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솔아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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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기대하며 구입하는 책이다. 올해는 북클럽 문학동네 에디션으로 읽었다. 올해의 수상 작가는 임솔아, 김멜라, 김병운, 김지연, 김혜진, 서수진, 서이제다. 이 중에 이 책에 실린 단편 말고 다른 단편이나 장편을 읽어본 작가는 김혜진 작가뿐이다. 달리 말하면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작가를 알게 되거나 무심히 넘겼던 작가를 새롭게 발견할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인데, 실제로 그랬다. 


일곱 편의 소설 중에 가장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던 소설은 김병운 작가의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이다. 게이 소설가인 '나'에게는 오래전 게이 인권단체에서 운영하는 독서 모임에서 만나 친해진 주호라는 친구가 있다. 주호는 처음에 자신을 양성애자라고 소개했고 나중에는 무성애자라고 고백했다. 그랬던 주호가 현재는 인주라는 여자를 만나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안 '나'는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대체 주호는 어떤 사람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타인은 우리가 아는 그대로의 타인이 맞을까. 혼란스러워하는 '나'를 보면서 나 역시 큰 혼란을 느꼈다. 


가장 유쾌했던 소설은 김멜라 작가의 <저녁놀>이다. '눈점'과 '먹점'이라는 애칭으로 서로를 부르는 레즈비언 커플의 일상을 바라보는 화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딜도다. 혹시라도 필요할 때가 있을까 봐 큰맘 먹고 구입한 딜도가 잊히고 버려지는 모습을 보면서 통쾌한 기분을 느낀 건 나뿐일까. 서수진 작가의 <골드러시>도 좋았다. 워킹홀리데이 또는 이민의 공간으로서 호주가 등장하는 한국 소설을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편 보았는데 이 작품이 가장 비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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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숨
조해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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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것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바꿀 수도 있겠지만 바꿀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 그러나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건, 한 권의 책을 읽음으로써 나의 세상,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바꿀 수는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 책, 조해진의 소설집 <환한 숨>이 그렇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조해진 작가를 알고, 조해진 작가의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해진 작가를 모르고 흘려보낸 시간들이 아쉽고, 죽기 전까지 조해진 작가의 소설을 한 편이라도 더 읽고 싶다. 


2021년에 출간된 이 소설집에는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조해진 작가의 소설이 으레 그렇듯이 사회에서 대체로 약자, 소수자로 일컬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혼자서 암 투병 중인 중년 여성과 그를 간병하는 동창(<환한 나무 꼭대기>), 실습이라는 명목으로 공장에서 착취당하다 죽음을 맞은 특성화고 학생과 그의 담임인 계약직 교사(<하나의 숨>), 해직된 선배 기자와 해직된 기자를 대신하기 위해 임시 채용된 후배 기자(<경계선 사이로>),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정찰병이었던 노인의 죽음을 계기로 재회한 구술 기록자들(<눈 속의 사람>) 등이 그렇다. 


연령도 직업도 다양한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고의로도 실수로도 남을 해하지 않았으나 결과적으로는 남을 해한 모양이 되어 누군가가 죄를 묻거나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는 상황에 처한다는 것이다. <흩어지는 구름>에서 '나'와 남동생은 남매지만 만난 적이 거의 없다. 일찍 남편을 여읜 어머니가 아이 둘을 키울 여력이 안 되어 '나'만 남기고 남동생은 친정에 맡겼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결정한 일인데도 '나'는 남동생을 볼 때마다 죄스럽다. 어쨌든 '나'는 유년 시절 내내 어머니와 함께 살았고, 그건 남동생이 누리지 못한 혜택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또한 조해진 작가의 자전소설인 <문래>가 실려있다. 부모님이 익숙한 고향을 떠나 낯선 서울에 정착하던 시기의 일들을 되짚음으로써, 작가는 자신의 삶의 시작된 공간과 시대를 돌아볼 뿐 아니라 자신의 글이 탄생한 기원까지 돌아본다. 작가가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 높아지려 할수록 한없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 갇힌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은 것은 작가 자신이 가장 낮은 자리에서 시작했고 눈길은 아직도 거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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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랄프 로렌
손보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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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꿈꾸었던 삶을 어른이 되어 그대로 살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면 그건 멋진 일일까 아니면 끔찍한 일일까. 나는 어릴 때 꿈꾸었던 일 중에 이룬 것도 있고 이루지 못한 것도 있는데, 이룬 건 이룬 것대로 이루지 못한 건 이루지 못한 것대로 괜찮은 것 같다. 원하는 건 모두 가지고 완벽하게 꿈을 이뤘다면, 원하지 않았던 것의 매력이나 꿈을 이루는 일의 감사함을 모른 채로 살았을 것 같다. 


