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의 온기 - 출근길이 유일한 산책로인 당신에게 작가의 숨
윤고은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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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윤고은 님이 진행하는 EBS 라디오 <윤고은의 북카페>를 즐겨 듣는다. 월요일에는 배명훈 작가님이 출연하셨는데, 윤고은 작가님의 산문집 <빈틈의 온기>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셨다. 안 그래도 예전에 윤고은 작가님이 팟캐스트 <책읽아웃>에 출연하셨을 때 진행자 김하나 작가님도 <빈틈의 온기>를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셔서 읽고 싶었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서 혹시나 하고 예스24 북클럽에 있나 찾아봤더니 운 좋게도 있었다(매달 정기 결제하는 보람이...). 


김하나 작가님이 이 책을 가리켜 '유머집'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읽어보니 정말 그렇다. 카페에서 손 세정제인 줄 알고 눌렀는데 시럽이었던 일부터 치약인 줄 알고 샀는데 알고 보니 틀니 부착재였던 일,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바퀴에 카디건이 끼는 바람에 노상에서 옷을 벗은 일, 목욕탕에서 생전 처음 보는 할머니에게 다짜고짜 등을 밀린 일 등 시트콤의 한 장면 같은 상황이 작가님의 일상에선 종종 벌어진다고. '사진 첨부가 가능한'으로 시작되는 라디오 DJ의 멘트를 '살인청부가 가능한'으로 잘못 들은 이야기도 웃기다 ㅋㅋㅋ 


웃기기만 한 책은 아니다. 이 책은 저자가 라디오 진행자로 발탁되면서 분당에서 일산까지 주 4일, 매일 3-4시간을 지하철로 출퇴근하며 경험한 일들을 주로 담고 있다. 그래서 저자처럼 지하철로 몇 시간씩 출퇴근 혹은 등하교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대목이 많다. 몇 초 차이로 열차를 놓쳤을 때의 아쉬움이라든가, 겨우 자리가 났는데 곧 내릴 차례라든가. 누구는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시간을 이용해 학위나 자격증 공부를 했다는데, 나는 겨우 인터넷 쇼핑이나 하고 있을 때의 자괴감 ㅠㅠ 


후반부에는 작가님의 여행기도 나오고, (남편분으로 짐작되는) L과의 알콩달콩한 일화들도 재미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따뜻하고 유쾌해서, 기운 내기 힘든 출퇴근길에 한두 꼭지씩 읽으면 힘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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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되었을까? - 선택과 모험이 가득한 인류 진화의 비밀 속으로
이상희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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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로 문학과 인문, 사회 분야의 책을 읽는 편인데, 책 편식(편독?)을 막기 위해 이따금 잘 모르는 분야의 책을 읽기도 한다. 이 책도 그중 하나다. 이 책을 쓴 이상희 님은 한국인 최초 고인류학 박사이며 현재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 인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상희 님의 이력은 이다혜 작가님의 책 <내일을 위한 내 일>에 자세히 나온다. 학창 시절 내내 피아노를 치다가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에 진학한 저자는 팍팍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미국 유학을 결정했다. 그곳에서 대학에서도 접한 적 없던 고인류학이라는 학문을 전공한 건, '지금의 세계와 완전히 떨어진 별사람들의 세계에 매력을 느껴서'였다. 


