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 흔들리는 나를 일으켜 줄 마음 처방전
오왕근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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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운명대로 인생이 풀리는 건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 (운명의 지도라고 하는) 사주팔자가 좋으면 사주팔자대로 운명이 풀리는 게 좋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완벽하게 좋은 사주팔자란 없다. 아무리 잘난 사람도 사주팔자를 보면 넘치는 것도 있고 부족한 것도 있고... 중요한 건 사주팔자 자체가 아니라 타고난 운명을 가지고 어떻게 영위하냐, 얼마나 노력하냐일 텐데, 과연 나는 내 사주팔자, 내 운명을 가지고 얼마나 노력하며 살고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책 - <놀면 뭐 하니>, <엄지의 제왕> 등에 출연한 화제의 인물 오왕근 법사의 책 <운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이다. 


책에는 저자가 평범한 예술 고등학교 학생이었다가 무속인의 길을 걷게 된 과정과 무속인이 된 이후에 겪은 시행착오, 수많은 사람들을 상담하면서 깨달은 인생의 교훈과 지혜 등이 담겨 있다. 무속인의 삶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이 많은데, 이를테면 저자는 어떻게 무속인의 길을 걷게 되었나 부터 시작해 사주팔자가 똑같으면 인생도 똑같이 풀리나, 무속인이 주식을 하면 대박이 나나, 나쁘고 못된 사람이 더 잘 사는 것 같은 건 왜인가 등이다. 


저자도 무속인이기 전에 인간이다 보니 사람 문제, 돈 문제로 고민한 적이 많고, 자신의 성격과 직업 등에 가치와 신념을 가지기까지 10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그러면서 저자가 깨달은 건, 최악의 결과가 최선일 수 있고 우연히 찾아온 행운이 불행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나로서는 잘한다고 한 일이 잘 안 풀려서 실망하고 좌절할 수도 있고, 실패라고 생각했던 일이 나중에 보니 잘 된 일이었다고 스스로 평가하게 되는 일이 있다. 그러니 눈앞의 득실에 연연하지 말고, 훗날 전체적으로 봤을 때 모든 일이 잘 풀렸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끔 평상시에 좋은 운을 쌓고 착한 업을 짓는 게 중요하다. 


신년운세나 점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좋은 운이 들어왔다고 해서 좋기만 한 게 아니고, 안 좋은 운이 들어왔다고 해서 안 좋기만 한 건 아니다. 올해 운세가 안 좋으면 쉬어가며 공부하는 해로 삼으면 되고, 운세가 좋으면 평소보다 노력하고 공을 들이라는 조언으로 삼으면 된다. 이 밖에도 명심하면 좋은 조언들이 많이 있다. 연말이라서 그런지 마음이 스산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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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홍한별 옮김 / 민음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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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 같지만 동화 같기도 하고 신화 같기도 한 작품. 그만큼 다양한 주제와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쉽게 읽히지만 쉽지만은 않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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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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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가 불안해서 과거를 온전히 포용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공감되고 애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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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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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로키>를 즐겁게 보고 있다. 이 드라마에는 '타임라인'이라는 단어가 여러번 나오는데, 그도 그럴 게 정상적인 하나의 타임라인을 지키려고 애쓰는 타임키퍼들과 타임라인을 벗어나거나 교란시키는 변종들의 싸움을 그린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김금희 작가의 소설집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를 읽으면서 '타임라인'이라는 단어가 여러 번 생각났다. 이 책에 실린 소설들 중에는 현재의 '나'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내용이 유난히 많다. 과거의 기억은 대부분 상실이나 결손 같은 부정적인 것이 많고, 현재의 '나'는 그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관계를 회복하거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는 실감하지 못한 감정을 확인하거나 미처 깨닫지 못한 불합리, 모순 등을 인식하면서 더 큰 고통이나 허무함을 느낀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가 아닐까. 어떤 시간, 어떤 공간에 소속감을 느낄 수 없을 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고 여전히 괴로운 우리들은, 피자 위에 놓인 페퍼로니처럼 그저 소소하게 좋아하는 것들(작지만 확실한 행복)에 대해서만 연결된 감정을 느낄 뿐이므로. 이런 답답한 생각, 무거운 감정을 담고 있는 책이라서 읽는 내내 울적했지만, 다 읽고 나서는 조금 후련하기도 했다. 어쨌든 시간은 흐르고, 모든 건 결국 지나가고 사라질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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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모자 2021-11-25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으로 이민 간 이탈리아인들이 자신들이 먹던 살라미를 미국인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페퍼가 들어간 소세지라는 의미로 ‘페퍼로니‘라고 얼버무렸다죠.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자신의 복잡한 상황과 심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때 남들에게는 ‘페퍼로니‘라고 거칠게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지요.
인물들은 시간을 관통하면서 ‘살라미‘라는 이름이 통용되지 않는 세계에 도착했기에 ‘우리‘가 함께 왔던 예전 그곳의 이름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게 되었죠.
그것은 소설 중반 고전 강의 시간에 나온 ‘우리임‘이 불가능한 세계, 어른이 되어버려서 세상 돌아가는 일에 눈 떠버린 이후로 젊은 시절로 되돌아갈 수 없는, 앞으로 가야 할 길도 잃은 장님의 처지이기도 하죠.

키치 2021-11-25 15:36   좋아요 1 | URL
와.. 저는 미처 생각지도 못한 설명과 해석이네요. 가르침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국축제자랑 - 이상한데 진심인 K-축제 탐험기
김혼비.박태하 지음 / 민음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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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혼비' 세 글자만 보고 구입한 책인데 역시 웃겼고, 박태하 작가님의 글은 처음 접했으나 김혼비 작가님이 배우자로 간택한 분답게 만만찮게 웃겼다. 두 분 다 필력이 대단하고 합이 좋아서, 축제뿐 아니라 다른 주제로도 공동 작업을 계속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제발!!) 


축제 이야기도 흥미롭고 재미있었지만, 나는 부부가 한 달에 하나씩 지역 축제에 가보는 경험이 참 특별하고 로맨틱하게 느껴졌다. 전에는 가본적 없는 곳에 가서, 평소에는 볼 일이 없는 신기한 구경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지역 전통주도 마시고... 낯선 곳이라 불안하기도 하고 불편한 것도 있을 텐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든든하기도 하고 돌발적인 상황조차 웃음거리로 느껴지지 않을까(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니 요즘 내가 많이 외로운지도...). 


그동안 살면서 마을 축제, 학교 축제, 회사 축제, 책 축제, 꽃 축제, 도자기 축제 등등 온갖 축제를 가봤지만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좋았던 축제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그 이유가 이 책에 구체적으로 나와 있는데, 이를테면 어떤 축제는 너무 형식적이라서 싫었고, 어떤 축제는 너무 상업적이라서 싫었고, 어떤 축제는 너무 비윤리적이라서 싫었고...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생각해 보니, 그 싫었던 점들이 다 한국의 싫은 점들이고,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 살면서 나도 모르게 흡수해버린 한국적인 면들이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여러 번 낄낄거리면서도 왠지 모르게 씁쓸했고 어떤 대목에선 울컥하기도 했다. 한국 축제의 문제점은 곧 한국의 문제점이요 나의 문제점이므로... 


다양한 생각, 다양한 감정이 들게 하는 책이라서 좋았다. 이 책의 다음과 이 두 작가의 다음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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