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즐랜드 자매로드 - 여자 둘이 여행하고 있습니다
황선우.김하나 지음 / 이야기나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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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화요일을 기다리는 재미로 산다. 김하나, 황선우 작가님들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줄여서 '여둘톡')이 업로드되는 날이 매주 화요일이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잇는 두 분의 신간 <퀸즐랜드 자매로드>가 출간되어 이 책도 냉큼 샀다. 그 전에 <여둘톡> 'Ep. 9 여자 둘의 두 번째 책 출간! <퀸즐랜드 자매로드>' 편을 들었기 때문에(그것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들었다) 기대가 컸는데, 책을 읽으니 더 좋았다. 한 시간 넘게 책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서 '이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는데, 책에는 팟캐스트에 소개되지 않은 이야기가 훨씬 많이 있고, 소개된 이야기도 두 분의 문장으로 읽으니 새로웠다. ("Keep the Sunshine. 햇살을 간직해." 이 대목은 팟캐스트로 들을 때도 울컥했는데 황선우 작가님의 문장으로 읽을 때도 역시 눈물이 났다 ㅠ) 


이 책을 읽으면서 잊고 있었던 여행의 즐거움이 새록새록 다시 떠오르기도 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대신해 국내 여행, 캠핑, 호캉스 등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저런 걸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걸 보니 여행 체질이 아닌가 보다' 했는데, 이 책에 실린 이국적인 풍경을 담은 사진들과 한국인에게는 생소한 음식, 문화, 취미, 습관 등에 대한 글을 읽으니 외국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강렬해졌다. 김하나 작가님이 첫눈에 반한 코알라와 캥거루, 왈라비, 웜뱃 같은 동물들도 실제로 보고 싶다. 역시 나에게 긍정적인 자극과 용기를 주는 두 작가님. 감사하고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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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 헤븐에 어서 오세요 마음산책 짧은 소설
박서련 지음, 최산호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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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련 작가의 데뷔작 <체공녀 강주룡>은 1931년 평양 평원 고무 공장 파업을 주동하며 을밀대 지붕에 올라 우리나라 최초로 '고공 농성'을 벌였던 여성 노동자 강주룡의 일생을 그린 강렬하고 묵직한 소설이었다. 이 작품으로 박서련 작가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이후에 출간된 박서련 작가의 소설을 읽고 놀랐을지도 모르겠다. (<마르타의 일>은 다소 무거운 내용이지만) <더 셜리 클럽>과 그 밖의 단편들은 대체로 분위기가 가볍고, 장르도 SF, 호러, 코미디, 드라마 등을 넘나들기 때문이다. 


마음산책 짧은소설 시리즈로 출간된 <코믹 헤븐에 어서 오세요>도 마찬가지다. 24시간 지하 만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뜻밖의 재난을 겪는 이야기(<코믹 헤븐에 어서 오세요>), 배우 지망생에게 어느 날 미래에서 온 사람들이 나타나 장국영과 영화를 찍게 될 거라고 말하는 이야기(<거의 영원에 가까운 장국영의 전성시대>) 등 <체공녀 강주룡>과는 장르도 주제도 다른 소설들을 읽다 보면, 박서련 작가의 관심사와 재주가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들고, 앞으로 그의 작품을 따라 읽는 재미가 엄청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체공녀 강주룡>과 <마르타의 일>을 연상케 하는, 여성과 노동, 참여와 연대에 대한 관심이 드러나는 작품들도 물론 있다. 출산 휴가 중인 여성 대리를 대신하기 위해 고용된 여성 인턴의 이야기(<제자리>), 군대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여자친구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아이디는 러버슈>) 등이 그렇다. 항암 치료 후유증으로 머리카락을 잃고 수제 가발을 사려고 하는 영지와 그런 영지를 돕는 사촌동생 수영의 이야기를 그린 <추석 목전>도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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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오브 도그
토머스 새비지 지음, 장성주 옮김 / 민음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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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본 영화 중에 나의 최고작은 <파워 오브 도그>다. 넷플릭스에서 한 번 보고, 결말이 믿기지 않아서 두 번 보고, 동생에게 추천하면서 세 번을 보았다. 원작 소설이 있다는데 안 읽고 배길 수가. 미국 작가 토머스 새비지의 장편소설인 이 책은, 1967년 초판 출간 당시 1천 부도 판매되지 않은 비운의 작품이다. 당시 독자들이 보는 눈이 없었던 것으로 간주하기에는 소설이 상당히 대담하고 급진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는 하다. 


