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 - 신예희의 여행 타령 에세이
신예희 지음 / 비에이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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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이라지만,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확진자 수를 보면 아직 안심할 때가 아닌 것 같다.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도, 예전에 비해 턱없이 높아진 여행 물가를 내 텅장이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 않고... 그래서 요 며칠 동안 여행 에세이를 열심히 읽었다. 제일 먼저 완독한 책은 신예희 작가님의 <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 '여행 타령 에세이'라는 부제답게, 팬데믹 시기에 여행을 가고 싶어도 못 가는 마음을 담아서 쓴 책이다. 


이 책에 실린 글은 크게 두 개의 주제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저자의 여행 이력이다. 대학생 때 한 달 동안 유럽 배낭 여행을 떠난 것을 시작으로, 그동안 수많은 나라를 수많은 형태로 여행해온 저자.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진짜' 첫 번째 여행은 1999년 11월의 태국 방콕 여행이라고 한다. 살면서 처음으로 혼자서 2주라는 긴 시간을, 그것도 한 도시 안에서 보낸 이후로 여행 스타일이 크게 달라졌을 뿐만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바뀌었다고. 대체 태국에 어떤 매력이 있길래, 다들 태국에 갔다 온 후로 인생이 달라졌다고 하는 걸까. 나도 가보고 싶다...! 


두 번째는 저자의 여행 취향이다.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고 취향이 다른 만큼, 여행 스타일도 다를 수밖에 없다. '엄격한 관리자'로 불리는 ESTJ 유형인 저자는 출발하기 전에 숙소를 싹 다 예약해두지 않으면 마음이 안 놓이고, 가고 싶은 곳과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을 미리 만들어놔야 직성이 풀린다고. 계획에 없는 일, 즉흥적인 일을 싫어하지만, 여행을 마치고 기억에 남는 일은 대체로 바로 그 계획에 없는 일, 즉흥적인 일인 걸 깨닫고, 요즘은 융통성 있게 일정을 짠다. 


여행은 다른 나라, 다른 지역의 문화와 풍습을 경험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일이기도 하다. 여행 초보 시절, 저자는 다른 사람들의 조언에 따라 배낭을 매고 맥가이버 칼을 가져갔다. 여행 경험이 쌓인 지금은 무겁고 불편한 배낭 대신 캐리어를 애용하고,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현지에서 조달하는 편이다. 한국에선 시도해 본 적 없는 노브라와 레깅스를 시도해 봤고, 이제는 여행지에서 입던 화려한 드레스를 한국에서 평상복으로 입고 다닌다. 이런 즐거움과 깨달음을 주는 여행을 언제 다시 떠날 수 있을까. 떠나고 싶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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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작귀 1 (그림책 포함 특별판) - 먼가 작고 귀여운 녀석
나가노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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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곰> 시리즈의 나가노 선생님의 또 다른 대표 캐릭터 '치이카와' 시리즈가 <먼작귀(먼가 작고 귀여운 녀석)>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정식 출간되었다. <먼작귀> 1권과 그림책이 결합된 특별판과 <먼작귀> 1권으로만 구성된 일반판이 있는데, 나는 특별판으로 읽었다. 그림책만 따로 구입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구입하고 싶은 분들은 얼른 특별판을 구입하셔야 할 듯...! (초판 한정 PP 스탠드도 증정한다. 이것도 매우 귀여움 ㅎㅎㅎ) 







이야기의 주인공은 치이카와, 가르마, 토끼다. 이들 셋은 '먼가 작고 귀여운 녀석'으로서 평생 사랑받고 대접받는 것이 소원인데, 현실은 이들을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매일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고, 원하는 만큼 늘어지게 자고 싶지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서 괴로워지고 힘들어진다. 그래도 또 다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늘어지게 자고 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방긋방긋 웃으며 씩씩하게 살아가는 먼작귀들. 너무 귀엽다 ㅎㅎㅎ 







농담곰 시리즈도 음식 이야기가 많은데 먼작귀 시리즈도 만만치 않다. 초반부터 피자 호빵, 푸딩, 밤만쥬, 핫케이크, 타코, 연어포, 치즈, 야쿠르트, 쿠키, 컵라면 등등 온갖 맛있는 음식들이 줄줄이 나와서 공복에 보면 살짝 힘들지도. 먼작귀 그림책 <와삭 냠 꿀꺽>도 음식 이야기, 먹는 이야기라서 뭐라도 먹고 나서(혹은 먹으면서) 책을 보는 걸 추천한다. 버터 바른 식빵과 신선한 회초밥, 갓 구운 쿠키의 공격을 나만 못 이겨낸 게 아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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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있는 삶
정소현 지음 / 창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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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삶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알고 있다'고 믿는 진실들은 과연 사실일까. 정소현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질문이다. 2019년에 출간된 소설집 <품위 있는 삶>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이 책에는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히 혹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 