2017년에 출간된 손보미 작가의 장편 소설 <디어 랄프 로렌>에는 꿈꾸었던 일을 이루지 못하고 그 꿈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야기는 미국에 있는 대학원에 다니는 종수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전도유망한 대학원생인 종수는 어느 날 갑자기 연구실에서 해고된다. 하루 만에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지금 있을 곳조차 사라진 종수는 기숙사에서 짐을 빼던 도중 수영이 보낸 청첩장을 발견한다. 


그러면서 시작되는 과거의 이야기. 고교 시절 종수는 값비싼 랄프 로렌 코트를 입고 다니는 남학생이었다. 어느 날 랄프 로렌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까지 랄프 로렌 제품들을 사 모으던 수영이 종수에게 말을 건다. 랄프 로렌에게 쓴 편지가 있으니, 영어를 잘하는 종수가 영어로 번역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부탁이었다. 그때까지 공부 잘하는 모범생으로만 살았던 종수는 왠지 모르게 수영의 부탁을 들어주고 싶었다. 그러나 간단해 보였던 편지 영역은 예상과 달리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이야기는 종수의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오래전 수영이 제기한 질문, "왜 랄프 로렌은 시계를 만들지 않았는가?"의 답을 찾기 위해 온갖 신문과 책과 자료를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이름이 떠오른 인물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는 종수의 모습은 마치 사설탐정 같았고, 먼저 읽은 손보미 작가의 소설집 <맨해튼의 반딧불이>에 나오는 탐정의 모습과도 닮아 보였다. 한국 문학에서 보기 드문 소재가 많이 나와서 신선했고, 도입부에 나오는 짧은 이야기들이 소설의 다른 대목에서 다시 등장하는 구성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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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의 독서 - 김영란의 명작 읽기
김영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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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개인의 이야기도 있지만 작가와 작품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관심 있는 작가의 일대기가 궁금하거나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궁금한 독자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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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의 독서 - 김영란의 명작 읽기
김영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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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읽은 책을 다시 읽으면 느낌이 새롭다. 어릴 적에는 <작은 아씨들>이 어린 네 자매의 평범한 일상을 담은 귀여운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몇 년 전 다시 읽은 <작은 아씨들>은 아직 어린데도 각자의 성격이 확고하고 그에 따라 인생의 방향도 다르게 설계하는, 결코 '작지 않은' 여성들의 초년 시절을 그린 이야기로 읽혔다. 여성으로는 최초로 한국의 대법관이 된 김영란 전 대법관의 책 <시절의 독서>를 읽으며 다시 한번 '고전을 다시 읽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이 책은 저자의 삶을 구성한 문학작품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작은 아씨들>을 쓴 루이자 메이 올컷을 비롯해 브론테 자매, 버지니아 울프, 도리스 레싱, 마거릿 애트우드, 카프카와 쿤데라, 커트 보니것, 안데르센 등 주로 서양 작가들의 작품들을 다룬다. 저자 개인의 이야기보다는 작가와 작품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관심 있는 작가의 일대기가 궁금하거나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궁금한 독자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지만, 작가의 생애와 작품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책을 읽은 건 성인이 된 후의 일이었다. 저자는 남성 위주인 직장에서 여성이라서 일을 못한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남들의 곱절로 일을 해야 했다. 가정에서는 워킹맘이라서 살림을 못한다는 말을 들을까 봐 남편과 자식들의 케어에 최선을 다했다. 여자는 일도 하고 살림도 하느라 몸이 부족한데, 남자는 그런 여자들의 내조를 받으며 일에만 집중하면 되니 얼마나 편할까. 


그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어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읽었던 루이자 메이 올컷의 소설이나 브론테 자매, 버지니아 울프, 도리스 레싱, 마거릿 애트우드 같은 여성 작가들의 작품들이 새롭게 읽혔다. 카프카, 쿤데라, 커트 보니것, 안데르센 등의 작품도 미약한 개인이 거대한 병폐를 끌어안고 있는 사회구조와 대결하는 이야기로 느껴지면서 예상치 못한 감동을 받았다고. 이 밖에 또 어떤 작품들이 저자의 삶에 큰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하다. <시절의 독서 2>를 기대해 봐도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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