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할머니 회춘하다 3
아라이도 카기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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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농촌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가 갑자기 회춘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믹 만화다. 2권에서 할아버지만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서 설정 붕괴인가 했는데, 3권에서 할아버지가 다시 회춘한다(이랬다 저랬다... 설정 지켜!). 회춘의 비결을 알게 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던 할머니가 "우리 혹시 불로불사인 거여?"라며 걱정하는데, 늙어도 걱정 젊어져도 걱정 ㅎㅎㅎ 


1권과 2권에선 원래도 금슬이 좋았던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가 회춘을 계기로 사랑에 불이 붙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는데, 3권에선 할아버지 할머니의 주변 사람들이 변화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손녀인 시오리는 학교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었던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공부를 열심히 하고, 좋아했던 남학생에게 고백을 하기도 한다.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회춘한 두 분에게 자극받아 열심히 운동을 한다. 심지어 시오리가 다니는 학교의 학생들까지 젊어진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면서 두근두근 ㅎㅎㅎ 


작가 후기에 따르면 지방의 저출생, 고령화, 과소화 문제에 대해 고민하다 이런 만화를 그리셨다고 한다. 이 만화를 보고 바로 '아이를 낳고 싶다', '지방에서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지는 않지만,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나이 들며 살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게 될 것 같다. 나도 두 분처럼 오래오래 사이 좋게 지낼 수 있는 좋은 짝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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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양은 먹기만 할 뿐 1
마에야 스스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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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메이드 양이 먹기만 하는 만화다. 근데 어쩌면 이렇게 맛있게 먹는지... 읽는 내내 뭐라도 먹고 싶어져서 혼났다 ㅎㅎㅎ 주인공 스즈메는 영국 저택에 살던 메이드로, 잠시 일본에 왔다가 영국에 돌아갈 수 없는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일본의 다세대 주택에서 혼자 살게 된다. 혼자 사는데도 메이드로서의 본분을 지키겠다며 메이드 유니폼 차림을 고수하는 스즈메. 일본 음식에도 관심이 많아서, 외출할 때면 언제나 붕어빵, 타코야키, 경단, 편의점 삼각김밥, 바움쿠헨, 아이스크림, 티엔챠(감차), 멜론빵, 신겐모찌 같은 음식을 먹는다. 에피소드 내용이 단순하고 작화가 귀여워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좋다. 일본 음식 만화 좋아하는 분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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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니게 폐하의 아이를 임신해버렸습니다 ~왕비 베르타의 초상~ 1
타나카 아야 지음, 니시노 히마와리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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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니고, 더욱이 로맨스물은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심한 편인데, 일본의 인기 웹소설이 원작인 이 만화는 1,2권만 읽었는데도 마음에 들어서 다음 권이 읽고 싶어졌다. 근데 만화판은 1,2권으로 끝이고, 다음 권이 읽고 싶으면 "일본어로 된" 웹소설을 읽어야 한다... (번역본 정발 플리즈 ㅠㅠ) 


주인공은 남부의 교역 거점을 차지하고 있는 카샤 일족의 딸 '베르타'. 국왕 못지 않은 부와 권력을 가진 아버지를 둔 덕분에, 베르타는 어려서부터 공주처럼 자랐고 평생 자유롭게 살기를 꿈꿨다. 하지만 어느 날 아버지의 부름을 받은 베르타는, 이제부터 수도에 있는 왕궁으로 가서 국왕의 제2비가 되라는 말을 듣는다. 


국왕 해럴드에게는 이미 혼인한 지 15년이 된 왕비 마르그리트가 있는 상태. 금슬 좋기로 소문난 왕비가 있는 데다가, 남부 출신에 피지배인 혈통인 자신은 사랑받을 리 없다고 생각하며 수도로 간 베르타. 그런데 왕실 예법에 따라 단 3일 잠자리를 가졌을 뿐인데 덜컥 국왕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고, 이로 인해 입지가 불안해진 마르그리트 왕비가 베르타를 견제하면서 평화로웠던 일상이 위태로워지기 시작한다. 


여기까지 봤을 때는 여느 왕실 로맨스물이 그렇듯이, 이 만화도 국왕을 사이에 두고 왕비인 마르그리트와 후궁인 베르타가 암투를 벌이는 내용이 이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베르타가 아이를(그것도 왕위를 낳을 아들을) 낳으면서 국왕의 관심과 애정이 베르타에게 기울어지고, 아이를 낳지 못하는 왕비는 최후의 발악 같은 행동들을 하지만 실패로 돌아간다. 


이후의 이야기는 사랑 없는 결혼을 한 베르타와 해럴드 부부가, 아이를 낳은 후 뒤늦게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에게 맞춰가면서 최고의 정치적 파트너로 거듭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이 과정에서 혈통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기는 해도 어려서부터 체계적으로 국왕 수업을 받은 해럴드와 달리, 왕비가 될 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왕비가 되었으나 누구보다 뛰어난 정치력을 보이는 베르타가 매우 멋있다. 


