼저 권하고 싶은 책들만 골라 소개하는 책이다. <행운에 속지 마라>, <현명한 투자자의 인문학>, <100배 주식>,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같은 투자 전문서가 있는가 하면, <총, 균, 쇠>, <사피엔스>, <어디서 살 것인가>, <21세기를 위한 21세기 제언> 같은 인문 교양서도 있고, <모두 거짓말을 한다>, <카네기 인간관계론>, <넛지>, <포노 사피엔스>, <90년생이 온다> 같은 심리학 책, 트렌드 분석 책도 있다.


저자가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권하는 건 시대의 흐름과 사회의 변화상을 읽고 스스로 생각해 판단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함이다. 남에게 빌린 안목으로는 단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차트를 보지 않고 장기적으로 그 기업의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을 투자의 세계에서는 '가치투자'라고 한다. 가치투자자들은 기업이 추구하는 발전의 속도가 아니라 방향에 주목한다. 기업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파악하는 능력은 남들이 해준 말이 아니라 스스로의 학습과 경험, 판단에 의해 길러진다. 그래서 저자는 재테크 도서 외에도 다양한 인문, 사회 서적을 읽으라고 충고한다.


이 책에는 방송에 미처 담지 못한 후일담과 그 책을 고른 이유 등에 대한 설명도 담겨 있어 유익하다. 이 책을 계기로 팟캐스트 '다독다독'도 들어볼 생각이다. 지난 회차는 한꺼번에 듣기가 버거우니 이 책으로 갈음할 생각이다. 시간이 생기면 듣는 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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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지 않는 사람들 - 감시, 조종, 거짓에 맞서 싸운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영웅들
매슈 대니얼스 지음, 최이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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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유튜브로 스탠드업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Trevor Noah)의 영상을 즐겨본다. 트레버 노아는 1984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백인 남성과 흑인 여성 슬하에서 태어났다. 트레버 노아가 태어났을 당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는 악명 높은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가 실시되고 있었다. 아파르트헤이트는 백인과 흑인을 철저히 분리하는 정책으로, 백인과 흑인이 같은 직장에 다니는 것도 금지되고 같은 버스에 타는 것도 금지되어 있었다. 그런 시대에 백인 남성과 흑인 여성의 피가 섞인 아이가 태어났다는 것은 그 자체로 범죄였다.


1991년 아파르트헤이트가 폐지되기 전까지 트레버 노아는 집 밖에 나갈 수 없었다. 밖에 나갔다가 백인 경찰의 눈에 띄면 그의 아버지는 벌금형, 그의 어머니는 징역형을 받고, 그 자신은 고아원에 보내질 것이었기 때문이다. 트레버 노아는 자신의 이야기를 스탠드업 코미디로 구성해 유튜브에 올렸다. 영상이 퍼지면서 나를 비롯한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슬픈 역사와 아파르트헤이트가 빚은 참상의 단면을 알게 되었다. 트레버 노아처럼 최신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알리고 정치적, 사회적 변화를 촉구하는 사람이 여기 또 있다. <침묵하지 않는 사람들>을 쓴 미국의 인권 운동가 매슈 대니얼스이다.


매슈 대니얼스는 미국 뉴욕의 스패니시 할렘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뉴욕 하면 떠오르는 화려하고 부유한 이미지와 달리, 대니얼스가 성장한 스페니시 할렘 지역은 범죄가 빈번하고 빈곤한 사람이 흔했다. 대니얼스 또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어머니가 퇴근길에 괴한으로부터 공격을 당해 큰 부상을 입고 숨지는 비극을 겪었다. 대니얼스 자신이 괴한에게 공격을 받고 돈이나 물건을 빼앗긴 적도 많다. 오랫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대니얼스는 자신처럼 범죄나 재난 같은 불의의 사고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이 더는 생겨나지 않도록 방지하는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대니얼스는 현재 디지털 미디어로 보편적 인권을 증진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인권 네트워크(HRN)'을 설립해 활동 중이다.


이 책에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폭력과 차별에 대항하고 인권 신장에 기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이 기여한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미디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문제 해결을 위해 기존 미디어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다.


