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학의 자리
정해연 지음 / 엘릭시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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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간 잡지 <미스테리아>에서 정해연 작가님의 인터뷰를 읽고 궁금해져서 구입한 책이다. 이제까지 주로 일본과 미국, 영국 작가들이 쓴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읽었는데, 최근에는 한국 작가가 쓴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도 종종 읽는다. 몇 달 전에 읽은 서미애 작가님의 <잘 자요 엄마>,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도 좋았고, 읽은 지는 꽤 되었지만 이두온 작가님의 <타오르는 마음>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야기는 어느 지방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남자 교사 준후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지방 근무를 핑계로 오래전에 애정이 식은 아내와 별거 중인 준후는, 혼자 산다는 이유로 다른 교사들로부터 업무를 떠맡아 야근을 하게 되는 일이 많다. 그날도 밤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하고 있던 준후는 한 통의 문자를 받는다. 발신인은 준후가 담임을 맡고 있는 반의 학생인 다현. 사실 둘은 비밀 연애 중인 연인 사이로, 준후는 자신의 아내보다 다현을 사랑하지만, 둘의 나이 차와 사제지간이라는 사회적 위치 때문에 아무에게도 둘의 사이를 공표할 수 없다. 


다현의 문자를 받은 준후는 다현을 만나러 교실로 가고, 그곳에서 둘만의 은밀한 시간을 가진다. 그 후 야간 순찰을 도는 경비원을 따돌리기 위해 잠깐 동안 교실 밖으로 나갔던 준후는, 다시 교실로 돌아왔다가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된다. 교실을 떠나기 직전까지 자신의 품에 안겨 있었던 다현이 목을 매고 죽어 있는 것이다. 다현의 죽음보다도, 다현이 죽기 직전 자신과 밀회를 가졌다는 사실을 들키는 게 두려웠던 준후는, 그 길로 다현의 시체를 빼돌려 호수에 버린다. 그리고 며칠 후, 다현의 시체가 호수 위로 떠오르는데... 


마지막 반전이 엄청 중요한 작품인데, 사실 나는 반전을 아는 상태로 이 소설을 읽어서 반전이 나오는 대목에서 큰 충격을 받지는 못했다. 그 대신 반전을 숨기기 위해 작가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주목하면서 이 소설을 읽었는데, 이게 맞는 독법이었는지 모르겠다. 아... 나도 스포일러 안 보고 이 소설 읽을걸... (근데 스포일러 안 봤으면 이 소설을 읽었을지 모르겠다. ****와의 **이 소재인 소설을 내가 읽을 리가...) 아무튼 소설 자체는 재미있게 읽었고, 소설로만 성립 가능한 반전이라서 좋았다. (영화, 드라마화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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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드라이브 오늘의 젊은 작가 31
조예은 지음 / 민음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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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에서 나온 박소영 작가의 소설 <스노볼>을 읽고 리뷰를 쓰려고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검색하다 비슷한 제목의 소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똑같이 '스노볼'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소설이 발표된 게 신기하기도 하고, 두 작품이 어떻게 다르거나 비슷한지 궁금하기도 해서 바로 구입해 읽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디스토피아가 배경인 건 같은데 작품의 결이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이야기는 모루와 이월의 시점이 교차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엄마, 이모와 함께 사는 모루는 하고 싶은 일이 하나도 없는 자신에게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묻는 어른들이 너무 싫은 평범한(!) 중학생이다. 까마득한 미래를 생각할수록 두렵고 불안할 뿐이니 아예 세상이 망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모루에게 어느 날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한여름에 눈이 내리는 걸로 모자라, 그눈이 녹기는커녕 점점 쌓여서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로 7년 동안 녹지 않는 눈이 계속 내렸고, 그동안 모루는 엄마를 여의고 하나 남은 혈육인 이모마저 실종되었다. 계속 내리는 눈 때문에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집 근처에 생긴 눈 소각장에 취업한 모루는 그곳에서 우연히 중학교 동창인 이월을 만난다. 가난한 모루와 달리, 유명 연구소의 높은 직책에 있는 아버지와 중학교 이사장인 새엄마를 둔 이월이 대체 왜 여기에 온 걸까. 어렵게 만난 모루와 이월은 힘들게 마음의 문을 열어 각자의 이야기를 꺼내게 되고, 그 결과 세상에서 가장 멀리 있는 듯 보였던 두 사람이 실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던 가장 닮은 존재란 걸 깨닫게 된다. 

처음에 녹지 않는 눈이 계속 내린다는 설정을 상상했을 때는 그저 낭만적이고 아름답게 느껴졌는데, 그 눈이 생물체의 피부에 닿으면 그 즉시 발진과 염증을 일으키고 수분을 흡수해 건조시킨다는 설정을 읽고는 끔찍하고 무서웠다. 소설의 설정일 뿐이지만, 실제로 수백 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비닐과 플라스틱 같은 물질들이 (녹지 않는 눈처럼) 지표면에 쌓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루와 이월처럼 생존 외의 모든 것을 사치라고 느끼는 젊은이들이 나오지 않으란 법이 없다. 아니, 이미 그런 미래가 도래했는지도 모른다. 

