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안 미용실
고히나타 마루코 지음, 김진희 옮김, 사쿠라이 미나 원작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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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지 기자 시호는 여자 교도소에 잠입해 특종을 잡아오라는 상사의 명령을 받는다. 출장이 결정된 날은 하필이면 남자친구의 생일. 무거운 마음으로 여자 교도소를 찾은 시호는 교도소 안에 복역 중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한 수감자가 일반인의 머리를 잘라주는 미용실이 있다는 걸 알고 머리를 자르기로 결심한다. 중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머리를 맡긴다는 게 처음에는 불안했지만, 일단 가위질이 시작되자 거짓말처럼 불안이 사라지고 시호의 머릿속은 다른 일로 가득 찬다. 


배경이 여자 교도소라서 자극적인 내용을 상상할 법한데 그렇지 않다. '아오조라 미용실'을 취재하러 온 주간지 기자 시호를 비롯해 교도관 스가이, 단골손님 기미코, 하루의 친언니 나쓰 등 재소자이면서 아오조라 미용실 유일의 미용사인 하루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일하는 여성, 아픈 여성, 나이 든 여성, 임신한 여성 등 다양한 상황에 놓인 여성들이 주변 사람들이나 사회로부터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를 각각의 에피소드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도 이 만화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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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총총 시리즈
이슬아.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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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글쓰기가 어렵지만, 편지 쓰기는 그중에서도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글을 쓰는 경우에는 상대를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만 담아도 괜찮지만, 수신자가 특정된 편지의 경우에는 상대의 관심사와 입장, 처지 등을 고려해 편지의 주제와 분량 등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뜬금없이 편지 쓰기의 어려움에 대해 생각한 건, 이슬아 작가와 남궁인 작가가 주고받은 편지를 모아 엮은 책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를 읽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이슬아 작가가 남궁인 작가에게 '자의식 과잉'이라고 타박하는 대목을 여러 번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 책 후반부에는 <이슬아 X 남궁인 서간문 연재에서 나타난 상대를 향한 집중도 연구>라는 제목의 통계 자료를 인용하며, 그동안의 편지 교환은 "남궁인이 남궁인을 재발견하는 과정"이었고 "이슬아 역시 남궁인을 재발견하느라 참 재미있었"지만 "남궁인이 이슬아를 얼마나 재발견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덧붙인다. 이슬아 작가의 농담이겠지만, 이 책을 처음 읽을 때 받은 인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으면서 애초에 편지, 즉 서간문의 본질이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앞 문단에 언급한 글에서 남궁인 작가는 "문득 남을 생각하다가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서간문의 본질"이라고 쓴 반면, 이슬아 작가는 "서간문의 본질은 자기만 생각하던 사람이 문득 남을 돌아보게 되는 과정"이라고 썼다. 그렇다면 남궁인 작가는 남궁인 작가가 생각하는 서간문의 본질답게, 이슬아 작가는 이슬아 작가가 생각하는 서간문의 본질답게 편지를 쓴 것이 맞다. 남궁인 작가는 이슬아 작가를 생각하다 자신을 돌아봤고, 이슬아 작가는 자기만 생각하다 남궁인 작가를 돌아봤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둘 다 이슬아 작가를 생각하면서 남궁인 작가에 대해 쓴 것 아닌가 싶은데, 실제로 나는 이 책을 읽고 이슬아 작가보다는 남궁인 작가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들(아이디의 유래라든가, 냉장고 관리 상태라든가, 어릴 적 별명이라든가...)이 아주 많다(이슬아 작가님 말대로 이 책은 결국 남궁인의 재발견?). 그러니 남궁인 작가님 팬이라면 꼭 읽으시길. 이슬아 작가님 팬이라면, <일간 이슬아>를 구독합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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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 역사가가 찾은 16가지 단서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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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작 읽기에 도전하면서 가이드 삼아 이 책을 읽었는데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생애와 작품 세계는 물론 당시 영국과 유럽, 세계사까지 알 수 있어서 유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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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 역사가가 찾은 16가지 단서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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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작 읽기에 도전하면서 애거서 크리스티에 관한 책들을 여러 권 구입했다. 그중 하나가 이 책인데 기대한 것보다 훨씬 재미있어서, 본래의 목적인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에 앞서 이 책을 쓴 설혜심 교수의 책들을 찾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역사학자인 저자가 애거서 크리스티에 관한 책을 쓴 건 팬데믹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반강제적 격리 생활을 하게 된 저자는 집에서 온갖 콘텐츠를 섭렵하다 드라마 <명탐정 푸아로>와 <미스 마플> 시리즈를 다 보게 되었다. 