나처럼 영화 <파워 오브 도그>를 감명 깊게 본 사람이라면, 원작 소설도 반드시 읽어보길 권한다. 영화에는 생략되었거나 암시로만 등장한 이야기들이 구체적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가령 로즈의 전 남편이자 피터의 생부 조니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떻게 죽음을 맞게 되었는지, 필과 조지의 부모는 어떤 사람들이고 마을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등이 자세히 나온다. 필과 조지의 관계성도 학창 시절의 일화라든가, 조지와 로즈가 결혼한 후의 사건들을 통해 보다 분명히 드러난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영화에선 배우들의 표정이나 몸동작을 보면서 '짐작'할 수밖에 없었던 내면의 감정이나 생각들을 구체적이고 명확한 문장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로즈가 조지의 다정함에 끌리면서도 전 남편 조니를 잊지 못해 괴로워한 일이라든가, 피터가 엄마 로즈의 재혼 소식을 접하고 서운함을 느끼기보다는 (자신이 책임질 뻔한 엄마를 조지에게 맡기게 되어) 후련함을 느낀 일 등을 알게 된 건 온전히 소설 덕분이다.


마초 중의 마초인 필의 지독한 여성 혐오, 동성애 혐오가 그 자신의 콤플렉스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생각할수록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필처럼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 원래의 자기 모습 그대로 사랑받아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혐오를 양산하고 확산하는 건 아닐까. 반대로 필에게 숱한 무시와 조롱을 당하면서도 따뜻하고 선한 마음을 잃지 않았던 조지의 비결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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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생애 소설Q
조해진 지음 / 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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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 작가의 소설을 좋아한다. 불안하고 위태로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우연히 연결된 타인에게 호의를 베풀면서 스스로의 존엄을 확인하고 인간에 대한 믿음, 세상에 대한 희망을 재발견하는 이야기라는 점이 좋다. 2021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완벽한 생애>도 마찬가지다. 


직장에서 모욕적인 일을 당하고 퇴사한 윤주는 제주행을 결심하고 서울 영등포에 있는 자신의 방을 공유 숙박 사이트에 등록한다. 사이트를 둘러보던 홍콩 사람 시징은 전 애인 은철의 고향이 영등포라는 사실을 기억해 내고 윤주의 방을 빌린다. 한편 제주로 간 윤주는 제주 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활동가로 지내고 있는 미정의 집에 얹혀산다. 


윤주, 시징, 미정에게는 각각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상대와 사건이 있다. 윤주는 자신에게 모욕감을 주었던 직장 사람들과 전 애인 선우에게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것이 있고, 시징 역시 전 애인 은철에게 전하고 싶지만 전하지 못한 감정들이 남아 있다. 미정은 베트남 참전 용사인 아버지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지만 묻지 못한다. 그래서 법대를 그만두고 활동가로 일하면서도 자신의 일에 온전히 몰두하지 못한다. 그런 자신을 책망하고, 자신을 책망하게 만드는 사람들을 미워한다. 


어쩌면 이들은 스스로 만든 감옥에 갇혀서 괴로워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말하지 못하는 죄, 말할 수 없는 죄 때문에 남들은 짐작하기 힘든 이유로 스스로의 인생을 꼬고 있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런 이들을 구한 건 아마도 '결심'이다. 윤주가 회사를 그만두고 제주로 떠날 '결심'을 하지 않았다면, 시징이 잘 알지도 못하는 영등포에 방을 구할 '결심'을 하지 않았다면, 미정이 윤주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할 '결심'을 하지 않았다면, 이들은 영영 연결되지 못한 채로 자신의 감옥에 갇혀 괴로워하거나 남의 사정이나 사연에는 귀를 닫은 채 살았을지 모른다. 


그러니까 일상이 답답하고 인생이 무겁게 느껴질 때면, 혼자서 끙끙대지 말고 일단 떠나거나 밖에 나가서 사람을 만나라는 이야기로 읽혔다. 당장 떠날 수 없다면 이런 책을 읽으면서 기분 전환을 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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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닮은 사람
정소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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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던 작가의 몰랐던 책인데, 단 한 작품을 읽고 홀랑 반해버렸다. 그 작품은 이 책의 표제작 <너를 닮은 사람>이다. 어느 날 중학생 딸이 심하게 맞은 모습으로 집에 돌아온다. 자초지종을 들으러 딸의 학교로 찾아간 '나'는, 딸을 때린 사람이 미술 교사이며 그가 왠지 낯설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학교 폭력을 소재로 한 사회 소설인가 싶은데, 이후에 펼쳐지는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사건이 일어난 순서대로 생각해 보면 익숙한 전개인 느낌도 없지 않은데, 순서를 뒤집어서 배치함으로써 독자에게 충격을 주고 또 준 작가의 솜씨가 대단하다. 


다른 작품들도 엄청나다. 힘들었던 생애를 편안하게 끝내고 싶어서 '합법적으로 사라지는 서비스'를 신청하는 인물의 이야기(<양장 제본서 전기>)부터 어릴 때 자신을 유괴한 할머니를 찾기 위해 폐쇄 직전의 도시로 가는 이야기(<폐쇄되는 도시>), 부모의 학대와 방임 속에 자란 남자가 실수로 아버지를 죽이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이야기(<실수하는 인간>) 등 장르와 소재를 가리지 않고 과감하면서도 치밀하게 쓰인 듯한 작품들이 실려 있다. 설정과 내용만 충격적인 게 아니라 문장도 좋아서, 오래오래 반복해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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