모루와 이월은 운좋게 서로를 만났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소설 속에서 사람들은 살기가 힘들어질수록 서로 돕기는커녕 남들을 차별하고 혐오하며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도 경제가 어려워지거나 팬데믹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인간의 이기심은 정당성을 얻고 부도덕과 불의가 활개를 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나를 믿고 이해해줄 단 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소망은 꿈일까 욕심일까. 모루와 이월이 처한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 (책을) 읽었는데, 다 읽고 나니 부럽다. 나에게도 모루와 이월 같은 사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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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좋았던 시간에 - 김소연 여행산문집
김소연 지음 / 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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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산문, 사진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여행 산문집입니다. 밤마다 숨고르기 하면서 읽기에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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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좋았던 시간에 - 김소연 여행산문집
김소연 지음 / 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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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밤마다 이 책을 아껴 읽었는데 이런저런 일들로 소란한 머릿속을 비우기에 제격이었다. 아마 이 책을 쓴 김소연 시인도 그런 마음으로 여행을 하지 않았을까. '여행을 떠난다'는 말을 '출장을 마친다'는 말로 대체할 만큼 여행을 자주 하고 좋아한다고 하니 더욱 그런 확신이 든다. 여행기가 아니라 '귀향기'라고 봐도 좋은 책이라서 그런가. 읽는 내내 왠지 모르게 정답고 푸근한 마음이 들었다. 


저자가 찾은 '고향'은 일본 오키나와, 홋카이도, 네팔, 볼리비아, 프랑스 파리, 터키, 인도, 몽골 등이다. 어느 곳도 내가 가본 곳이 아닌데 이상하게 친근하고 정겨웠다. 여행을 하는 동안 매번 좋은 사람만 만나고 매 순간 좋은 감정만 느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나쁜 사람을 만나 불쾌한 일을 겪은 때에도, 예상치 못한 일을 겪고 좌절한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인생은 계속된다. 여행의 목적보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과정이 좋았다는 식의 성찰. 흔하게 듣는 말이지만 잊기 쉬운 마음가짐이라 새삼 감동했다. 


시인이 쓴 여행 산문집답게, 이 책에는 저자의 시와 산문이 함께 배치되어 있다. 짧은 호흡으로 가만히 읽게 되는 시와 긴 호흡으로 내처 읽게 되는 산문이 같이 있으니 읽는 맛이 색달랐다. 여행지의 풍경을 담은 사진이 다수 실려 있어 눈도 즐거웠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일까. 그렇다면 실력이 대단하다. 좋아하는 시인이 쓴 산문집 리스트에 추가할 책이 늘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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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lbird 2022-05-02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껴 읽고 있어요^^
 
정리 잘하는 사람은 이렇게 합니다
고메다 마리나 지음, 박연정 옮김 / 한빛라이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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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으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한다. 프리랜서인 나는 오래전부터 재택근무를 해왔지만, 재택근무 경험 없이 직장에서만 일하다 갑자기 집에서 일을 하게 된 사람들은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일본의 정리수납 어드바이저인 저자는 집에서 일이나 공부를 할 때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방 '정리법'을 소개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사무실이나 독서실에서는 집중이 잘 되는데 집에서는 집중이 잘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일 또는 공부를 하다가 딴 생각을 하는 이유는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시각을 자극하는 것이 너무 많아서일 수 있다고 한다. 일 또는 공부와 상관없는 책이나 잡지, 스마트폰, 잡다한 문구류, 음식, 사진 등이 시야에 들어오면 아무리 집중하려고 애써도 집중할 수 없게 되고, 그만큼 집중력이 떨어지고 일과 공부의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 


집중력이 높아지는 방을 만들기 위해 저자는 다음의 팁을 제시한다. 


1. 책상에 물건을 두지 마라 : 기본적으로 책상 위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 가장 좋다. 빨리 집중하고 싶다면, 우선 메모지에 해야 할 일을 적는다. 그런 다음 책상 위에 있는 물건을 전부 치운다. 책이나 문서, 문구류는 필요한 것만 그때그때 꺼내서 사용하고, 사용 후 반드시 제자리에 돌려놓는다. 컴퓨터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 등도 가능한 한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 적은 상태로 만든다(모니터 암,  무선 키보드, 무선 마우스 등 활용). 


2. 자주 사용하는 물건은 가까이 둔다 :  저자는 물건을 '사용 빈도'에 따라 일일 폴더(오늘 사용한 물건) - 주간 폴더(일주일 이내에 사용한 물건) - 월간 폴더(1개월 이내에 사용한 물건) - 연간 폴더(1년 이내에 사용한 물건) 순으로 분류한다. 이 중에 일일 폴더는 (책상 위가 아니라) 책상에서 손이 닿는 범위에 놓은 공간 박스 상단에 보관하고, 주간 폴더는 공간 박스 중, 하단에 보관한다. 월간 폴더는 벽장이나 옷장의 핸디존, 연간 폴더는 창고에 보관한다. 어느 폴더에도 해당하지 않는 물건은 과감하게 처분한다. 


이 밖에도 정리에서 인테리어는 마지막의 마지막에, 종이나 옷은 버리지 말고 공유한다, 책 정리법, 서류 정리법, 책상과 의자 선택 방법, 소형 디지털 기기 선택 방법, 어댑터 정리법 등 다양한 정리법과 정리 기술을 소개한다. 내용이 구체적이고 실용적이며, 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과 사진 자료가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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