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두 번
김멜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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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고 새롭게 알게 된 작가들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김멜라 작가다. (참고로 김멜라 작가의 수상작 <저녁놀>은 딜도의 시선에서 레즈비언 커플을 바라본 엄청나게 기발하고 유쾌한 작품이다. 꼭 읽어보시기를!) 


<적어도 두 번>은 김멜라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여성이나 남성의 신체 정의에 규정되지 않는 특징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 '인터섹스(간성)'의 이야기(<호르몬을 춰줘요>)를 비롯해 레즈비언 여성과 시각장애인 여성의 이야기(<적어도 두 번>), 집안을 말아먹을 팔자를 타고났다는 무당의 저주를 받은 대학원생이 레즈비언 점쟁이를 만나는 이야기(<물질계>), 아내와 아내의 동성 친구의 관계를 의심하는 남편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모여 있는 녹색 점>) 등 흥미로운 설정이 다수 나온다. 설정만 흥미로운 게 아니라 전개도, 문장도 매끄러워서, 왜 이제야 김멜라 작가와 그의 소설을 만났는지 안타까울 정도다(이제라도 만났으니 다행 ㅠㅠ). 


모든 작품이 좋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자꾸만 생각나는 이야기는 <물질계>와 <모여 있는 녹색 점>이다. <물질계>는 다소 진지한 초반부의 분위기와 달리 (레즈비언 점쟁이가 나타나는 대목부터) 상큼하고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 느낌으로 진행되어 좋았고, <모여 있는 녹색 점>은 아내와 아내의 동성 친구의 관계가 보통이 아닌 걸 감각하면서도 인지하지 못하는 남편의 행동들이 재미있었다. 김멜라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과 다음 작품들이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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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최승자 지음 / 난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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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생 시인의 산문집을 1986년생 독자인 내가 읽는다. 1989년 초판이 나온 책을 2022년 개정판으로 읽는다. 


책에는 최승자 시인이 등단 이전인 1976년에 쓴 산문부터 2013년에 쓴 산문까지 실려 있다. 1976년. 스물일곱 살의 시인은 앳되다. 가난하고 엄혹했던 시대에도 시인이 되기를 꿈꿨고, 대학 졸업 후 회사에 다니면서 시를 써서 등단했다. 자신의 시가 사람들의 눈에 어떻게 읽힐지 걱정하면서도 쓰기를 멈추지 않았고, 다른 시인들의 시를 부지런히 읽으며 예찬하고 비평했다. 


덕분에 한국에서 시인으로서는 드물게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고, 오랫동안 널리 읽히는 시인이 되었다. 그러나 1998년 조현병이 발병해 그 후로 지금까지 정신과 병동을 오가는 생활을 하게 되면서 작품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오로지 시를 읽고 쓰고, 시를 위해 공부하는 일만 하면서 살아온 시인으로 보이는데, 자신이 쓴 시로 인한 영광을 누리기는커녕 창작 과정에서 얻은 병과 싸우며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고 안타깝다. 


쓴다는 건, 산다는 건 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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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
송지현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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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에 송지현 작가님이 나오신다고 해서 부랴부랴 책을 사서 읽었다. 산문집 <동해생활>로 박상영 작가님과 함께 영노자에 출연하셨을 때 무척 재미있었는데 이번에는 또 얼마나 재미있을까 기대하면서. (지지난 주말에 녹음분이 올라왔고, 기대한 대로 재미있었다.)


송지현 작가님의 소설을 읽은 건 이 책이 처음인데, 이 책도 기대한 대로 재미있었다. 유럽 여행을 갈 예정인 이모 대신 뜨개방을 지키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간 '나'의 짧은 연애를 그린 표제작 <우리가 여름에 먹는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가족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 가족들이 좀처럼 이상하다. ​ ​ ​ 


아버지는 무능하거나 부재하고, 어머니는 계속해서 새로운 애인을 데려온다. 할아버지는 누워서 지내면서도 정력을 신경 쓰고, 할머니는 남편의 영정 사진 앞에서 고스톱을 친다. 이들이 맡고 있는 가족 내 역할에 비추어 보면 이들은 분명 이상하고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개개인을 역할로 보지 않고 인간으로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싶다. 이상한 것을 이상한 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정상성에 집착할수록 나만 괴로워질 뿐이다. 남을 보면서 이상하다고 느끼는 나는 얼마나 정상인가. 나도 남들 눈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 타인일 것이다. ​ ​ 


인생도 마찬가지다. <삼십 분 속성 플라멩코>에는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불안해하는 남자친구와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보험 회사에서 계약 해지가 되었는데도 불안해 하기는커녕 가진 돈을 다 털어 여행을 떠나는 '나'가 나온다. 남자친구는 대책 없이 사는 '나'를 비난하지만, '나'는 보험료를 내기 위해 보험을 파는 정규직 직원들이 전혀 부럽지가 않다. ​그런 '나'는 스페인에서 몇 시간짜리 플라멩코 공연을 삼십 분으로 압축한 공연을 보고 좋아하는 사람들 속에서 이질감을 느낀다. 


