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의 길 - 오직 사진가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사진론
케이채 지음 / 호빵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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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하루에 몇 장 정도의 사진을 볼까. 책이나 신문, 잡지 등을 통해 보는 사진을 비롯해 인터넷과 SNS를 통해 보는 사진을 모두 합하면 적어도 수십, 많게는 수백, 수천 장의 사진을 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진가는 보통 몇 명 정도 될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균적으로 매일 수백 장의 사진을 보는 나조차도 알고 있는 사진가의 이름은 김중만, 조선희, 정멜멜, 케이채 님 정도다. 이 중에 가장 가깝게 느껴지는 분은 단연 케이채 님. 몇 년 전 트위터에서 우연히 케이채 님을 알게 되었고, 그동안 케이채 님이 게시하는 글과 사진을 쭉 지켜보면서 사진가로서만이 아니라 직업인으로서, 인간으로서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고 느꼈다. 


2021년에 출간된 이 책에는 저자 케이채의 사진에 대한 철학과 사진가로 살아오면서 생각한 것들이 담겨 있다. 사진가가 쓴 사진에 관한 책이라고 하면 사진이 많이 담겨 있을 것 같은데, 이 책에는 사진이 한 장도 없다. 이는 사진 한 장도 함부로 여기지 않는 저자의 태도 내지는 철학과 관련이 있다. 저자는 연예인들이 몇 달 사진 좀 찍고는 사진작가라며 전시하고 책을 내는 것을 좋게 보지 않는다. 사진을 생업으로 삼은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라고 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저자는 갤러리에 카페를 내라는 조언을 절대 따르지 않는다. 자신이 사진가로 존중받기를 원하는 만큼, 타인의 직업도 존중하고 싶기 때문이다. 


사진을 잘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진을 '잘' 찍고 싶다면 카메라와 렌즈에 대해 공부하면 된다. '나의' 사진,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면 다른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나의' 사진을 찍고 싶다면 나부터 알아야 한다. 저자는 흑백 사진을 찍지 않는다. 평소에 노란 안경, 빨간 티셔츠 등 다채로운 컬러의 옷을 즐겨 입을 만큼 컬러를 사랑하므로, 사진 또한 컬러 사진을 찍는 것이 자기답다고 느낀다.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진 한 장에는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찍었는지가 다 담기고, 그것은 사진을 찍은 사람의 내면과 태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사진에 대한 저자의 조언은 사진 이외의 분야에도 통한다. 남들과 똑같은 것을 보고 똑같은 결과물을 내려고 하면 남들처럼 밖에 안 된다. 힘들어도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욕을 먹더라도 나만 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내면 내가 되고 싶은 나, 나만이 될 수 있는 내가 될 것이다. 저자의 조언이 허황된 말로 느껴진다면 저자의 사진을 직접 보라. 사진이 차고 넘치는 시대에 '전업' 사진가로 활동하는 사람의 사진은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걸 분명히 알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다면 그런 사진을 찍기 위해 저자가 얼마나 진지한 자세로 자기 자신을 갈고닦았는지를 여실히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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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리커버 특별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0번 출간 기념 리커버 컬렉션
메리 셸리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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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누구나 잘 알지만 막상 아무도 읽지 않은 책을 고전이라고 부른다고 했던가. 오랫동안 나에게 이 소설은 제목만 알고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는 다수의 고전 문학 작품 중 하나였다. 내용을 모를 뿐 아니라 오해하기도 했다.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제목이 소설에 나오는 흉측한 외모의 괴물이 아니라 그 괴물을 탄생시킨 주인공의 이름에서 왔다는 사실을 몇 년 전까지 몰랐다. 작가가 여성이라는 것도, 당시에는 여성의 이름으로 책을 출간할 수 없어서 남편의 이름을 빌려서 초판을 출간했다는 것도 최근에야 알았다. 


스위스 제네바의 명문가에서 태어난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은 지적 호기심이 충만한 청년이다. 연금술을 비롯한 고대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빅토르는 대학에서 최신 과학을 접하고 2년이나 고향에 돌아가는 걸 미룰 만큼 공부에 푹 빠진다. 그 결과 빅토르는 인간의 기술과 지식으로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되고, 거대한 크기와 흉측한 외모의 괴물을 스스로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자신이 생명체를 만들어냈다는 사실과, 자신이 만든 생명체의 흉측함에 깜짝 놀란 빅토르는 연구실을 잠시 비운다. 그 사이 괴물은 사라지고, 빅토르는 잠시 괴물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안도했으나 언제 또다시 그 괴물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공포에 떨기 시작한다. 


