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 에세이&
김현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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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게 거기서 거기인 것 같지만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알게 해주는 점이 에세이라는 장르의 매력이 아닐까. 황정은 작가의 에세이집 <일기>를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김현 시인의 에세이집 <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를 읽으며 다시 한번 에세이가 가진 마법 같은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어느 날 아침 저자가 여느 때처럼 좌변기에 앉아 시집을 읽으며 배에 힘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어제 먹은 막걸리 두 통을 떠올리며 다음번에 먹을 막걸리를 정하는 흐뭇한 시간. 여기까지만 보면 평범한 사십 대 남성의 아침 일과 같지만, 책장을 조금 더 넘기면 그가 누리는 평범한 일상에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가족이나 이웃과 솔직하게 대화를 나눌 수 없다거나, 신혼부부 주택 청약이나 은행 대출처럼 이성애자 부부들이 당연하게 누리는 이익들로부터 당연하게 배제되는 일 등. 


한국의 법과 제도, 문화가 인정하지 않는 성적 지향을 가졌다는 이유로, 살 곳을 구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 사람들에게 번번이 거짓말을 해야 하는 삶을 사는 것이 차별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해 준 친구들과 내가 사랑한 친구들을 떠올리며 "산다는 건 분명히 죽음보다는 작고 가벼운 행복"이라고 쓸 만큼 사랑으로 충만한 저자의 마음을 나도 닮을 수 있을까. 삶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질 때마다 저자의 사랑을 떠올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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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보 양은 나를 내버려두지 않아 4
유키모리 네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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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인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 시라이시가 같은 반 같은 위원회에 배정된 여학생 쿠보와 가까워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러브 코미디 만화. 이성은 물론이고 동성 친구에게도 쉽게 말을 걸지 못할 만큼 내성적인 시라이시가 쿠보의 도움을 받아 처음으로 친구들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거나 평소 같으면 하지 않았을 적극적인 행동을 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쿠보의 어시스턴스가 거의 오은영 선생님 급...!) 후반부에는 로맨스 만화를 연상케하는 달달한 에피소드가 주로 나온다. 부드럽고 따뜻하고 나른한 느낌의 작화가 사랑에 빠질락말락한 상태인 두 사람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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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코피코 소년 EX
오시키리 렌스케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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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스코어 걸> 작가 오시키리 렌스케의 만화. <하이스코어 걸>의 기억이 워낙 강렬해서 작가가 어릴 때 즐겨한 옛날 게임 이야기를 할까 싶었는데, 그 이야기는 전작인 <피코피코 소년>에서 이미 다뤘고 <피코피코 소년 EX>는 작가가 최근에 한 게임 이야기를 다룬다. 


이 만화 또한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만화는 작가가 <하이스코어 걸> 관련 문제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있을 때, 한 게임 회사로부터 직접 게임을 해보고 광고 만화를 그려달라는 제안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게임의 제목은 <오딘 스피어 레이브스라시르>. (게임을 전혀 안 해서 몰랐는데, 검색해 보니 제법 인기 있는 게임인 듯하군요...) 이 밖에도 <드래곤즈 크라운 프로>의 광고 만화를 그리거나, 사무실에 어릴 때부터 가지고 싶었던 게임기를 들이거나, 오랜 게임 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등의 에피소드가 나온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오랫동안 운전 게임을 즐겨해온 작가가 38살에 처음으로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이야기다. 게임 속에서라면 뭐든 할 수 있지만 현실은 달라서, 혹시라도 맞은편에서 오는 차를 박으면 어쩌나, 사람을 치면 어쩌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단행본 특별 수록 만화는 판판야(panpanya) 작가의 만화를 연상케 하는 다크한 작풍과 내용의 만화다. 얼마나 힘드셨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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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정 때문에 남장 공주는 도망 중! 1
나카죠 아키라 지음, 미즈키 리히토 그림, 쿠죠 아오이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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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트리아 왕국의 왕녀 에르세린느(줄여서 '엘')에게는 아홉 명의 오빠와 한 명의 남동생이 있다. 아름다운 외모와 착한 성격을 지닌 엘은 어려서부터 오빠들과 남동생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문제는 이들이 여동생(누나)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좀처럼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주지 않아서 왕실의 대가 끊길 위기에 놓인 것이다. 


사태(?)를 파악한 엘은 왕실과 나라를 위해 왕실의 대가 이어질 때까지 남장을 하고 이웃나라에 숨기로 한다. 국경을 넘은 엘은 우연히 길에서 만난 클로드 왕자의 기사가 되는데, 어엿한 기사가 되고 싶지만 좀처럼 그 길이 쉽지 않다. 과연 궁에서 곱게만 자란 왕녀 엘은 냉미남 왕자의 기사가 될 수 있을까. 결국에는 엘이 클로드 왕자의 신부가 될 것 같기는 하지만, 그전에 기사로서 인정받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왕자를 지키는 여성 기사, 좋지 않나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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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계사 완전판 1
타나베 옐로우 지음, 김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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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나서 '점프 느낌이 아닌데?' 싶어서 확인해 보니 선데이 만화였다. 선데이 만화의 특징이 뭐냐고 묻는다면 어떤 장르도 로맨스로 귀결된다는 점, 그리고 주인공이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어른스럽고 전투 능력이 상당하다는 점?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내가 본 선데이 만화들은 거의 다 그랬다...) 


이야기는 요괴를 사냥하는 결계사 가문, 스미무라 가와 유키무라 가 사이의 해묵은 갈등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원래는 하나의 가문이었으나 어떤 사정으로 인해 둘로 갈라진 두 가문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매일 투닥거리는 나날을 보낸다. 스미무라가의 장남이자 22대 당주 예정인 요시모리는 유키무라 가의 장녀이자 22대 당주 예정인 토키네를 좋아하는데, 집안 사정으로 인해 친하게 지내지 못하는 것이 못마땅하다. 설상가상으로 현 당주인 할아버지는 훈련을 게을리한다며 요시모리를 혼내기 일쑤다. 


1권에는 각각 중학생, 고등학생이 된 요시모리와 토키네가 주변에 출몰하는 요괴들을 물리치며 결계사로서 성장해가는 내용이 나온다. 본격 액션물적인 장면도 있지만, 1권만 봤을 때는 학교가 배경인 러브 코미디의 분위기가 강하다. 결계사이자 예비 당주인 요시모리의 취미가 제과라는 설정만 봐도 느껴지는 귀여움... ㅎㅎㅎ 결계사로서의 능력도 출중하고 공부도 잘하는 토키네도 완전 멋있다(<명탐정 코난>의 란 느낌?). 선데이 만화는 멋진 여성 캐릭터가 많이 나와서 좋다(늘 그런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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