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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브 (양장) ㅣ 소설Y
단요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평점 :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이 발생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백신 접종을 하고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는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단요 작가의 소설 <다이브>를 읽는 내내 마음이 안 좋았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이상 기후 현상으로 극지방의 빙하가 모두 녹고 물에 잠긴 디스토피아가 배경인 이 소설의 상황이 결코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57년 대한민국 서울. 세상의 얼음이 모두 녹아 바다가 지표면을 뒤덮고 사람들은 과거에 산꼭대기였던 땅에서 농사를 짓거나 낚시를 하면서 먹고사는 세상. 그중에서도 기적적으로 목숨을 부지했고 깊은 물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들은 물꾼이 되어 생계를 잇고 있다. 물꾼들은 '과거의' 해녀처럼 깊은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가 부풀지 않은 통조림이나 밀봉된 물건 등을 뭍으로 가지고 올라온다. 서울 노고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물꾼 '선율'도 그중 하나다.
어느 날 선율은 남산 물꾼 '우찬'과 싸우다 누가 물속에서 더 멋진 걸 찾아오는지 내기를 한다. 승리를 다짐하며 물속으로 들어간 선율은 오래된 빌딩 지하에서 인간과 똑같이 생긴 기계를 발견한다. 기계 인간 또는 인간 기계의 정체는 수몰 전에 발명된 '아이콘트롤스'로, 최첨단 시냅스 스캐닝 기술을 이용해 죽은 사람의 기억과 의식을 그대로 구현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깨어난 기계는 자신을 '수호'라고 소개하지만 과거의 일을 명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아이콘트롤스가 존재 자체로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죽은 사람을 대신하는 존재로서 사랑받는다는 사실도 슬픈데, 그마저도 사람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리셋되거나 폐기되는 식으로 이용되어 왔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졌다. 지금도 인간과 유사한 모습을 지닌 AI 캐릭터나 인간 또는 동물을 대신하는 로봇이 상용화된 상태인데, 이들이 현재 혹은 미래의 인류를 어떻게 기억하고 전승할지 궁금하다(걱정된다).
물속에 잠들어 있다가 갑자기 나타난 수호 때문에 삼촌의 과거가 드러나는 전개도 흥미로웠다. 마치 요즘 싸이월드가 복구되면서 과거의 자신이 인터넷에 남긴 글이나 사진을 다시 보며 괴로워하는 사람들처럼, 삼촌 역시 잊은 줄 알았고 영원히 잊힐 줄 알았던 기억이 '떠올라' 혼란스러워한다. 이런 식으로, 인간에 비해 기억 저장 능력이 월등히 뛰어난 기계로 인해 인간이 잊었거나 잊고 싶었던 기억이 재생되는 일이 앞으로 더 많을 텐데, 이는 과연 축복일까 재앙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