첫 번째 방식에는 케냐 부정 선거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케냐의 사회사업가들이 만든 정보 공유 플랫폼 '우샤히디', 미국의 비영리단체 익스체인지 이니셔티브가 아동 성매매를 알선하는 광고가 붙은 호텔 방의 사진을 올리면 바로 수사기관에 접수되도록 만든 '트래픽캠' 앱, 아일랜드의 비영리 사회적 기업 푸드 클라우드가 음식이 남는 기업과 음식이 부족한 지역의 자선단체 및 커뮤니티 그룹이 연결되도록 만든 '푸드 클라우드' 앱, 이슬람교를 믿는 차드의 여성들이 남성의 허락을 받거나 남성과 대면하지 않고도 자유롭게 상업 활동과 금융 거래를 하도록 만든 밀리컴 모바일 금융 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첫 번째 방식을 택한 이들은 대체로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낼 인력과 자본을 갖춘 기업 또는 사회단체다. 비영리단체가 경제적 이익 없이 오로지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낸 사례도 흥미롭지만, 밀리컴 모바일 금융 서비스처럼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경제적 이익을 얻으면서 동시에 이슬람 국가 내 여성 인권 향상에 기여하는 서비스를 만들어낸 사례가 특히 인상적이다. 이익 추구와 사회 공헌을 동시에 추구하기는 어렵다고 믿는 기업들이 이러한 사례를 눈여겨 보고 귀감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두 번째 방식에는 인도의 기업가 카티크 나랄라세티가 10억 명이 넘는 페이스북 가입자의 혈액형을 활용해 만든 세계 최대 규모의 페이스북 혈액은행을 만든 것, 미국의 아홉 살 소녀 레이철 벡위트가 마실 물이 부족해 고생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동영상을 비메오(vimeo)에 업로드하고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모금활동을 벌인 것, 사우디아라비아의 마날 알 샤리프가 여성에게 운전을 허용하지 않는 정부 방침에 항의하는 뜻으로 자신의 운전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것, 이란의 열여덟 살 소녀 마에데 호자브리가 히잡을 쓰지 않고 춤추는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호자브리를 지지하는 해시태그 운동을 촉발한 것 등이 포함된다.


두 번째 방식을 택한 이들은 대체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낼 만한 인력이나 자본을 갖추지 못한 개인이다. 이 중에 여성, 어린이 같은 비주류, 소수자가 많은 것이 눈에 띈다. 기득권을 가진 주류, 다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 정부와 기성 언론이라면, 기득권을 가지지 못한 비주류, 소수자의 목소리까지 담아내는 것이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다. 이들은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해 전 세계 규모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한 문제, 당장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문제, 정부의 탄압을 받는 문제, 기성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문제에 관해 직접 발언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놀라운 전파력을 이용해 단기간에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지지자를 결집하고, 자국 언론의 주목을 이끌어내고, 자국 정부의 방침을 바꿨다. 새로운 미디어의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뉴미디어를 이용해 변화를 만들어낸 사례가 점점 많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저자는 북한의 인권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책에는 2016년 탈북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 대사관 공사의 사례가 자세히 나온다. 태영호 전 공사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에게는 인권과 자유, 독재와 탄압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다. 그러니 북한 주민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자유세계의 기본적인 개념들부터 깨닫게 해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미국과 캐나다 소재의 북한 인권 단체에서는 '자유를 위한 플래시 드라이브'라는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사용하지 않는 USB를 기증하면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 밖의 생활을 알려주는 정보를 담아서 드론이나 열기구, 물병 등을 통해 전달한다는 아이디어다.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는 운동 그리고 그 둘을 제대로 표현하고 실현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인간의 사회적, 경제적 잠재력을 발휘하게 한다. 그러므로 디지털 인권 운동은 모든 사람의 과업이라고 할 수 있다." (293쪽)


