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39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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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독파 챌린지를 통해 만나게 된 책이다. 챌린지 기간 동안 정해진 분량만큼 꾸준히 읽는 게 원칙인데, 결말이 궁금해서 이틀 만에 다 읽어버렸다(하루 만에 다 읽을 수도 있었지만 참았다. 참은 게 이틀...).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다. 1982년의 은유와 나이가 가까운 나는 1982년의 은유가 겪은 일들을 거의 다 아는데(성수대교 붕괴라든가 IMF 외환 위기라든가), 2002년생인 은유 또래의 독자들은 역사 책에 나오는 일들로 느껴지겠지... 


이야기는 2016년의 어느 날 은유가 아빠에게 1년 뒤의 자신에게 편지를 써보라는 제안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지 않는 아빠가 왜 이런 걸 시키는지 모르겠다며 편지에 온갖 불평+불만+짜증을 토로한 은유. 얼마 후 답장을 받았는데, 놀랍게도 답장을 보낸 사람은 지금으로부터 34년 전인 1982년에 사는 은유다. 2016년의 은유와 1982년의 은유는 서로를 수상하게 여기면서도 계속해서 편지를 주고받고, 이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고 둘에게 일어난 기적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각자의 고민과 상처를 고백하기 시작한다. 


편지(혹은 다른 매개체)로 시공간을 초월하는 이야기는 전에도 있었지만, 이 소설의 특징은 과거의 은유와 현재의 은유가 살아가는 시간의 속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덕분에 소설 초반에는 과거의 은유가 현재의 은유보다 어렸지만, 점점 과거의 은유가 현재의 은유보다 나이가 많아져서 현재의 은유에게 인생 선배로서 조언과 위로를 해주기도 한다. 현재의 은유를 위해 젊은 시절의 엄마 아빠를 만나러 가기도 하는데 이 과정이 참 흥미롭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주인공 남편 찾는 이야기라면, 이 소설은 주인공 엄마 찾는 이야기랄까. 아무튼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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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일기 - 쩡찌 그림 에세이 땅콩일기 1
쩡찌 지음 / 아침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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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k' 강윤정 편집자 님이 강력 추천하셔서 구입한 책이다. 책을 사놓고 읽지 않은 채 몇 달을 보냈는데, 그동안 쩡찌 님의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을 재미있게 봤다. 특히 <시맨틱 에러>의 박서함 배우에 대한 애정 가득한 글과 그림들 ㅋㅋㅋ 밤낮 가리지 않고 박서함에 대한 애정을 외치는 모습으로 쩡찌 작가님을 기억해서 그런가. <땅콩일기>를 읽는 동안 수시로 슬픔과 우울을 느꼈지만 금방 빠져나왔다. 


사는 게 너무 힘들고, 무엇을 위해 남들처럼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고, 그래서 당장이라도 생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 뭔지 너무 잘 알겠는데, 그랬던 쩡찌 작가님이 지금은 박서함 배우를 알게 되어 전보다 많이 웃고 즐겁게 생활하고 계시다는 걸 아니까 덜 슬프고 덜 우울했다. 부디 앞으로도 좋은 것 많이 보고 좋은 사람 많이 만나며 삶의 무게를 자주 잊으시길. 그러다 마음 한구석에 고인 감정을 이따금 글과 그림으로 풀어주시면, 팬인 저는 너무나 행복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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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제철은 지금
섬멍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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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둘이 집에서 직접 음식 해 먹고 사는 이야기인데 참 좋다. 동성 커플이 주인공인 음식 만화라는 점에서 요시나가 후미의 만화 <어제 뭐 먹었어?>(이 만화도 참 좋다)를 떠올리는 독자들도 많을 텐데, <어제 뭐 먹었어?>의 시로, 켄지와 달리 <우리의 제철은 지금>의 섬멍, 망토는 나처럼 경제적,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비혼+여성+프리랜서라서 공감 가는 대목이 훨씬 더 많았다.


이 책은 매주 마감에 쫓기는 만화가 섬멍이 파트너 망토와 제철 음식을 해먹는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마감을 하느라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져도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는 섬멍은 직접 구입하거나 남이 가져다준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도루묵구이, 죽순게살밥, 스튜, 마라샹궈, 해파리냉채 등 다양한 음식을 해먹는다. 푸드트럭에서 산 목삼겹 바비큐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모든 음식은 집에서 직접 해먹는다. 


