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만 팔아요, 알맹상점 - 용기를 내면 세상이 바뀌는 제로웨이스트 습관
고금숙.이주은.양래교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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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은 필요 없고 내용물만 살 순 없을까.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인터넷으로 주문한 제품의 포장을 벗기면서 누구나 한 번쯤 해보았을 생각이다. 이 생각을 현실로 만든 상점이 있다. 한국 최초의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이다. 비닐과 플라스틱 등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칫솔, 비누, 세제, 화장품, 기름 등의 제품을 포장 없이 내용물만 판매하는 알맹상점은 현재 망원과 서울역 지점을 두고 있다. 





알맹상점과 알맹상점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이 궁금하다면, 이 책 <알맹이만 팔아요, 알맹상점>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알맹상점의 고금숙, 이주은, 양래교 공동대표가 공저한 이 책에는 알맹상점이 탄생한 배경과 설립 과정을 비롯해, 알맹상점 같은 제로웨이스트 가게 또는 리필스테이션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과 누구나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 및 친환경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제안이 담겨 있다. 





이들이 처음부터 알맹상점을 만들려고 했던 건 아니다. 망원시장에서 비닐 대신 장바구니 대여하기, 자기 용기에 리필하는 '용기 내' 활동하기 등의 캠페인을 벌이면서 만나게 된 이들은 정부 보조 및 비영리단체 차원의 활동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느꼈다. 그러다 우연히 비행기 경유로 들른 태국에서 제로웨이스트 가게와 리필스테이션 사업을 접했고, 이거야말로 적당히 벌면서 잘 살고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활동이라고 생각했다. 그 때부터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치며 차근차근 준비해 현재의 알맹상점을 만들었다. 





알맹상점은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시민들, 쓰레기를 만든다는 죄책감 없이 쇼핑하고 싶은 사람들, 포장 없이 알맹이만 공급할 의지가 있는 생산자들을 연결하며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샤이니의 키(key)를 비롯해 요조, 박진희, 봉태규 등 셀럽들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책의 뒷부분에는 제로웨이스트를 위한 제품들로 채운 '왓츠 인 마이 백'과 인테리어 팁, 선물 팁 등의 읽을거리도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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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고백들 에세이&
이혜미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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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단어의 마술사다. 내가 익히 알고 있는 문장도 시인의 손을 거쳐 나오면 전혀 다른 의미와 분위기를 얻는다. 이혜미 시인의 요리 에세이집 <식탁 위의 고백들>을 읽으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다. 분명 내가 아는 재료들로 만든, 내가 아는 요리들인데 이혜미 시인의 눈으로 보니 새롭다. 어떤 재료는 마치 내가 처음 보는 재료 같고, 어떤 요리는 심지어 에로틱하게 느껴진다. 눈으로만 즐길 수 있는 문장이 아니라서 그런가. 글을 읽었는데 입맛이 돌고 온몸이 자극되는 경험은 처음이다. 





요리를 좋아하고 즐겨 하고 잘 하는 저자이건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요리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고 해서 놀랐다. 타인을 마주하는 일이 두려웠던 십 대 시절에는 거식과 폭식을 오가는 식이장애를 앓았으며, 스스로를 혐오하며 모든 음식에서 멀어진 적도 있다. 그러다 옥탑에 살게 되면서 마법처럼 입맛이 돌아왔다. 정원에 방울토마토, 깻잎, 바질, 세이지 등의 허브를 심으니 저절로 요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요리를 하면 집으로 사람들을 초대해 직접 만든 음식을 나누어먹고 싶어졌다. 





