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속의 죽음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푸아로 셀렉션 3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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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의 대표작 중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이 폭설에 갇힌 기차 안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다룬다면, <구름 속의 죽음>은 공중에 뜬 비행기 안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 이야기의 무대는 프랑스 파리와 영국 크로이든을 오가는 비행기 프로메테우스 호. 순조롭게 비행이 이루어지고 착륙을 준비하던 중, 중년 여성 승객 한 명이 죽은 채로 발견된다. 우연히 그 비행기에 타고 있던 에르퀼 푸아로는 단순한 사망이 아님을 인지하고 범인 찾기에 나선다. 


이동 수단 안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오리엔트 특급 살인>과 비슷하다고 느꼈지만, 그 밖에는 비슷한 점이 거의 없었다. 범인을 찾는 과정이나 범인의 유형으로 볼 때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이전 작품들과 더 비슷하다. 이 작품의 결말에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나로서는 1935년에 발표된 작품인데 그 시절에 이미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비행기를 타고 외국을 오갔다는 사실이 훨씬 더 충격적이다. 한국에선 1989년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 이후에나 가능했던 일. 이것이 제국과 식민지의 차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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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포타미아의 살인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푸아로 셀렉션 2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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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자기 전에 애거서 크리스티 푸아로 셀렉션을 조금씩 읽고 있다. 최근에 읽은 두 권이 예상한 것보다 너무 재미있어서 잠을 잊을 정도였는데, 그중 한 권이 이 책이다. 이야기는 영국의 여성 간호사 에이미 레더런이 메소포타미아 유적 발굴 현장의 감독관 레이드너로부터 자신의 아내 루이스를 간호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바그다드로 가면서 시작된다. 나중에 알고 보니 루이스는 신체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그 사연이 밝혀지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소설이 애거서 크리스티의 다른 소설들과 구별되는 점은 화자가 여성이라는 것과 배경이 중동이라는 것.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중에서도 에르퀼 푸아로 시리즈의 화자는 푸아로의 조수 헤이스팅스가 맡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작품은 드물게 에이미 레더런이라는 여성 간호사가 화자를 맡았고 그 역할을 훌륭히 해낸 점이 좋았다. 소설의 배경이 중동의 유적 발굴 현장인 점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두 번째 남편이 고고학자이고 그를 따라 중동에서 생활한 적이 있다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외국에서 느낄 수 있는 생경함이나 공포감 등이 작품에 긴장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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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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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며 삶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다만 늘 기억해야 한다. 우리에겐 행복할 권리와 타인의 행복에 대한 책임이 함께 있다는 것을." - '작가의 말' 중에서



서늘한 뜨거움 또는 뜨거운 서늘함. 정유정의 소설에는 분명 이런 정서가 있다. 신작 장편 소설 <완전한 행복>도 그렇다. 


이야기의 분위기는 대체로 서늘하다. <겨울왕국>을 좋아하는 지유는 엄마와 단둘이 산다. 친아빠는 엄마와 이혼한 후로 얼굴을 보기 힘들고 새아빠는 친절하지만 아직 불편하다. 지유와 지유 엄마는 지유 엄마의 할머니가 물려준 시골집과 늪지에 종종 간다. 시골집에 가면 지유 엄마는 직접 산 고기를 손질해 오리 먹이로 쓴다. 지유는 유치원 아이들에게 '오리는 고기를 먹는다'고 했다가 놀림을 당한 적이 있다. 지유 엄마는 규칙이 많은 사람이고 지유가 규칙을 어기면 엄한 벌을 준다. 지유는 엄마가 무섭지만 고아가 되는 벌을 받는 게 더 무서워서 엄마가 만든 규칙을 열심히 따른다. 엄마와 있었던 일을 남에게 말하는 건 절대 비밀. 그건 친아빠에게도 이모에게도 안 된다. 