이제까지 디지털 미디어가 힘없는 사람들이 언론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는 생각을 막연하게 해왔는데, 이 책을 통해 실제로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뤄낸 사람들의 사례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문제는 폭력과 차별, 혐오를 옹호하고 지지하는 사람들 또한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목소리를 내고 힘을 모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디지털 미디어라는 간단하고 효과적인 '무기'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결국 개인의 판단과 선택에 달려 있다는 저자의 충고가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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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
베스 올리리 지음, 문은실 옮김 / 살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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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로맨스 장르의 열렬한 팬이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야간 자율학습을 빼먹고 당시 인기리에 방영 중이던 <파리의 연인>, <풀 하우스> 같은 드라마를 보았다. 대학 시절에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눈물이 주룩주룩> 같은 일본 영화에 푹 빠져 살았다. 사회인이 된 후에는 독서 트렌드를 파악한다는 핑계로 <트와일라잇>,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같은 소설을 섭렵했다. 그런 내가 로맨스 드라마 속 주인공 같은 남자를 만나 로맨스 영화 같은 연애를 하고 로맨스 소설로 남을 만한 사랑을 하길 꿈꾼 건 두말할 필요 없다.


그랬던 내가 요즘은 도통 로맨스 장르에 무심하다. 몇 번의 연애를 통해 내가 꿈꾸는 로맨스와 현실에서의 이성 간의 사귐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남자들처럼 멋진 남자들이 현실에도 있기는 하다. 영화에 나오는 운명적인 만남이나 소설에 나오는 로맨틱한 연애가 현실에서도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멋진 남자들이 여자의 능력과 성취를 깎아내리는 가스라이팅을 하고, 이별 선언을 한 여자에게 앙심을 품어 스토킹을 하고, 전 여자친구가 나오는 불법 촬영물을 만들어 인터넷에 유포하는 일이 로맨스 드라마, 영화, 소설에는 잘 나오지 않는다. 이런 현실을 알면서 로맨스 장르에 열광한다는 게 어쩐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영국 작가 베스 올리리의 장편 로맨스 소설 <셰어 하우스>를 읽기 직전까지도 사실 기대하는 마음보다 경계하는 마음이 더 컸다. 티피는 실용서를 만드는 출판사에서 박봉을 받으며 일하는 편집자다. 직장이 있는 런던에서 가장 저렴한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집을 찾던 티피는 병원에서 야간 근무를 하는 간호사가 자신이 근무하는 동안에만 집에서 머물 의향이 있는 세입자를 찾는다는 광고를 보게 된다. 티피는 광고를 낸 사람이 남자인 걸 알고 고민하지만, 그 남자에게 여자친구가 있고 서로 일하는 시간이 달라서 만날 일도 없다는 말에 안심하고 세입자가 되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티피는 리언의 집에서 살게 된다. 같은 집에서 낮에는 티피가, 밤에는 리언이 사는 기묘한 동거다.


티피가 리언의 집에서 살기로 결정했을 때, 나라면 절대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혈기 왕성한 젊은 남녀가 한 지붕 아래 사는 것만 해도 불안한데 한 방, 한 침대를 공유하다니.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돈이 없어도 그렇지, 남자 혼자 사는 집에 덜컥 들어가 사는 티피가 너무 무모하고 대책 없다고 생각했다. 티피와 리언이 서로의 얼굴조차 모른 채 포스트잇 메모와 간단한 음식으로 소통하며 마음을 나눌 때에도 방 어딘가에 초소형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마침내 티피와 리언이 운명적인 첫 대면을 했을 때에도 혹시나 헐벗은(!) 티피를 벌거벗은(!!) 리언이 덮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불안했다.


