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만나는 일본 문화 이야기
최수진 지음 / 세나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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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하기 힘든 요즘. 나는 여행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질 때마다 유튜브에 가고 싶은 나라의 이름을 검색하고 재미있어 보이는 영상을 본다. 나라 이름과 함께 관심 있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더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 이 책은 나처럼 키워드로 외국 문화를 알아보는 일을 독자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 2015년 창립 이래 다수의 일본 관련 서적을 출간해온 출판사 세나북스의 대표 최수진 님의 책 <키워드로 만나는 일본 문화 이야기>이다. 


이 책은 사람들이 인터넷 검색창에 '일본'과 함께 가장 많이 검색하는 키워드들을 주제로 각 키워드에 관한 저자의 설명과 경험, 생각 등을 담고 있다. 일본 하면 아무래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가 '음식'이 아닐까 싶다. 일본 음식 하면 스시나 라멘 등이 유명하지만, 막상 일본에 가면 숙소에서 가까운 백화점이나 마트, 편의점 등에서 도시락을 사먹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첫 번째 글은 '데파치카'라고 불리는 일본의 백화점 지하 코너에서 간단하게 사먹을 수 있는 도시락 이야기이다.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데파치카 특유의 복잡하지만 흥겨운 분위기가 떠올라 반가웠다. 


일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영화, 드라마, 소설, 만화 등 다채로운 문화 콘텐츠들이다. 이 책에는 가와바타 야스나리, 무라카미 하루키, 요네하라 마리 등 일본 작가에 관한 이야기와 드라마 <문제 있는 레스토랑>, <고스트 라이터> 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시인 이상과 작가 김영하의 눈에 비친 도쿄 이야기도 나온다. 이상과 김영하는 전혀 다른 시대에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았으나 일본에 대해 비슷하게 인식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식민지 본국의 중심, 산업 자본주의의 메카"(이상), "근대 이후 일본이 제창해온 탈아입구의 쇼핑몰 버전" (김영하) 


서점 여행, 온천 여행 등 특별한 방식의 여행 이야기도 나온다. 출판 왕국으로 유명한 일본에는 키노쿠니야 같은 대형 서점도 있지만, '안진'이라는 유명한 북카페가 있는 다이칸야마 츠타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고서점도 있다. 도쿄 같은 대도시에도 온천수가 나오는 목욕탕이 있지만, 고급 료칸에서 제대로 힐링하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마츠에, 유후인, 우레시노 등 온천으로 유명한 지역에서 1박 이상의 온천 여행을 하는 것이 좋다. 훌륭한 식사와 세심한 서비스 등이 큰 기쁨과 만족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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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되게 해결해 드립니다, 백조 세탁소 안전가옥 오리지널 9
이재인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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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길인 줄 알았던 지점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나에게 영감과 희망을 준다. 2018년 <호랑낭자 뎐>으로 CJ ENM과 카카오페이지가 주최한 제2회 추미스(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으며 데뷔한 이재인 작가의 신작 장편 소설 <세련되게 해결해 드립니다, 백조 세탁소>가 딱 그런 이야기이다. 2019년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에서 코지 미스터리 부문 대상을 받은 이 소설은, 코지 미스터리답게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전문 형사나 탐정이 아닌 인물들이 일상의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다. 


여수에서 태어나고 자라 서울 소재의 대학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백은조는, 다니던 대학이 부실 대학으로 선정되어 망해버리는 바람에 졸업장도 못 받고 취업에도 실패해 여수로 돌아가 부모님이 하시던 세탁소를 물려받게 된다. '아, 이건 내가 원하던 인생이 아니었는데!'라며 한탄한 것도 잠시. 은조는 뭐든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과 어려서부터 부모님 어깨너머로 익힌 세탁 및 수선 실력을 기반으로 얼른 세탁소 일에 적응한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은조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일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동네 이웃들과 가게 사장님들. 특히 동네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삼총사 아주머니는 틈만 나면 세탁소로 찾아와 은조를 들쑤신다. 