이후의 전개는 미스터리 소설이나 스릴러 소설의 그것에 가깝다. 고향에서 빅토르의 동생 윌리엄이 누군가에게 살해를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빅토르 가족의 하인이자 친구인 유스틴이 범인으로 지목된다. 빅토르는 유스틴이 범인이 아니란 걸 알았지만 유스틴은 형장의 이슬이 되고, 죄책감에 사로잡힌 빅토르는 혼자서 여행을 떠났다가 자신이 만든 괴물과 조우한다. 괴물은 빅토르의 연구실을 떠난 후 자신이 겪은 일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더 이상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반려자가 될 괴물을 하나 더 만들어달라고 부탁한다. 과연 빅토르는 괴물의 부탁을 들어줄 것인가... 


이 작품은 인간의 탐욕과 오만이 어떤 폐해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경고한 작품으로 읽을 수도 있고, 인류가 만들어낸 과학 기술 문명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를 상상한 작품으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이런 이유로 이 작품을 SF 소설의 시초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작품은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의 내면이 얼마나 다양하고 복잡한지, 그리고 인간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위악적인지를 보여주는 작품인 것 같다.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죽음과 전염병의 유행 등 힘든 일을 많이 겪은 빅토르는 내면의 우울이나 분노를 직접적으로 표출하지 않고 독서와 학문의 세계로 도피했다. 그 결과 빅토르가 탄생시킨 괴물은 물리적인 실체가 있는 괴물이 아니라, 오랫동안 빅토르의 내면에 있었으나 빅토르 자신은 인정하지 않았던 정념의 집합체가 아니었을까. 실제로 작가 메리 셸리가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재혼, 계모의 차별 등으로 점철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빅토르와는 다르게)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빅토르와 똑같이) 독학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을 습득했다는 글을 읽고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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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 이순자 유고 산문집
이순자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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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어른들이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하실 때면 하나하나가 한 편의 드라마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여성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가 그렇다. 겉보기엔 유복하고 평탄한 삶을 살아오셨을 것 같은 분이, 어릴 적 딸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철모르는 나이에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시집을 가 호된 시집살이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누구에게나 각자의 고통이 있고, 그러니 타인의 삶을 함부로 넘겨짚거나 동정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책은 62세에 취업 전선에 나선 경험을 담은 수필 <실버 취준생 분투기>로 2021년 매일신문 시니어문학상 논픽션 부문에 당선되었으나 안타깝게도 얼마 뒤 세상을 떠난 이순자 작가의 유고 산문집이다. 책에는 그가 작가의 꿈을 안고 마지막 순간까지 써 내려간 삶의 기록이 담겨 있다. 


이순자 작가의 초년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에 유복자로 태어난 그는 가난한 집안 사정 탓에 밥 대신 물로 배를 채운 적이 많았다. 중학교 2학년 때 청각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각자 살기 바쁜 가족들은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결핵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취업 전선에 나섰지만, 청각 장애가 있는 여성을 사무직에 채용하는 회사가 없었다. 첫사랑도, 결혼 생활도 행복한 결말을 맺지 못했다. 남편의 외도로 이혼했을 때, 그의 나이 54세. 4대가 함께 사는 종갓집 며느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산 세월이 남긴 것은 이혼의 고통과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현실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자의 삶은 이혼을 계기로 바뀌었다. 이혼 후 절망에 빠진 그에게 딸이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공부를 해보라고 제안했다. 사회복지학과를 나와서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취업하는 게 최선으로 보였지만, 속으로는 문예창작학과에 끌렸다.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했던 어린 시절의 꿈을 늦게라도 이루고 싶었다. 사이버대학교의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한 그는 부지런히 글을 썼다. 생계를 위해 일을 나가고, 봉사를 하러 다니는 와중에도 틈틈이 글을 썼다. 그 결과 여러 매체에 글을 발표하고, 전국 장애인문학제 대상, 매일신문 시니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꿈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이런 성취, 이런 행복을 누릴 수 있었을까. 


