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나 오리지널 7
라가와 마리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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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인기 만화 <아기와 나>가 진이, 신이라는 초기의 한국식 네이밍을 살려 새롭게 편집된 버전으로 출간되었다. 1권부터 읽고 있는데 지금 봐도 작화가 너무 귀엽고 내용도 재미와 감동을 모두 갖췄다. 초등학생인 형 진이가 어머니를 여읜 후 열 살 아래 동생 신이를 살뜰히 돌보는 모습이 기특하고, 그런 형의 보살핌을 받으며 티 없이 순진무구한 모습으로 자라나는 동생 신이가 사랑스럽다. 


7권에선 여름방학을 맞아 진이네 가족과 앞집 사는 성일이 형네 가족이 함께 여름휴가를 떠난다. 처음으로 아빠가 운전하는 자동차를 타고 휴가를 간다는 사실에 들뜬 진이와 그런 형 옆에서 방긋방긋 웃는 신이가 너무나 귀여웠다. 진이가 경주로 수학여행을 가게 되면서 내심 후련해 하는 진이와 속상해하는 신이의 대조적인 모습도 재미있었다. 수학여행 에피소드를 보니 초등학교 고학년 때 생각도 나고,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의 우정에 대한 생각 차이도 엿볼 수 있었다. 


기업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는 진이네 아빠의 직장 생활 이야기도 본격적으로 나온다. 외모면 외모, 실력이면 실력, 성격이면 성격... 빠지는 것 하나 없이 완벽한 진이네 아빠를 보니 부전자전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진이네 아빠를 사랑의 라이벌로 착각하고 있는 부하직원 홍진승과 티격태격하는 장면들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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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다단 1
타츠 유키노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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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장한 외모의 여고생 아야세 모모는 타카쿠라 켄처럼 진지하고 성숙한 남자와 사귀고 싶지만 주변의 남학생들은 전부 음흉하거나 유치하다. 그러던 어느 날 모모는 오컬트 오타쿠로 소문난 동급생 남자애와 말을 섞게 되고, 대화 끝에 자신이 영매사의 손녀라는 사실을 밝힌다. 비록 오컬트 오타쿠이지만 유령의 존재는 믿지 않는다는 동급생에게 모모는 "만약 유령이 있다고 밝혀지면 넌 내 쫄따구야!"라고 선언한다. 대체 모모는 뭘 믿고 이러는 걸까. 


처음엔 평범한 오컬트 만화인 줄 알았는데 읽어 보니 오컬트, 배틀, 액션, 러브코미디, 청춘 등 다양한 장르가 망라되어 있다. 오컬트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모모가 알고 보니 프로 영매사 버금가는 영능력 소유자이고, 전형적인 오타쿠인 줄 알았던 모모의 동급생(오카룽)이 알고 보니 엄청난 지식과 매력(!)을 지녔다는 반전도 재미있다. 외모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정반대인 두 사람이 오컬트로 하나 되어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과정도 흥미롭다. 2권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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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책을 잇는 여행 - 어느 경계인의 책방 답사로 중국 읽기
박현숙 지음 / 유유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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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일하고 아이 키우고 살림하는 언니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읽었습니다. 중국에 대해, 중국인에 대해, 중국 생활에 대해 새로운 점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이 모든 이야기들을 연결하는 서점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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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책을 잇는 여행 - 어느 경계인의 책방 답사로 중국 읽기
박현숙 지음 / 유유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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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살면서 중국인 남자와 결혼해 두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는 저자가 중국 각지의 이색적인 서점들을 직접 가본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서점 이야기만큼이나 저자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는데, 여성으로서, 중년으로서, 두 아이의 엄마로서, 외국인으로서, 프리랜서 작가로서 겪는 다양한 문제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아서 새롭게 알게 된 점도 많고 공감한 점도 많다. 


