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처한 클래식 수업 5 - 쇼팽·리스트, 피아노에 담은 우주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5
민은기 지음, 강한 그림 / 사회평론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음악가를 중심으로 클래식 음악의 세계를 소개하는 <난생 처음 한 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시리즈의 신간이다. 5권의 주인공은 피아노를 사랑한 작곡가 쇼팽과 리스트다. 쇼팽과 리스트는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음악가다. 한 살 차이인 두 사람은 파리에서 만나 친구가 되었고, 한동안 깊은 우정을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음악가로서의 성향은 물론이고 성격 자체가 너무 달라서 만남을 오래 이어가진 못했다. 몸이 약한 쇼팽은 소수의 지인들이 모이는 살롱에서 연주하기를 즐긴 반면, 체력은 물론 카리스마까지 대단했던 리스트는 대규모 리사이틀을 즐겼다(리사이틀이라는 단어 자체가 리스트의 공연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쇼팽은 독실한 신자였고 가치관이 보수적이었던 데 반해, 리스트는 가치관이 자유롭고 진보적이었다. 


이 책을 쓴 서울대 작곡과 민은기 교수는 쇼팽과 리스트, 두 걸출한 음악가의 생애와 행적을 통해 당대의 음악계 분위기와 이것이 후대의 음악계에 미친 영향까지 재미있게 풀어낸다. 두 사람의 가장 큰 공헌이라고 하면 뭐니 뭐니 해도 피아노라는 악기의 매력을 최고조로 이끌어낸 것이다. 이때만 해도 피아노는 클래식 음악에서 흔히 쓰이는 악기가 아니라 당시로서는 최첨단의 기술이 집약된 발명품이었다. 


쇼팽과 리스트는 피아노 연주자로서 최고의 기량을 선보임으로써 대중에게 피아노의 매력을 크게 어필했다. 그뿐만 아니라 피아노를 활용한 연주곡을 다수 작곡함으로써 오늘날까지 피아노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악기가 되는 데 일조했다. 쇼팽과 리스트의 곡을 들을 때마다 이 책의 내용이 새록새록 떠오를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튼, 장국영 -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얼마나 좋을까 그대가 여전히 함께 한다면 아무튼 시리즈 41
오유정 지음 / 코난북스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국영을 비롯해 홍콩 영화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어봤는데 장국영의 ‘찐팬‘이 쓴 책이라서 그런지 이 책이 가장 진심이 느껴지고 좋았어요. 아무튼 시리즈의 다른 책들과 비교해보아도 손꼽히는 애정과 열정...! 앞으로 아무튼 시리즈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책이 될 것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튼, 장국영 -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얼마나 좋을까 그대가 여전히 함께 한다면 아무튼 시리즈 41
오유정 지음 / 코난북스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해 초 왓차에 올라온 왕가위 리마스터링 버전 영화들을 보고 뒤늦게 장국영에게 입덕했다. 입덕이라고 해봤자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영상 몇 개를 틈틈이 볼 뿐이지만... 


팬질의 일환으로(?) 이 책도 읽었다. 첫 장을 펼치자마자 정신없이 빠져들어 읽었는데, 그도 그럴 게 스스로 그렇게 대단한 팬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인 것치고는 팬질의 넓이와 깊이가 상당했기 때문이다(원래 진짜 덕후는 자기가 덕후인 걸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 장국영 콘서트에는 못 가봤지만 장국영 실물을 두 번이나 봤고, (내가 장국영이라면 좀처럼 잊을 수 없었을 것 같은) 선물과 편지를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장국영이 거쳐간 학교, 집, 촬영장, 장국영이 사랑했던 식당, 카페, 서점 등등을 거의 다 가봤다. 장국영 때문에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해 중국어로 박사 학위까지 취득하고 현재는 대학에서 중국어를 가르친다. 이만하면 성덕 중의 성덕 아닌가. 


생각해 보니 나에게도 장국영과 관련된 추억이 몇 개 있다. 대학교 때 중앙도서관에서 <패왕별희>를 보고 엉엉 울었던 기억, 좋아하는 중국 가수의 최애곡이 장국영의 노래라고 해서 찾아 들었던 기억... 