책을 읽는 동안 이순자 작가의 노력과 열정에 감동하는 한편으로, 이런 글을 쓰는 작가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글이란, 어릴 때부터 전문적으로 글쓰기를 교육받은 작가의 글이 아니라, 사회 구석구석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을 글로 기록한 저널리스트형 작가의 글이다. 더욱이 이순자 작가는 여성이고 장애인이고 노인이다. 많이 배우지도 못했고, 중산층 이상의 경제력을 가지지도 못했다. 지금 한국에서 발표되는 글 중에 남성, 비장애인, 고학력자, 중산층 이상의 경제력을 가진 사람 이외의 관점과 경험을 반영한 글이 얼마나 될까. 이 책에 실린 <실버 취준생 분투기>처럼 사회 각계각층의 삶을 조명한 글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순자 작가의 삶은 산문집 한 권과 시집 한 권으로 남았지만, 이 책을 읽은 나는 그의 삶이 단 두 권의 책으로 정리될 만한 것이 아님을 안다. 그가 살면서 겪은 고통, 흘린 눈물, 베푼 사랑과 인정, 용서 등등을 어떻게 이런 책에 다 담을 수 있을까. 이순자 작가의 치열했던 생애와 노력이 결국 빛을 보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작가 자신이 책의 완성과 출간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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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일의 영국 - 워킹홀리데이로 만난 영국 문화 이야기
윤정 지음 / 세나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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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일본 문화에 푹 빠져 있었던 나인데, 요즘은 영국 문화에 관심이 많이 간다. 영국에서 만든 영화와 드라마를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국의 배우들에게 관심이 갔고, 그들이 연기하는 작품들의 원작을 찾아 읽다 보니 아서 코난 도일, 아가사 크리스티, 찰스 디킨스 같은 영국의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에도 눈길이 갔다. 정신을 차려 보니 십 대 시절부터 이십 대 시절 내내 일본 드라마와 예능에서 눈을 떼지 않았던 내가, 이제는 BBC 뉴스를 보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영국 드라마를 보면서 하루 일과를 마친다. 비례해서 영어 실력도 늘면 좋으련만... 


그런 내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500일의 영국>이다. 대학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일본 교환학생 시절 영국인 남자친구 알렉스를 만났다. 그를 따라 영국 워킹홀리데이에 지원한 저자는 지금도 영국 학교의 방과 후 한국어 교실에서 일하며 영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책에는 저자가 그동안 영국에서 지내며 직접 경험한 영국과 영국 문화, 영국 여행, 영국에서 일하기, 영국에서의 일상이 자세히 나와 있다. 저자는 따로 숙소를 구하지 않고 남자친구의 가족이 사는 집에서 홈스테이를 했다. 덕분에 영국인들이 주로 어떤 집에 살고, 가정에서 어떤 식으로 생활하며, 가족 구성원들이 어떻게 관계 맺는지를 가까이서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었다. 영국인들은 가족끼리 여행이나 캠핑을 즐겨 하며, 정원을 가꾸고 동물을 돌보는 일에 관심이 많고, 기념일을 잘 챙긴다. 집에서 가장 큰 침실을 아들의 (아내도 아니고) 여자친구인 저자에게 내주는 대목에선 육성으로 탄성이 나왔다(한국이라면 어땠을까?). 


한국어 강사로 바쁘게 일하는 틈틈이 영국의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저자가 찾은 곳은 런던을 시작으로 바스, 옥스퍼드, 콘월, 데번, 카디프, 에든버러 등등. 웨일즈에 거주하는 저자는 런던에 갈 때마다 관광객이 되어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고 한다. 저자가 선호하는 런던 애착 숙박 장소는 노팅힐과 하이드 파크 근처. 이동할 때는 지하철이 아닌 런던의 상징인 빨간 이층버스를 타는 걸 좋아한다. 콘월과 데번은 영국인들이 사랑하는 여름 휴양지답게 풍광이 매우 아름답고, 대학 도시로 유명한 옥스퍼드는 노숙자들조차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영국에서 일한 이야기도 자세히 나온다. 저자가 영국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한 기간은 공교롭게도 팬데믹 기간과 딱 겹쳤다. 록다운으로 인해 출퇴근은커녕 가벼운 외출조차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저자는 외국어 교육 전문 온라인 플랫폼에 한국어 강사로 취업해 주로 온라인으로 수업하며 돈을 벌었다. 일하는 틈틈이 출판사에 기획서를 제출해 책을 내기도 하고, 네이버 웹툰, 인스타그램 등에 웹툰을 올리며 웹툰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좋아하는 것도 많고 잘하는 것도 많은 저자라서, 앞으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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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소감 - 다정이 남긴 작고 소중한 감정들
김혼비 지음 / 안온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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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아무튼, 술>, <전국 축제 자랑> 등을 쓴 김혼비 작가님의 산문집이다. 전작들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기대가 컸는데, 이 책도 역시 좋았다. 책 자체는 두껍지 않고, 글 한 편의 길이도 짧은 편인데, 내용이 의외로 묵직하고 문장이 워낙 좋아서 한 호흡에 후루룩 읽지 않고 한 편씩 아껴 읽었다. '다정다감'을 비튼 '다정소감'이라는 제목처럼,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사소한 감정이나 흔한 생각에 어떤 약점 또는 허점이 있는지 지적하는 대목이 많아서 좋았다. 공감과 위로가 주로 내세우는 요즘의 산문집들과는 조금 다른 결의 책이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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