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댄스 당쇠르 8
조지 아사쿠라 지음, 나민형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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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아사쿠라 만화는 내가 엄청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끝까지 보게 되고 보고 나면 계속해서 생각나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댄스 댄스 당쇠르>도 그렇다. 특히 8권은 준페이의 감정에 이입했다가, 나츠키의 감정에 이입했다가, 쿠로시마의 감정에 이입했다가 하면서 예상외로 긴 독서를 했다. 준페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전혀 모르고 있을 (찐 히로인) 미야코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웬만한 성인들보다 복잡한 중학생들의 연애관계... ) 


처음에 이 만화를 보기 시작했을 때는 당장이라도 준페이가 국내 발레계를 제패하고 해외로 나가서 승승장구할 줄 알았는데, 8권에 이르도록 해외는커녕 오이카와 발레단에도 간당간당하게 붙어 있는 상태라 '참 현실적인 만화'라는 생각이 들었다(중2 때 발레를 시작해 1년도 안 되어 오이카와 발레학교의 장학생 자리를 꿰찼다는 건 비현실적이지만...). 만화의 내용 자체도 준페이의 성장뿐 아니라 준페이 주변의 발레리나, 발레리노들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들에 주목하는 느낌이라 좋다. 


후반부의 주인공은 텐인데, 텐은 열정 가득한 초심자 준페이와 대비되는 인물이다. 이미 어느 정도 경력이 쌓여서 꿈도 야망도 사라지고 습관처럼 무대에 오르는 텐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준페이가 '내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지...'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캐릭터라면, 텐은 '어쩌다 내가 이런 상태가 되었지?'라는 물음을 가지게 하는 캐릭터랄까. 2분기 애니메이션으로 방영 중이라고 하니 시간이 나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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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의 포상 2
호시야 카오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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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내내 만화 삼매경. 첫 번째로 <타마의 포상> 2권을 읽었는데 역시 귀엽다. 여학교만 다녀서 남자에 대한 환상이 엄청난 카노코는, 공학인 고등학교에 입학해 매일 두근두근한 일상을 보낸다. 카노코를 가장 설레게 하는 건, 옆자리에 앉은 신비한 분위기의 천재소년 타마오. 타마오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한 카노코는, 타마오에 대한 이런저런 상상(타마오의 손을 잡으면 어떨까? 타마오가 갑자기 고백해오면 어떡하지? 등등)을 하면서 즐거워한다. 


1권에서 카노코는 타마오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지만(빠르다!), 사랑은커녕 인간의 감정 전반에 대해 관심이 없는 타마오는 고백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런 둘의 관계에 전기가 될 만한 사건이 2권에서 벌어진다. 카노코의 팬으로서 카노코와 타마오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지만, 보아하니 카노코를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타마오의 상상(망상?)병이 유전이라는 점도 재미있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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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브 (양장) 소설Y
단요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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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이 발생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백신 접종을 하고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는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단요 작가의 소설 <다이브>를 읽는 내내 마음이 안 좋았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이상 기후 현상으로 극지방의 빙하가 모두 녹고 물에 잠긴 디스토피아가 배경인 이 소설의 상황이 결코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57년 대한민국 서울. 세상의 얼음이 모두 녹아 바다가 지표면을 뒤덮고 사람들은 과거에 산꼭대기였던 땅에서 농사를 짓거나 낚시를 하면서 먹고사는 세상. 그중에서도 기적적으로 목숨을 부지했고 깊은 물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들은 물꾼이 되어 생계를 잇고 있다. 물꾼들은 '과거의' 해녀처럼 깊은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가 부풀지 않은 통조림이나 밀봉된 물건 등을 뭍으로 가지고 올라온다. 서울 노고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물꾼 '선율'도 그중 하나다. 


어느 날 선율은 남산 물꾼 '우찬'과 싸우다 누가 물속에서 더 멋진 걸 찾아오는지 내기를 한다. 승리를 다짐하며 물속으로 들어간 선율은 오래된 빌딩 지하에서 인간과 똑같이 생긴 기계를 발견한다. 기계 인간 또는 인간 기계의 정체는 수몰 전에 발명된 '아이콘트롤스'로, 최첨단 시냅스 스캐닝 기술을 이용해 죽은 사람의 기억과 의식을 그대로 구현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깨어난 기계는 자신을 '수호'라고 소개하지만 과거의 일을 명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아이콘트롤스가 존재 자체로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죽은 사람을 대신하는 존재로서 사랑받는다는 사실도 슬픈데, 그마저도 사람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리셋되거나 폐기되는 식으로 이용되어 왔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졌다. 지금도 인간과 유사한 모습을 지닌 AI 캐릭터나 인간 또는 동물을 대신하는 로봇이 상용화된 상태인데, 이들이 현재 혹은 미래의 인류를 어떻게 기억하고 전승할지 궁금하다(걱정된다). 