어느새 저자의 취미이자 주특기가 된 요리. 저자가 즐겨 만들고 특별히 애정하는 음식으로는 콥샐러드, 라자냐, 라따뚜이, 콘킬리에, 프렌치 어니언 스프, 스모크 크림 스튜, 안키모, 웰링턴, 무사카, 카레, 파스타 등이 있다. 책에는 각각의 음식에 관한 글뿐만 아니라 사진도 실려 있는데, 글도 좋지만 사진도 멋있어서 보고만 있어도 군침이 돌았다. 음식 이름만 보면 만들기 어려워 보이는데, 유튜브 영상 레시피를 보니 요리 초보인 나도 쉽게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gjAgvsIZB9JLr2m-psM8Sg/featured 





식재료에 대한 글도 좋다. 가장 좋아하는 글은 여름 과일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 <여름의 무른 눈가들>인데, 이 중에서도 물복숭아에 대해 쓴 대목이 정말 좋다. 이 글은 창비 팟캐스트 <북북서로>에서 황인찬 시인님의 낭독으로 먼저 접했는데, 이 낭독도 정말 좋다.


"이거 봐, 장난 아니지. 난 이런게 좋아."라고 말하던. 끊어질 듯 이어지며 손목을 타고 흐르던 과즙과 발효되어 술에 가까워진 향은 언니가 쓰던 위태로운 시들과 닮아 있었다. 언니, 그 이후로 나도 물복이 좋아졌어요. 진심으로 엉망과 진창을 사랑하기로 했거든." - 59쪽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83390/episodes/24309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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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왕생 4
고사리박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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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왕생> 5권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주문과 동시에 책장에 꽂아놓고 잊었던 4권을 부랴부랴 읽었다. 오랜만에 읽어서 앞의 이야기가 가물가물했는데, 막상 읽다 보니 다 생각이 나는 신비... 근데 이건 이 만화에서 자언이 겪는 일과도 비슷한 것 같다. 고등학교 졸업 후 사는 일이 바빠서 예전에 누구와 어떻게 살았는지 잊었던 자언. 처음 다시 고3 때로 돌아갔을 때는 친구들의 얼굴도 이름도 잘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같이 지내다 보니 조금씩 예전 생각이 나면서 그때 느꼈던 감정이나 나중에 생각해 보니 아쉬웠던 일들이 떠오른다. (인간이란 참 이상하고 신기한 존재...) 


자언과 도명의 티키타카는 언제 봐도 좋고, 자언의 친구들에 관한 에피소드는 언제나 감동적이다. 나도 자언이처럼 대학에 들어간 후로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연락이 끊겨서 그때의 우정은 뭐였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 책에 나온 대로 나중에 연락이 끊어졌다고 해서 그 시절의 감정이 거짓이었던 건 아니고, 언젠가 헤어질 걸 미리 두려워해서 현재의 인연을 소홀히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과연 이다음에 자언이에게는 무슨 일이 생겼을까. 어서 5권을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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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마타, 이탈리아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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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젊을 때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젊을 때 해야 보고 듣고 배우는 것도 많고, 그것들을 인생의 자양분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크다는 뜻일 텐데, 단순히 젊을수록 체력이 좋아서 그런 말이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 요즘의 나는 생각한다. 실제로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여실히 느끼고, 장거리 이동은 엄두가 안 난다. 그러니 여행은 더더욱 어렵게 느껴질밖에. 이런 나와 달리, 나이를 상관하지 않고 활기차게 이곳저곳으로 여행 다니시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이금이 작가님의 이탈리아 여행 산문집 <페르마타, 이탈리아>를 읽으면서도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 저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기 직전에 40년 지기 친구와 35일간 이탈리아를 여행했다. 당시 저자의 나이는 쉰여덟 살. 환갑을 앞두고 그동안 수고했다는 의미로 자기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자, 오랫동안 힘든 세월을 함께 넘어온 친구와의 우정을 기념하기 위한 여행이었다. 