언론 출판에 대한 감시와 탄압이 심한 중국이지만, 그런 중국에도 자기만의 색깔과 목소리를 지닌 서점들이 있다. 저자는 유난히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마음이 어지러울 때마다 그런 서점들을 찾는다. 대책 없이 날벼락 같은 일을 당했다고 생각한 어느 날, 저자는 윈난성의 성도인 쿤밍으로 떠났다. 그렇게 만난 서점이 쿤밍의 옛 거리, 원밍제에 있는 '동방서점'. 이곳은 다른 서점에서 파는 흔한 책들은 팔지 않는다. 어디에서도 팔지 않는 책일수록 귀한 대접을 받는 서점. 이곳에서 저자는 불행을 행운으로 끌어안는 법을 배웠다. 


최근 베이징에는 '랑데부'라는 이름의 세련된 서점이 생겼다고 한다. 대형 쇼핑몰에 입점한 이곳은 서점이지만 커피도 팔고 와인도 팔고 치즈도 팔아서, 언뜻 봐서는 카페인지 프랑스 식당인지 상점인지 분간이 안 된다고. 한때는 정부 사상에 위배되는 책들을 전부 금서로 지정하고 불태우기까지 했던 나라의 수도에 이렇게 호화로운 서점이 생기다니. 그만큼 자본주의의 위력이 대단하다고 보면 될까. 아니면 그만큼 이데올로기의 힘이 알량하다고 보면 될까.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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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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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故 박완서 작가님의 타계 10주기를 기리는 의미로 박완서 작가님이 생전에 발표한 여러 책들의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그중에서 나는 박완서 작가님의 연작 자전소설 2부에 해당하는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읽었는데, 현대문학에서 나온 <그 남자네 집>이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의 후속편인 걸 알고 이 책도 구입해 읽었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주인공 '나'가 한국전쟁을 겪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린 작품이다. 적군은 물론이고 아군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나이 든 어머니와 올케, 조카들의 생계까지 책임지기 위해 장사든 도둑질이든 무엇이든 해야 했던 처절한 상황이 실감 나게 그려져 있다. 이때 '나'의 나이가 겨우 이십 대 초반. 꽃다운 나이였던 만큼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남몰래 연정을 품었던 남자가 있었는데, 바로 이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그 남자네 집>에 나온다. 


이야기는 어느덧 시간이 빠르게 흘러 노년에 접어든 '나'가 첫사랑 '그 남자'네 집으로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나'와 '그 남자'는 한 동네에 살아서 식구들끼리도 잘 알고 음악이나 문학 취향도 잘 맞아서 이야기가 잘 통했다. 하지만 '나'가 미군 부대에서 일하며 세상 물정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둘의 사이가 조금씩 어긋난다. 결국 '나'는 아직 학생이고 돈 감각이 부족한 '그 남자'가 아니라 번듯한 직장도 있고 사회 경험이 많은 남자와 결혼하는데, 순조로울 줄 알았던 결혼 생활은 예상외의 변수들로 인해 점점 힘들어지고, 우연히 '그 남자'와 재회한 '나'는 '그 남자'와의 일탈을 꿈꾸다 급기야 일탈을 실행할 마음을 먹는다. 


아무리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해도 '소설'인 만큼 어느 정도 허구가 많이 가미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작가의 친딸인 호원숙 작가님이 쓴 후기에 따르면 시어머니가 집안의 온갖 대소사를 박수무당에 의존해 작가가 힘들어했던 것도,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격차가 심했던 친정과 시가 사이에서 갈등했던 것도 모두 사실이라고 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읽기가 괴로웠는데, 표면적으로는 자신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그 남자'에 대한 분노로 보였으나 실제로는 먹고사는 일이 더 중하다는 이유로 첫사랑이었던 '그 남자'를 버린 '나'와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환경에 대한 분노로 보였다. 이런 식의 갈등, 이런 식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청춘들이 (지금도 있겠지만) 그 시절에는 얼마나 더 많았을까. 곱씹을수록 마음이 아픈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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