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할 거면 은밀하게 2
오므 더 라이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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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 가문의 후계자 해럴드와 하녀 미아의 금단의 사랑을 그린 만화 <사랑을 말할 거면 은밀하게> 2권이 나왔다. 이제까지 아무도 모르게 둘만의 사랑을 키워온 해럴드와 미아. 하지만 해럴드의 어머니가 해럴드의 결혼 준비를 서두르면서 둘 사이에 긴장이 생긴다. 1권에 이어 2권에도 해럴드의 신부 후보로 예상되는 아가씨가 등장한다. 바로 해럴드의 어머니의 친구의 딸, 로즈마리다. 


미아는 로즈마리의 외모와 성격이 자신과 비슷해서 불안해한다. 심지어 로즈마리가 해럴드를 좋아하는 듯한 기색을 보이자 평소에는 하지 않던 실수까지 저지른다. 나중에야 로즈마리가 저택에 온 건 해럴드의 신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 때문이라는 게 밝혀진다. 그건 다행이지만, 그 이유 때문에 미아는 해럴드의 하녀로서 해럴드와 함께 하거나, 해럴드와 헤어지는 대신 하녀의 신분에서 벗어나는 것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과연 미아는 어떤 선택을 내릴까. 나라면 어느 쪽도 택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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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못 내는 소녀는 「그녀가 너무 착하다」고 생각한다 1
야무라 이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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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성증으로 인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소녀 마시로는 전학 간 학교에서 좀처럼 친구를 사귀지 못한다. 필담으로 밖에 대답하지 못하는 마시로가 친구들에게는 답답한 모양이다. 그런 마시로에게 첫 친구가 생긴다. 친구의 이름은 코코사키. 무뚝뚝한 표정과 대조적인 양갈래 머리가 인상적인 코코사키는, 사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마시로가 하고 싶은 말을 종이에 적기 전에 마시로의 마음을 읽고, 그 결과 둘은 누구보다 대화가(?) 잘 통하는 사이가 된다. 


코코사키는 남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외면하면 남들을 원망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탓하는 마시로의 마음을 읽고 '그녀가 너무 착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마시로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자신에게 기꺼이 친구가 되자고 손을 내밀어준 코코사키가 '너무 착하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서로를 너무 착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라니. 이런 둘의 우정이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2권도 얼른 읽고 싶다. 이 둘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는 같은 반 친구들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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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는 마음
김유담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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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기혼 여성의 임신, 출산, 양육에 대한 소설은 잘 읽지 않는다. 비혼이라서 백 퍼센트 공감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지만, 소설에 나오는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산후우울증을 겪거나 독박 육아를 하거나 남편 쪽 가족과의 문제로 괴로워하는 여성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는 탓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유담 작가의 소설집 <돌보는 마음>을 읽은 건,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출산을 하든 안 하든, 돌봄 노동은 인간이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비혼이기 때문에, 아이가 없기 때문에 하게 되는 돌봄 노동에 대한 생각도 있다. 시부모를 모실 부담은 없지만 내 부모를 온전히 나 혼자 돌봐야 한다는 걱정. 아이를 키울 책임은 없지만 내가 늙으면 아무도 나를 돌보지 않을 거라는 불안. 이런 것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온다. 


이 책에는 주로 여성들이 돌봄 노동을 하면서 겪게 되는 불편한 상황과 그로 인한 어려움을 그린 소설들이 담겨 있다. 작가는 실제로 임신과 출산, 양육을 경험하면서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을 구상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소설의 배경도 산후조리원, 맘카페 등 현실의 공간들이 주로 나오고, 내용도 베이비 시터 구하기, 어린이집 정하기 등 구체적이고 생생한 문제들을 주로 다룬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 자주 떠올랐다. 좁게는 가족 내에서 딸이라는 이유로, 아내라는 이유로, 며느리라는 이유로 당하는 크고 작은 차별과 불합리를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그랬고, 넓게는 이러한 차별과 불합리가 한국 사회 전반에 일종의 관습 또는 문화로 자리 잡아 계승되는 현실을 포착했다는 점에서 그랬다. 