표제작 <품위 있는 삶, 110세 보험>의 화자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이고, <어제의 일들>의 화자는 과거를 잃어버린 상태다. <어제의 일들>과 이어지는 <지옥의 형태>의 화자 역시 딸과 관련된 중요한 기억을 잃었거나 흑은 스스로 잊어버린 것으로 보인다. <그 밑, 바로 옆>의 화자는 자신을 납치한 여자를 할머니처럼 따르며 평생을 살았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고, <엔터 샌드맨>의 화자는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를 죽게 한 사람을 남편으로 맞았다는 걸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알게 된다. 심지어 <꾸루루 삼촌>의 화자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깨닫는다. 


이러한 소설들을 읽다 보면, 나는 나를 선별된 기억 또는 망각에 의해 부분적으로만 인식할 수 있을 뿐이고, 나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온전하게 인식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나 자신도 똑바로 보지 못하면서 남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고 오해하고 미워하고 싸우는 일은 얼마나 오만하고 어리석은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걸 알면서, 오늘도 남을 함부로 재단하고 평가하며 살아가겠지. 그래도 그 빈도와 속도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어서, 매일 틈틈이 소설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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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39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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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독파 챌린지를 통해 만나게 된 책이다. 챌린지 기간 동안 정해진 분량만큼 꾸준히 읽는 게 원칙인데, 결말이 궁금해서 이틀 만에 다 읽어버렸다(하루 만에 다 읽을 수도 있었지만 참았다. 참은 게 이틀...).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다. 1982년의 은유와 나이가 가까운 나는 1982년의 은유가 겪은 일들을 거의 다 아는데(성수대교 붕괴라든가 IMF 외환 위기라든가), 2002년생인 은유 또래의 독자들은 역사 책에 나오는 일들로 느껴지겠지... 


이야기는 2016년의 어느 날 은유가 아빠에게 1년 뒤의 자신에게 편지를 써보라는 제안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지 않는 아빠가 왜 이런 걸 시키는지 모르겠다며 편지에 온갖 불평+불만+짜증을 토로한 은유. 얼마 후 답장을 받았는데, 놀랍게도 답장을 보낸 사람은 지금으로부터 34년 전인 1982년에 사는 은유다. 2016년의 은유와 1982년의 은유는 서로를 수상하게 여기면서도 계속해서 편지를 주고받고, 이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고 둘에게 일어난 기적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각자의 고민과 상처를 고백하기 시작한다. 


편지(혹은 다른 매개체)로 시공간을 초월하는 이야기는 전에도 있었지만, 이 소설의 특징은 과거의 은유와 현재의 은유가 살아가는 시간의 속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덕분에 소설 초반에는 과거의 은유가 현재의 은유보다 어렸지만, 점점 과거의 은유가 현재의 은유보다 나이가 많아져서 현재의 은유에게 인생 선배로서 조언과 위로를 해주기도 한다. 현재의 은유를 위해 젊은 시절의 엄마 아빠를 만나러 가기도 하는데 이 과정이 참 흥미롭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주인공 남편 찾는 이야기라면, 이 소설은 주인공 엄마 찾는 이야기랄까. 아무튼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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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일기 - 쩡찌 그림 에세이 땅콩일기 1
쩡찌 지음 / 아침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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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k' 강윤정 편집자 님이 강력 추천하셔서 구입한 책이다. 책을 사놓고 읽지 않은 채 몇 달을 보냈는데, 그동안 쩡찌 님의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을 재미있게 봤다. 특히 <시맨틱 에러>의 박서함 배우에 대한 애정 가득한 글과 그림들 ㅋㅋㅋ 밤낮 가리지 않고 박서함에 대한 애정을 외치는 모습으로 쩡찌 작가님을 기억해서 그런가. <땅콩일기>를 읽는 동안 수시로 슬픔과 우울을 느꼈지만 금방 빠져나왔다. 


사는 게 너무 힘들고, 무엇을 위해 남들처럼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고, 그래서 당장이라도 생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 뭔지 너무 잘 알겠는데, 그랬던 쩡찌 작가님이 지금은 박서함 배우를 알게 되어 전보다 많이 웃고 즐겁게 생활하고 계시다는 걸 아니까 덜 슬프고 덜 우울했다. 부디 앞으로도 좋은 것 많이 보고 좋은 사람 많이 만나며 삶의 무게를 자주 잊으시길. 그러다 마음 한구석에 고인 감정을 이따금 글과 그림으로 풀어주시면, 팬인 저는 너무나 행복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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