(고향의 맛) 다시다로 냉면 육수 만드는 법, 둥글게 국수 마는 법, 비닐 묶는 법 등 소소하지만 유용한 살림 팁도 종종 나온다. 섬멍, 망토 커플의 이야기가 너무나 사랑스럽고 음식 이야기도 맛있어서 2권, 3권...n권도 보고 싶다. 그 때까지 섬멍 작가님의 다른 만화를 읽으며 기다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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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레모사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8
김초엽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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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성숙도는 나이에 비례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는데, 요즘은 나보다 어린 사람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김초엽 작가의 책을 읽을 때도 그렇다. 김초엽 작가가 나이는 나보다 7살 어린데, 사고의 넓이와 통찰의 깊이는 7배 이상이다. 인생 2회차, 아니 7회차 느낌. 


<므레모사>는 김초엽 작가의 첫 호러 소설이자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한쪽 다리를 잃은 무용수 '유안'은 공장에서 유독성 화학물질이 유출되는 사고가 있은 후 사람들은 죽고 좀비들만 남았다는 소문이 무성한 이르슐의 도시 므레모사로 여행을 가게 된다. 유안과 함께 여행을 간 사람들은 관광학 연구자, 다크 투어리스트, 여행매거진 기자, 여행 유튜버, 의문의 남자까지 모두 다섯 명. 힘들게 므레모사에 도착한 이들은 계속해서 이상한 일들을 겪는다. 


소설 초반부터 '다크 투어리스트'라는 단어가 등장하기도 하고, 작가 자신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다크 투어리스트 : 어둠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보고 소설의 영감을 얻었다고 밝히기도 해서, 나는 이 소설이 다크 투어리즘의 실체나 폐해를 폭로하는 전개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다크 투어리즘은 소설의 소재일 뿐 핵심이 아니었다. 


오히려 핵심은 소설에서 재난 또는 장애로 대표되는 '비정상'의 상태를 그 자체로 인정하지 않고 '정상성'을 수호하기 위해 제거하거나 은폐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끔찍한 사고로 인해 폐허가 된 지역으로 '놀러'오고, 의족을 달고 춤을 추는 무용수를 보면서 내 처지가 저 사람보다는 낫다고 위로하는 사람들의 무신경함과 오만함, 어리석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 어떤 이들은 그렇게 적극적으로 삶을 거부하는가. 왜 비이성적으로 스스로를 해치려 드는가."(174쪽)라는 질문에 "내가 바라는 건 죽음이 아니었다. 나는 삶을 원했다. 누구보다도 삶을 갈망했다. 단지 다른 방식의 삶을 원할 뿐이었다."(175쪽)라고 답하는 인물과 이 문장들을 쓴 작가와 이 문장들을 읽고 공감하는 나. 여기가 재난지가 아니라면, 대체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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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심령학자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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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의 즐거움 중 하나는 소설에 나오는 공간을 상상하는 것이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상상하는 재미도 크지만, 실재하고 직접 가본 적도 있는 공간이 등장할 때는 그 기분이 남다르다. 일상의 배경으로만 여겼던 공간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떠올리면서 잊고 있던 감각이 되살아나는 느낌을 느낀달까. 현실이 소설 같고 소설이 현실 같아서 황홀하고도 어지럽달까. 


배명훈 작가의 소설 <고고심령학자>를 읽으면서 그런 기분을 자주 느꼈다. 이 소설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높이가 30미터 이상인 거대한 성벽이 갑자기 출몰하면서 시작된다. 문제 해결을 위해 고고학적인 문제를 심령학적인 수단으로 해결하는 고고심령학자가 소환되는데, 그가 바로 조은수다. 은수는 한국고고심령학계를 대표했던 문인지 박사의 유일한 제자로, 사건 해결을 위해 스승이 남긴 자료들을 살피기 시작한다. 


문 박사의 자료를 살피던 은수는 성벽이 출몰하는 '위치'에 주목한다. 성벽이 나타나는 장소는 서울 종로도 강남도 아닌, 용산이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용산이 어떤 곳인지 밝힐 수 없지만, 용산이 한강변이라는 지리적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수도가 되지 못한(될 수 없었던) 이유를 알고 나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새 대통령은 왜 하필 거기로 집무실을 옮겼을까 싶고... 


이 소설에는 용산 이야기 외에도 소백산 천문대, 장기와 코끼리, 구전동요 등 다양한 소재가 등장한다. 조은수 외에도 김은경, 문인지, 한나 파키노티 등 멋진 여성 캐릭터들이 활약을 펼친다. 그러나 소설을 다 읽고 가장 많이 생각나는 건 용산이라서, 앞으로 용산에 가거나 용산을 지나갈 때마다 이 소설이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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