"미야, 큰엄마 말 들어라. 나 하나 불편하면 모두가 편하고 웃게 된다. 결혼해서 여자는 그런 마음으로 살면 되는 거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것 같지만 다 안다. 다른 사람들이 안 알아주면 부처님이라도 알아주신다." (<안(安)>, 65쪽) 


<안(安)>의 윤미는 결혼 후 매주 금요일 저녁이 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가빠지는 증상에 시달린다. 주말마다 시가에서 가족 모임을 치른 후 설거지를 하고 싱크대와 가스레인지를 깨끗이 청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가의 살림을 돕느라 정작 살고 있는 집은 청소할 시간이 부족해 제대로 치우지 못할 정도다. 이런 어려움을 호소하면 남편은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자기 가족의 편을 들며 윤미를 탓한다. 


<돌보는 마음>의 미연은 마흔이 넘어 첫 딸을 낳은 후 복직 시점을 두고 고민하는 중이다. 미연이 다니는 직장은 최대 2년까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데, 임신만 해도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직장 분위기상 육아휴직을 2년 쓰면 원래 팀으로 복귀는커녕 복직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래서 미연은 육아휴직 6개월 만에 복직을 결심하는데 아이를 맡아줄 베이비시터 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베이비시터를 구해도 그가 제대로 아이를 돌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집에 설치한 CCTV를 들여다보느라 업무를 볼 때에도 마음이 안 놓인다. 


"가사 업무까지 깔끔하게 가능한 15년 경력의 베이비 시터 월급으로 한 달에 240만 원은 많은 걸까, 적은 걸까. 미연은 그것을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월급 절반 이상을 시터 비용으로 지출해야 한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돌보는 마음>, 153쪽) 


"엄마, 아들한테는 이런 거 대놓고 해 달라고 못 하죠? 왜 마스크 구해 드리는 건 딸이나 며느리여야 해요?" (<특별재난지역>, 234-5쪽) 


그러나 <82년생 김지영>에 비해 이 책은 훨씬 덜 답답하고 어떤 대목에서는 통쾌함마저 느낄 수 있었다. 가령 <안(安)>의 윤미는 주말뿐 아니라 주중에도 시가로부터 호출을 받는 일이 잦아서 힘들다고 남편에게 하소연했다가 이런 말을 듣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저버릴 만큼 그 일이 그렇게까지 중요하니?"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을 느낀 윤미는 이런 말을 한다. "아니, 내 일을 포기할 정도로 너를 사랑하지 않아." 얼마 후 윤미는 이혼을 결정했고 큰엄마는 윤미에게 직접 편지를 쓸 만큼 윤미의 이혼을 말렸지만, "남의 집 맏며느리 역할만 하다가 좋은 날은 누려 보지도 못하고" 죽은 큰엄마를 보면서 윤미는 자신의 결정이 옳았음을 확인한다. 


<대추>의 결말도 대단하다. 폐암으로 입원한 외할머니의 병실을 찾은 '나'는 외할머니가 좋아하는 대추를 사드렸다가 당신네 집 대추보다 맛이 없다는 지청구를 듣는다. 손자(子)라는 이유로 외할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한 외사촌 영석은 할머니가 먹고 싶어 하는 할머니네 집 대추를 따다 드리겠다고 약속한다.


이래서 어른들이 아들, 아들 하나보다 하고 감탄하는 '나'에게 영석은 이런 말을 한다.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대추를 기분 좋게, 맛있게 드시고, 그리고...... 빨리 죽었으면 좋겠어." 손자 때문에 하루라도 더 살고 싶어 하는 할머니와, 할머니를 간병하느라 고생하는 엄마를 위해 할머니가 하루라도 빨리 죽기를 바라는 손자. 이 둘, 아니 셋의 삼각관계는 생각할수록 기묘하고 서늘하다. 


<연주의 절반>은 기혼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사실적으로 묘사함을 넘어 지향해야 할 상태를 보여준다. 출산 후 육아휴직 중인 민선은 우연히 동네 공원에서 입사 동기였던 연주를 만난다.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임신을 계기로 퇴사한 연주가 사고로 아들을 잃고 이혼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마음이 안 좋았다. 민선은 육아로 지친 자신을 대신해 아들 민찬을 돌봐주는 연주에게 고마우면서도, 연주가 민찬에게서 죽은 아들을 겹쳐보는 것 같아 불편함을 느낀다.