어릴 때 읽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군데군데 기억과 사뭇 다른 대목이 있어서, 저자는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번역 오류를 찾아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재미있었던 건 어른이 되면서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인물들의 감정이 보다 절절하게 느껴지고, 영국사를 전공하면서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역사적 맥락과 당시 영국의 사회상 등이 보이게 된 것이었다. 여기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과 자서전을 함께 읽으며 알게 된 것들을 더해 16개의 주제로 정리한 결과물이 이 책이다. 


이 책의 장점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을 통해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의 영국과 유럽, 세계의 역사를 생생하게 알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에는 기차, 비행기, 자동차 등 다양한 이동 수단이 나오는데, 이를 통해 당시 새로 개통된 기차 노선이나 유행한 차종 등 탈것의 발전상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제1, 2차 세계대전 때 영국에서 시행된 징병제와 배급제의 양상, 사보이 호텔과 리츠 호텔의 대결, 신분 상승을 위해 가난한 영국 귀족과 결혼한 미국 부자의 딸을 일컫는 '달러 프린세스' 등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을 통해 알 수 있는 당시 영국 사회의 단면들을 꼼꼼하게 짚어주는 점도 이 책의 특징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을 읽을 때 간과하면 안 되는 점도 지적한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은 100년 이상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명작임이 분명하지만, 19세기 말 영국이 전 세계를 호령하며 누렸던 영광과 그 시절의 정서를 담고 있는 만큼 독자들로 하여금 '영제국의 헤게모니를 자연스럽게 내재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저자가 본문 마지막에 쓴 "애거서가 소설 속에 녹여 넣은 '영원한 영국(Forever England)'을 이제는 좀 더 냉정한 시선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문장은, 그동안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을 읽으면서 (부끄럽게도) 한 번도 의식하지 않았던 점이라서 마음에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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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질문
안희경 지음 / 알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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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뿌리내리고 산다는 것.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만 쭉 살아온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한때는 한국이 너무 답답하고 지긋지긋해 다른 나라로 떠나볼 생각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 있는 문제가 저기에 없을 거라는 기대보다, 여기에 없는 문제가 저기에 있을 거라는 불안이 더 컸다. 그 결과 현재는 외국 살이에 대한 동경을 접고 착실하게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래도 여차하면 떠나겠다는 생각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재미 저널리스트 안희경의 산문집 <나의 질문>은 2002년 저자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냥 이민도 힘든데, 저자의 경우는 결혼 이민이었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남편뿐이었고, 일하러 나갈 직장도 없었다. 한국에서는 영어를 잘하는 축에 속했는데, 미국에서는 자신의 영어가 통하지 않았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덕분에 마이너리티로 살아가는 일의 어려움을 뼈저리게 느꼈다. 자신과 같은 이민자를 비롯해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 다양한 이유로 주류로부터 배제당하고 차별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후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경력을 재개한 저자는 지그문트 바우만, 제러미 리프킨, 리베카 솔닛, 반다나 시바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석학들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담은 인터뷰집을 일곱 권이나 펴냈다. 수많은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해낸 비결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좋은 인터뷰를 하겠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그저 내 안으로 침잠해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중략) 인터뷰이가 누구든 자기 본연의 자세로 집중해 들어간다면, 상대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집중된 답을 듣게 된다." (114-5쪽) 


인생도 마찬가지다. "'산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했을 때, 나는 '견디는 것'과 혼돈했다. 견디는 것에 들어 있는 '작위적인 힘'을 인지하기 전이다. 산다는 것은 이런저런 상황을 살아가는 것이다. 거기에 '잘' 또는 '애써'라는 수식어가 붙을 때 삶은 견뎌야 하는 것이 되고 만다." (190쪽) 산다는 것은 산다는 것일 뿐, 거기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려고 애쓸 때 삶은 거추장스러워지고 무거워진다는 저자의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이러한 통찰을 얻기까지, 대체 무엇을 읽고 어떻게 써온 것일까. 저자의 전작들을 찾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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