오랫동안 들뜬 마음으로 준비한 여행이건만, 막상 떠나보니 무엇 하나 쉽지가 않았다. 언어도 안 통하고, 음식도 입에 안 맞고, 숙소나 관광지가 기대와 달라서 실망하는 일도 왕왕 있었다. 아무리 사이좋은 친구라고 해도 한 달 넘게 붙어 있으니 안 맞는 부분이 있었다. 저자는 작가답게 호기심도 많고 그 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유적이나 유물에 관심이 많은데, 함께 간 친구는 천천히 다니면서 푹 쉬는 여행을 추구했다. 그래서 답답했고 충돌도 있었지만, 종국에는 여행을 통해 친구를 더욱 잘 알게 되고 서로 맞춰가며 여행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런 의미에서 친구와 여행할 예정인 분에게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200쪽이 안 되는 책이지만, 밀라노, 베네치아, 볼로냐, 피렌체, 로마, 나폴리 등 이탈리아의 주요 도시들이 거의 다 나온다. 각 도시에서 인상적이었던 것과 그것과 관련한 저자 개인의 이야기가 잘 어우러져 있어서, 나처럼 당장 이탈리아를 여행할 계획은 없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 에세이를 읽고 싶은 독자도 만족할 만한 책이다. 무엇보다 나이 때문에 도전을 망설이거나 지레 겁먹고 포기한 적이 있는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나도 저자처럼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호기심 많고 해보고 싶은 일은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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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직업은 미래형이라서요 - 마흔 너머를 준비하는 여성 프리랜서를 위한 유쾌한 제안서 시소문고
박초롱 지음 / 이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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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팟캐스트 <큰일은 여자가 해야지>를 진행하고, 최근에는 산문집 <어른이 되면 단골바 하나쯤은 있을 줄 알았지>를 출간한 박초롱(a.k.a 정만춘) 작가의 책이다. 신간을 읽으려다, 몇 년 전 박초롱 작가의 책을 사놓고 여태 읽지 않은 게 생각나서 부랴부랴 꺼내 읽었다. 책에는 프리랜서 글 노동자로 살면서 겪은 애환과 프리랜서 동료들과 나누고 싶은 경험이 담겨 있다. 업무 방식에 대한 조언부터 지갑 관리 방법, 계약할 때 유의할 점, 노브랜드 탈출법, 번아웃 관리법 등 다양한 팁이 나온다. 


저자는 서울에 사는 삼십 대 중반의 비혼 여성 프리랜서다. 독립 잡자 <딴짓>과 단행본을 만드는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클라이언트의 주문에 맞춰 다양한 글을 납품하기도 한다. 프리랜서가 되기 전에는 대기업에서 일했다. 연봉도 괜찮고 사람들이 알아주는 직장에 다닌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남초인 직장 내에서 얼마나 인정받고 어디까지 승진할 수 있을지 불안했고, 군대를 방불케 하는 사내 분위기가 답답했다. 


결국 퇴사를 선택, 프리랜서가 되었지만 이 또한 만만찮은 길이었다. 성별과 연령에 대한 편견은 프리랜서 세계에도 있고, 조직이 아니라 개인이기 때문에 편견 앞에서 더 취약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프리랜서인 것은, 프리랜서가 누리는 장점이 단점보다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로서 느끼는 장점은 늘리고 단점은 줄이려면,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조언은 '직업을 묻는데 프리랜서로 답하는 건 어쩌면 엉뚱한 일'이라는 것이다. 프리랜서는 노동 형태이지 직업이 아니다. 예를 들어 번역 일을 하는 프리랜서라면 아무리 수입이 적어도 자신을 번역가라고 생각해야지 프리랜서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 프리랜서니까, 수입이 적고 고용이 불안하니까 돈 되는 일이라면 아무거나 하다 보면 직업인으로서 정체성이 흔들리게 되고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손해다. 


이는 프리랜서가 아닌 직장인에게도 적용 가능한 조언이다. 직업을 묻는데 어느 회사에 다닌다고 답하는 건 어쩌면 엉뚱한 일이다. 스스로를 '어느 회사에 다니는 누구'라고 생각하기보다는 회사에서 담당하는 업무에 근거해, 예를 들면 마케터,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등으로 답하는 편이 자신이 하는 일을 보다 명확히 알릴 수 있고 장기적으로 커리어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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