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 ㅣ 하영 연대기 2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21년 3월
평점 :

지난달에 뒤늦게 드라마 <구경이>를 봤다. 등장인물 모두가 흥미로웠지만 그중에서도 '케이(송이경)'가 참 매력적이었는데, 히어로라고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빌런이라고도 할 수 없는 이중적이고 복잡한 면이 기존의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캐릭터였다. 케이가 어쩌다 그런 인물이 되었는지, 그 후에는 어떻게 살았는지 등등이 너무 궁금한데, 과연 <구경이 2>가 나와서 알게 될 수 있을지... (제발 나와라!!)
뜬금없이 <구경이> 이야기를 한 건,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를 읽는 내내 <구경이> 생각이 많이 났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케이가.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의 하영은 케이를 많이 닮았다. 아빠가 엄마를 여러 번 폭행했고 급기야 죽게 만들었다는 것, 그런 아빠의 성향을 물려받았는지 혹은 그런 아빠를 미워하면서 자랐기 때문인지 자신 또한 폭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 머리가 매우 좋고 미모 또한 상당하다는 것 등이 그렇다.
'하영 연대기 3부작'의 2부에 해당하는 이 소설은 1부 <잘 자요 엄마>로부터 5년 후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어느덧 열여섯 살이 된 하영은 선경의 친구 희주로부터 심리 상담을 받고 있지만 좀처럼 과거의 트라우마를 내보이지 않는다. 한편 선경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선경의 남편은 태어날 아이를 위해 강릉으로 이사를 가자고 한다. 하영은 전학을 앞둔 학교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걸 알고 호기심을 느낀다.
소설 초반만 해도 하영과 선경의 사이는 냉랭하다. (<잘 자요 엄마>에 그 이유가 자세히 나온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선경은 자신이 품고 있는 하영에 대한 생각들이 오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영 역시 하영답지 않게 자신과 무관한 사람들의 일에 관여하면서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들을 느끼고, 급기야 오랫동안 봉인해 왔던 과거의 트라우마와 대면한다. 그 결과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하영. 과연 일시적인 변덕일까, 성장의 징후일까.
<잘 자요 엄마>를 읽을 때만 해도 하영이 그저 무섭기만 했는데,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를 읽으면서 하영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하영 역시 가정 폭력의 피해자이고, 엄마를 잃은 어린아이라고. 주위 어른들의 무시와 폭력 속에서 자란 하영이 그들에게 배울 수 있었던 것 역시 무시와 폭력이었다고. 그대로 자랐다면 조커나 한니발 렉터처럼 무시무시한 괴물이 되었겠지만, 다행히 하영의 곁에는 선경이나 희주 같은 좋은 어른들이 있다.
부디 선경과 희주 같은 좋은 어른들이 하영의 곁에 계속 있어주기를. 이들의 보살핌 안에서 하영이 좋은 어른으로 자라나기를. 하영과 선경 모두에게 좋은 미래가 있을 거라고 믿으며 3편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