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약혼자 1
카즈카 마사키 지음, 사카노 케이코 그림, 나카무라 슈리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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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후 다른 세계에서 환생하는 이야기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지만 <마법사의 약혼자>의 경우는 특별하다. 환생물에서 주인공은 (전생과 다르게) 용사나 마법사처럼 대단한 능력을 지닌 인물로 환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마법사의 약혼자>의 주인공은 대단한 능력을 지닌 마법사, 가 아니라 마법사의 약혼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검과 마법이 사용되는 정통 판타지 세계. '필리미나'라는 이름의 귀족 소녀로 환생한 '나'는 어느 날 아버지의 친구가 데려온 흑발 미소년 '에디(에기에딜즈)'를 만난다. 동갑인 데다가 마법에 관심이 많은 필리미나와 에디는 마법서를 함께 읽으며 친해지지만, 에디가 사용한 마법 때문에 필리미나가 등에 큰 상처를 입는 일이 발생하고, 책임감을 느낀 에디는 필리미나와 약혼하겠다고 한다. 


얼마 후 에디는 전원 기숙사제인 왕궁 직속 마법 학원에 입학하는데, 사실 에디는 필리미나와 처음 만난 순간부터 필리미나를 좋아했다. 그 사실을 모르는 필리미나는 에디가 책임감 때문에 자신과 약혼한 것 같아 괴로워하면서도, 자신도 첫 만남 때부터 에디를 좋아했기 때문에 에디를 놓치고 싶지 않다. 어느덧 7년이 흐르고, 왕궁 소속 마법사가 되어 전보다 훨씬 멋있는 모습으로 돌아온 에디. 하지만 필리미나는 예전의 모습과 별 차이가 없는데...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사랑에 빠진 사이면서, 둘 다 그 사실을 모르고 오해를 거듭하는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소설 원작이라서 앞으로 장대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데, 그 과정에서 둘이 어떤 일들을 겪게 될지도 궁금하다. 무엇보다 작화가 너무 예뻐서 보고만 있어도 눈이 황홀하다. 완결까지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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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적한 공룡 만화 - 적당히 외롭고 적당히 한적한
보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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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비거니즘 만화>를 그린 보선 작가의 그림 에세이다. 비건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그중 <나의 비거니즘 만화>가 가장 충격적이었는데, 그 책에서 도축되어 머리통만 남은 소와 돼지 등을 그린 그림을 본 후로는 더 이상 고기를 못 먹게 되었다. 부작용으로 그 책도 끝까지 못 읽었는데, 보선 작가님의 다른 책이 나왔길래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읽어봤다(이번에는 또 어떤 충격을 받을까. 걱정 반 기대반 ㅎㅎㅎ). 


이 책은 4컷 만화(때로는 8컷)와 에세이로 이루어져 있다. 비거니즘에 대한 내용이 메인인 <나의 비거니즘 만화>와 달리, 소극장에서 하우스 어셔로 일하면서 겪은 일, 자취를 시작하면서 경험한 변화, 밤 산책의 즐거움 등 일상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사는 건 힘들고 누구와 있어도 외롭지만, 버스에서 우연히 흘러나온 음악이나 저녁에 방에서 혼자 마시는 캔맥주 같은 소소한 기쁨으로 살아가는 만화 속 공룡의 모습이 마치 내 모습 같았다. 


'공룡 만화'답게 공룡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지구 전체를 뒤덮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멸종한 공룡처럼, 인류도 언제 어떻게 지구상에서 사라질지 모른다. 만약 내가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인간(공룡)이라면 외로울까 행복할까. 혼자가 아무리 좋아도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있을 때 느끼는 외로움은 차라리 공포가 아닐까.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혼자 있을 때보다 외롭다면 그게 과연 행복일까. 


저자는 외로움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들이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는 상태를 선호하는 것 같고 이걸 '적적함'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나도 완전한 고립이나 고독보다는 적적한 정도의 상태가 좋고, 적적함이 사람이라면 그와 친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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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왕생 5
고사리박사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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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는 한 번에 쭉 이어서 읽어야 제맛인데, <극락왕생>은 단행본이 나올 때마다 읽게 된다. 원작은 웹툰이니까 결제하고 보면 되기는 하는데, 이북보다 종이책이 익숙한 사람이라 그런지 만화도 웹툰보다 단행본으로 읽는 게 좋아서뤼... (이것이 바로 스불재? ㅎㅎㅎ) 


<극락왕생> 5권은 자언과 도명이 잠시 떨어져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상황에서 시작된다. 연락이 안 되는 도명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자언은 오랫동안 짝사랑해왔던 관음보살에게 딱지 맞고 기분이 안 좋은 문수보살을 우연히 만난다. 바다에 간 둘은 해변에 앉아 넋두리하듯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 대화가 명언 대잔치다. 


