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여행자들 오늘의 젊은 작가 3
윤고은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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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로 대거상을 수상한 윤고은 작가의 작품이다. 수상 소식을 듣고 뒤늦게 구입해 읽었는데, 기존의 추리소설과는 다른 매력이 있는 작품이라서 읽는 내내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과연 큰 상을 받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요나'는 재난이 일어난 지역을 여행하는 상품만을 판매하는 여행사의 10년 차 여행 프로그래머다. 상사의 지속적인 성희롱과 실적 압박에 시달리던 요나는 견디다 못해 퇴사를 선언한다. 그러자 상사는 퇴사 대신 인기가 낮은 여행 상품을 직접 체험해보고 개선 방안을 생각해 오는 출장을 제안한다. 그렇게 떠밀리듯 사막의 싱크홀 '무이'로 가게 된 요나는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겪게 된다. 처음에 요나는 그 모든 일에 대해 패키지여행 중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트러블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나중에는 자신이 겪은 크고 작은 사건들이 결국 요나를 포함한 거대 재난 프로젝트의 일부임을 알게 된다. 


타인의 불행을 자신의 행복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 그런 불행을 의도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하고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 극단적인 설정이지만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던 건, 이미 이런 식으로 불행을 오락거리로 삼는 사람이 워낙 많은 까닭이다. 재난마저도 돈벌이나 인기몰이의 기회로 삼는 사람들을 자주 봐왔기 때문이다. 


이 자체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흥미로운 작품이지만, 요나가 내부자로서 프로젝트 핵심부에 접근해 이 모든 프로젝트를 설계한 사람을 처단하고 희생자들의 복수를 대신하는 이야기로 끝이 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뭔가 넷플릭스 드라마 재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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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8-06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관심가던 책인데 그런 내용이었군요. 보관함에 쏙 넣어봅니다. ^^
 
조선잡사 - ‘사농’ 말고 ‘공상’으로 보는 조선 시대 직업의 모든 것
강문종 외 지음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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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4인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 시대의 직업에 관해 쓴 책이다. 총 67개 직업이 소개되어 있는데, 농부나 군인, 관리처럼 누구나 잘 아는 직업은 제외했고, 의녀나 다모, 화원처럼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알려진 직업도 제외했다.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점은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맨 처음에 배치한 것이다. 기녀나 궁녀를 제외하면 조선의 여성들은 집에만 있고 전혀 일을 하지 않았을 것 같은 인상이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조선은 남성 중심 사회였으므로 여성이 진입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했고 여성의 사회 활동에 많은 제약이 따랐지만, 남성이 진입할 수 없는 영역 또한 존재했고 그곳에선 여성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삯바느질, 혼례 도우미(수모), 염색(염모), 화장품 판매(매분구), 미역 캐기(잠모), 채소전 운영 등이다(괄호 안은 직업명). 


매골승은 전쟁이나 기근으로 인해 길에서 죽은 사람의 시신을 수습하는 직업이다. 그동안 사극 영화, 드라마에서 사람들이 떼죽음 당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저 많은 시신들을 누가 어떻게 처리하나 궁금했는데 이제야 궁금증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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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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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님이 추천하셔서 읽게 된 책이다. 예상은 했지만 흡인력이 굉장하다. 누워서 읽다가 허리를 세워 다시 읽게 되는 소설이랄까.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없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엘우드라는 흑인 소년으로부터 시작된다. 마틴 루터 킹을 존경하는 엘우드는 비록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다 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믿는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어느 날 엘우드는 대학 수업을 듣기 위해 차를 얻어 탔다가 차량 절도범으로 몰려 한 건물에 끌려간다. 그곳이 학교인 줄 알았던 엘우드는 얼마 후 그곳이 학교가 아니라 감화원이라는 이름의 소년 감옥임을 알게 된다. 