결국 둘의 사이는 틀어지지만, 이후 민선은 덴마크로 떠난 연주가 웹툰 작가로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과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공여받아 출산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고 기뻐한다. 연주에게 다시 아이가 생겨서가 아니라, 연주가 스스로 원하는 삶을 선택하고 그것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이때 비로소 민선은 연주에게 있어 단순한 직장 동료 이상인 '친구'가 된다. 


'돌보다'는 '돌아보다'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돌아보는 마음. 이미 본 것을 일부러 돌아서 다시 보는 마음의 기저에는 물론 사랑도 있겠지만, 사랑 말고도 다양한 감정이나 욕망이 있을 수 있다. 아마도 나는 앞으로 돌봄의 무게가 내 삶을 짓누를 때마다 이 소설집을 떠올리게 될 것이고, 그때마다 이 소설집에 나오는 인물들의 마음과 나의 마음을 견주어 볼 것 같다. 그때의 내 마음이 그저 사랑뿐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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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을 잘 치는 도련님 1 - 멸망 1333
마츠이 유세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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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나라 이웃나라>, <데굴데굴 세계여행> 같은 만화책으로 역사를 배운 사람이라서 그런가. 역사 만화 또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만화를 보면 정신없이 빠져들게 되는데, 이 만화가 그랬다. <암살교실>, <마인탐정 네우로> 등을 그린 마츠이 유세이의 최신작 <도망을 잘 치는 도련님>은 일본의 역사 중에서도 14세기 가마쿠라 막부 말기의 역사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가마쿠라 막부 말기의 인물 하면 유명한 사람이 훗날 무로마치 막부를 여는 아시카가 타카우지인데, 이 만화의 주인공은 아시카가 타카우지가 아니라 그가 배신한 주군(호죠 타카토키)의 아들인 호죠 토키유키다. 호죠 토키유키는 일본의 역사 교과서에도 잘 나오지 않을 만큼 인지도가 낮은 인물인데, 작가가 그에게 주목한 건 막부가 무너지고 아버지와 이복형이 처참하게 죽은 후에도 요리조리 잘 도망쳐서 꽤 오래 살아남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만화의 제목이 <도망을 잘 치는 도련님>인 듯하다.) 


막부의 싯켄인 호조 가문의 계승자인 아버지의 뒤를 이을 운명이었던 소년 호조 토키유키는 아시카가 타카우지가 일으킨 반역에 의해 아버지와 이복형을 잃고, 고향인 가마쿠라를 떠나 숨어 다니는 신세가 된다. 이 과정에서 시나노의 신관 스와 요리시게와(평소엔 미남인데 이따금 무서운 표정을 짓는다) 그의 아들딸의 도움을 받게 되는데, 배신과 암살이 일상인 현실을 어린 소년이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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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화한 귀족의 휴가의 권장 4
모모치 지음, Sando 그림, 문기업 옮김, 미사키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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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화한 성품의 귀족 리젤이 과거의 기억을 잃고 이세계를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만화 <온화한 귀족의 휴가의 권장> 4권이 나왔다. 어느 마을을 지나가게 된 리젤과 질은 광장 같은 곳에서 공연을 하는 것을 보고 자리를 잡는다. 그런데 무대에서 한 여성이 나오더니, 바이올린 연주자가 손목을 삐는 바람에 연주를 할 수 없게 되었다며 바이올린을 대신 연주할 사람을 구한다. 그러자 리젤이 손을 들고, 과연 귀족 같은 풍모와 자세로 우아하게 연주를 시작한다. 


그런데 갑자기 이변이 발생한다. 리젤을 겨냥한 것이 분명한 화살이 무대 쪽으로 날아온 것이다. 알고 보니 그는 표면적으로는 모험가이지만 실제로는 도적단의 두목으로, 귀족이면서 일도(一刀)라고 불리는 질의 비호를 받는 리젤을 탐탁지 않게 여겨서 리젤을 위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협이라기에는 리젤을 두고 질과 도적이 경쟁하는 모양새인데... (결국 비엘인가) 성격이 온화한 리젤, 질과는 대조적인 캐릭터가 나와서 모처럼 재미있었다. 5권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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