장르는 왕실 로맨스물이지만, 성격은 오히려 정치물에 가까워서 내 취향에 딱 맞는다. 무엇보다도 냉철한 이성과 과감한 판단력을 두루 갖춘 베르타에게 배울 점이 많다고 느껴서, 이 다음 이야기도 읽고 싶다. 과연 번역본이 나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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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1
정소현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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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현 작가의 책들을 열심히 읽고 있는 요즘이다. '책들'이라고 해도 세 권뿐이라서(소설집 두 권과 중편 한 권), 한 권만 더 읽으면 전작을 다 읽게 되니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슬프다) 


2020년 현대문학 핀 시리즈로 출간된 <가해자들>은 아파트 주민들 간의 층간 소음 문제를 다룬다. 정소현 작가의 소설답게,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면서도 그 방식이 매우 공포스럽다. 전업주부인 '나'는 언제부터인가 층간 소음에 시달린다. 텔레비전을 크게 틀어 놓거나 노래를 부르며 소음을 떨쳐보려고 해도 소용없고, 남편과 딸에게 시끄럽지 않느냐고 물으면 너무 민감한 거 아니냐는 타박이 돌아올 뿐이다.


'나'는 참다 못해 소음의 진원지로 추측되는 위층에 사는 사람들에게 항의한다. 하지만 위층 사람들은 그 시간에 집에 없었을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층간 소음을 막기 위해 바닥에 매트를 깔고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등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나'는 믿지 않고, 이웃들은 계속해서 분란을 일으키는 '나'를 점점 더 미워한다. '나'의 위층, 아래층에 이어 옆집 사람까지. 종국에는 '나'의 딸조차 '나' 때문에 이웃들로부터 배척당하고 고립되었다며 '나'를 미워한다. 


조금씩 드러나는 '나'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나'를 괴롭히는 건 층간 소음이 아니라 층간 소음에 의해 후벼파지는 '나'의 상처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이혼한 전적이 있고 아이까지 딸린 남자와 결혼했는데도 그 시어머니로부터 '나는 너 안 믿는다'라는 말을 들은 여자. 산후조리를 잘 못해서 산후풍에 걸렸는데도 남편에게 꾀병 환자 취급 당하는 여자. 그런 여자가 앓고 있는 마음의 병이, 층간 소음이라는 형태로 나타나 자기 자신을 괴롭히고 주변 이웃들을 힘들게 한 건 아닐까.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도 종종 층간 소음 문제가 일어나는데, 그 때마다 이 소설이 생각날 것 같다. 층간 소음을 들었다는 사람의 귀에 들린 게 정말 층간 소음이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남성과 여성이 함께 거주하는 공간인데도 주로 여성들이 가해자/피해자라는 점에서, 남성보다 여성에게 훨씬 더 가혹한 사회와 그렇기에 더욱 예민할 수 밖에 없는 여성들의 현실을 은유했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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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
정세랑 외 지음 / 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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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인십색(十人十色). 생각이나 취향이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는 뜻의 한자성어다. 생각이나 취향이 사람마다 얼마나 다른지,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느꼈다. "나이와 국적, 시대를 뛰어넘어 당신이 '언니'로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에 20명의 여성 창작자가 답했는데, 대상인 언니가 속한 시대와 국적은 물론이고, 편지의 형식과 내용, 편지가 담고 있는 문제 의식과 메시지가 다양하고 다채롭다.


가령 뮤지션이자 영화감독, 소설가인 이랑은 재일조선인 예술가 한동현에게 편지를 쓰면서, '언니' 덕분에 '조선적'이 무엇인지 처음 알게 되었고, 여권을 발급받기 위해 국적을 바꿔야 하는 삶이 있다는 것과 국적을 바꾸지 않아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찾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고백한다. 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은 100여 년 전 <한국의 들꽃과 전설>이라는 책을 쓴 플로렌스 헤들스톤 크레인에게 편지를 쓰면서, 한국의 식물학계에 끼치는 영향력이 상당한데도 그가 여자라는 이유로 '선생'이 아니라 '여사'라고 불리는 현실을 전한다. 


언니라는 말이 낯간지러우니 '형님'으로 부르겠다는 이반지하, 그동안 수많은 언니들에게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 자신이 좋은 언니가 될 차례라고 말하는 오지은, '남자의 적은 남자'인 세상이 지겨우니 '여자의 적이 여자'인 세상을 만들자는 정희진의 글에서도 각각의 캐릭터가 여실히 드러나 재미있었다. 이토록 개성 있고 똑똑하고 재미있는 여성들이 만들어갈 세계가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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