지유의 주변에는 어른들이 여러 명 있지만 이들 중에 지유가 겪는 상황을 눈치채고 먼저 도움의 손길을 뻗는 어른은 거의 없다. 지유의 친아빠 준영은 이혼 후 생활고를 겪다 못해 소식이 끊겼고, 새아빠 은호는 전처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아들 노아를 돌보는 일만 해도 힘에 부친다. 지유의 이모 재인이 그나마 지유를 안타깝게 여기고 챙기려고 하지만, 지유의 외할머니는 재인이 하는 일을 전부 못마땅하게 여기고 유나만 감싸고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여느 집에나 있는 갈등이나 불화 수준으로 볼 수 있었는데, 갑자기 한 사람이 사망하고 그의 가까운 사람이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잔잔한 촛불 정도였던 불이 거대한 횃불 정도로 커진다. 급기야 이들 주변에서 일어난 사망으로 귀결된 사건 사고의 대부분이 실은 오랫동안 누군가에 의해 계획되고 실행된 연쇄 살인 사건임이 드러난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한때 가스라이팅을 당한 적이 있으며, 이 때문에 가스라이팅을 하는 사람에 대해 오랫동안 많은 생각을 해왔다고 고백한다. 작가에 따르면 가스라이팅을 하는 사람은 나르시시스트일 가능성이 높고,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고 믿기 때문에 남에게 고통을 주고 남을 희생해서라도 완전한 행복에 이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특별하기 때문에 남도 특별하다고 믿는 게 아니라, 내가 특별하기 때문에 남은 특별하지 않다고 믿는 우월감 내지는 오만함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 작가는 본성이나 양육 환경 중 무엇으로부터 그러한 성격이 발현된다고 못 박지는 않았지만, 이 소설을 보면 본성과 양육보다도 행복에 대한 강박이 나르시시즘의 발현에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더 자세히는 나의 행복을 위해 남의 행복을 짓밟아도 된다는 착각. 


행복을 가로막는 요소를 문자 그대로 '제거'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 범인의 모습은 내가 이 집에서만 안 태어났어도, 학벌만 더 좋았어도, 직장만 잘 들어갔어도 지금보다 행복했을 거라고 믿는 사람과 얼마나 다른가. 그때 그 주식을 샀으면, 그때 그 부동산에 투자했으면 행복했을 거라고 믿는 사람과는 어떻게 다른가. 행복을 '지금 여기'에서 찾지 않는 사람, 뭔가를 희생하거나 누군가를 짓밟아야만 얻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일으킬 수 있는 극단의 비극을 서늘하게 묘사하고 뜨겁게 비판하는 이 작품이 오래도록 머릿속을 맴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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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슐 MASHLE 4 - 마슈 반데드와 약육강식
코모토 하지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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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계에서는 극히 드물게 마법 능력을 가지지 못한 채로 태어난 소년이, 어려서부터 특훈으로 단련한 신체 능력으로 마법 학교생활을 해나가는 모습을 그린 코믹 액션 판타지 만화. 4권에서는 마법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숨기고 학교생활을 잘(?) 해나가고 있는 주인공 마슈 반데드가 동료의 구출과 코인 획득을 걸고 마기아 루푸스의 유력한 마법사들과 대결하는 모습을 그린다. 


마슈가 상대하게 된 마기아 루푸스는 마기아 루푸스의 두 번째 송곳니라고 불리는 어비스 레이저. 가차 없이 철권을 날린 끝에 마슈는 어비스 레이저의 두꺼운 가면 밑에 있는 진짜 얼굴을 보게 된다. 가면이 부서져 얼굴이 드러난 어비스 레이저는 전보다 강하게 마슈를 공격하는데, 반격하는 마슈도 만만치 않다. 결국 마슈는 어비스 레이저를 물리치고 그의 사연을 듣게 된다. 과연 어비스 레이저는 어떤 사연으로 인해 가면으로 본모습을 숨긴 채 살게 된 걸까. 


이후에 이어지는 아벨과의 대화를 보아도 그렇고,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지배하고 착취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는 어리석음으로부터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 마슈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마법계 안에서는 '약함의 증거=차별의 이유'가 되지만, 마법계 밖에서는 마슈처럼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고 '보통'의 인간과 다르다는 이유로 마법사가 차별을 당하는 경우도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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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밥과 황금 5
키타노 에이이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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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대기근이 발생한 아일랜드를 떠나 신대륙 미국에 도착한 아멜리아와 코너의 모험을 그린 만화. 우여곡절 끝에 미국 동부를 빠져나와 서부로 향해 가고 있는 아멜리아와 코너는 철도 기사인 테드와 그의 아내 안나를 만나 그들과 함께 노예주 켄터키로 간다. 부호 모랄레스의 저택에서 이사야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한 흑인 노예가 아멜리아를 납치해 가는 바람에 위기에 빠진다.


5권에는 아멜리아를 납치한 흑인 노예의 사연이 자세히 나온다.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던 그는, 자신 때문에 목숨을 잃은 여자로 인해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소망을 발견한다. 과연 그는 자신의 소망대로 무사히 노예주를 탈출해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한편 아멜리아는 무사히 이사야를 만나 다시 서부로 향하는 길에 오르지만, 늘 함께 다녔던 코너는 테드, 안나와 함께 먼저 떠난 후라서 만나지 못한다. 적적함을 느끼는 아멜리아의 모습을 보면서, 둘이 주인과 종복 이상의 관계일지도 모른다고 느낀 건 나뿐일까. 책의 후반부에는 카일의 이야기가 번외편으로 실려 있다. 작가 후기도 재미있으니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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