여기까지만 보면 별 볼 일 없는 청춘의 험난한 귀향기일 것 같은데, 어떤 사건으로 인해 은조는 평온해 보이는 동네의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고 이를 해결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 은조가 이 동네 '미스 마플'로 나서게 되는 비결은 다름 아닌 옷. 패션 디자이너를 꿈꿨을 만큼 옷을 좋아하고 옷에 관심 많은 은조는, 세탁소 일을 하면서 동네 사람들이 맡긴 옷을 수없이 보게 되고 그들의 옷을 통해 그들의 신체, 성격의 특징은 물론 일상, 관심사, 때로는 비밀까지 알게 된다. 처음엔 이런 것들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며 고개를 저었던 이정도 형사도, 나중에는 은조의 촉과 눈썰미를 인정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코지 미스터리라는 아직 한국에선 낯선 장르를, 한국 어디에서나 있을 법하고 한국인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잘 만들었다는 점이다. 물론 여수라는 지방의 특색이 작품 이곳저곳에 녹아 있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무대를 다른 지역으로 바꾸어 그 지역의 인물이 그 지역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형식의 소설이 시리즈로 이어져도 재미있을 것 같다. 패션, 유튜브처럼 젊은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를 활용한 점도 좋다. 특히 패션에 관심 많은 독자라면 이 소설에 어떤 패션 지식이 나오는지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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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 사람 Dear 그림책
김성라 지음 / 사계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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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예스24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듣고 알게 되었다. 방송에 이 책이 언급되었을 때는 사지 않았는데, 최근에 방송을 다시 듣기 하다가 읽어보고 싶어져서 이제야 구입했다. 구입하는 김에 김성라 작가님의 첫 책 <고사리 가방>도 사서 읽었는데, 두 책이 닮은 듯 달라서 재미있었다. 두 책 다 서울에 사는 주인공이 오랜만에 고향인 제주를 찾아 엄마 손에 이끌려 제주 사람들과 함께 뭔가를 따는 이야기로, <고사리 가방>은 고사리를 따고 <귤 사람>은 귤을 딴다는 점 정도가 다르다. 