하지만 티피에게 호의를 베푸는 리언의 마음이 진심이고, 티피가 전 남자친구한테 받은 상처를 리언 덕분에 조금씩 회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나쁜 건 사람이지, 사랑이 아니다. 나쁜 남자를 만났다고 사랑하고 사랑받을 자격이 영영 없어지는 건 아니다.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는 남자, 스토킹하는 걸 도와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남자 등 한심하다는 말도 아까운 남자들 사이에서 금처럼 귀한 남자를 발견해낸 티피가 부럽기도 했다. '호모'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웃에게 "호모는 더 이상 올바른 용어가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요."라고 대꾸하는 남자. 잠들기 전에 실비아 플라스의 <벨 자>를 읽는 남자라니! 이런 남자가 있다면(있을까?) 나라도 연애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씩씩하게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설을 다 읽고 책장을 덮는 마음이 유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쓰렸다. 결말과 상관없이 티피가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기묘한 동거를 하는 모험을 감수해야 했던 건 티피와 리언 모두 경제적 불안 때문에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삼포 세대인 탓이 크다. 작은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는 티피는 작가의 비서 일까지 대행하는데도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아서 런던의 비싼 월세를 감당하지 못한다. 리언 역시 야간 근무를 자처하는 데도 집세를 치르기가 버거워서 이성인 티피를 세입자로 받아들여야 했다. 생계가 버겁고 생활이 바쁘니 누가 약간의 관심과 애정만 보여도 쉽게 마음을 허락한다. 티피와 리언이 서로를 만나기 전까지 잘 맞지 않는 상대와 불편한 연애를 했던 건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티피와 리언을 힘들게 하는 건 경제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티피는 전 남자친구로부터 스토킹과 협박, 강제 주거 침입까지 당하지만 적절한 보호 조치를 받지 못하고 주변 친구들의 도움에 의지한다.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인 리언은 동생 리치가 감옥살이를 할 위기에 처했는데도 돈이 없어서 실력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 결국 티피는 리언의 도움을 받고 리언은 티피의 도움을 받아 위기에서 벗어나지만, 21세기 국가에서 이런 기본적인 법적 권리조차 자력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게 탐탁지 않았다. 누군가는 어려움이 있었기에 사랑이 피어난 거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어려움은 어려움이고 사랑은 사랑이다. 그 둘이 진정한 인연이라면 각자도생, 자력구제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서도 예쁜 사랑을 했을 것이다.


예전에는 남자가 재벌 2세, 여자가 유명 여배우 정도는 되어야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는데, 지금처럼 사랑이 사치인 시대에는 평범한 남녀의 연애마저도 로맨스 소설의 글감이 된다. 설레는 마음으로 로맨스 소설을 읽고도 이런 건 다 허구라며 한숨 쉬는 내가 이상한 걸까. 로맨스 소설을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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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 오빠의 이삿짐 정리가 끝나지 않아 1
요시에 아쿠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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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사촌 오빠 후지츠구가 대학에 다니기 위해 학교에서 가까운 타카호의 집에 살게 되면서 시작된다. 후지츠구는 사실 타카호의 첫사랑 상대인데, 타카호는 어릴 때보다 훨씬 멋있어진 후지츠구의 모습에 다시 한번 반해 좋아하게 된다.


문제는 후지츠구가 잘생긴 외모와 달리 사촌 남동생(타카호의 동생)에게 코스프레를 시키고 촬영하는 걸 좋아하는 '변태'라는 사실이다. 후지츠구는 다 큰 사촌 여동생 앞에서 엉뚱한 소리를 하고, 초등학교 앞에서 옷을 벗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등 정상적인 여자라면 도망갈 짓을 서슴지 않는다. 타카호는 이런 사촌 오빠를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계속 좋아한다. 제목만 보고 사촌오빠의 이삿짐 정리를 도와주는 내용인가 했던 내가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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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네 아가씨는 선 오브 OO이십니다 1
타카노 유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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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사노바 가문의 영애 아야네가 대학생이 되면서 시작된다. 아야네의 아버지는 대학에 들어간 아야네가 행여라도 나쁜 남자들에게 나쁜 물이 들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 나머지 집사인 시노바야시에게 아야네를 따라다니며 아야네가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보라고 명령한다. 그때부터 시노바야시는 은밀하게 아야네를 따라다니는데, 그때마다 보는 건 나쁜 남자들과 음탕하게 노는 '빗치' 아야네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혼자 놀기의 달인인 '봇치(일본어로 '외톨이'라는 뜻)' 아야네다(ㅋㅋㅋ).


'선 오브 OO'의 'OO'이 당연히 'bitch'일 줄 알았는데 전혀 상상하지 못한 단어가 튀어나와서 웃겼다(참고로 'bitch', 'son of bitch'는 여성 혐오적인 표현이니 사용하지 맙시다). 볼링장, 수영장, 유원지, 영화관 등등 다양한 장소에서 혼자 놀기 신공(?)을 보여주는 아야네가 귀엽고, 그런 아야네를 복잡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시노바야시도 재미있다(아가씨가 맨날 혼자 노는 건 불쌍하지만 남자와 노는 건 더 싫어ㅋㅋㅋ). 남성향 코믹 만화를 찾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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