"제가 지금까지 연애라고 알고 있던 것들은 그냥... 역할놀이였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같이 있어도 우리는 각자의 우주에서 외로울 수밖에 없는데." "버티기 위해 내가 아닌 것을 사랑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저는 혼자가 아닌 사람보다는 혼자라도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by 자언) 이에 대한 문수보살의 대답. "사랑은 파도처럼 존나게 왔다리 갔다리 한다."(by 최고 지혜의 보살) ㅋㅋㅋ 


대화를 봐도 알 수 있듯이 둘의 캐릭터가 달라도 너무 달라서 웃겼다. 자언이 속이 아무리 복잡해도 남 앞에선 티 내지 않고 혼자서 삭이는 캐릭터라면, 문수보살은 자기 생각에만 빠져서 남의 말은 하나도 안 듣는 캐릭터랄까(관음보살이 왜 안 좋아하는지 너무 잘 알겠음 ㅋㅋㅋ). 심지어 자언이 누구에게나 친절한 걸 자기를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점까지 비호감 캐릭터의 요소를 다 갖춘...(보살 맞아? ㅋㅋㅋ) 


자언과 도명이 언제 다시 만나나 궁금했는데 5권 마지막에 다시 만나서 좋았다. 반가우니까 반갑다고 표현하는 자언과 반가운데 안 반가운 척하는 (츤데레) 도명의 캐릭터 대비도 분명해서 재밌었다. 이 다음 이야기 진짜 궁금한데, 그냥 웹툰 결제해서 볼까... (1권 때부터 했던 고민을 여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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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2-05-20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5권이 나왔었군요 반갑습니다
 
파도수집노트 - a bodyboarder’s notebook
이우일 지음 / 비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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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일, 선현경 부부의 에세이 시리즈를 좋아한다. 미술을 공부하는 딸과 함께 미국 포틀랜드에서 보낸 2년간의 기록을 담은 <퐅랜, 무엇을 하든 어디로 가든 우린>도 좋았고, 부부만 단둘이 하와이에서 지내며 서핑과 훌라댄스, 우쿨렐레 등의 취미에 눈을 뜬 과정을 담은 <하와이하다>도 좋았다. 


<하와이하다> 이후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문득문득 궁금할 때가 있었는데, 얼마 전 인터넷서점을 둘러보다가 작년에 이우일 작가님의 에세이 <파도수집노트>가 출간된 걸 알고 서둘러 구입했다(이래서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면 미리미리 신간알리미를 신청해야 한다). 책을 읽어보니 저자는 여전히 서핑의 매력에 푹 빠져 있고, 시간만 나면 동해로 서해로 남해로 파도를 타러 다닌다고 한다. 


저자가 하는 서핑은 일반적인 서핑보드를 이용하는 서핑이 아닌 '부기보드(바디보드)'라는 서핑보드를 이용하는 서핑이다. 부기보드는 일반적인 서핑보드에 비해 사이즈가 작고, 일어설 필요가 없어서 상대적으로 배우기 쉽다. 그러나 부기보드 서핑도 서핑이라서, 잘못하면 큰 부상을 입을 수 있고, 바다에 들어갈 때는 입수 신고도 따로 해야 한다. 


그런데도 계속하는 건 (당연한 말이지만) 재미있기 때문이다. 몇 시간씩 용변을 참아야 해도, 추위 때문에 손가락이 얼어도, 장롱면허를 꺼내고 차를 사면서까지 서핑을 할 정도라니. 대체 서핑이 얼마나 재미있길래 그럴까(서핑을 좋아한다고 알려진 유명인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기무라 타쿠야, 크리스 헴스워스...). 나도 살면서 한 번은 해보고 싶다. 그런 날이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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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 채식주의자 - 입맛과 신념 사이에서 써 내려간 비거니즘 지향기
정진아 지음 / 허밍버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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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고기를 먹지 않는다. 요조, 오지은, 슬릭, 손수현, 신승은 등 내가 좋아하는 예술가들이 비건을 선언하고, 그들이 들려주는 비거니즘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 육고기는 원래 많이 좋아하지 않았던 터라 쉽게 끊었는데 계란과 유제품 끊기가 쉽지 않다. 이 또한 동물 착취임을 알고 있고,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실망하던 와중에 <불완전 채식주의자>이라는 책을 만났다. 


이 책을 쓴 정진아 님은 원래 채소를 싫어하고 고기만 편애하는 육식주의자였다. 그랬던 저자가 2010년 말 구제역 발생으로 수백만 마리의 농장동물이 살처분되는 영상을 보게 되었고, 죽음을 예감하고 울부짖다 산 채로 매장당하는 동물들을 보면서 처음으로 "고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숨이 붙은 생명'"임을 인식했다. 그때부터 동물의 삶에 관심을 가졌지만 바로 채식주의자가 되지는 못했다. 여름 날 한강공원에서 먹는 치맥, 친구들과 펜션에 놀러 가서 숯불에 구워 먹는 삼겹살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고기를 먹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고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동물을 고기의 원료가 아닌 생명의 주체로 인식하니 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다른 문제들도 눈에 띄었다. 길고양이, 개 식용, 사육곰 등의 문제부터 암컷 동물과 인간 여성 간 억압과 착취의 유사성까지 눈에 들어왔다. 나 하나 채식을 하고 길고양이에게 밥을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나부터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훨씬 컸다. 


불완전하게라도 채식을 한 지 올해로 10년. 앞으로도 저자는 "세상에는 한 명의 완전 채식주의자보다 열 명의 불완전 채식주의자가 더 필요하다."라는 문장을 마음에 새기며 불완전 채식을 계속할 생각이다. 문제의 원인은 인간이지만 해답 또한 인간에게 있다며 "혐오의 대상이지만 변화의 희망이기도 한 인간"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말라는 저자의 당부가 마음에 남는다. 불완전 채식주의자로서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마다 이 책을 꺼내어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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