'책이라면 글자든 그림이든 빽빽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 책을 보면 다소 밋밋하고 심심하게 느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의 매력은 바로 그 밋밋함과 심심함이라는 거...!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도, 사람도 차도 빽빽한 도시에서 벗어나 한가로운 자연에서 여유를 찾고, 이런 삶이 아니면 저런 삶도 가능하다는 것 아닐지... 오은 시인님이 추천사에 "똑같은 크기와 모양의 귤이 없듯, 우리의 인생도 저마다의 사연으로 각별하다."라고 쓰셨는데 이 문장도 참 좋다. 새로운 바람이 필요할 때마다 책장에서 꺼내 들춰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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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거짓된 삶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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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을 열심히 읽은 게 언제인가 찾아보니 벌써 4,5년 전이다. 다시 생각해 봐도 너무나 강렬하고 매혹적인 작품이었지만, 읽는 내내 '기 빨린다'라는 말이 떠오를 만큼 심하게 몰입을 해서, 이후에 출간된 엘레나 페란테의 다른 소설들은 '감히' 읽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 책을 읽은 건, 아마도 편집자 K 님의 유튜브에서 이 책에 대한 소개를 들은 게 계기였지 싶다.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란 소녀 조반나가 어느 날 우연히 부모님이 몰래 하는 대화를 듣고 충격에 빠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한 그 말의 내용인즉슨, 조반나가 점점 고모인 '빅토리아'를 닮아간다는 것. 빅토리아가 누구인지는 물론이고 자신에게 고모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조반나는 아버지의 말에 큰 충격을 받고 빅토리아 고모를 찾기 시작한다. 정말 닮았는지, 닮았으면 얼마나 닮았는지 궁금해서. 이 과정에서 조반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부모의 뜻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기도 하고, 이제까지는 절대복종했던 부모의 가르침에 의문을 품기도 한다. 그러면서 조반나는 점차 부모 품 안의 어린 여자아이에서 독립적이고 성숙한 여자 어른으로 성장한다. 가족과 우정, 사랑에 대해 다른 각도로 보게 되고,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도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나폴리 4부작>을 읽을 때 흥미롭게 느끼면서도 불편했던 지점이 인물들의 감정이 과하게 요동치고 성과 폭력에 대한 묘사가 지나치게 자주 나온다는 것이었는데, 이 소설에도 그런 점이 없지 않지만 <나폴리 4부작>보다는 훨씬 덜하다. <나폴리 4부작>과 마찬가지로 이 소설도 배경이 나폴리이고, 나폴리 내부의 빈부 격차와 계급 갈등을 사실적으로 그리지만, 나폴리 자체보다는 나폴리라는 공간과 이곳이 내포하고 있는 갈등으로 인해 조반나를 비롯한 여자아이들이 어떤 식의 어려움을 겪으며 그것이 그들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자세히 그린 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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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의 저편 이판사판
기리노 나쓰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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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소설가 마쓰는 어느 날 문예윤리위원회라는 조직으로부터 소환장을 받고 그곳으로 향한다. 조직에서 보내준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지명도 알기 힘든 어느 바닷가 마을의 격리된 건물. 어떤 조직인지, 무슨 이유로 이곳에 소환된 건지 영문도 모른 채 마쓰는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건물에 수감된다. 알고 보니 이곳에 수감된 사람들은 모두 현업 작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아름다운 이야기, 아무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소설을 쓰지 않지 않고, 성, 폭력에 대한 과도한 묘사와 혐오, 차별 표현 등으로 대중의 심기를 거슬렀다는 이유로 불려온 것이었다. 


자신이 소환된 이유를 알게 된 마쓰는 위원회를 비난하며 구속을 거부하지만, 점차 이것이 현실임을 받아들이고 빠르게 상황에 적응한다. 그러나 그곳에서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마쓰는 조금씩 자신이 바라는 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살기 위해 쓰고 싶지 않은 글을 쓰는 것은 옳은 일일까. 처음에는 이 질문이 위원회로 상징되는 검열 당국(정부)에 대한 것으로 읽혔으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판매 부수를 높이기 위해 대중성에 영합할 것을 요구하는 출판사와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글만 찾는 대중에 대한 비판으로 읽혔다. 


위원회는 계속해서 마쓰의 소설을 헤이트 스피치와 비교하는데, 이게 과연 옳은 일일까. 내 생각에 소설이나 만화, 영화 등은 이용료를 지불한 사람만이 제한적으로 볼 수 있는 미디어인 반면, 헤이트 스피치나 무료 웹툰, 공중파 방송 등은 불특정 다수가 제한 없이 볼 수 있는 미디어라는 점에서 더욱 엄격한 윤리적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위원회가 마쓰의 소설을 헤이트 스피치와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타당하지 않고, 마쓰는 자유롭게 소설을 써도 괜찮다. 하지만 그렇게 쓴 소설이 안 팔리면, 그때는 정말 쓰고 싶어도 못 쓰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더욱더 마쓰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건 정치권력이 아니라 자본 권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 자세히 말하면, 과거에는 성에 대한 묘사가 지나치든 폭력에 대한 묘사가 과하든 잘 팔리기만 하면 된다고 여겼던 출판사들이, 이제는 독자들을 방패 삼아 작가들에게 '자체적으로' 수위 조절을 요구하는 현실... 팬이라는 명분으로 작가에게 이런저런 간섭을 하는 독자에 대한 묘사도 나온다. 출판사가 작가에게 SNS 계정을 만들기를 요구하고, 독자가 작가에게 SNS 계정으로 직접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요즘에는 얼마든지 있을 법한 일이라 너무나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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