장국영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 좋아하게 되는 가수/배우라는 생각도 든다. 2003년 장국영이 사망했을 당시에는 내 나이가 어리기도 했고 장국영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해서 그의 죽음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다. 그때보다 한참 나이를 먹은 지금은 그의 선택에 대해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왕가위 감독과의 관계가 원만했다면, 그토록 염원했던 영화감독 데뷔의 꿈을 이뤘다면, 홍콩 영화가 좀 더 오래 인기를 유지했다면, 홍콩 반환이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면, 장국영의 미래(와 우리의 미래)가 달라졌을까. 내가 가장 아쉬운 건, 장국영이 열렬한 팬이었다는 나카모리 아키나와 함께 작업하지 못한 것이다. 두 사람이 영화든 노래든 작품을 하나 했다면, 만나서 좋은 친구라도 되었다면 아시아의 대중문화 역사가 바뀌지 않았을까... 들어줄 이 없는 바람만 늘어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상이 의미 부여 -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찾은 진짜 내 모습 일상이 시리즈 4
황혜리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십대의 마지막을 기념해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여행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저자 황혜리는 다니던 회사의 계약 만료와 서른 살 생일을 앞두고 뭔가 특별한 일을 해보고 싶었다. 세계 일주를 하기에는 예산이 부족했고, 가까운 나라로 가기에는 시간이 넘쳤다. 그래서 택한 게 시베리아 횡단 열차였다. 예산도 적절했고,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러시아라는 큰 나라를 횡단했다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도 며칠을 기차 안에서 보내면서 질리도록 바깥 풍경을 보고 밀린 잠을 실컷 잘 생각을 하니 들떴다. 


나라면 며칠 동안 비좁은 기차 안에서 생활하고 몇 시간을 달려도 변하지 않는 풍경을 보는 게 지겨울 것 같은데, 저자는 그렇지 않았다고 하니 신기했다. 기차 안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사람을 만난 적도 있지만, 대부분의 승객들은 피부색이 다르고 말이 통하지 않는 저자를 호의적으로 대했다. 서툰 영어로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자신들이 먹으려고 가져온 음식을 나눠주기도 했다. 러시아어로 물이 '바다'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멀게만 느꼈던 러시아가 조금씩 가깝게 느껴졌다. 


한때는 나도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는 것이 꿈이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다 보니 여행 자체를 할 수 없는 시기를 맞이하고 말았다. 상황이 나아져서 예전처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된다 한들 내 체력이 기나긴 기차 여행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살면서 한 번은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꼭 타보고 싶다. 짧은 구간이라도 좋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분이 없는 기분
구정인 지음 / 창비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의절한 아버지가 고독사한 상황과 그 이후의 심경에 대해 그린 만화다. 혜진의 아버지는 돈도 없고 직업도 없으면서 가족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바람까지 피웠다. 결국 어머니와는 이혼했지만 딸들과의 인연까지 끊어진 건 아니었는데, 나중에 아버지가 혜진과 혜진의 남편에게까지 손을 벌리려고 하면서 혜진은 아예 의절을 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고독사했다는 전화를 받고 혜진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진다. 장례식에 온 사람들은 혜진의 사정도 모르고 혜진을 위로하고, 혜진의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그들대로 혜진에게 한 소리씩 한다. 장례식이 끝난 후 혜진은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는커녕 점점 더 깊은 우울감과 무기력증에 빠진다. 마음은 어서 일도 해야겠고 남편과 딸에게도 잘해주고 싶은데, 하루 종일 누워서 울기만 하고 남편과 딸에게는 화만 내는 일상이 이어진다. 


슬프거나 화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기쁘거나 후련한 것도 아닌 기분을 작가는 '기분이 없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오랫동안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나도 '기분이 없는 기분'을 느낀 것 같다. 이제 더는 미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그렇다고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시원하다고는 할 수 없는 기분이었달까. 어쩌면 내가 사랑하는 걸 두려워하는 이유는 사랑 후에 찾아올 미움이라는 감정을 두려워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고 미워하지 않기 위해 억지로 좋아하는 척을 할 수는 노릇이고... 


우울이라는 감정은 자책과도 관련이 깊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은 남을 원망해야 하는데, 남을 원망해도 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자기를 탓하는 마음. 자기를 탓하는 사람은 사실 착한 사람인데 이런 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리고 남 탓하는 사람들은 건강하게 잘 사는 것 같다. 뒤죽박죽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