지루할 수 있고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부분은 제거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만족할 만한 부분만 간추려 놓은 공연을 진정한 공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는 실패와 좌절, 불안과 우울 등을 제거한 삶을 살고 싶어서, 가장 확실한 '현재'를 포기하는 삶의 태도와 무엇이 다를까.


모든 인간은 이상하고 모든 인생은 불안하다. 이상하지 않으려고 애쓸수록 이상해지고, 불안하지 않으려고 노력할수록 불안해진다. 이런 문장을 쓰고 있는 나도 이상해 보일까 봐 하루에도 몇 번씩 두렵고, 일주일에 며칠은 불안 때문에 잠을 못 이루곤 한다. 그래서 이런 소설을 쓰지 못하고 읽고 있는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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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원 이야기 - 춤과 반려동물과 패션을 금지해도 마음의 불꽃은 꺼지지 않아
깊은굴쥐 지음 / 왼쪽주머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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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재미있고, 수녀원의 일상을 보면서 당시 역사와 문화, 풍습 등을 알 수 있어서 유익하기도 합니다. 깊은굴쥐 작가님의 다음 책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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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원 이야기 - 춤과 반려동물과 패션을 금지해도 마음의 불꽃은 꺼지지 않아
깊은굴쥐 지음 / 왼쪽주머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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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개그 만화라고 하면 어릴 때 책이 닳도록 읽었던 <데굴데굴 세계 여행>이 떠오른다. 남자 교사 두 명과 초등학교 남자아이 두 명이 유럽 전역을 여행한다는(현실에선 보기 힘든) 설정의 만화였는데, 유럽 각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재미까지 준 책이었다. (비슷한 카테고리의 만화 <먼 나라 이웃나라>도 읽었지만, 내 취향은 <데굴데굴 세계 여행>쪽이었다.) 


깊은굴쥐 님의 역사 개그 만화 <수녀원 이야기>는 중세 영국의 수녀원이 배경이다. 수녀원이라고 하면 경건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떠올릴 법한데, 만화 속 수녀원은 여중이나 여고가 떠오를 만큼 시끌벅적한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게 당시 수녀원은 현대의 수녀원처럼 신심이 깊은 여성들이 주님을 섬기기 위해 가는 곳이라기보다는, 여러 사정으로 결혼을 할 수 없거나 이혼 후 갈 곳이 없어진 여성들이 찾는 곳이었다. 


그래서일까. 이들은 수녀들을 타락으로 이끄는 세 악마(Devil) - 춤(Dance)과 반려동물(Dog)과 패션(Dress) -의 유혹에 쉽게 굴복했다. 미사 시간에는 원장 수녀님의 눈을 피해 수신호로 대화를 나눴으며, 틈만 나면 마을로 내려가 땡땡이를 쳤다. 로맨스 소설을 읽고, 결혼을 꿈꿨으며, 야구를 하고, 토끼를 잡으러 다니기도 했다. 심지어 교황의 칙령을 거부하고 그 칙서를 주교의 머리를 향해 던지기도 했다고. (이건 많이 과격한데...) 


수녀와 수녀원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는 내용이 놀랍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도 여성이고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인데 속세와 얼마나 다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물론 오늘날의 수녀님들은 신심이 깊으시고 현대의 수녀원은 엄숙한 공간입니다만...). 더불어 당시 여성들의 생활과 사회 문화, 관습과 전통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유익했다. 


전에는 딸을 시집보낼 때 지참금을 함께 보내는 문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 따르면 지참금은 아버지가 결혼하는 딸에게 미리 나누어 주는 유산 같은 개념이라고 한다. 나중에 딸이 이혼할 경우 남편이 아내가 결혼할 때 가져온 지참금을 돌려줘야 할 뿐 아니라 그와 비슷한 액수의 재산을 위자료로 줘야 하므로 지참금이 많을수록 딸에게 좋은 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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