물속에 잠들어 있다가 갑자기 나타난 수호 때문에 삼촌의 과거가 드러나는 전개도 흥미로웠다. 마치 요즘 싸이월드가 복구되면서 과거의 자신이 인터넷에 남긴 글이나 사진을 다시 보며 괴로워하는 사람들처럼, 삼촌 역시 잊은 줄 알았고 영원히 잊힐 줄 알았던 기억이 '떠올라' 혼란스러워한다. 이런 식으로, 인간에 비해 기억 저장 능력이 월등히 뛰어난 기계로 인해 인간이 잊었거나 잊고 싶었던 기억이 재생되는 일이 앞으로 더 많을 텐데, 이는 과연 축복일까 재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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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타프 도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7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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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인 듯 픽션 아닌 픽션 같은 독특한 형식의 책이다. 굳이 따지면 도쿄에 살고 있는 희곡 작가 K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픽션'의 비중이 높은 작품인 것 같은데, 나는 왠지 온다 리쿠 자신의 경험을 담은 '논픽션'으로 읽혀서 그렇게 읽었다. 


제목의 '에피타프(epitaph)'는 묘비명 또는 죽은 사람을 기리는 짧은 문구를 뜻한다. 묘비명 도쿄. 도쿄라는 도시의 죽음을 선고하는 무시무시한 제목으로 볼 수도 있지만, 내 생각에 저자는 그동안 도쿄를 무대로 개화했던 여러 문화와 역사의 종언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이런 제목을 붙인 것 같다. "도시는 언제나 과거가 더 나았다. 헤이세이 시대에는 쇼와가, 쇼와에는 고도성장기가, 다이쇼의 데카당스가, 메이지의 청운의 뜻이, 가장 독창성이 풍부했고 세련된 문화가 정점을 이루었던 에도 시대가." (35쪽) 


이야기는 K가 도쿄 이곳저곳을 거닐면서 그곳에 관한 추억을 떠올리거나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아카바네바시 역 근처의 이나리 신사 앞을 지나가다 동일본 대지진 때 마침 이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마루노우치에서 친구 B코를 만나 대화를 나누다 고케시에 얽힌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 식이다. 참고로 고케시는 어린 여자애를 표현한 일본의 전통 인형이다. 고케시의 한자 '小芥子'는 '아이를 없앤다'는 뜻의 '子消し'로도 읽히는데, 아마도 가난해서 먹고살기 어려웠던 시대에 입을 줄일 요량으로 여자애를 '없앴던' 일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K와 B코는 추측한다. 


수도 고속도로를 달리며 도쿄의 야경을 보다가 1983년 개장한 도쿄 디즈니랜드에 처음 갔을 때의 일을 떠올리는 대목도 있다. 당시 일본은 거품 경제의 입구에 있었고, 일본 국민 모두가 무한한 발전과 상승을 예상했다. 그날 디즈니랜드에서 실컷 놀고 도쿄로 돌아오는 길에 바라본 도쿄의 야경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그 후에 이어진 거품 경제의 붕괴와 오랜 경기 침체는 얼마나 끔찍했던가. 프롤로그에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아마도) 작가가 실제로 한 경험으로 보이는 짧은 일기가 실려 있다. 이 일기를 읽고 책을 다시 읽으면 느낌이 또 다르다. 무엇이 픽션이고 무엇이 논픽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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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Vol.2 - 문명의 기둥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2
다니엘 카사나브 그림, 김명주 옮김, 유발 하라리 원작, 다비드 반데르묄렝 각색 / 김영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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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분명히 읽었는데 구체적인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사피엔스>를 그래픽 노블로 재탄생시킨 책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를 읽고 있다. 내용은 원전인 <사피엔스>와 동일한데, 형식이 만화라서 몰입이 잘 되고 (진지한 인문서에선 찾기 힘든) 재미도 있다. 


작년 말에 출간된 2권은 농업혁명 전후의 인류 역사를 설명한다. 공존했던 형제 인류 종을 모두 제거하고 지구에 남은 유일한 인류 종이 된 호모 사피엔스. 이제까지 수렵과 채집으로 생존해왔던 이들은 안전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기대하며 농사를 짓기 시작한다. 농업 혁명 '덕분에' 농업 생산량이 크게 늘고 자연히 인구도 늘고 문명도 발달한 것으로 우리는 알고 있지만, 저자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동안 자연에서 필요한 만큼만 취하고 누렸던 인류가, 농업 혁명 '때문에' 필요 이상의 농업생산물을 얻으면서 인구가 늘고 질병이 퍼지고 기근이 생기고, 전쟁이 나고 국가 시스템이 생기면서 세금 부담이 늘어 더욱 힘겹고 고단한 삶을 살게 된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자연을 거스르는 문명은 차별과 편견을 고착시키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성차별, 인종 차별, 동성애 혐오다. 저자는 말한다. "생물학적으로 결정되는 것과 단순히 생물학적 신화로 정당화되는 것을 구별하는 간단한 경험법칙이 있어요. 생물학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문화는 금지한다." (218쪽) 다시 말해서, 자연법칙에 반하는 일은 애초에 일어날 수 없다는 말이다. 문제는 자연이 만든 차이를 차별의 근거로 삼아 인종주의, 성차별, 성소수자 차별을 정당화하는 인간들의 문화이며, 문화는 '이야기'의 집합체이자 결과물이다. 이야기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3권에 나올 듯하다. 어서 3권이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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