이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눈을 감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노동, 시도 때도 없이 날라오는 채찍, 비위생적인 시설과 음식, 그 안에서도 벌어지는 인종 차별... 모든 것이 '생지옥'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끔찍하고 무서웠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 책을 읽은 건, 이 책이 실화에 기반하고 있고 지금도 이러한 류의 인종차별 및 증오 범죄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청교육대나 형제복지원 사건처럼, 한국에서도 벌어졌고 어쩌면 지금도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을지 모르는 일들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신념과 용기의 힘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는데, 나는 그보다 인간의 폭력성과 잔인함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다른 생명을 때리거나 죽이는 행위에서 쾌락을 느끼는 동물이 인간 말고 또 있을까. 똑같은 인간인데, 누구는 누구를 죽여도 죄가 되지 않고 누구는 존재만으로 죄가 된다는 구분은 누가 정한 걸까. 연대하고 협력하는 것도 인간이지만, 차별하고 혐오하는 것도 인간이다. 인간과 인간성에 대한 무한 긍정 및 신뢰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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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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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로는 알고 있다. 지금의 내 삶이 나에게는 최선이라는걸. 나로서는 매 순간 심각하게 생각하고 진지하게 고민한 끝에 내린 선택들로 이루어진 결과라는걸. 남들 눈에는 스카이 대학을 못 나왔고, 알아주는 회사에 취업하지도 못했고, 연봉도 쥐꼬리만하고, 그 나이 먹도록 자식은커녕 결혼도 못 한 루저로 보일지 몰라도, 나한테는 이게 최고의 삶이라고, 이보다 더 나은 삶은 상상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따금 나보다 좋은 스펙을 가졌거나 업계에서 잘나가는 사람을 보면, 돈이 많거나 좋은 집에 살거나 비싼 차를 타거나 그럴듯한 가정을 이룬 사람을 보면, 내 삶이 초라해 보이고 과거에 내가 한 선택이 과연 맞나 하는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 책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읽는 내내 누가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귀가 간지럽고 몸이 배배 꼬였다. 주인공 노라 시드는 서른다섯 살 여성이다. 학교 다닐 때는 전도유망한 수영 선수로 이름을 날렸고, 오빠와 밴드를 결성해 음반 계약 직전까지 가기도 했지만, 현재는 동네 음반점에서 일하면서 동네 아이에게 피아노 과외를 해주며 근근이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노라는 음반점에서 잘리고 설상가상으로 과외마저 못하게 된다. 주변을 둘러보니 자기보다 못한 줄 알았던 친구들은 어느새 자리를 잡고 제대로 밥벌이를 하고 있고 가정까지 꾸린 상태였다. 이제라도 뭘 시작해 보기에는 나이도 많은 것 같고 학력도 변변하지 않다. 그렇다고 열정을 쏟아부을 정도로 하고 싶은 일도 없고,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일도 없다. 


급기야 노라는 죽기로 결심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그런데 웬일인지 사라졌어야 할 정신이 들었고, 눈을 뜨고 돌아본 공간은 노라가 생전 처음 보지만 왠지 모르게 익숙한 공간이었다. 그곳은 바로 도서관. 끝없이 이어지는 서가와 수많은 책들을 지나 노라는 반가운 얼굴을 만난다. 얼굴의 주인은 옛날에 노라가 다닌 학교의 사서 선생님이었던 엘름 부인. 엘름 부인은 노라에게 '후회의 책'이라는 책 한 권을 건네며, 노라가 그동안 살면서 한 후회들의 목록이 이 책에 전부 적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도서관에 있는 책들은 모두 노라가 한 후회가 실제로 이루어졌을 때 벌어졌을 법한 일들을 담고 있다고 전한다. 가령 수영을 계속했다면, 밴드를 계속했다면, 아빠를 실망시키지 않았다면, 친구에게 더 잘해주었다면 같은 일들... 


상상만 했던 미래를 실제처럼 경험하면서, 노라는 흥분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했다. 어떤 경우는 노라가 상상한 것보다 별로였고, 어떤 경우는 노라가 상상한 것보다 잘 풀렸지만 그에 따르는 고통이나 슬픔이 있었다. 딱 한 번 이대로 계속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그때도 뭔가 빠진 듯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내가 원하는 집, 내가 원하는 직업, 내가 원하는 배우자와 자식, 친구들...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지만 왠지 모르게 내 삶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원래의 삶에서 노라는 평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다양한 삶을 경험해보니 나름 많은 일을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살면서 좋은 사람은 한 명도 못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삶을 체험하면서 그들을 하나씩 잃는 경험을 해보니 그들 모두가 소중하고 의미 있는 존재였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노라가 피아노 과외를 했던 리오와 다시 만나는 장면이다. 원래의 삶에서 노라는 리오를 그렇게 중요한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저 리오 엄마의 부탁을 받아 리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고 약간의 용돈을 벌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리오의 피아노 선생이 되지 않은 삶에서 노라에게 피아노 과외를 받지 않는 리오가 안 좋은 일에 휘말리는 모습을 보고 노라는 큰 충격을 받았다.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그 일이 사실은 리오의 삶을 뒤바꿀 수 있는 큰일이었기 때문이다. 노라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던 그 일이 리오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일기일회(一期一會)'. 모든 만남이 일생에 한 번뿐인 만남이므로 후회하지 않도록 잘 대접하라는 불교의 말씀이 저절로 떠오른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귀인이라고 생각하고 잘 대접해야지. 나도 누군가의 귀인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고,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늘 좋은 말과 바른 생각을 담아야겠다. 한 번뿐인 인생이라고 생각하면 막막하지만, 매일이 한 번의 인생이라고 생각하면 다양한 일에 도전해보고 싶은 용기가 생긴다. 나라는 책 한 권을 쓴다면 어떤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이 책처럼 다채롭고 재미있는, 그러면서도 교훈이 있고 감동이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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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리커버)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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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내내 살 수 있다면. 천문학자의 문장은 별처럼 아름답고 하늘처럼 넓구나. 나의 문장은 어떠한지 돌아보게 되는 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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