그러나 고인류학을 배우면 배울수록 나와는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 고인류에게서 자기 자신이 보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두뇌의 크기를 비롯해 골반의 넓이와 모양, 송곳니와 앞니, 어금니의 크기까지도 오랜 세월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진화한 결과라는 것을 알고 나니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인종주의, 제국주의, 성차별에 입각한 편견에 사로잡혀 실제 증거가 있는데도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사례들을 보기도 했다. 똑똑한 학자들이 발견된 뼈의 크기가 크면 남성, 작으면 여성이라고 분류했다니. 고인류가 성별 분업을 했다는 증거가 없는데도 남자는 사냥과 전투를, 여성은 채집과 육아를 담당했다고 믿었다는 건, 일반인들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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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즐랜드 자매로드 - 여자 둘이 여행하고 있습니다
황선우.김하나 지음 / 이야기나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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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둘톡 퀸즐랜드 자매로드 편도 재밌게 들었는데, 책은 촘촘한 여행기가 나와서 훨씬 더 재미있네요. 두 분의 여정이 오래오래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책에 실린 사진들이 너무 멋있어서 눈도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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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즐랜드 자매로드 - 여자 둘이 여행하고 있습니다
황선우.김하나 지음 / 이야기나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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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화요일을 기다리는 재미로 산다. 김하나, 황선우 작가님들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줄여서 '여둘톡')이 업로드되는 날이 매주 화요일이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잇는 두 분의 신간 <퀸즐랜드 자매로드>가 출간되어 이 책도 냉큼 샀다. 그 전에 <여둘톡> 'Ep. 9 여자 둘의 두 번째 책 출간! <퀸즐랜드 자매로드>' 편을 들었기 때문에(그것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들었다) 기대가 컸는데, 책을 읽으니 더 좋았다. 한 시간 넘게 책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서 '이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는데, 책에는 팟캐스트에 소개되지 않은 이야기가 훨씬 많이 있고, 소개된 이야기도 두 분의 문장으로 읽으니 새로웠다. ("Keep the Sunshine. 햇살을 간직해." 이 대목은 팟캐스트로 들을 때도 울컥했는데 황선우 작가님의 문장으로 읽을 때도 역시 눈물이 났다 ㅠ) 


이 책을 읽으면서 잊고 있었던 여행의 즐거움이 새록새록 다시 떠오르기도 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대신해 국내 여행, 캠핑, 호캉스 등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저런 걸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걸 보니 여행 체질이 아닌가 보다' 했는데, 이 책에 실린 이국적인 풍경을 담은 사진들과 한국인에게는 생소한 음식, 문화, 취미, 습관 등에 대한 글을 읽으니 외국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강렬해졌다. 김하나 작가님이 첫눈에 반한 코알라와 캥거루, 왈라비, 웜뱃 같은 동물들도 실제로 보고 싶다. 역시 나에게 긍정적인 자극과 용기를 주는 두 작가님. 감사하고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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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 헤븐에 어서 오세요 마음산책 짧은 소설
박서련 지음, 최산호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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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련 작가의 데뷔작 <체공녀 강주룡>은 1931년 평양 평원 고무 공장 파업을 주동하며 을밀대 지붕에 올라 우리나라 최초로 '고공 농성'을 벌였던 여성 노동자 강주룡의 일생을 그린 강렬하고 묵직한 소설이었다. 이 작품으로 박서련 작가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이후에 출간된 박서련 작가의 소설을 읽고 놀랐을지도 모르겠다. (<마르타의 일>은 다소 무거운 내용이지만) <더 셜리 클럽>과 그 밖의 단편들은 대체로 분위기가 가볍고, 장르도 SF, 호러, 코미디, 드라마 등을 넘나들기 때문이다. 


마음산책 짧은소설 시리즈로 출간된 <코믹 헤븐에 어서 오세요>도 마찬가지다. 24시간 지하 만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뜻밖의 재난을 겪는 이야기(<코믹 헤븐에 어서 오세요>), 배우 지망생에게 어느 날 미래에서 온 사람들이 나타나 장국영과 영화를 찍게 될 거라고 말하는 이야기(<거의 영원에 가까운 장국영의 전성시대>) 등 <체공녀 강주룡>과는 장르도 주제도 다른 소설들을 읽다 보면, 박서련 작가의 관심사와 재주가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들고, 앞으로 그의 작품을 따라 읽는 재미가 엄청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체공녀 강주룡>과 <마르타의 일>을 연상케 하는, 여성과 노동, 참여와 연대에 대한 관심이 드러나는 작품들도 물론 있다. 출산 휴가 중인 여성 대리를 대신하기 위해 고용된 여성 인턴의 이야기(<제자리>), 군대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여자친구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아이디는 러버슈>) 등이 그렇다. 항암 치료 후유증으로 머리카락을 잃고 수제 가발을 사려고 하는 영지와 그런 영지를 돕는 사촌동생 수영의 이야기를 그린 <추석 목전>도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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